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34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33화
“체력이?”
카이란의 체력이 저질인 건 이미 확인한 바인데,
“예…… 저 신성력은 정신력을 소모합니다. 그리고 그 정신력은…….”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알고 있다.”
스포츠에서, ‘정신력으로 신체 능력을 뛰어넘는다!’ 같은 말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그건 틀렸다.
정신력은 육체에서 나온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뚱이에서 얼마나 의지가 솟구치고, 얼마나 인내심이 나오겠나.
정신은 결국 육체에서 나온다. 고로 정신력을 소모하는 신성력의 발휘도 육체에서 나온다.
“인간 사제, 너의 몸은, 약해빠졌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카이란은 고해성사를 하듯 풀 죽어 말했다.
“저도 신성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저에게 화가 납니다. 너무도 약하게 태어난 몸을 원망한 적도 많습니다! 그럴수록 더욱더 신에게 기도드리며, 부디 제게 힘을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렇지만…….”
“너는, 잘못 찾았다.”
“예?”
조상님께 제사 지내주면 봉 무게 들어주시는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육을 키우고, 힘을 키우고, 체력을 키우는 것은 결국 피땀 흘리며 단련과 운동을 하는 것 말곤 없다.
“네가 아무리 기도한들 신은 너의 체력을 붙여주지 않는다. 아니, 기도도 제대로 못 드렸을 텐데.”
“윽!”
카이란은 뜨끔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너무도 약한 체력 탓에 기도 때는 거의 기절하기 일쑤였기에.
그렇기에 더욱 신에게 기도를 드리길 반복하지만, 결국 악순환이었다.
“그, 그건! 제가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네 몸을 스스로 깎아내리지 마라!”
‘어라, 나 왜 이렇게 언어가 유창하게 나오냐?’
나의 일갈에 인간들이 움찔했다. 너무 목소리가 컸나?
“너희의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 그러면 너의 몸도 신이 창조한 것이다. 맞나?”
“그, 그렇습…….”
“그럼 네 몸을 약하다 비난하는 건, 네 몸을 만든 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맞나?”
“그, 그건…….”
카이란은 내 말에 아무런 반론도 제기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약하게 태어났을 수 있다. 키가 작게, 근육이 잘 안 커지게, 그렇게 태어날 순 있다. 하지만.”
나도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까.
키가 10cm만 더 컸으면. 테스토스테론이 마구 분비되는 몸이었으면.
그렇게 바라던 시절도 있었지만, 잠시였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어 봐야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신도 네 몸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그, 그런…… 신께선 신실함만이 있다면……!”
“신은 너의 몸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만으론 부족한가?”
“앗……!”
내 말에 카이란은 번쩍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신이 만들어 준 몸을 강하게 가꾸는 건 너의 몫이다. 기도하는 것과 같은 거다.”
그러며 나는 카이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해라. 단련을 하는 것은 다음이다.”
“……네? 아니 전, 그 단련? 이란 걸 한다고 말은 안…….”
“넌, 한다. 신이 주신 이 몸을 가꾸기 위해.”
아니, 신을 위해서도 아니고 내가 시킬 거다! 왜냐 하면!
‘네 그 사기적인 신성력이란 스킬이 탐나거든!’
“그러니까 쉬어라. 먹어라!”
따악!
우르르르!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세상의 절반이 사라……지진 않고 다시 오크 아이들이 우르르 왔다.
“로헨, 먹을 거 가져왔다!”
“보리죽! 육포! 과일!”
자고로 회복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뭐든 잘 먹어야지!
미리 죽은 먹기 좋게 잘 갈아서, 육포도 빻아서 죽에 넣어 먹기 좋도록 만들어 놓도록 지시했다.
“저 인간 남자는 정신 차리면 먹으라 하고, 먼저 맨정신인 사람부터 먹어라.”
그러며 아이들은 인간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얌전히 받는 와중,
“저, 저리 가!”
“으앙!”
콰창!
레인저 여성이 경계하며 내밀어진 그릇을 엎어버렸다.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또 나오게 만드네!’
“쿠와아아!”
“힉!”
나는 엄청난 사자후와 함께, 레인저 여성에게 다가갔다.
여성은 내게 압도당해 겁에 질려 움츠러들었다.
“나, 나나…… 주, 죽일 거야……? 드, 드디어 본색을…….”
“인간!”
“히이! 제발 목숨만은!”
나는 엎어진 그릇을 다시 주웠다. 죽이 걸쭉해서 다 엎어지진 않았다.
“먹을 걸 소중히 해라!”
“에?”
레인저 여성은 내가 들이민 그릇을 보고 멍해졌다.
“먹을 것! 영양이 되어 몸이 된다! 먹을 것을 소중히 하지 않는 자! 성장하지 못한다!”
“엣, 어…… 그…… 죄송……합니다?”
나는 숟가락으로 죽을 한 번 떠먹었다.
‘내가 기미상궁 노릇까지 해야 하냐 이 망할 인간들아.’
“주는 대로 먹어라! 먹고 회복해라!”
“으, 네 네에…….”
내 윽박지름에 여자는 겨우 그릇을 받아들였다.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주는 대로 좀 먹어라! 먹을 걸 소중히 해라!”
“네, 네에…….”
“맘에 드는 말이로군! 그렇지 먹을 건 소중하지!”
마법사는 껄껄 웃으며 먼저 숟가락을 들어 죽을 먹었다.
“흐음! 간이 좀 세긴 하다만 나쁘지 않군! 아니, 오히려 어지간한 여관의 영원의 스튜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
인간 입맛엔 안 맞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마법사 영감은 꽤 호평이었다.
꼬르르륵~.
그것이 안 그래도 허기진 인간들에게 자극이 되어서 다들 배에 꼬르륵 소리가 났다.
“자, 어서들 들게! 독 같은 건 없을 테니!”
마법사의 채근에 다들 결국 한 입씩 뜨고,
“어?”
“어…….”
깜작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죽을 퍼먹는 숟가락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민물고기 젓갈이 들어가 좀 호불호 갈릴 줄 알았더니 괜찮은가 보네.’
하긴 전근대의 음식들을 생각하면 이 사람들에게 이 정도 호불호 정도는 별것 아닐지도?
‘오히려 전근대에 모자란 감칠맛이 더해져 호평일 지도 모르지.’
“그런데, 이 붉은 가루는……?”
“아, 그거 고기다.”
“오, 고기! 그렇군. 가루를 내 죽에 섞어 먹으라는 건가? 이거, 이가 시원찮은 늙은이에겐 참 좋군.”
“부상자에게 먹일 거다. 그 정도는 당연.”
“어……저기.”
그 말을 듣자 순간 수녀와 카이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이건, 못 먹습니다…….”
“뭐라?”
아니 이 자식들이 지금 고기를 못 먹겠다고?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아니 내가 그동안 먹어온 짐승들의 혼이 용서 못-.
“어이쿠 이런, 그걸 생각 못 했군. 모험가들에겐 예외라 말이지.”
“무슨 말이냐?”
“마르두크 교단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그래서 가급적 생물은 먹지 않는다네. 주로 육고기들은 말이지.”
‘아하, 그렇군. 불교처럼 종교적 교리에 따라 못 먹는 거란 말인가.’
“뭐어, 물론 교리에 명확하게 ‘먹으면 안 된다’라고 못 박은 건 아니다만. 아무래도 교단 사람들은 좀 강하게 지키는 편이지.”
“흐음.”
“뭐 그런 게 다 있냐!”
“우리가 기껏 소중한 단백질을 줬는데 못 먹는다니!”
“인간 주제에!”
이에 푸크와 우르, 에이크가 강하게 반발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솔직히, 나도 맘에 들지 않는다.
살라고 먹을 걸 줬더니 투정이나 부리고.
‘그래도, 험악하게 할 것까지 있나?’
“영감. 저 사제들, 육고기만 안 먹나?”
“뭐 그렇네. 해산물은 딱히 가리진 않네. 물의 것들에겐 영혼이 없다나? 무슨 이중 잣대냐 싶지만 뭐 교리가 그렇다니 말일세.”
‘역시. 그렇다면 이 방법을 쓸 순 있겠네.’
옛날 일본도, 고려도 불교 때문에 육고기 먹는 문화가 뒤떨어졌었지.
그리고 일본엔 그 눈치를 보며 육고기를 먹는 방법이 있었고.
그걸 써먹자.
“인간 사제.”
“네, 네에…….”
“이건, 짐승 고기가 아니다.”
“네?”
‘이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요?’라는 표정으로 뻔뻔히 말을 이어간다.
“이건 짐승의 고기가 아니다.”
“아, 하지만…….”
“이건 산에서 나는 ‘연어’의 고기다.”
“예?”
“연어의 고기 색은 어떠냐?”
“붉……죠?”
“이거 색은 뭐냐?”
“붉습니다…….”
“그러니 이건 연어 고기 말린 거다.”
“하, 하지만 아까-.”
“연어! 고기엔 단백질이 풍부하다.”
“아니 아깐…….”
“연어! 고기에 풍부한 단백질은 너의 살과 근육을 만들어 줄 거다.”
“에에…….”
“그러니, 먹어라.”
“하지만…….”
“너희 신은, 자살을 허락하는가?”
“예? 아, 아니요…… 자살은 우리 마르두크 교단에서 절대 금기…….”
“너의 몸을 돌보지 않는 건 너의 몸을 스스로 해치는 거다. 그게 자살과 다를 게 있나?”
“……아니요.”
“그러면 어찌해야 신이 주신 몸을 잘 유지하여 자살하지 않게 될까.”
“……몸에 좋은걸, 먹는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군. 정답이다. 나는 육포 가루를 죽에 손수 뿌려주었다.
“자, 이 ‘연어 가루’가 들어간 죽을 먹어라. 신이 주신 몸을 회복시켜서 키워라.”
“으…….”
“먹지 않으면 곧 시작될 나의 단련에 견디지 못한다. 자살하고 싶으냐?”
아직도 주저하는 모습에 내 인내심도 슬슬 한계다.
‘빨리 안 먹으면 나도 지금 뒤에서 으르렁대고 있는 사총사처럼 확 무력 행사에 들어갈지도 몰라?’
“참고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기도 시간도 길어질 거다.”
“예?”
그 말이 내가 줄 마지막 자비였다.
그러더니 카이란은 순간 고민하는 표정으로 죽을 내려다보았다.
“……연어죠?”
“연어다.”
카이란은 고민이 끝난 듯하더니,
“합!”
‘연어 가루’가 들어간 죽을 먹는다.
“음?”
안 그래도 괜찮은 맛의 죽에 고기가 들어간다?
심지어 저 육포는 정성스레 소금 간을 하고, 숲에서 찾아냈던 초피 같은 향신료를 듬뿍 바른 한 특제라고.
‘맛있는 거에 맛있는 게 더해지는데 그게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카이란은 거의 정신없이 죽을 퍼먹기 시작했고, 그러자 수녀도 꿀꺽 침을 삼키더니 이내 똑같이 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럼. 신앙심도 대의명분과 허기와 맛 앞에선 잠시 접어둘 수 있는 거지.
그렇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사를 제외한 인간들의 식사는 순조롭게 끝났다.
‘이렇게 정성 들여 살려놓은 값은 해야 할 텐데.’
*
그리고 며칠 뒤.
“으음…….”
“헨리! 정신이 들어?”
“나, 나는 여기…… 어떻게…… 살아 있지?”
가장 상태가 안 좋던 전사 헨리가 깨어났다.
‘이거로 인간들 대부분 대충 회복되었나.’
처음엔 전사 헨리가 깨어나면 난리를 치지 않을까 걱정은 했는데, 녀석은 자초지종을 듣고 날 만나더니,
“미안하군. 신세를 졌다.”
의외로 선선하게 내게 감사를 표했다.
‘이건, 같은 전사에 대한 예우인가? 아니면…….’
[인간 헨리가 당신의 근육에 깊은 인상을 느끼고 있다]‘……역시 전사라 이 멋진 근육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인가?’
뭐 어느 쪽이든 고민 하던 일이 해결된 것은 잘된 일이다.
“몸이 회복될 때까진 이곳에 지내라. 내가 너와 다른 인간의 안전을 보장한다.”
“고맙네. 오크 전사의 이야기는 내 부모님에게서 들은 게 전부인데 인상적이군.”
그는 아직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쉬어라. 몸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라. 나머진 내게 맡겨라. 전사로서 보장한다.”
사나이 사이의 말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다음은,
“카이란 사제.”
“앗, 네.”
“몸은 이제 괜찮나?”
“네…… 이제 피로한 곳은 없습니다. 오히려 철야기도 없이 잠을 푹 자서 평소보다 더 나아진 것 같기도…….”
그렇겠지. 수면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니까.
“좋아, 그렇다면 때가 되었다.”
“예?”
“너를 단련시켜 주마.”
*
“오늘부터 이 오크 아이들을 따라서 아침에 구보를 한다.”
“예? 뛰라고요?”
로헨 무리의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 매일 아침 구보로 유산소를 단련한다.
물론 나나 사총사급 정도가 된다면 숲의 정찰을 겸하기 위해서 구보 정도로 끝나진 않겠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보를 시킨다.
“그래. 그것부터 시작이다.”
“자, 얘들아! 뛰는 시간이다!”
오오오!
익숙한 아이들은 우리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조장의 명령에 따라 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시작!”
“엑?”
“뭐 하고 있나, 카이란. 저 아이들을 따라 뛰어라!”
퍽!
“으아악!”
카이란의 등을 살짝 밀자, 카이란은 당혹스러워 하며 먼저 출발하는 아이들의 뒤를 헐레벌떡 따라 뛰었다.
‘저 사제를 그래도 사람 같은 몸으로 만들기 위해선 좀 시간이 걸리겠군.’
손과 발이 같이 나가며 뛰는 카이란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