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3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31화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울끈! 불끈!
말은 필요 없다. 이 근육의 아름다움으로 나의 진심을 전해라!
연속으로 포징을 펼치고 마침내 아놀드식 팔 근육 포징을 펼칠 때쯤.
[인간이 당신에게 경이를 느낍니다.] [인간의 공포가 줄고, 당신에 대한 신뢰가 소폭 증가합니다]된다고?
역시, 근육의 진심은 종족을 초월해 전달되는구나! 인가?
‘……근데 이게 진짜 되긴 되네?’
“그, 근육 빵빵하신 오크 님!”
그제야 사제는 별안간 정신을 차린 듯 내게 외쳤다.
“제 말을 알아들으시나요?”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자 사제의 얼굴에 기대가 스쳐 지나갔다.
“그, 그럼! 부탁드립니다! 저희 일행을 도와주십시오!”
‘이건 기대 못 했는데?’
*
“저기 있네.”
카카와 함께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산맥 가운데 골짜기에 자연적으로 난 길을 내려다보았다.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해도 오크-아이(Eye)와 오크-이어(Ear)가 보고 듣는 데는 문제없었다. 오크-바디(Body). 최고.
“젠장, 사제 놈 쫓아간 녀석들은 아직이야?”
“어차피 내버려 둬도 슬란 산맥의 숲이 알아서 묻어 버릴 텐데.”
일단의 산적들은 낄낄거리며 사제 남녀 넷을 겁박한 채 포위했다.
남자는 둘. 한 명은 수염이 희끗한 로브를 입은 노인이다.
다른 한 명은 얼굴에 흉터가 있는 덩치 큰 남자인데, 심한 부상을 입고 인사불성 상태다.
나머지 여성은 한 명은 가슴을 가리는 가죽 갑옷 차림의 가벼운 복장, 나머지 한 명은 수녀인 듯한 복장이었다.
산적들 중 몇 명은 사제들이 타고 온 듯한 수레를 뒤지고 있다.
‘숫자는 일곱인가. 그림으로 그린 듯 산적스러운 녀석들인데…….’
“마녀 보스 덕분에 대박 건졌구만!”
‘마녀?’
뜬금없이 의외의 단어가 나와서 좀 놀랐다.
‘마녀라, 어느 모로 봐도 산적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
“그러고 보니 여기 수녀님은 마르두크 교단 수녀님이시구만?”
“운이 나쁘네, 차라리 우리한테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히이…… 마르두크시여…….”
산적들이 칼을 들이대며 이죽이자 수녀가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 그만두시오! 차라리 이 늙은이를 먼저!”
“시끄러 마법사!”
뻐억!
“커헉!”
산적은 노인을 무자비하게 발로 짓밟았다.
“네놈 때문에 둘이나 죽었다! 누님의 아티팩트가 없었다면 우리도 죽었겠지!”
“누님의 당부 때문에 살려놓는 걸 감사히 생각해라!”
“끄윽…….”
‘허어, 저런 영감님이 산적을 전멸시킬 수 있다고? 마법사가?’
“여기 진짜로 판타지 맞긴 하구나.”
“뭐래는 거냐, 로헨.”
혼잣말로 감탄하는 나를 뚱하니 본 카카가 딴죽을 걸어온다.
“제기랄, 사제 놈 잡으러 간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와!”
“일단 우리끼리 먼저 출발하지. 밤의 산길을 걷기는 싫어.”
‘산적이 밤 산길을 싫어하다니. 얼마나 운치 있고 좋은데?’
“움직여야겠다. 슬슬 내려가자.”
“오우.”
나와 카카는 정탐을 마치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사제.”
“저, 저는 카이란이라 합니다.”
“그래, 카이란.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있다.”
조금 더 연습하니 약간 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카이란이란 사제도 약간 경계를 푼 것 같고.
“좋은 소식, 일행 아직 안 죽었다. 나쁜 소식, 네가 잡혀 오면 바로 끌고 간다.”
“아…….”
“산적, 마녀란 대장 밑에서 일한다. 그 마녀, 너희들 맘에 안 들어 한다.”
“그, 그렇죠…… 마르두크 교단에서 인가되지 않은 마법을 쓰는 사람들을 이단이자 마녀로 몰아 탄압했으니…… 원한을 가진 것도 당연합니다. 전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정은 나하곤 상관없지만.’
“우리도 인간, 우리 숲에 있는 거 싫다.”
“으…….”
“잠깐, 동료들, 의논한다.”
단어끼리 끊어서 말하자니 이거 무슨 원주민 컨셉 말투 같군.
난 마침 함께 있던 사총사와 의논을 시작했다.
“로헨, 어쩔 생각이냐?”
“일단 저 인간 산적 놈들부터 해치우자.”
“으에~ 솔직히, 굳이 인간 놈들끼리 일인데 굳이 우리가 나서야 하나?”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그래라.”
“귀찮아.”
종족도 다른 녀석들에겐 그저 남 일일 뿐.
‘하아, 그래도 한때 인간이었던 나로선 남 일로 넘어가자니 영 그런데.’
짱구 굴려 보자. 잔머리 하나만큼은 잘 돌아가잖냐 나.
“생각해 봐라. 저 인간 놈들이 이대로 그냥 가면 어떻게 되겠나?”
“어?”
“저 산적 놈들은 인간들 중, 난폭한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이 우리들의 영역인 산에서 멋대로 설치는데 아무런 일도 없으면, 어떻게 하겠어?”
“앞으로도 계속…… 이 산에 어슬렁거린다?”
“그래, 늑대 놈들이랑 똑같다!”
그렇지. 머리 잘 돌아가네, 이 녀석들.
“그러니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아니, 그냥 이 자리에서 싹 다 죽여 버려야 뒤탈이 없어.”
“오, 그건 맘에 든다.”
“근데 그럼, 저 싸움 못 하게 생긴 인간부터 해치워야 안 되나?”
그러며 에이크가 카이란 사제를 노려보자 카이란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여기 있는 사제란 녀석들은 싸움 못 해. 약해. 그런 녀석이 산에서 없어졌다, 그러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늑대가 우리 오크 아이들 습격했을 때 어떻게 했더라?”
“그 늑대 놈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여 놨지!”
“바로 그거야. 인간들이 바로 보복하러 올 거니까 그거야말로 위험하지.”
“오…….”
“로헨 역시 머리 좋아.”
“아니, 그냥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오잖냐. 생각을 해라! 니들아, 생각을!”
나는 녀석들에게 양 검지로 머리를 가리켜 보였다.
“자, 그럼 결정된 거지?”
“칼 든 인간은 잡아 족친다!”
“칼 안 든 묶여 있는 인간들은, 죽이지 않는다! 아직은!”
카이란의 불안한 눈빛을 뒤로하고 의견이 정해졌다.
*
빠악!
시작은 카카의 돌팔매가 판금갑옷을 입은 산적을 맞추며 시작됐다.
“컥-.”
카카가 던진 특별히 동글납작한 돌팔매는 판금 헬멧을 뚫고 산적의 머리통을 일격에 함몰시켰다.
“뭐, 뭐야!”
“자, 가자!”
와아아아아-!
그것을 신호로 나는 푸크, 에이크와 함께 돌격했다.
“오, 오크들이다!”
“뭐야, 뭐 저렇게 큰 오크가 있어!”
“이것들아, 정신 차려! 쫄지 마라! 오크 따위에게!”
퓨웅!
콱!
“끄헉!”
다른 갑옷 입은 산적 녀석에게 에이크의 활이 날아들었다.
비록 흑요석 촉 화살이지만 갑옷 사이 어깨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본능적인 샷 감각이 있는 녀석이야 역시.
“이 빌어먹을!”
“꾸오오오!”
뻐억!
산적들 중 워 해머를 든 제일 덩치 큰 녀석이 푸크에게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야…….”
우리 중 최고의 근매스인 근육 위에 지방이란 갑옷을 입은 파워 리프터형 몸의 푸크에게 그런 게 통할 리가.
“이 녀석들, 별로 안 쎄다.”
퍼억!
“꾸엑!”
덩치 큰 산적은 푸크가 가볍게 손바닥을 밀자, 입고 있던 가죽갑옷까지 푹 파인 채 뒤로 날아가 버린다.
“이, 빌어먹을 괴물들!”
“우오오!”
콰악! 뿌득!
우르는 산적이 어설프게 내민 창을 복근만으로 막아내고 밀어내서 창대를 부러뜨렸다.
“마, 말도 안-.”
빠악!
“인간들, 무기를 쓸 필요도 없어.”
일부러 공격을 받아 준 우르의 감상은 아주 심플했다.
“이 빌어먹을 오크 놈들!”
부웅!
산적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녀석이 커다란 양손 검을 들고 내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몸놀림을 보아 하니 제법 전투에 익숙한 녀석처럼 보인다.
파캉!
“어?”
하지만 날카롭게 날아든 양손 검도 내가 휘두른 케틀벨과 격돌하곤 허무하게 부러져버렸다.
“이 동네 쇠붙이는 다 이렇게 약한가?”
“자, 잠깐-.”
“조용히 해라, 산적 놈아.”
빠악!
케틀벨로 칠 필요조차 없다. 내 주먹으로 녀석의 머리를 내려치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자, 그럼 뭐 대충 정리 됐나?”
산적들의 모습은 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직 포박되어 있는 카이란의 일행들 앞에 섰다.
뚜둑!
그리고 녀석들의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맨손으로 뜯어냈다.
“따라와라. 인간들.”
최대한 오크스럽게 말해 봤다.
*
한 편, 산적들의 본거지 산채.
“허억! 헉…….”
“어, 뭐야. 저거 일 나갔던 한스 아냐?”
경비를 맡은 산적들은 헐레벌떡 도망 온 한스를 보며 어리둥절했다.
“빨리 들여 보내줘! ‘누님’께 빨리 전해야 할 말이 있다!”
“무슨 일이야 한스! 자신만만하게 일 나가더니?”
“기사단이라도 만났냐?”
“아냐…… 그게……!”
한스는 잠시 주저하다가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크! 오크가 나타나서 우릴 전부 죽였어!”
그 말에 일순 산채에 정적이 흘렀다.
직후,
크하하하하!
산적들의 박장대소가 산을 울렸다.
*
“후우…… 그래서.”
짙은 연기가 산채 가장 깊숙한 어두운 곳에 퍼졌다.
“기껏 오크 다섯에게 열 명도 더 되는 인원이 다 당하고, 기껏 사로잡은 녀석들까지 뺏겼다?”
모든 일을 전한 한스는 꿀꺽 침을 삼켰다.
어둠 속에서 실루엣이 몸을 일으켰다.
어둠과 구분되지 않는 검은 옷차림. 머리를 덮은 것은 큰 창의 검은 모자.
후-우.
연기를 뿜는 길쭉한 막대를 내리자, 숨소리와 함께 다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거야? 그까짓 오크에게 당했다는 걸?”
이 세계에서 오크는 그저 고블린보다 약간 더 강한 녀석일 뿐.
산적 정도만 돼도 너무도 간단히 잡을 수 있는 그런 종족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네가 지금…… 이 ‘세일럼’을 놀리고 있는 거냐……?”
“으윽!”
쿠-웅!
한스는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쿵 무릎을 꿇었다.
후웅-!
‘세일럼’이라 자신을 밝힌 여성이 집어든 스태프의 끝에 달린 보석이 불길한 빛을 발했다.
“으……윽…… 저, 정말입니다…… 정말…….”
“닥쳐!”
쿠웅!
“끄하악!”
남자는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인에게 짓밟히듯 납작 엎드렸다.
그럼에도 ‘마녀’는 멈추지 않았다.
“날 뒤에서 마녀라 부르며 우습게 보고 있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내게 엿을 먹이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어?”
“제, 제발…… 용서를…….”
쿠웅!
으직, 으지직!
남자의 몸이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려갔다.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뭉개진다.
“그래, ‘마녀’의 힘을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콰직!
결국 한스란 산적은 짓눌린 핏물을 내뿜는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흥…….”
마녀는 흥분을 가라앉히듯 연기를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카단을 불러와. 그리고 저 쓰레기를 치우고.”
그녀를 보좌하던 산적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누님.”
갑옷 차림의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백전노장과 같은 남자가 그녀의 앞에 공손이 인사했다.
“그 녀석들을, 특히 사제를 다시 찾아와. 그리고 이 근방의 오크란 오크는 죄다 잡아 죽여.”
“오크를 말씀이십니까?”
“오크가 녀석들을 데려갔다고 하니까. 젠장 귀찮게 하고 있어 좀 큰 고블린 따위가.”
“그렇게 되면 저희도 돈을 더 받아야 합니다만.”
“……감히 내게 돈 운운을 해?”
으직!
카단이란 남자의 곁에 있던 의자 하나가 부서져 납작해졌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지?”
“…….”
“명심해. 내게 협조하지 않으면 곧 여길 덮칠 ‘흑마련’에게서 무사하지 못할 거란 걸.”
“으…… 알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당장 움직여!”
카단이 공손히 인사하며 떠나려던 찰나,
“……아니.”
문득 세일럼이라 자칭한 마녀가 그를 멈춰 세웠다.
“생각이 바뀌었어. 만약 그 사제를 잡고 있거나, 뭐…… 벌써 먹어치웠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오크들을 발견하면 건드리지 말고 내게 알려줘.”
“예? 왜죠?”
“내가 직접 녀석들을 짓눌러 버리고 싶거든 쥐덫에 걸린 쥐처럼…… 후후후…… 아하하핫!”
퍼억!
그 순간, 마녀의 허리에 걸치고 있던 벨트가 풀렸다.
마녀가 웃는 바람에 그녀가 애써 벨트로 조르고 있던 ‘뱃살’이 튀어나와 생긴 비극이었다.
“…….”
“…….”
한참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무, 뭐 하고 있어! 당장 가-!”
“네, 넵!”
카단이 나가고 나서야 세일럼은 터진 벨트를 주섬주섬 주워들었다.
“……아냐, 안 쪘어. 안 쪘다고…….”
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손에 잡힌 그녀의 뱃살은 손 안에서 푸릉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