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4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46화
“옷 벗어라.”
나는 세일럼과 단둘이서 보며 바로 그렇게 말했다.
“꺄악! 역시 본색을!”
“그 머릿속의 도색잡지 좀 치우지?!”
“절대로 싫어! 남에게 내 몸을 보이기 싫어!”
나도 굳이 세일럼의 맨몸을 직접 볼 필요는 없다.
이미 내 근심안으로 녀석의 몸은 이미 분석이 끝난 상태다.
그럼에도 굳이 여기서 옷을 벗어보란 건 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녀 자신의 의지를 돋우기 위해서다.
자신의 몸을 직시해야만 하니까.
“네가 지금 거절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벗어!”
“으!”
저항을 해 봐야 결국 괴로워질 뿐이란 걸 알고 있는 세일럼은 결국 이를 악물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됐어?”
위아래의 펑퍼짐한 속옷만을 입은 그녀의 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성의 마른 비만이다.
옷으로 감추기 쉬운 배와 팔뚝, 그리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집중적으로 찐, 이른바 ‘거미형’ 유형이다.
이유는 하나. 운동을 하지 않고 먹기만 할 때에 주로 발생하는 유형이다. 게다가 근육량도 형편없다.
“늘 검고 펑퍼짐한 원피스와 팔을 가리고 다니는 건 그 몸을 감추기 위해서겠지.”
“으…….”
“너도 자신의 몸이 보기 싫은 걸 거야. 그렇지 않나?”
“그, 그래서 뭐! 나, 난 검은 마녀 세일럼이야! 그런 내가…….”
세일럼은 화를 내다, 자학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이런 몸인 걸 사람들이 알면…….”
“그래, 그럴 수 있다.”
“뭐?”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자신의 몸이 예쁘거나, 멋지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지. 떨어지는 자신감을 메꾸기 위해 자신을 감추거나, 아니면 과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으, 읏…….”
“아마 네가, 산적들을 이끌고 카이란 사제들을 괴롭힌 것도, 모두 그 일환이었을 거다.”
“네가 뭘 알아! 난…… 그 더러운 마르두크 사제에게-.”
“네가 무슨 사정이 있건! 약자를 스스로의 손도 아니고 부하를 시켜 괴롭힌 건 변하지 않는다!”
“으…….”
내 일갈에 그녀는 주눅 들어 고개를 숙였다.
“만약 네가 진심으로 복수를 하고자 했으면 스스로 나서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부하들을 희생양으로 앞세운 뒤, 마지막이 되어서야 마지 못한다는 듯 나섰지! 그 음험함! 비겁함! 나는 싫다!”
“뭐야……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그래 모른다! 하지만, 네가 그런 성격이 된 원인은 고쳐줄 수 있다!”
그러며 나는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했다.
[스킬 : 포징 발동] [카리스마 효과가 극대화됩니다]“으꺄악! 뭘 보여주는 거야!”
“너도, 나와 같은 멋진 몸으로 만들어주겠다!”
“뭐, 뭐?”
입으로는 꺅꺅거려도 나의 근육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눈은 솔직하군!
“나와 같이 지방 없는, 탄탄한 근육! 얇지만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근육질 몸! 마음먹은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상대도 상대할 수 있는 강인한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
“어…….”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널 괴롭히고 있는 모든 문제의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무, 무슨…… 모든 게 그렇게 될 리가…….”
“날 봐라! 나는 이 육체만으로 너의 마법을 이겨냈다!”
나는 양손을 들어 상완근과 대흉근이 강조되는 포즈를 취했다.
[스킬 : 포징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대상이 시전자의 말에 설득되기 시작합니다.]“마법사 영감도 상처입고 마나도 떨어졌지만! 나의 훈련을 받고서 너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진짜로?”
“그렇다! 분명, 몸을 단련하면 마법력도 함께 증진되는 것이 분명하다! 나쁜 영향이 있을 리 없지!”
좋아, 흥미가 드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말했듯, 나는 네 능력이 필요하다. 너의 그 무게를 짓누르는 마법이, 나의 단련을 위해 필요하다!”
“어…… 지, 진짜로 내 몸이 목적이 아니라 내 마법이 필요한 거였어?”
“말했지만, 나는 네 몸 따위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네 능력이다! 그러니 널 살린 거다!”
그러며 나는 손을 뻗었다.
“난 거래를 원한다!”
“거래……?”
“난 네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네가 가진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니 내게 모든 걸 알려주고 네 능력으로 날 도와다오! 대신, 나는 네게!”
다음으로 업도미널 앤 타이 자세를 취해 보였다.
“나와 같은 멋지고 강인한 몸으로 널 만들어 주겠다!”
“……그러고 나서.”
‘넘어왔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만약, 내가 강해져서 종속의 마법도 풀고, 너를 배신한다면?”
“그럼 내가 약해진 거니 아무 문제없다. 약하면 당한다, 그건 당연한 법칙이다!”
“읏…….”
세일럼은 그 말에 눈이 데록데록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눈을 돌려댔다.
“……좋아.”
“거래 성립인가?”
“좋다고! 날 강하게 만들어 줘! 그러기 위해선 너한테 쓴물 단물 다 빼주겠어! 그리고…… 반드시 강해져서, 세상에 복수를 계속할 거니까……!”
좋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각오가 서린 눈빛은 언제나 멋지다.
“그래, 자 그렇다면 마음을 굳게먹고, 우선 이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어라!”
그러며 난 거칠지만 튼튼하고 움직이기 편한 로헨 무리의 반바지와 셔츠를 주었다.
“……이걸 굳이 입어야 해?”
“일단 시작하면 옷을 갈아입은 것에 감사할 것이다.”
“읏…….”
세일럼은 투덜대면서도 주섬주섬 입었다. 흠, 배가 좀 나왔지만 내가 보기엔 마녀 복장보단 훨씬 낫군.
“아, 그리고 긴 머리카락도 귀찮을 테니 묶어두는 게 좋다.”
“머리까지 이러쿵저러쿵 하기야?”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가 건네준 머리끈으로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크으…… 얼마든지 오라고! 죽기야 하겠어!”
나중에 그 말이 그대로 돌아올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첫 지시를 내렸다.
“우선 날 보면서 스트레칭을 따라 한다.”
“뭐?”
그러며 나는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뭐, 뭐야. 엄청 겁주더니…….”
세일럼은 나를 따라 엉거주춤 자리에 앉아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은 시작은 편하겠지. 하지만 곧 이것도 곡소리 나오는 건 금방이다.
우드드득!
“꺄아아악! 악! 아파! 아프다고-!”
“어이쿠 회원님. 몸이 많이 굳으셨네, 충분히 풀어주시지 않으면 나중에 운동하시다 다쳐요!”
“이건 그냥 고문이잖아! 죽여! 괴롭히지 말고 그냥 죽여 꺄아아악! 아파! 아파요! 제발, 그만! 그마안!”
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으며 살포시 그녀의 허리를 눌러 근육과 인대를 펼쳐주었다.
*
“헤엑! 헤에엑! 히에엑……!”
이어지는 아침 구보에서 당연 하지만 세일럼은 죽으려고 했다.
“자, 인간 여자! 이제 거의 다 왔다! 좀만 더 힘내라!”
“모, 못해…… 헤엑…… 나, 죽…… 우에엑…….”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뭐 하나!”
“세일럼, 최선을 다해 뛰어라!”
“아아악, 또 명령이야. 저 빌어먹을 오크 놈아! 죽여! 날 그냥 죽여어!”
내 명령에 힘입어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세일럼은 다시 몸을 일으켜 달리기 시작했다.
뭐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좀 무리를 시키긴 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은 내 전생의 세계보다 튼튼하니까.
‘어지간한 부상은 카이란의 신성력이면 나으니까.’
그리고 그 카이란은.
“훗! 훗! 훗! 훗!”
“오옷!”
“저 인간, 벌써 세 바퀴째다!”
로헨 무리의 일반 오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운동복 아래로 드러난 그의 몸은 마른비만의 지방이 걷히고, 조금씩 근육이 올라오고 있었다.
본인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상당한 운동러의 원석이었던 거다.
“크으, 사제 주제에 꽤 하는데?”
“소니아, 레인저가 사제에게 달리기로 져서 되겠어?”
“헨리 너한테 맞추느라 속도 늦춘 거거든! 아 정말! 그러면 내가 본때를 보여 주겠어!”
다다다닷!
그러며 소니아는 헨리의 곁을 떠나 달려간다.
“앗, 사부 그럼 저도!”
그리고 카카도 그 뒤를 따른다.
‘좋군, 이렇게 서로 자극을 주고 상승하는 이 분위기, 아주 좋다.’
이렇게 서로를 자극하고, 운동을 할 동기를 부여한다. 그 결과는 몸에 그대로 나타난다.
‘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운동의 즐거움, 그리고 근육의 멋짐을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이제 어찌할 건가?”
“영감.”
영감도 이제는 나이보다 훨씬 건강하게 달리고 있어서 일행의 뒤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던 나의 옆에 왔다.
“적은 해치웠네. 세일럼도 자네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럼 이제 뭘 할 텐가?”
“자신들을 어쩔 텐가도 아닌, 내가 뭘 할 건가를 묻다니. 특이하군.”
“나야 뭐 살 만큼 살았으니 상관없네만, 자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더 궁금하거든!”
그러며 나를 보는 영감의 눈빛은 확실히 깊은 눈빛이었다.
그냥 실없는 소리로 하는 말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이 영감은 아직 이름도 알지 못했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나를 방해하거나, 내게 어떤 위해를 가하려는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렇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일단 영감네는 모두 풀어줄 거다. 최대의 적은 해치웠으니, 더 볼일은 없지. 몸도 다들 회복되었고.”
“오오, 그건 고마운 말이로군. 그럼 자네는?”
“나도 곧 산을 내려올 거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내 가족, 내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
“……그건 나도 흥미롭군.”
영감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배운 이 운동법, 잘 써먹겠네. 그동안 신세 졌네 근육의 오크여.”
*
그리고 나는 영감에게 말한 것처럼 카이란 사제의 일행을 떠나보냈다.
“정말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 로헨 님.”
“내려가다 또 산적이나 도적에게 붙잡히지나 말아라.”
“물론이죠! 이젠 저도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러며 카이란은 씩 웃어 보였다. 처음 봤을 때의 소심하고 주눅 든 듯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믿는 신은 다르겠지만, 그대들에게 마르두크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시, 신의 가호가 있기를!”
“자네에게 빚을 졌네! 위대한 전사 오크여! 다시 보세나!”
“흥, 밥은 꽤 맛있었어…….”
“언젠가 또 볼 날이 오겠지! 그때를 기다리겠네!”
그러며 일행은 떠나갔다.
“사부에게 좀 더 배우고 싶었는데.”
“흥, 인간들이 떠나가서 속이 시원하네.”
“그래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지. 함께 싸운 전우고.”
“맛있는 요리법을 많이 알려줬다!”
다들 티는 내지 않아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함께 생활하고 함께 싸운 이들이 떠나간다.
비록 서로 앙숙인 종족이라고 해도 역시 같은 지붕에서 한솥밥 먹고 함께 싸운 정이 들어서 시원섭섭해했다.
“뭐, 너무 그러지 마라. 뭐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우, 우리가 뭘!”
“인간 따위가 사라져서 속이 다 시원하네!”
그 말에 나는 쿡 웃었다.
“그런데…….”
문득 우르가 뒤에 멀뚱하게 남겨진 세일럼을 가리켰다.
“……저건 왜 안 가냐?”
“저건 내 꺼니까.”
게다가 저 모험가들 따라가 봐야 범죄자로 잘하면 감방, 운이 나쁘면 처형이라도 당할 테니까.
세일럼으로서도 여기에 내 종으로 남아 있는 게 낫지.
“로헨, 혹시 우리는…….”
문득 카카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카카는 사총사 중에서도 가장 지능이 높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높다.
가깝게 지낸 소니아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분명 바깥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터다.
‘그렇다면, 역시 데려가야 할 건…….’
“일단 나는 이번 일의 마무리를 족장님께 말하러 갈 거야.”
“응.”
“다들 평소대로 하고 있어. 아, 세일럼은 매일의 루틴대로 계속 감시하고. 나중에 나한테 보고해 줘.”
내 말을 엿들은 세일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뭐 당연하지.
“그럼, 다녀올게.”
*
“로헨.”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보고해 드리러 왔습니다.”
다른 오크들이 쏘는 고까운 시선을 받아들이며 나는 족장 버라던을 찾아갔다.
“그래,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지.”
나는 버라던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
나를 당장이라도 잡아 죽일 듯 노려보는 체이카의 시선을 훗 웃어넘기며.
“저 자식이…….”
“저 녀석이 언제까지 특혜를 받고 날뛰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겁니까?”
“걱정 마라. 내가 언제까지 저놈을 그냥 둘 줄 알고……?”
하지만 솔직히 이젠 아무리 나름대로 단련을 하더라도 도저히 힘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내가 다 방법을 생각해 뒀다……. 놈의 명줄도, 이제 오래 가지 않을 거야.”
체이카는 오크답지 않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