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5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51화
“이쪽이다, 오크.”
나를 안내하던 경비대원이 커다란 문 앞에 섰다.
“시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철컥!
시장실의 문을 지키고 있던 몸 전체를 가리는 중갑옷을 입은 병사들의 할버드가 좌우로 비켜졌다.
‘오오, 저게 기사란 건가?’
판타지 세계의 로망,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사람을 처음 봐서 괜히 두근거린다. 내 안의 중학교 2학년은 여전히 살아 있군.
“이곳에 있는 군대는 제국에서 보낸 정착지 주둔군입니다. 변방에 파견된 군대지만, 중앙 직할 병력이라서 훈련도는 상당한 편입니다.”
“장비만 봐도 알 것 같다.”
카이란 사제가 나와 함께했다.
“그런데, 그런 걸 나에게 가르쳐 줘도 되나?”
“앞으로 힘을 합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서로에 대한 사실을 잘 알아야죠.”
“아직 힘을 합친다고 결정된 것은 아니다만.”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카이란 사제는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우 눈부셔라.
‘아직 인간과 우리가 협력한다고 결정된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순진한 반응이라니.’
사제라서 뭔가 순수한 신념 같은 게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 착하고 순수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뭔가 내가 카이란 사제에게 이상한 걸 깨워 버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 만큼 카이란 사제가 착한 사람이니까 그런 거겠지.
……그렇겠지? 내 상완이두근을 향해 있는 저 반짝이는 눈빛은 그냥 기분 탓인 거겠지?
끼익!
내가 잠시 잡념에 빠진 사이 시장 문이 열렸다.
문 너머는 빛이 들어오는 유리창,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런 가구와 책이 꽂혀있는 책장과 종이 서류가 있는 탁자가 있는 정갈한 공간이었다.
“어서 오게나, 오크.”
그 너머에, 약간 화려한 듯하면서 수수한, ‘높으신 분’이란 걸 말하는 듯한 복장의 남자가 있다.
약간 살집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둔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고, 수염을 기른 모습이 딱 판타지 세상의 시장이란 느낌이다.
나는 근태창으로 상대의 인바디부터 체크해봤다.
‘키 173에 몸무게 87kg. 체지방 함량 약 30% 정도. 근육량은 그렇게 많진 않군. 나서서 싸우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겠네.’
딱 이거다. 전형적인 40대 직장인의 몸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업무를 보느라 움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높으신 분에겐 어울리는 몸이로군.
“나는 이곳 로아노르 정착지의 시장, 게인츠 일세.”
“핏빛함성 부족의 전사, 로헨 코르막이다.”
“허어, 정말로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오크로군.”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인간과 똑같이 생각할 줄 안다.”
“그런 모양이로군. 과거에 그런 오크가 있었다고 말은 들었다네.”
그러더니 시장 게인츠는 동석해 있던 풀 플레이트 메일의 병사를 눈짓했다.
“다들 자리에서 나가 주게.”
“하지만 시장님…….”
“카이란 사제님도 같이 있으니 걱정 말게나.”
“…….”
경비병들은 주저 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장실을 나섰다.
“자, 그럼 자리에 앉게, 사제님도.”
나와 사제, 그리고 시장 게인츠는 서로 마주보며 앉게 됐다.
“솔직히 말하지. 제국의 관리로서 말하자면, 제국은 자네들 오크와 접촉 시 즉각적으로 퇴치하라는 것이 기본 방침일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자네와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은, 우선 경비대장이 자네가 들어오도록 해 준 것, 그리고 카이란 사제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러며 시장 게인츠는 진지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흑마련의 군세가 다가오고 있다는 자네와, 카이란 사제의 말을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련의 군세가 슬란 산맥 너머에서 오고 있다. 이미 그들이 인간 산적들을 매수하여 그들을 목격한 사제 일행들을 붙잡으려 했고, 그걸 막은 우리 핏빛함성 부족과 충돌이 일어났다. 만약 그들의 군세가 온다면 너희 인간들뿐만 아니라 우리 핏빛함성 부족들도 휘말리게 될 것이다.”
“그렇군. 공동의 적이 생겼으니, 너희 핏빛함성 부족과 로아노르가 정식으로 동맹을 맺자고 하는 건가?”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다.”
일단 나는 카이란 사제를 따라서 솔직하게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뭐라고?”
당연히 시장은 뜨악한 반응이다.
“너희와 똑같다. 우리 오크들도 인간들을 적대하고 있으니까. 너희는 우리를 보자마자 죽이려 들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할 뿐이다.”
“으음…….”
“솔직히 말한다. 나는 부족에서 내 무리를 따로 끌고 나온 상태다. 부족이 나에게 따라줄 거라고는 보장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의문을 표하기 전 선수를 쳐서 말한다.
“인간, 너희들이 적의 군세에 대항할 힘을 키우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렇게 인간과 오크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난 뒤라면 핏빛함성 부족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으, 음…….”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단 걸 예상치 못한 듯 게인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고작 너희 오크 다섯이 그 군세에 대비하여 뭘 할 수 있단 것인가?”
“보고도 모르겠나?”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읏!”
시장이 움찔하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려다 겨우 멈췄다. 아마 호신용 단검이라도 있겠지.
“괜찮습니다. 늘 있는 일이에요.”
카이란은 내가 뭘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어서 쓴웃음을 지으며 시장을 안심시키듯 손을 들어보였다.
뿌득!
[상완근, 대흉근, 광배근 펌핑] [스킬 : 포징 발동]나는 곧바로 나의 상체 근육에 펌핑을 하며 팔을 오른쪽으로 모아 들어 보였다.
“보라, 인간 무리의 우두머리여!”
“우웃……!”
뿌득! 뿌드득!
나의 상완근, 이두근에 피가 돌며 뿌득 소리를 내며 근섬유가 부푸는 소리가 났다.
살짝 구부린 내 복근이 빨래판 모양으로 일어나고, 대흉근과 승모근, 광배가 부풀어 오르며 상체 전체의 크기가 거의 2배 가까이 커졌다.
“나의 이 몸을 보라, 인간 우두머리!”
“오, 오오……!”
“너의 부하들 중에, 나와 같은 몸이 있는가?”
“…….”
당연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만큼은 아니라도, 나의 단련법을 익힌다면 이런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다!”
[포징 효과의 발동으로 카리스마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게인츠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이런 힘이 있다면, 한 명이서 능히 적을 열 명, 스무 명, 아니 백 명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 과연…….”
“그러니 우리와 힘을 합치는 것은, 분명히 너희 인간들에게 있어서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자, 어찌하겠는가?”
“으, 읏!”
게인츠 시장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숨을 삼켰고,
“……정말 아름다운 몸입니다.”
카이란은 뭔가 끈적거리는 시선으로 내 몸을 바라보고 있다.
이건 좀 당혹스러운데.
*
“어떻게 잘 풀려서 다행이로군요.”
카이란 사제의 말처럼, 일은 생각보다 잘 풀렸다.
『우선 그대들 5명을 받아들이겠으나, 아직 그대들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겠다. 오크들이 흑마련과 손을 잡지 않는단 보장이 없으니.』
『그대들의 행동은 자유롭게 하도록 보장하겠다. 단, 항상 우리 측 경비병들을 항상 대동하고 다닐 것.』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나에게 보고될 것이다. 양해 바란다.』
이 정도 내용으로 합의는 완료되었다.
“이 몸의 근육을 보고서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자는 별로 없으니까.”
“그렇겠죠. 근육의 아름다움에 반하건, 아니면 그 근육에서 나올 무력이 두려워서든.”
카이란은 나의 말에 허허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비록 저 뒤의 자들처럼 늘 감시가 따라붙긴 하겠지만, 일단 행동의 자유는 얻었으니까.”
“하지만 이곳 주민들이 쉽게 여러분들을 받아들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카이란의 말처럼, 그와 함께 가고 있는 거리의 주민들이 날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의심, 두려움, 그러면서 약간의 경탄이 섞인 복잡한 표정.
“그들에게 근육의 아름다움과, 몸을 단련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주면 된다.”
“그, 그렇죠! 신께서 주신 몸을 가꾸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다들 분명 여러분들에게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저와 동료들이 그랬듯이요!”
그렇게 힘주어 말하는 카이란 사제를 보았다.
‘생각해 보니, 사제님이 많은 걸 해 주셨지.’
카이란 사제가 없었으면 이렇게 순조롭게 인간 마을에 들어올 수는 없었을 거다. 그에게 감사할 것이 많다.
‘그리고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분명 내게서 더 많은 운동정보를 얻고 싶은 눈빛이다.’
입문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몸의 변화를 자각한 자들이 나에게 보내는 시선, 잘 알고 있다.
그것은, ‘헬린이’의 눈빛!
‘카이란 사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곧 그의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그렇게 어떻게 하면 이 눈을 반짝이는 헬린이를 입에서 곡소리가 나오도록 굴려줄 수 있을까,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찰나,
“돼지 같은 오크 놈들을 마을에 들여? 이런 미친놈들! 하여간 변방의 시골 촌 동네라고 다들 정신이 나가 있는 건가?”
“흐음?”
거리가 뭔가 소란스러워서 보았다. 다른 행인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니까 내다보는 덴 어렵지 않다.
“뭐냐 저 녀석은.”
보니, 웬 상의를 탈의한 채 어깨 견갑만 찬, 판타지로 치면 야만 용사 같은 녀석이 거리 한가운데 서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키는 대략 190에 근접한 정도. 역삼각형 체형으로 꽤 건장한 체구다.
‘지방 함량은 대략 20% 중후반. 근육량은…… 으음…… 모자란 건 아니지만.’
남자의 몸은 상당히 건장하긴 하지만, 나와 같이 아름다운 근육이 도드라진 모습은 아니다.
털이 숭숭 난 살이 출렁거린다. 근육량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쓸데없는 지방이 끼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백두급 씨름 선수의 체형이라고 할까.
근육량도 꽤 되지만 그 이상으로 지방이 위에 덧대진, 말하자면 역사(力士)형 체형이다.
‘힘은 좀 쓰겠는데? 하지만…….’
그런 나의 감탄도 시선이 아래쪽으로 가면서 짜게 식었다.
“에에…….”
‘이 새끼, 상체만 조졌구만?’
“저들은 곰발톱 용병단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로아노르에 왔다고 하는군요.”
흐음, 용병단! 아아~ 좋구나, 여기 와서 온갖 판타지 세계의 것들을 보게 되는군!
중세 유럽풍 시장! 풀 플레이트 메일! 그리고, 용병단까지!
“솔직히 이름도 거의 안 알려진 용병단인데다, 마을 사람들에 대한 행패도 심해서 별로 인기는 없습니다만…….”
“충분히 그래 보이는군.”
“그까짓 오크 놈들이 뭐라고! 흑마련이 와? 얼마든지 오라고 해라! 우리 곰발톱 용병단과 단장인 나 곰 살해자 울나르가 다 박살 내버리고 말겠다!”
‘곰이라, 그거 나도 잡아봤는데. 좀 여러 마리를.’
“이건 곤란하네요.”
“딱히, 언제나 저런 허세를 떠는 사람은 있으니까.”
“아니, 아무래도 사람들은 당신 같은 오크의 존재를 불편해 합니다. 그런데 저런 말을 꺼내는 사람이 있으면…….”
“오, 옳소!”
“왜 오크 따윌 마을에 들인 거야!”
“이래서 제국 중앙정부에서 온 관리 나리는 우리 같은 정착민들을 이해하지 못해!”
“우리가 고블린, 코볼트, 오크들에게서 지켜낸 이 정착지에 오크를 들이다니!”
카이란 사제가 한 말 대로, 점차 그들에 동조하는 마을 사람들이 많아진다.
“정말로 그렇군.”
“시끄러워지기 전에 피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나는 그런 돌아가거나 피하는 방법을 좋아하지 않아!
나에게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다니는 녀석이 있으면, 예외 하나 없이!
“어, 어?”
“오, 오크다!”
“으잉?”
정면으로 대했거든.
“자, 인간. 네가 찾던 오크가 왔다.”
나를 보고 흠칫 물러서는 인파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자칭 곰 살해자 울나르의 앞에 섰다.
“으, 윽!”
울나르란 자도 새삼 나를 눈앞에서 마주치자 거대한 덩치와 근육에 압도당한 듯 주춤거렸다.
“네, 네놈! 겁도 없이 인간의 영토에 발을 들인 오크로구나!”
“이곳의 시장과 협의가 되어 온 곳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인간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오, 오크가 말을?”
“그것도 유창하게?!”
사람들도, 그리고 울나르란 자도 역시나 놀란다. 이런 반응도 슬슬 지겨워지는데 말이야.
“시, 시끄럽다! 우린 너희 오크와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대지 위에 살지 못한다! 당장 이곳에서 떠나라!”
“목적이 있다. 그걸 달성하기 전까진, 그럴 수 없다.”
난 단순명료하게 말한다. 어차피 장황하게 말해봐야 소용없으니까.
“네가 말한 대로 나와 오크 동료들을 떠나게 만들고 싶다면.”
스윽!
[상체 근육 펌핑]나는 양손을 펼쳐 들어 보였다.
펌핑된 대흉근과 광배근으로 몸이 펼쳐져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힘으로, 날 쓰러트려 봐라.”
어떤 웹툰 작가가 말했던가, 이것이 ‘강자의 자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