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55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54화
쿵! 쿵!
“으응…….”
“어라…… 자고 있었나……?”
자고 있던 루니와 티미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 눈을 비비고 나왔다.
“오빠, 무슨 소리야……?”
“나도 모르겠어…….”
둘은 두려워하면서도 침대에서 내려 큰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둘이 본 광경은.
“크오오! 이거로 프레스 5세트!”
“로헨! 여기서 팔을 모으면 밑 가슴에 자극 오나?”
“앗 젠장, 나 스쿼트 무게 떨어졌다! 근손실 왔어!”
거대한 근육의 오크들이 저마다 쇳덩어리를 들거나 밀며 씩씩거리며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과.
“자, 회원님, 한 세트만 더!”
“회원님은 대체 뭐야! 아악! 내 다리! 끊어진다아-!”
로헨의 채근에 세일럼이 고통스러워하며 다리를 접었다 펴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둘에게 그 광경은 이해가 되지 않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인 이상 본능적으로 느꼈다.
땀이 흐르며 번쩍이는 근육.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며 부풀어 오르는 근육.
그 모든 것이 건강함과 강인함을 뽐내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어느새 넋을 잃고 오크들의 운동을 보고 있었다.
“자,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휴식해도 된다.”
“흐에에엑…….”
마침내 모든 세트를 끝낸 세일럼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널브러졌다.
“역시 고문이었어, 이거…… 뭐가 아름다워지고 어쩌고야…….”
“세상 모든 일은 고통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마법도 마찬가지 아닌가?”
“…….”
세일럼은 나의 말을 듣자 문득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렇긴 하지.”
“응? 너희들 일어났냐?”
“아…….”
어느새 꼬마 아이들이 깨어나 우릴 보고 있었다. 좀 더 푹 자도 될 텐데.
“미안하다. 시끄럽게 해서 깼나?”
“아니…… 괜찮아……요. 근데, 뭐 하는 거예요?”
남자아이, 티미라고 했던가. 관심이 간다는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역시 남자애로군.
“운동이란 거다.”
“운동?”
“몸은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근육을 키우는 거다.”
그러며 나는 팔을 접어 이두근을 부풀려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오…….”
[티미가 당신의 육체를 보고 관심을 가집니다.] [티미가 당신을 동경하게 됩니다.]역시, 아이라도. 아니 순수한 아이니까 편견 없이 몸과 근육의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리라.
“저도…….”
“음?”
“저도 아저씨들처럼…… 운동을 하면 이렇게 크게 되나요? 저 빨리 커야 해요.”
그러는 아이의 목소리엔 일말의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빨리 커야…… 루니를 지키고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을 거예요…….”
“…….”
이번엔 내가 말없이 티미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나도 약하게 태어난 데다 형편도 좋지 않아 잘 먹지 못해서 또래보다 왜소했다.
나보다 덩치 큰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면서 빨리 크고 싶다, 빨리 몸이 커지고 싶다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아이에게 공감을 하게 된다.
“너도 나처럼 클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러며 나는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좋은 고기를 많이 먹고 잘 자야 한다. 지금은 그거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저 배부르게 먹지 못해요.”
“앞으로 이곳에 와서 밥을 먹어라. 너희들을 먹일 정도의 밥은 있으니까.”
“저, 정말요?”
“그래도 돼요?”
“들키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는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제스처에 어리둥절하다, 어색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좋아, 그럼 너희들은 그렇게 하고. 세일럼.”
“어?”
“잠깐 나 좀 도와줘.”
나는 세일럼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뭐……?”
세일럼은 뜨악해하다, 내민 내 손을 머뭇거리며 잡았다.
“화악!”
“꺗!”
나는 곧장 세일럼의 손을 잡아끌어 일으켜 세워줬다.
‘나, 날 이렇게 가볍게?’
자신을 가볍게 다루는 로헨의 힘에 세일럼은 새삼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아냐, 이건 방금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야!’
라고 스스로 부정하던 찰나.
“세일럼.”
“네, 네엣?!”
“……너 좀 무게 많이 나가긴 한다. 빨리 빼지 않으면 위험하다.”
“익! 진짜!”
쿠웅!
세일럼이 순간 울컥해서 로헨에게 고중력 마법을 냅다 걸어버렸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은 바로 바닥에 짜부라질 정도의
“오옷!”
하지만, 어째선지 세일럼의 마법을 받은 로헨은 기뻐했다.
빠직!
“끄악!”
오히려 주인에게 상해를 입히려던 세일럼에게 순간 속박의 주문이 발동해서 그녀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괜찮냐?”
“아으…… 더럽게 아파…… 그 망할 영감탱이 진짜 다시 보면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마법 저항이 기본 스킬인 마법사로서도 견딜 수 없는 격통에 세일럼은 주저앉으며 저주하듯 중얼거렸다.
“세일럼, 그 마법을 내게 걸어라.”
“뭐……?”
세일럼은 나의 요청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가져온 이 운동기구로는 내게 자극을 줄 만한 무게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너의 그 힘이 필요하다!”
“아니…… 그, 주인이 원한다면야 문제없이 할 수는 있겠지만…….”
“부탁한다! 나는 너에게 그걸 기대하고 있는 거다!”
“엣…….”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다. 그건 늘 배척과 미움만 받던 세일럼에겐 생소한 경험이었다.
“……어, 어쩔 수 없지! 권속의 명령이니까!”
스응!
그러며 세일럼은 나를 향해 손을 펼쳐 마법진을 만들었다.
“스태프가 없으니 펼칠 수 있는 마법엔 한계가 있지만…… 일단 이 정도로 간다?”
쿠웅!
“우웃!”
빠직! 빠직!
오오, 이 온몸에 더해지는 무게감! 마치 납 조끼를 입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 더 강하게!”
“여, 여기서 더 강하게? 이 정도만으로도 기사도 납작하게 만들 정도인데?”
“어서!”
“아, 알았어! 에이 씨! 그럼 최대로 간다!”
쿠우웅!
“우오오오!”
좋다! 나를 짓누르는 이 무게감! 보이지 않는 바벨을 등에 지고 있는 이 느낌!
[퀘스트 획득] [마법 디버프가 걸려 있는 채로 한 개 이상의 루틴을 완료하십시오.] [퀘스트 보상 : 성장 호르몬 부스트(중) 효과 48시간. 마법 저항력 증가]“좋아! 퀘스트 떴다!”
한동안 잠잠했던 퀘스트창 떴다! 간다!
쿵! 쿵!
걸음을 걷는 것만으로도 바닥을 뚫을 듯 무겁다! 이 기분 좋은 무게감을 이겨내며 나는 스쿼트 랙에 섰다.
“크오오!”
철컹!
무게가 너무 아쉬웠던 탄력봉과 덤벨을 등에 진다! 몸에 더해지는 중력 마법의 무게에 더해져, 마침내!
[근육에 막대한 자극이 오고 있습니다.] [근자극이 옵니다.]“크아아! 라잇 웨잇!”
나는 그 상태로 스쿼트를 개시했다.
[근자극이 극대화됩니다] [근손상이 시작됩니다] [성장 호르몬 부스트(극소)가 시작됩니다.]“허어…….”
자신의 중력 마법에 걸리고도 저 무게를 이겨내며 스쿼트를 하는 로헨에게 세일럼은 질린단 표정을 지었다.
“아아, 정말 최고야! 라잇 웨이잇!”
“아 빨리 끝내라고…… 스태프 없이 마법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으극…….”
“크아아!”
철컹!
다섯 세트 완료! 이것으로 한 스쿼트 루틴이 완료되었다!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으로 성장 호르몬 부스트(중) 효과가 발동됩니다.] [마법 저항력이 소폭 증가합니다.]“정말 대단했다! 너의 그 능력, 내 기대대로야!”
“기대고 뭐고…… 난 죽겠다고요…….”
세일럼은 전력 질주라도 한 듯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앉아 우는 소리를 냈다.
마법이라는 것은 결국 정신력, 즉 신체의 체력을 쓰는 행동.
저질 체력인 세일럼은 스태프 없이 마법을 내면서 남은 체력까지 모두 소진해 버린 것이다.
‘말인즉슨, 이 녀석의 체력이 붙으면 더 강하게, 더 오래 마법을 걸어줄 수 있단 거지!’
“하지만 너의 그 능력은 정말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
“앞으로도 너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널 지켜주고, 너는 날 위해 마법을 써 다오.”
로헨의 순수한 기대와 부탁.
세일럼은 놀라고 말았다.
그녀에게는 처음 접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그녀는 자신의 악명에 의해 다가온 사람들밖에 대하지 못했다.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불순한 의도와 상투적이고 허울적인 아부뿐.
때문에 상처만 입어온 세일럼은 넋을 잃고 말았다.
정말 순수하게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로헨의 반짝이는 파란 눈동자에 말이다.
“……뭐, 어차피 그렇게 시킬 거 아냐.”
무신경하고, 그리고 순수한 말에 면역이 없었던 세일럼. 괜스레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로헨은 자신의 의지를 그녀에게 밝혔다.
“내가 널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
단호한 그의 외침 때문일까.
홍조가 만연해져 버린 세일럼이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어차피 이 종속의 각인을 깨지 못하면 난 널 따를 수밖에 없고…… 못 해줄 것도 딱히 없고…….”
“그러니 걱정 마라! 네 체력이 붙고 네 몸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철저히 너의 운동을 봐줄 테니까!”
“……엑.”
하지만, 로헨의 다음 말에 세일럼의 들뜬 기분도 와장창 깨져 버렸다.
*
“여기 있어요, 아저씨!”
로헨들이 로아노르에 자리 잡은 뒤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날도 티미는 마을의 상점에 배달 잡무를 맡아 달려갔다.
“오, 고맙다 티미.”
“네! 더 시키실 것 없나요?”
“없기는 한데…….”
문득 상점의 주인은 활기가 넘치는 티미의 모습을 보고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그보다, 요즘 네가 힘이 넘치는 것 같구나.”
“네!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동생도 몸이 약해서 걱정했는데 많이 건강해졌어요!”
“그래, 네가 건강해서 일을 많이 맡아 주니 나야 참 좋은 일이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몰라보게 건강해진 거냐?”
상점 주인이 기억하는 티미는 정말로 못먹고 살아서 피골이 상접해 뭘 시키려고 해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무거운 생야채, 채소가 가득 든 궤짝도 거뜬히 들어 올릴 정도였다.
“그…… 요즘 정말로 좋은 오……사람들을 만나서요. 매일 좋은 걸 먹고 있어서 몸이 부쩍 좋아졌어요.”
“그러냐? 그거 정말로 잘 됐구나! 혹시 마르두크 교단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냐?”
“네에…… 뭐, 그, 그런 거죠…….”
“이번에 새로 오신 카이란 사제님도 참 고생이시지. 교단 일도 바쁘신 와중에 너처럼 힘든 아이들을 도와주는데다, 그런데다 그 오크인지 뭔지 모를 불한당 놈들을 감시하러 목숨을 걸고 놈들의 소굴에 들락거리시니 말이다.”
“아, 하하하…….”
바로 그 불한당 오크들의 소굴에 들락거리는 데다, 바로 그 오크들과 친한 카이란 사제와도 안면이 생긴 티미로서는 그저 모른 척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무튼! 잘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 금방 건강해진 것 같아요!”
“그렇구나. 우리 아이들도 널 보면서 똑같이 행동하면 좋겠구나! 얘들이 매일 침대에 드러누운 채 흐느적대기만 해서!”
오크들의 특제 식사와, 그들이 가르쳐주는 간단한 체조와 운동이 자신과 동생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말을 할 수 없는 티미는 그저 웃으며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한편.
“어디로 가는 거냐, 오크.”
“성 밖에서 사냥을 좀 하려 한다!”
로헨은 푸크와 우르를 데리고 성 밖으로 사냥을 떠났다.
시장의 명도 있으니 병사들도 그를 제지할 명분이 없어 보내주어서 별 방해받는 일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으랏차!”
뻐억.
끼익!
“하앗!”
피융! 빠악!
꾸엑!
“우오오! 라잇 웨잇!”
빠가악!
꾸이익!
로헨과 푸크 우르는 늘 해오던 것처럼 능숙하게 사냥감을 사냥했다.
발이 느린 푸크는 돌팔매질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야생 닭을 잡고, 우르는 창을 날려 사슴을 잡는다.
그리고 나는, 멧돼지를 정면에서 들이박아 놈의 두개골을 박살 내 잡았다.
“뭐, 이 정도인가.”
“인간 녀석들 주변에 왜 이렇게 사냥감이 넘쳐나냐?”
“이거야, 걍 산에 나가서 주워오는 수준이잖아! 인간들은 사냥이란 걸 하지 않는 건가?”
“아마 그게 맞을 거야.”
그러며 나는 성체 멧돼지를 번쩍 들어 어깨에 짊어졌다. 기분 좋은 무게감이 어깨를 눌러온다.
“자, 그럼 이 정도면 고기는 충분할 테니 돌아가자. 카이란이 기다린다.”
그러며 우리는 다시 당당하게 성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야 저 녀석들…….”
“방금 전 나간 것 같더니…….”
“해가 아직도 중천에 떠 있는데 벌써 저만큼이나 사냥감을 잡았어?”
“저런 쓸데없는 살상을…… 어떻게 짐승의 고기를 탐할 수 있지?”
사냥감을 가득 들고 온 우리들을 본 사람들은 쑥덕거리며, 동시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능력을 본 병사들도 긴장한 가운데, 우리의 행선지는.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이란이 운영하는 마르두크 교단의 교회였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싶다면, 뭘 잔뜩 먹여라.]이건 내가 배운 몇 안 되는 진리고, 지금부터 그걸 실천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