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4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47화
“제가 공언한 대로, 인간 모험가들과 힘을 합쳐서 도적단을 해치웠습니다.”
“그래, 그건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싸웠던 인간들은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
내 말을 들은 버라던 족장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렇게 쉽게 보냈나? 그들이 돌아간다면-.”
“뭘 우려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보낸 것은 우선 첫 번째, 그들은 인간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의 존재를 인간들에게 말할 자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의리가 있는 인간들이었다. 이건 그저 내 감이자 바람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그럴 거라고 믿는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데리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결국 네 바람과 생각일 뿐이지 않나.”
“그래서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 이유라.”
“이건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 오크들 전체에게 있어서도 위기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인간들을 보낸 것입니다.”
“위기……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인간 사제에게 들은 것, 그리고 이제는 제 소유물이 된 마녀를 통해 확인된 겁니다. ‘흑마련’의 군대가 슬란 산맥 너머에서 이쪽을 향해 진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흑마련이……!”
버라던은 당연히 그 이름을 듣자마자 경악했다.
“말도 안 돼……. 흑마련은, 연합과 우리 오크 제국의 맹공으로 재기불능이 되었을 터, 슬란 산맥을 넘어와 다시 공격을 할 여력은……!”
“그때로부터 세월이 흘렀죠. 얼마든지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일 터입니다.”
“으음…….”
버라던은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이건 마녀…… 세일럼의 입으로 들은 것입니다. 그녀는 마법으로 저의 종속이 되었으므로 거짓말도 하지 못합니다.”
*
“나는 딱히 흑마련의 소속은 아니었어.”
세일럼은 나의 심문에 그렇게 운을 떼었다.
“나는 그저 원수인 마르두크 교단의 놈들을 해치우고, 날 무시하는 놈들을 박살 내며, 도적단 같은 시답잖은 놈들을 내 부하로 삼으며 살고 있었지…… 그러던 중에, 흑마련의 ‘흑마법사’라고 하는 녀석이 나와 접촉했었어.”
“흑마련.”
“과거에, 대략 20년 전 쯤 인간과 엘프, 드워프 등 인류 종족들의 ‘연합’과 대륙 규모로 전쟁을 벌였던 놈들이지. 뭐, 그땐 난 기억도 제대로 안 날 정도로 어린애였으니까 알게 뭐람.”
‘그럼 대략 20대 초, 아니면 중반인가. 그런 것 치곤 약간 노안인데?’
마음 씀씀이가 외모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아니면 지나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 외모에 영향을 끼친 것일까.
“……너 지금 이상한 생각 했지.”
“하던 말이나 계속해라.”
나는 쿨하게 그녀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신문을 진행시켰다.
“아무튼…… 그래서 녀석들은 지금 ‘제국’의 영토인 슬란 산맥 너머로 첫 진격을 앞두고 있었어.”
“진격…… 녀석들은, 연합과 전쟁을 벌일 생각인가?”
“이번 진격은 주력이 진격하려는 것은 아니야. 양동 겸 위력정찰을 하려고 하는 거야. 인간 제국과 흑마련의 ‘검은 영토’ 와의 최고 접경지인 로아노르 정착지, 그걸 넘어서 ‘바인 공국’의 바남시에 이르기까지 진격할 정도의 규모야.”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인가?”
“나도 그건 정확히 몰라. 다만, 고블린과 코볼트가 주력, 일부 트롤들이나 다른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어. 이것도 당장 흑마법사가 이끌고 있는 위력정찰군의 규모야.”
“흐음.”
“나도 모인 군대의 규모를 본 적은 없어. 그저 녀석들과 계약을 맺었을 뿐이고, 계약대로 할 뿐이지.”
“그리고 사제를 잡을 수 있다는 사적인 욕심도 있었고.”
“……그놈들은 내 부모님과, 내 친구와 이웃들을 이단으로 몰아 죽였어. 난 정당한 복수를 하는 거야……!”
그 점에 대해선 내가 알지도 모르고 뭐라 할 일도 아니다. 나는 말을 아꼈다.
“카이란도 흑마련의 군대를 봤다는 것만 말했지 그 규모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군.”
“그들이 먼저 향할 곳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들의 정착지인 로아노르라고 들었어. 비록 작은 마을 규모의 정착지라지만 제국의 국경 최전선이니까 상당히 방비가 잘 되어 요새나 다름없는 규모지.”
세일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듣기론, 그 로아노르조차 간단하게 무너뜨릴 정도의 병력이라고 하더군.”
“……그런 녀석들이 이 슬란 산맥을 넘어온다면.”
“너희 조그만 오크 마을 따위, 순식간에 짓밟힐 거야.”
아니, 사실은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
어쩌다 운 좋게 녀석들의 군대에서 마을을 지켜낸다 한들, 흑마련의 진격이 계속되는 걸 막아낼 순 없다.
‘게다가 우리 오크들이 국가 규모의 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고 이런 부족단위로 흩어져 있다면…… 도저히 흑마련에 대항할 수 없어.’
내가 아무리 강한 오크가 된다 한들 한 개인이 군대에 맞서는 것은 한계가 있을 터다.
나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흑마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들과 협력을 해야만 한다.’
분명 족장님도, 마을의 그 누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결론일 거다.
*
“그런……가.”
“당연하지만 족장님도, 그리고 인간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오크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한때 이 세상의 패권을 두고 거대한 전쟁을 일으킨 흑마련입니다. 이대로 그들에게 휩쓸릴 운명을 피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꼭 인간 측에 붙을 이유는 없다. 이번에도 너희가 싸운 것은 인간이지 않느냐.”
“하지만 어머니는 인간을 선택하셨습니다.”
“……!”
나의 어머니, 로흐나의 이야기가 나오자 버라던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굳이 인간을 선택했죠. 그리고 인간과의 사이에서 저를 낳으셨습니다. 저는 그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녀석은…… 단순히 어리석은 정에 이끌렸던 것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분은 제게 어떤 희망을 거셨습니다. 미래의 기대를 걸었죠.”
“…….”
“마지막으로…… 제가 인간의 세계로 떠나려는 것은, 어머니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제 출생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건지, 그걸 알고 싶어서입니다.”
“로헨…….”
“제 행동 원리는 단순합니다. 힘을 키운다, 힘을 합칠 수 있다면 합친다. 만약 적이 된다면, 그 누구와도 싸워서 이겨낸다. 그것이 오크가 아닙니까.”
“……맞다.”
나의 말을 듣고 침통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하던 버라던은.
“네가 생각한 대로 잘 풀릴 거란 보장은 없다.”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비겁하게 뒤를 노리고, 배신하려 들지.”
“그렇다면 배신자는 가차 없이 이 근육으로, 짓누를 뿐입니다.”
나는 이번에도 앞으로 팔을 모으며 나의 상완근에 펌핑을 해 보였다.
‘이 녀석…… 그 잠깐 사이에 더욱 근육이 커졌다.’
버라던은 인간과의 싸움 후 더욱더 강력해진 나의 근육을 보고 숨을 삼켰다.
‘로헨, 이 녀석은 그런 큰 투쟁과, 그리고 무언가 위대한 업적을 성취할 때, 더욱더 강해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가 더욱 큰 세상을 만나게 된다면…….’
버라던은 생각을 멈추고, 입을 떼었다.
“좋다.”
“족장님.”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봐라.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네!”
“다만, 당연히 나는 네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충분합니다.”
역시나 우리 족장님, 이럴 땐 참 쿨 하게 날 놔 주신다니까.
“그리고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자들도 많다. 그들을 말리지도 않을 것이다.”
“압니다. 그리고 이미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수작을 하든, 난 정면으로 분쇄할 자신이 있다.
*
“이봐, 로헨.”
버라던의 천막에서 나오자마자, 체이카가 내게 다가왔다.
“체이카 사냥대장.”
“뭐야,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지난번 일이라면 다 잊었으니까.”
실실 웃으며 친근한 척 다가오지만, 녀석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보통 날 싫어하는 녀석이 갑자기 친근한 척 다가온다면 이유는 딱 두 개지. 내게 붙기로 했다던가, 아니면…….’
나의 뒤통수를 치려고 수작질을 하는 것이던가.
“미안하군, 의도치 않게 족장님과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
‘그래, 의도해서 말이지.’
“그럼, 너는 부족에서 떠날 건가?”
“뭐, 그렇게 되겠지. 어차피 지난번 인간을 보호한 것은 부족의 법을 어긴 일이니, 추방당하는 것이 당연하니. 차라리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이런, 슬프군. 부족 최고의 전사 중 한 명을 잃게 되다니. 핏빛함성 부족의 크나큰 손실이야.”
‘징그럽다. 그만하고 본론이나 말해라.’
“정말로 안타깝게 생각해 로헨. 하지만 네가 선택한 일이니 나는 그걸 존중한다.”
‘그럼, 아주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겠지.’
“로헨, 나는 네 용기 있는 결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
출렁!
그는 부족에서도 몇 개 안 남은 꽤 고급스러운 도자기병을 들어보였다.
호리병과 비슷한 그것은 분명 액체가 들어있는 소리가 있다.
나의 오크-노우즈(Nose)가 희미하게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술……이로군.’
“우리들 사냥꾼들과 함께 한잔 하지 않겠나!”
그러며 그의 뒤에는 체이카의 부하 사냥꾼들이 허허허 웃으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에는 무르시 선배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나를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지켜보고 있다.
‘만약 내가 여기서 거절하고 간다 한들 돌아가는 길에 습격을 하겠지.’
나라도 녀석들이 어두운 길에서 일제히 습격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대놓고 녀석들의 수작에 어울려주지.’
“그건 좋지만…… 괜찮은 건가?”
“뭐, 뭐가 말이냐……?”
겨우 이 정도로 낯빛 변하지 마라 멍청아.
“나, 아직 13살이다.”
“……아.”
“부족은 16살이 되어야 음주를 허락하는데. 괜찮은 거냐?”
체이카도, 그리고 다른 오크들도 순간 그걸 생각을 못했던지 머쓱해하며 머리만 긁적였다.
“어, 어차피 부족의 금기를 범해서 떠나는 마당이 아니더냐! 이제 와서 술 좀 먹는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하긴…… 그렇긴 하지.”
나는 그 어설픈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들과 어울리기로 했다.
“저기, 로헨…….”
전부터 나의 사람이었던 무르시 선배는 체이카들의 수작질을 어느 정도 눈치채었기에 날 걱정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저 녀석들…… 너에게 술을 먹여서…….”
“알고 있습니다. 무르시 선배님.”
“수, 술은 알더라도! 저 녀석들, 술에다 위험한 걸-.”
“괜찮습니다. 그렇더라고 해도.”
나는 걱정하는 무르시 선배에게 안심하라는 듯 씩 웃었다.
“내게 어설픈 짓은 통하지 않아요.”
“로헨…….”
“아, 하나, 저희 사총사들을 불러주시겠습니까?”
“도우러 말이지! 그래, 알았어 내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참을 수 없는 호전적인 미소를 무르시 선배에게 지어 보였다.
“내가 흥분해서 죄다 때려죽일 지도 모르니 나 좀 말려달라고 말이죠.”
무르시 선배는 그저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
크하하하하!
와아아아!
체이카와 사냥꾼 무리는 족장의 천막만큼이나 커다란 천막 아래에서 구운 돼지고기와 과일, 등을 안주 삼아 술을 퍼마셨다.
‘의외로 꽤 제대로 된 술자린데?’
나는 술은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 같이 운동하던 짐의 선수들, 친구들과 트레이너들과 한적한 펜션을 잡고 캠핑을 겸한 술자리를 가지곤 했다.
그때의 추억도 떠올리기도 했고 해서, 솔직히 나는 술자리를 즐기기도 했다.
아주, 신나게!
[상태 이상 : 알콜 흡수] [상태 이상 : 사고력 저하(소), 판단력 저하(소), 균형감각 저하(소)] [상태 이상 : 혈류량 증가(소)] [스킬 : 해독이 발동됩니다] [알콜 분해가 시작됩니다]나는 섭취 분석 스킬을 얻게 된 이후로 여러 가지로 시험을 해 봤다.
가끔은 일부러 독초를 먹어보기도 했고, 물론 과일이 저절로 떨어져 만들어진 술도 시험해 봤다.
그 결과, 나는 ‘해독’ 스킬을 가지게 되었다.
어지간한 자연독, 특히 알콜은 섭취한 즉시 초단위로 분해된다!
“으, 으윽…….”
“뭐야, 로헨 저놈 왜 저렇게 술이 센 거야…….”
“정말 술 처음 먹는 거 맞나……?”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셔대도 멀쩡하지만, 나를 따르던 다른 사냥꾼 녀석들이 오히려 취해서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체이카 대장…….’
‘괜찮아. 저놈에게 그 술을 계속 먹이면 놈도 견디지 못할 거다…….’
뭐라 속삭이던 체이카는 나에게 또 다시 손에 든 것과 같은 병을 또 하나 내밀었다.
“잘 마시는데! 급 낮은 술로는 너를 만족시키지 못하나 보군!”
그러며 그는 술병을 내게 주었다.
확실히, 이 안에 있는 술은 고급품이다. 나름 정제와 증류를 한, 청주와 같은 물건이다.
하지만, 놈은 여기에 수작질을 해 놨다. 몇 번 마신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봐야, 쓸데없다.’
“이거 내가 다 마셔도 괜찮을지 모르겠군.”
“얼마든지!”
나는 씩 웃으며 놈의 손에서 술병을 뺏어 안에 있는 술을 쭉 들이켰다.
벌컥! 벌컥! 벌컥!
[상태이상]근태창이 곧바로 상태이상을 알렸다. 알콜 이외의 무언가 성분이 술과 함께 들어갔음을 알린다.
-온다.
두근! 두근 두근!
[상태 이상 : 심박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