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3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32화
나와 사총사는 인간들을 인솔해서 우리 아지트로 향했다.
인사불성이 된 검사는 푸크가 들쳐 메고 이동했다.
가벼운 가죽 갑옷 차림의 여성은 허벅지에 화살 관통상을 입었지만, 우리의 부축을 거절하고 나뭇가지로 목발을 만들어 짚었다.
“헨리, 정신 좀 차려봐…….”
그녀는 인사불성인 남성 검사를 걱정하며 곁에 붙었고, 당연하게도 우리를 잔뜩 경계하고 있다.
수녀처럼 보이는 인간 여성과, 딱 봐도 마법사처럼 보인 나이든 인간 남성은 제 발로 잘 걷고 있다.
그런 반면…….
“히엑, 헤엑! 헤에엑…….”
“로헨…….”
“저 인간 녀석, 저러다 죽는 거 아니냐?”
오크들이 진지하게 걱정을 할 정도로 사제인 카이란은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인간, 괜찮으냐?”
“히엑…… 괘, 괜찮……헤엑! 마르두크……크헥……신께서……헤엑! 제게 가호를…….”
“그 가호를 얻기 전에 먼저 숨이 넘어갈 듯 보인다만.”
나이가 지긋한데다 산적에게 두들겨 맞은 마법사 차림의 영감이 오히려 그를 걱정하며 말했다.
“소, 송구합……헤엑, 니다…… 오래 걷는 건……허억…… 오랜만인지라…….”
“카이란 사제님은 중앙 교구 출신이었죠. 중앙 교구에서 신학과 신성술에 전념하셨으니 체력이 좀 부족하신 것도 무리는 아니죠.”
‘아아, 그러니까 방구석에 틀어박혀 공부만 한 책상물림이시라 이거군.’
[스킬 : 근심안]근심안으로 카이란을 보니.
‘어이구…… 이거 심각하네.’
생각보다 더 심각한 근육 부족이었다.
거식증에 걸렸다 치료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던 회원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근육이 태부족인데, 배는 뽈록 나온, 전형적인 ET 체형의 마른 비만이었다.
‘이러니 겨우 이 정도 산행에도 지쳐 죽으려 하지.’
그런데 신기한 건, 걷지도 못할 거라 생각 했던 마법사 영감이 가벼운 부축만으로도 잘 걷고 다니는 것이다.
“나보다 카이란 사제를 우선 도와주게. 난 마법으로 신체를 움직일 수 있으니 괜찮네.”
“마……법?”
“호오, 인간의 말을 듣는 오크인가? 정말로 오랜만이로군.”
그러며 마법사 영감은 나를 신기하다기보단, 마치 잊고 있던 무언가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았다.
“과거엔 자네들과 같은 강하고 똑똑한 오크들이 많았지. 한때 그들과 함께 싸운 적도 있었고. 다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흥미롭긴 합니다만 영감님, 솔직히 지금은 영감님이 더 걱정스럽거든요!’
산적들에게 살벌하게 두들겨 맞은 데다 지금도 얼굴에 피멍이 들고 입술이 터진 모습의 영감님을 보니,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꿈틀거려서 못 참겠다!’
“인간 노인, 업혀라.”
“음?”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을 무시하지 못하고, 나는 그에게 등을 내밀었다.
“허허, 이거야. 자네는 평범한 오크는 아니로군. 아직 마법으로 버틸 만하다고 말했거늘.”
그는 정말로 힘들어서라기보단 흥미가 돋아서인지 내 등에 업혔다.
“자네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군그래.”
“나도, 그렇다.”
그러며 나는 에이크에게 다가갔다. 그는 내가 인간을 업고 있단 것에 불쾌함을 느낀 듯 눈을 찌푸렸다.
“에이크, 너는 저 카이란이란 인간을 업고 가라.”
“싫어. 왜 내가 인간 따윌 업고 가야 해?”
이 녀석이, 이젠 근육 좀 컸다고 반항기냐?
“에이크, 내가 설명했잖아. 이 인간들을 구해야 앞으로가 편하다고.”
“그건 알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아오, 진짜 반항기 들었나?’
확 두들겨 팰까? 안 돼, 참아 내 안의 참교육자. 일단은 잘 타일러 보자.
“에이크, 너는 머리는 좋은데, 머리가 나쁜 게 단점이야.”
“뭐?”
“무슨 말뜻인지 알고 싶다면 내 말을 따라. 그러면 너도 나와 같이 될 수 있을 거니까.”
에이크는 내 궤변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 말은 궤변이지만, 동시에 내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에이크는 넷 중에서 가장 리더 역할에 어울렸다.
무리를 지휘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나는 에이크를 단순히 내 옆의 근육 덩어리가 아닌, 유사시에 나를 대신하거나 내게 조언을 할 수 있는,
부관이자 오른팔, 2인자로 키워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녀석은 동시에 그 동안 귀하게 커온 나머지 독선적인 면이 있다.
‘그 부분을 누그러뜨리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거다. 리더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이지.’
녀석의 호기심은 제대로 자극하긴 했나보다. 그러니 녀석은 카카만큼이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네가 하는 말이니.”
“우, 우와앗!”
에이크는 투덜대면서 카이란을 번쩍 들어 어깨에 통나무처럼 들었다.
“일단은, 따르겠다.”
“그래.”
다행히 근육의 참교육은 필요 없이 잘 설득했다.
‘이 녀석, 조만간에 근육으로 기강 좀 잡아주긴 해야겠군.’
그래도 나름 녀석이 성장한 증거이기도 해서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자네, 즐거워 보이는구먼.”
등에 업힌 영감님은 또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나는 일단 근엄한 척 무시하기로 했다.
가죽 갑옷의 여성과 수녀 둘은 당연히 자기들도 강제로 들릴까 경계를 했다. 뭐 건강하니 알아서 쫓아오겠지.
물론 다리를 다친 가죽 갑옷 여성도, 카이란 만큼은 아니라도 체력이 부족한 수녀도 곧 험한 산세에 후회했겠지만.
*
“보스가 왔다!”
“로헨 보스!”
아지트로 돌아가자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도 나나 사총사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근육으로 자랐다. 그래, 저 정도가 오크의 기본 근육이지.
그리고 아지트도 이젠 여러 개의 오두막집이 새로 지어지고, 원래 있던 집과 프라이빗 짐도 증축, 개축되었다.
밭도 개간해서 넓어졌고, 최근엔 멧돼지나 사슴을 사육하는 것도 시도하고 있다.
“허허, 제법이로군. 자네의 무리도.”
“우리 부족, 아니다. 나만의 무리다.”
“그렇다면 더더욱 대단하네. 이렇게 인간 마을 수준으로 잘 정착한 산의 패럴 오크(Feral Orc)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어.”
내 등의 마법사 영감은 아지트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최근에 새로 지어진 원래 창고 용도였던 건물을 열고 인간들을 그곳에 두었다.
“인간, 여기서 지낸다.”
나를 바라보는 인간 넷에 그렇게 말했다.
“하, 하지만! 이런 창고 같은 곳에서 지내라니! 여긴 심한 부상자도!”
“걱정 마라.”
덜컹!
내 말과 동시에 뒤에서 사총사를 비롯한 오크 아이들이 몰려왔다.
“로헨, 침대 가져왔다!”
“여기 짚 이불과 베개도!”
“붕대도 가져왔다!”
“붉나무 열매 즙 졸인 거도!”
“엥?”
갑자기 오크 아이들이 줄줄이 뭔가를 막 가져오더니, 들어와서 침대를 놓고 이불과 베개를 펼쳐놓았다.
그 일사불란한 광경에 모든 인간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침대, 있다. 여기에 부상자를 눕혀라. 여자, 너도 부상 있다. 누워라.”
“어, 응…….”
내 말에 가죽 갑옷의 여성과 전사는 오크 아이들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 누웠다.
“인간 마법사, 너도.”
“허허. 고맙군. 이런 산골짜기에서 침대에 누울 줄이야.”
마법사는 허허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보리 짚을 잔뜩 넣은 이불과 베개의 푹신함이 맘에 든 모양이다.
“자, 이거도 마셔라. 기운 날 거다.”
붉나무 열매와 꿀 등을 섞은 오크 특제, 스포츠 드링크도 나눠주었다.
다들 처음엔 머뭇거리다 내가 먼저 마시자 하나 둘 마시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거, 맛있어.”
“마치 꿀술 같은데…… 이 짠맛과 단맛이……!”
“허허, 마법도 이 정도로 기운이 나게 만들어 주진 않겠군.”
다들 스포츠 드링크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특히 거의 인사불성이던 카이란도 마시자 기운을 차린 듯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 부상당했다. 부상 치료한다.”
그러며 나는 물통과 붉나무 열매를 졸여서 만든 고농도의 소금물을 꺼냈다.
“상처를 물에 씻고 이걸 바르고, 이 약 바른 뒤 상처를 싸매라. 그럼 금방 나을 거다.”
카카가 직접 시범을 보이려 하자 여자가 가로막았다.
“건드리지 마! 내가 할 거야!”
카카는 그러라는 듯 물러서고, 여자는 반신반의 하는 눈치임에도 전사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여자, 다리에 부상 있다. 다 끝나면 치료해라. 마법사, 너도 얌전히 받아라.”
“허허 고맙네. 오크의 치료를 받게 될 줄이야.”
카카와 아이들은 마법사의 몸을 치료했다. 마법사는 마법의 영향인지 치료의 고통에도 크게 아파하진 않았다.
“카이란, 이제 말할 수 있나?”
“네에…… 덕분에요.”
카이란이 한숨을 돌리자 나는 그와 마주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저는 사실 변방 순례로 이곳 슬란 산맥 지역에 저쪽의 크리스틴 수녀와 함께 오게 됐습니다. 저 마법사분과 전사 분, 레인저 분은 저희 호위를 맡아 주신 지역의 모험가분들이시구요.”
‘역시 모험가들인가. 판타지스럽군.’
“처음엔 그저 슬란 산맥을 건너서 아래에 있는 제국 최외곽 정착지인 ‘로아노르’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것입니다.”
“뭘 말이냐?”
“‘흑마련’의 군대 말입니다.”
‘흑마련……!’
이…… 뭐였더라? 라고 생각하다 떠올랐다.
‘아, 그 어머니 시절 오크들이 인간과 함께 싸웠다는 것들인가? 근데, 아직도 남아 있나 보네.’
“고블린, 오거들로 가득한 사악한 군대가! 저 슬란 산맥 너머에서 하나 둘 모이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어… 이건 생각보다 꽤 심각한 사항인가?’
“그 뒤로 전 모험가들과 이 일을 급히 로아노르에 전하기 위해 서둘렀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산적들이 우리를 추격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산적들을 뿌리치고 때론 반격해도 계속해서 우릴 추적했으니. 일반적인 산적이 할 행동은 아니야.”
“결국 부상자가 속출해 우린 잡혀버리고 만 겁니다.”
“분명히 그 녀석들, 흑마련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거라니까! 아야야야…….”
레인저라는 여자가 볼멘소릴 하다 그제야 상처가 아파졌는지 다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일단 살려두긴 했는데, 설마 이런 큰 문제를 알게 될 줄은 몰랐군.’
위험을 감수한 모험을 한 보람은 있었다.
그럼 다음은 이제, 이 녀석들을 어떻게 잘 살리는가인데.
“경애하는 세계의 창조주, 마르두크시여. 저의 기도를 받아 주셔서 상처 입은 이를 치유해 주시옵소서…….”
화아악!
“어?”
“우왓, 빛이다!”
“어디서 불났냐!”
나도 갑자기 일어난 불에 조금 당황해서 살펴보니,
“응?”
수녀가 전사의 곁에서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자 빛이 일어나 전사의 몸에 감도는 것이었다.
“하아…….”
그러자 인사불성 상태에도 끙끙거리던 전사가 순간 편안해진 듯 한숨을 쉬었다. 안색도 좋아졌다.
“뭐하는 거냐, 그건?”
“읏…….”
내 물음에 수녀는 두렵다는 듯 움찔거렸다. 이런, 아직 경계심이 크군.
“저건 신성력입니다. 저희 마르두크 교단의 성직자들이 다룰 수 있는 신성한 힘이죠.”
급히 카이란이 끼어들었다.
“신성력. 저 영감 쓰는 거하고, 다르나?”
“전혀 다르지. 우리 마법사들의 마법은 마나를 이용한 걸세.”
‘여느 판타지 게임과 비슷한 설정이긴 하군.’
“그래서, 저 신성력을 왜 썼나?”
“신성력엔 부상, 상처, 저주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마법으로도 신체 치유는 가능하지만 억지로 상처를 메꾸는 거라 부작용이 크지. 신성력의 치유는 몸의 자연 치유력을 크게 증폭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부작용은 없고, 무엇보다 효율이 비교할 수 없이 좋아.”
‘오호, 자연 치유력 증가라니! 이런 좋은 기능이!’
그 치유 능력을 잘 활용하면 무한한, 그리고 빠른 근 성장을 할 수 있겠어!
“응? 그런데, 카이란. 너. 사제?”
“예…… 사제입니다만…….”
“너는 왜 신성력, 안 쓰냐?”
“그, 그게…….”
카이란은 순간 눈을 뱅글뱅글 돌리더니,
“……체력이…… 안 됩니다.”
“하?”
뭣이라, 방금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 들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