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5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52화
“으, 읏!”
자칭 곰 살해자 울나르는 정말로 오크를 목도하자, 말 그대로 ‘쫄았다.’
사실 울나르 본인은 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다 부리는 허세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곰 살해자라는 이명도 과거 사냥꾼 길드의 말단이었을 때 다른 사냥꾼들이 다 잡아 놓은 것에 막타 친 것이 전부였다.
자칭 곰발톱 용병단이란 걸 새운 것도, 사실은 사냥꾼 길드에서 나온 자들과 부랑자들과 함께 만든.
이름만 용병단인 결국 백수 부랑자들의 집단에 불과했다.
그저 그런 용병단 행세를 하며, 결국엔 조직폭력배나 일수꾼, 해결사 노릇과 별 다를 게 없는 짓을 하다가.
결국 일을 벌여 쫓기다 이런 변방의 정착지까지 흘러들어 온 것이다.
그놈의 허세로 먹고 살던 버릇을 버릴 수 없어서, 로아노르에 와서도 온갖 행패를 부리고 다녔다.
게다가, 로헨과 사총사가 오자마자.
“그까짓 오크가 무슨 대수라고! 그따위 오크를 마을에 들여?”
그놈의 허세와 허풍으로 먹고 살던 나쁜 버릇이 발동한 것이었다.
“자아.”
그리고 지금, 울나르와 그의 부하들은 허세의 대가를 치르려 하고 있다.
“어디 힘으로 날 눌러 봐라.”
내가 강자의 포즈로 그의 앞에 서자, 울나르란 남자는 뒤로 주춤거렸다.
‘허세를 부려놓고서 벌써 그러면 안 되지.’
내가 펌핑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두 팔을 벌린 자세를 취했을 뿐인데도, 울나르란 남자는 뒤로 주춤거렸다.
‘심박수 증가, 땀이 흐르고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건, 겁먹었네.’
별로 기대는 안 했다. 녀석이 허세를 부린다는 것은 몸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상체는 그럭저럭 타고난 체격이 커서 역삼각형이지만, 그것도 코어로 가면서 급격히 부실해진다.
‘하체로 가서는, 하아…… 말을 말자.’
무슨 상체만 둥둥 떠서 다녔나 어떻게 저런 상체로 저렇게 부실한 하체를 지닐 수 있지?
“어떻게 된 거냐, 인간.”
“윽…….”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자, 내가 여기 있다.”
자기가 한 말도 있어서 도망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그 모습에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다.
“나는 여기에, 너희 인간들과 힘을 합치러 왔다. 그러나 오크인 내가 너희 인간보다 약하다면 어차피 힘을 합쳐 봐야 의미가 없겠지.”
“뭐, 뭐라는 거야……?”
“곰 살해자 울나르, 너와 맨손으로 힘 싸움을 하는 것이다.”
“뭣?”
“내가 땅바닥을 한 번이라도 구른다면, 나는 네 말대로 이 마을에서 나갈 것이다!”
오오오오!
나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뭐야 저 오크, 재미있는데?”
“야 이건 좀 재미있어 보인다!”
“곰 살해자 울나르! 최강의 용병단을 이끄는 자라며!”
“오크 따위 해치워 버릴 수 있다며! 지금이 기회야!”
사람들의 기대는 바로 울나르에게로 향했다.
자신이 그동안 떨어댄 허세가 이렇게 돌아왔다.
여기서 도망치면 지금까지 떨어댄 허세로 쌓아 올린 명성이 폭락하고, 이곳에 더는 발조차 붙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일단은 맨손으로 싸우는 거잖아?’
게다가 키 자체는 오크인 로헨과 크게 차이는 없고, 덩치는 근육 위에 살이 붙은 울나르가 더 커 보였다.
‘게다가 한 번이라도 땅에 넘어진다면 저 녀석의 패배…….’
그런 유리한 조건을 생각한 결과, 울나르는 ‘이건 해 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의도한 바였다.
‘자, 떡밥을 물어라.’
“조, 좋다!”
‘물었다!’
울나르는 허세 부리듯 자신의 견갑과 가죽벨트를 벗어던져 상체를 모두 드러냈다.
“저까짓 오크 놈, 단 한 방에 나 자빠뜨려 주겠다! 네놈 따위, 내가 싸운 붉은 불곰에 비하면 약해빠졌으니까!”
“그거 우연이로군. 나도 붉은 곰하곤 좀 싸워 봤거든.”
“너희들은 나서지 마라! 우오오오!”
쿵쿵!
울나르는 나름 기세를 높이며 두 손을 들어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로헨!”
“걱정 마라, 사제.”
나는 훗 웃으며 두 손을 앞으로 향했다.
“금방 끝낸다.”
“죽어라아아앗!”
퍼어억!
나와 놈의 두 손이 맞잡았다.
우드드득!
“크으으으!”
“호오.”
그래도 저 덩치와 내 손에 버금가는 커다란 손은 허세는 아니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악력 자체는 내 기대보다 강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대보다’ 라는 거지.
“겨우 이 정도 힘으로 오크와 겨룰 수 있다고 생각했나?”
뿌득!
“크으윽!”
나는 단번에 놈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나한테 진 사냥대장도 너보다는 몇 배는 더 강했다!”
물론, 이건 약간 과장.
“라잇 웨잇!”
쿠웅!
내가 조금 힘을 더 준 것만으로 울나르는 내 힘에 짓눌려 무릎을 꿇었다.
“끄, 으으윽!”
하지만 필사적으로 힘을 주는 팔 만큼은 크게 굽혀지지 않았다. 그것만은 인정할만하다.
“왜 그러나, 날 땅바닥에 굴러다니게 만들겠다며.”
“으, 으으으……!”
“너의 그 부실한 하체와 코어로는 이 힘을 견딜 수 없겠지! 롸잇웨이잇!”
콰아악!
“우, 우어어어?”
이번엔 정 반대로, 녀석의 팔을 잡아당기자 녀석은 인형처럼 내게 들렸다.
‘코어근과 하체가 단련되어 있다면 이렇게 휘둘리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하체라는 튼튼한 기둥이 없는 녀석은, 그저 압도적인 힘에 휘둘릴 뿐이다!
“베이베에-!”
부웅!
나는 울나르를 위로 크게 들어 올린 뒤, 그대로 땅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콰아앙!
“크허억!”
울나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튀어 올랐다 그대로 축 늘어졌다.
“뭐야, 겨우 이거로 끝이냐?”
축 늘어진 울나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체인 듯하다.
죽이진 않았지만.
“자, 그럼 다음은 누가 덤빌 것인가? 누가 이 나를 땅바닥에 구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오크의 쩌렁거리는 목소리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뒤흔들었다.
“히, 히이익!”
용병단이란 녀석들이 자기들 대빵이 뻗어버리자마자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우 우웃…….”
“저 오크가, 그 울나르를 한 방에 눕혀 버렸어…….”
“저 커다란 몸이 하늘 위로 뜨는 거 봤어?”
“대, 대단하다…….”
나를 바라보는 다른 인간들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직은 두려움이 더 큰 사람들에게 더 자극을 주는 건 별로 현명하진 않을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가도록 하지 카이란.”
“네, 네 그렇게 하죠!”
“으, 윽…….”
가기 전, 나는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 일어나려 용을 쓰는 울나르를 잡아 일으켜 세워줬다.
“어?”
“네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밀린 것은 바로 이 코어와, 그리고 하체를 단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녀석의 허리와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너의 상체 힘은 나쁘지 않았다. 코어와 하체 힘을 키운다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축 늘어진 뱃살을 장난스럽게 꼬집었다.
“지방 컷팅 좀 해라. 보기 안 좋다.”
“엑?”
울나르는 자신의 살을 꼬집는 오크를 황당하다는 듯 보며 소리를 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
한 편, 그걸 사람들 사이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여자- 세일럼은.
새삼스럽게 다시 로헨의 압도적인 강함을 실감하고 잠시나마 그에게서 도망치기를 시도하려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한숨을 쉬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녀석에게 붙어 있어야겠어.”
*
“오, 로헨!”
“어서 와라!”
경비병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던 우리의 임시 거처로 돌아오자 사총사가 환영해 주었다.
“이사는 잘 되고 있냐?”
“오우, 대충 청소해 놓고 나머지 운동기구들 조립하고 있었다!”
카카는 해체했던 케이블 머신을 조립하면서 말했다.
“근데 여기 완전 아무것도 없더만.”
“어떻게 된 게 인간의 집에 우리 아지트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뭐가 없냐.”
“아- 배고파. 로헨 뭐 안 사 왔냐?”
우르, 푸크, 에이크 모두 그야말로 다 낡아 빠진 집 하나뿐인 임시 거처에 불만을 투덜댔다.
“안 그래도 여러분들을 위해 음식들을 좀 챙겨 왔습니다!”
“오오, 인간 사제!”
“역시 카이란은 좋은 인간이다!”
푸크가 제일 신났군. 하긴 이곳에 와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눈이 돌아갈 만도 하지.
“그나마 구할 수 있던 게 이 정도입니다.”
카이란이 들고 온 식료품 바구니에 담긴 식재료들을 쏟아냈다.
“에에…….”
그리고 그걸 본 사총사는 모두 실망을 금치 못했다.
말라서 거의 돌덩이가 된 것 같은 빵, 쪼글쪼글 말라서 조약돌하고 구분도 안 되는 마른 자두.
잎이 다 시들어가거나 거의 잔뿌리처럼 보일 정도인 순무나 당근, 그리고 소금에 절인 열매류.
역시 소금에 절인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민물고기와 콩 몇 줌, 귀리로 보이는 곡물들.
“…….”
그 면면을 보고 사총사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단 표정이다.
“그, 인간들은 원래 이따위로 먹고도 살 수 있는 종족들이냐?”
“나머진 뭐 그렇다 쳐도 고기는? 고기느은?”
“죄송합니다, 이곳은 워낙 인간 영토의 변방에 있는 개척촌인지라 여러모로 물자가 부족합니다.”
“물자가 부족하다 한들, 산에 짐승들이 많은데 고기가 아예 없어?”
“송구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과 달리 우리들은…….”
슬란 산맥 아래로 내려오면서 인간들이 잡아댈 테니 짐승들의 수가 적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오히려 산을 내려오자 우리가 있는 깊은 산보다 더 숫자가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토끼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숲이나 초원이 훼손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걸 보고, 그리고 전에 카이란 사제의 반응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인간들이 짐승 고기를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나 보군.”
“맞습니다…… 저희 마르두크 교단의 가르침이 워낙 공고히 퍼져있어서.”
카이란 사제와 같은 마르두크 교단의 가르침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자비가 근본이다.
그게 확장되다 보니, 지금의 인간들은 짐승을 잡아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터부시하게 된 것이리라.
“그래도 아주 고기를 안 먹지는 않습니다. 군인들이나 기사들, 용병과 같은 몸을 쓰시는 분들은 지급 받거나, 알아서 드시곤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분들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고, 고기를 구하러 갈 힘이 나지도 못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지.”
아무리 전근대 사회라고 해도 지나치게 마을 사람들의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건 곤란하군. 사람들이 이런 몸 상태여서야 앞으로 올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전력이 나지 않아.’
이 문제도 내가 해결을 해야 할 일이로군. 좋아…… 그럼.
“우리가 가져온 보존 고기들, 아직 남아 있지?”
“오면서 고기는 사냥으로 거의 충당했으니까.”
“소시지, 염장고기 등은 거의 손대지 않았지.”
“오히려 우리가 잡은 고기들이 쌓여 있다!”
“좋아, 그것들과 카이란 사제가 준 재료들로 아주, 엄청나게 좋은 향이 나는 최고의 요리를 해 보자고.”
“엄청나게…….”
“좋은…… 향?”
그래. 향.
단백질이 향신료와 함께 익는 냄새를 거부할 수 있는 생물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지.
*
꼬르르륵~.
한 편, 세일럼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다.
“으으…… 대체 뭐야 이 가난해 빠진 마을은…… 아무리 그래도 어딜 가나 무전박대가 웬 말이냐고…….”
완전히 무일푼인 만큼 일단 마을로 들어오긴 해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겨우 침입해 들어간 가택엔 먹을 게 남아 있질 않고, 구걸을 해도 자기들 먹을 것도 없다며 문전박대.
하다하다 밭에 있는 작물이라도 홈쳐먹으려 했다 오히려 들켜서 쫓겨나 더 배가 고파져 오기만 했다.
“으으, 이 검은 마녀 세일럼이 어쩌다 이런 일을…….”
그러다 결국 그녀는 오크들이 있는 임시 거처로 향했다.
‘그 녀석들이라면 분명히 먹을 게 있어. 먹는 것엔 진심인 녀석들이니까!’
라고 생각한 결과였다. 그리고 실제로.
킁킁!
“냄새 죽인다아…….”
그들의 임시 거처에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엄청나게 좋은 냄새가 그녀의 코를 간지럽혔다.
꼬르르르륵~!
“으으…… 배만 더 고파졌어…….”
당장이라도 그 임시 거처에 쳐들어가서 그 좋은 냄새를 풍기는 식사를 내놓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윽…….”
그들의 임시 거처 주변엔 경비병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에 들어갔다간 분명 엄청난 의심을 사게 되고, 당연히 그녀의 정체를 들키게 되리라.
“으흐으…… 저런 냄새만 맡게 하고 먹질 못하다니…… 이건 고문이야…….”
세일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징징대기만 하던 중.
“……응?”
타타타탓!
가벼운 뜀박질 소리에 세일럼이 응? 하고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