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30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9화
근태창은 승리의 결과물을 나에게 마구 들이대고 있다.
아니, 근데 지금은 피곤하니까…… 일단 좀 자고 싶다…….
털썩!
나는 죽은 핏빛털의 몸 위로 털썩 쓰러졌다. 이 녀석 털 겁나 따뜻해…….
아, 안 되겠다, 기분 좋게 뻗는다아…….
*
『로헨.』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인하지만, 또 상냥함을 품고 있는 목소리.
『로헨.』
『너는 신의 사랑을 받을 거란다.』
‘나에게 말하는 건가?’
‘그러는 당신은 누구야?’
‘신의 사랑이라니, 그건 또 뭐야?’
『모든 것은, 신의 예언대로.』
『더욱 강해져라, 더욱 커져라. 나의 아이야.』
『네게 세상의 운명이 걸려 있다.』
‘아…… 세상의 운명이고 뭐고 모르겠고.’
‘그래서 그 신이란 놈이 봉 무게는 들어 준답니까?’
*
핥핥핥핥핥핥!
“……야.”
왜 얼굴이 끈적끈적해지는 더러운 감각으로 일어나야 하는 건데?
“됐다…… 그만해, 일어났다 일어났어. 이 녀석아.”
끄응, 끙.
이젠 나만큼이나 커다란 녀석이 강아지 소리를 내기는.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가, 레타 녀석은 밖에서 기다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들어온 거겠지.
‘명령대로 하지 않은 건, 반려견으로서는 마이너스. 하지만.’
컹!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은, 동료로서는 플러스인가.”
‘그래. 이 녀석은 반려견 따위가 아닌, 동료다.’
나는 쿡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놈은 기분 좋다는 듯 헥헥 거리며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인다. 야야 늑대 체면이 있지!
“이 녀석은.”
그제야 핏빛곰을 의식해서 돌아본다.
당연히 머리가 깨진 녀석이 다시 살아났을 리는 없지. 곤두선 털이 모두 눕혀지고, 완전히 죽었다.
“네 녀석의 털, 굉장히 따뜻했다.”
계속 그 위에 드러누워서 자고 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일단 돌아가서 승전보를 알려야지.
꼬르르륵-.
[상태 이상 : 칼로리 부족. 단백질 부족. 운동 능력 저하. 근육 성장 및 회복력 저하…….]“그런 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
레타도 앉은 채 헥헥 거리다 일어났다. 그리고 여긴 불 피우기 딱 좋은 환경이군.
“일단, 밥이나 먹고 가자.”
먹을 단백질이 눈앞에 산더미처럼 있잖아?
*
“고, 곰이다! 곰이 온다!”
경악 어린 말에 핏빛함성 부족의 마을은 다시금 비상사태가 되었다.
“핏빛털 놈이다!”
“젠장, 로헨 그 녀석 놈을 잡겠다고 나서더니! 놈을 끌어들이기만 할 뿐이잖아!”
그렇게 보일 수밖에. 거대한 핏빛털의 검붉은 털과 사나운 얼굴의 모습이 마치 네발로 기어 오듯 했으니까.
“히, 히익! 저, 저놈이야!”
사냥꾼들을 통솔해야만 하는 체이카는 겁먹고 움츠리기나 했다.
과거 부족 최고의 사냥꾼이었다는 명성의 파편도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
“진정해라 멍청한 것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버라던이 나서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너희들 눈엔 저게 곰으로 보이더냐.”
“예?”
한편, 사총사는 무기도 들지 않은 채, 다가오는 핏빛털을 향해 달려갔다.
“로헨!”
“이겼구나!”
‘역시 녀석들이 가장 먼저 알아 봐주는군.’
나는 쿡 웃으며 뒤집어쓰고 있던 핏빛털의 가죽을 벗었다.
“잘도 나인 걸 알아차렸네?”
“그야!”
“믿고 있었으니까!”
어휴 이 깜찍한 꼬맹이……라기엔 이제 다들 우락부락한 여느 헬스장 고인물 헬청년처럼 보이는구나.
“로, 로헨!”
“그래도, 걱정 했다!”
“하! 내가 이딴 녀석에게 당하겠냐?”
아직도 몸에 크게 남아 있는 부상의 아픔도 견디며, 나는 핏빛털의 가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이곳 슬란 산맥의 지배자는 우리, 오크들이다!”
그리고 난 그 오크들의 정점에 섰다!
“오, 오오오!”
와아아아!
나의 선언에 고조된 오크들이 함성이 마을을 뒤흔들었다.
“로헨.”
“족장님.”
그리고, 버라던은 로헨의 앞에 섰다.
“잘했다.”
“당연한 일입니다.”
오크에게 겸손은 필요 없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낄 뿐.
버라던은 훗 웃으며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약속대로, 너의 어미에 대해서 모든 걸 알려 주마. 그리고-.”
그러며 버라던은 문득 마을을 돌아보았다.
“우리 오크가 처한 이 세상과, 이 상황에 대해서도.”
*
버라던은 자신의 천막에서 무언가를 챙기더니 나와 함께 프라이빗 짐으로 향했다.
“네 어미, 로흐나는 부족 최고의 전사였다. 전에 말해 준 적이 있을 거다.”
고개를 끄덕이자 로헨은 내게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아…….”
그곳에 그려진 것은 한 오크였다. 그것도, 여성.
경갑 차림에 드러난 몸에 선명한 데피니션과 상당한 근매스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올림피아 여성부와 같은 성별이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괴물 같은 근육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쟁의 여신’이란 것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엄니가 나온 오크 여성임에도 그녀는, 강인함과 함께 아름다움을 겸비하고 있었다.
“제, 어머니라고요?”
“핏빛함성 부족을 이끌고, 감히 덤벼오는 인간 기사 수십, 수백을 쓰러트리고. 홀로 오우거와 힘 싸움을 벌였지. 그 어떤 창과 활도, 마법조차도 그 녀석을 상처 입히지 못했지.”
아, 마법 있구나. 멋지다 판타지 세계관.
‘응? 그런데…….’
그녀의 초상화 옆에 또 한 명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일부러 없앤 듯 날카로운 무언가에 긁혀 지워져 있다.
미처 지워지지 못한 부분엔 은빛 갑옷이 보인다.
“어머니의 옆에 있는 건 누구죠?”
버라던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꺼내기 어려운 말을 결단한 듯.
“……그 녀석과 함께 하던, 인간 기사다.”
“예?”
인간 기사라니, 오크가? 인간 기사와?
“아마도, 너의 아버지일 것이다.”
과연, 어째서 내가 혼혈인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
‘오우거나 트롤, 고블린의 혼혈은 아니라서 다행이지.’
잡종이나마 양호한 혈통에 일단 안도를.
“한창 핏빛함성 부족이 인간과의 싸움을 잠시 멈추고, ‘흑마련’과의 싸움을 하던 때였다.”
‘흑마련? 그건 또 뭔데? 자기만 아는 얘기 하죠!’
문맥으로 볼 때, 오크와 대립하던 무슨 세력인 것 같은데.
“그때, 로흐나는 그 인간 기사와 만났다. 무슨 생각인지 상처 입은 그를 죽이지 않고 치료해 주었지. 그리고 그가 회복하면서 하던 기묘한 단련, ‘운동’이란 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되는 분이 재활 운동을 했었던 건가? 이 세계에도 비슷한 개념은 있긴 한가 보군.’
“그러더니 둘은 서로 경쟁하듯 서로의 몸을 단련시키기 시작했다. 그 인간 기사는 우리 오크의 전사들을 넘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로흐나는 그런 인간 기사와 단련하며 더욱 강해졌다.”
‘쇠질을 같이 하면 더 강해지기도 하지.’
남녀가 같이 운동하면 보통은 눈 맞아서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는데.
가끔 운동 커플로 서로를 상승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
‘물론 나하곤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였지! 젠장, 쇠질은 혼자 해야 는다고! 아무튼 그래!’
“놈은 인간 기사였지만, 우리 오크들의 문화를 존중했고, 로흐나와 다른 전사들도 강한 인간 기사를 존중했다. 그는 우리와 힘을 합쳐 공동의 적인 흑마련의 적을 상대하기도 했지.”
버라던은 마치 그 시절을 그리는듯했다.
“로흐나와 인간 기사의 관계는 깊어졌다. 이곳에서 둘만의 공간을 꾸미며, 서로를 강하게 만들었고 서로 강하게 인연을 만들어갔지. 그때 우리는 순진하게도, 어쩌면 인간과 오크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고 말았다. 그만큼, 우리는 흑마련과의 혈전을 거치며 나약해졌던 거다.”
흑마련이란 놈들과 싸우면서 오크들이 밀렸다, 그걸 내 아버지인 인간 기사와 어머니의 활약으로 간신히 막아냈다, 요약하자면 그런 이야기인가.
“그리고, 어느 날 로흐나와 인간 기사는 떠나갔다. 우리를 놔두고.”
‘사랑의 도피라도 떠난 건가?’
“부족을 이끌던 둘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핏빛함성 부족은 지리멸렬해졌다. 간신히 흑마련은 물리쳤지만, 비열한 인간 놈들은 우리의 뒤를 쳤다.”
“허어.”
“우리뿐만 아니다. 핏빛함성 부족을 포함한 부족연맹, 오크 제국은 흑마련과의 대전쟁에서 소모된 순간, 비열한 인간과 그들의 ‘연합’에 의해 뒤를 공격당했다. 그리고,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지.”
“그렇군요.”
흑마련, 대전쟁, 연합, 오크 제국…… 뭔가, 갑자기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들이 쏟아져서 어안이 벙벙하다.
이 산맥에서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던 것이 순간 세계가 넓어진 기분이다.
“우리 오크들이 몰락할 때도, 함께 싸운 전우와 가족들이 죽어갈 때도 로흐나와 인간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버렸다. 우리는 그들을 부족을, 종족을 배신한 배반자라 불렀다. 하지만…….”
버라던은 프라이빗 짐의 전경을 씁쓸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결국 오크 제국이, 핏빛함성 부족이 몰락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그 녀석을 배신자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어머니의 유품을 간직하고 있던 건가요?”
버라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떠난 이유가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부족을 수습하고 있을 때, 홀연 듯 로흐나가 찾아왔다. 바로 널 데리고서.”
그러며 버라던은 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아이야말로, 신께서 한 예언의 아이야.』
『이 아이가, 우리 오크들의 영광을 다시 찾고, 모두를 구할 거야.』
그러며 그녀는, 갓난아기인 나를 부족에 맡겼다.
“나는 예언 같은 것은 모른다. 그때 로흐나가 얘기한 것의 의미도 모른다. 하지만…….”
버라던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만약 네가 우리 오크들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그 희망으로 널 받아주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 잃고 있었지만…….”
그러더니 버라던은 내게 다가와 내 팔뚝에 손을 올렸다.
이미 그와 같은 눈높이의 키가 된, 그리고 그의 두 배는 될 굵기의 나의 팔뚝을, 품평하듯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성장한 너의 모습에서, 다시 희망을 느꼈다.”
“족장님.”
어쩐지 조장님이 평소보다 더 나이 먹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헨. 이건 알아 두거라.”
“예?”
“우리 오크들이 왜 이 슬란 산맥의 한가운데서, 이런 작은 부락이나 다름없는 부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하긴, 뭔가 좀 이상하긴 했어.’
나에 비해서 못하다 한들 오크는 성인이 되면 늑대와 드잡이질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육체를 가진 종족답지 않게 너무 영락한 이 부족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듯이.’
“한때 우리 오크 제국은 인간과 연합, 흑마련과 세력을 다툴 정도로 강력했다. 세력의 규모로는 작았음에도. 그렇기에 그들은, 특히 우리와 가장 가까이 접해 있던 인간들은 우리가 몰락한 뒤에도 탄압을 가해왔다.”
“우리 오크가 또다시 강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거군요.”
버라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조금이라도 우리 오크가 무리 지으려는 기미가 보이면 철저하게 짓밟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력을 키우지 못하고, 이곳에 철저히 숨어 지내는 수밖에 없는 거다.”
‘역시, 내 생각대로군.’
“로헨, 너는 강해졌다. 과거 오크 제국 시절의 전사만큼이나. 너는 분명, 이 산속에 틀어박혀 살아가는 것을 답답히 여길 때가 올 것이다.”
이 산맥 너머의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분명 바깥으로 가 보고 싶단 마음이 들겠지만-.
“지금 당장은 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서요. 그런 날이 빨리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부족을 위해 할 일은 많다. 사냥꾼으로서 사냥감을 충분히 잡아 식량을 확보하고,
겨우 시작한 밭농사나, 야생보리를 재배한다는 계획도 좀 더 오랜 시간을 들여, 해 보고 싶으니까.
‘무엇보다, 이 몸이 어디까지 성장할지를 아직 시험해 보지 못했어.’
“게다가, 아직 여러 가지 더 할 일들도 많고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버라던은 훗 웃었다.
“분명히 그날은 네 생각보다 빨리 올 거다. 네 어미처럼 말이다.”
“…….”
나도 괜히 밖에 어슬렁거리다 인간의 습격으로 비명횡사하는 건 전혀 반갑지 않아.
‘한동안은 내 단련을 하면서, 이 오크 부족을 먹고 살 만큼 만들어 두는 것에 집중하자.’
그게 내 계획이었는데…….
*
계절이 몇 번 바뀌지도 않아서,
“이런 젠장! 밖으로 나가 보고 싶다-!”
버라던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