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5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57화
“으윽……!”
기사들은 일순, 자신들을 압박하는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물리적인 힘이 아니었다.
자신의 앞에서 팔을 앞으로 뻗고, 상완근과 전완근, 승모근과 대흉근을 부풀리며 과시하는 로헨의 모습을 보자.
“너희 셋 모두! 나에게 맨주먹으로 덤벼라!”
로헨이 한 말을 따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느껴졌다.
바로 포징 스킬의 위력이었다.
‘감히 오크 따위가!’
‘캡틴의 원수!’
‘저놈 따위, 주먹으로 이겨주마!’
저마다의 이유는 달라도, 결국 로헨의 말 대로 맨주먹으로 싸우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카랑! 캉!
결국 그들은 검을 내던지고, 주먹을 들었다.
“좋다! 오크 놈아!”
“네놈 따위 맨주먹으로 때려 눕혀주마!”
“캡틴의 원수!”
와아아아!
나름 한 덩치 하는 데다 판금갑옷까지 입은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커다란 은빛 벽이 달려드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보기엔 그닥 대단한 것도 없지만!’
“너희들은 나서지 마라!”
“라고 말할 거지?”
요 녀석들 이젠 만담까지 하는 거 보소? 근육으로 키운 뇌세포가 좀 많이 컸다?
“저 경비병들이 귀찮게 굴지 않도록 해 줘.”
“오우!”
좋아, 귀찮은 경비병들 문제는 녀석들한테 떠넘기고.
“우오오오!”
날아드는 저 은빛 주먹들부터 해치워야지!
파앗!
“윽!”
가장 먼저 달려드는 제일 키가 큰 녀석의 주먹을 고개를 꺾어 피한다.
“흥, 빈틈!”
부웅!
녀석은 과연 기사답게 주먹질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것 같다.
오른손 훅에 이어 왼 주먹 어퍼로 내 명치를 노린다.
피하려면야 피할 순 있지만, 난 피하지 않는다!
뻐억-!
“큭?”
녀석의 왼 주먹 어퍼가 내 명치에 꽂혔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
‘제기랄, 뭐야 이게! 무슨 돌에다 주먹을 날린 것 같-.’
콰악!
“헉! 이 자식!”
나는 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우드득!
‘뭐야, 판금 갑옷을 무슨 호일로 만들었나. 뭐가 이렇게 쉽게 우그러져?’
그냥 좀 힘줘서 어깨를 잡은 거로 견갑이 쉽게 우그러져서, 이건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크악!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
퍼억! 뻐억! 뻑!
그가 비명을 지르며 내 팔을 마구 내리쳤지만, 당연히 내 상완근과 이두근, 전완근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오른손으로 놈의 반대편 어깨를 붙잡은 뒤, 잡아당겼다.
빠카아앙!
“컥-.”
그리고 놈의 하이바 쓴 뚝배기에 박치기 한 방!
판금 뚝배기도 내 박치기 한 방에 찌그러지고, 기사는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갔다.
물론, 내 이마는 긁힌 자리 하나 없다.
쿵!
“흥, 갑옷이 약골이네.”
“저 자식이 한스를!”
“동시에 덤벼!”
뻐억! 퍼버벅! 콰앙! 빡!
나머지 두 기사가 동시에 나를 공격한다. 주먹질에 발길질까지.
동작은 가라데와 유사하다. 이것도 가라데 고수인 회원님이 가끔 가르쳐 주신 덕분에 알게 된 거지.
‘그러고 보니, 그 회원님이 상대한 가장 난적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뭐였더라?’
『말도 마. 유도 선수하고 붙은 적 있는데 제일 X같았다!』
『피지컬도 죽여주는데 암만 내가 두들겨 패도 씹고 다가와선 날 잡아서 바닥에 메쳐버리는데, 그건 절대 못 이긴다!』
“그렇군. 유도란 말이지?”
그러니까…… 분명.
콰악!
“어?”
나는 키가 작지만 탄탄해 보이는 기사의 흉갑과 목 사이 틈새를 낚아챘다.
“이렇게 쓰는 거였던가!”
“어어어어? 이, 이 자식이!”
빠악!
녀석의 오른 주먹이 내 턱을 노리지만 무시하고 오히려 놈의 오른팔을 잡았다.
“롸잇웨잇!”
나는 그대로 흉갑을 잡아당기며 메치기를 한판!
뻐어억!
“쿠에겍!”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기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펄떡였다.
“이노오옴!”
부우웅!
마지막 남은 녀석이 분노에 차서 주먹을 날리려 달려들었다.
“흐음!”
흥분해서 텔레폰 펀치를 날리려 들어서 몸이 크게 빈 녀석에게 몸을 낮춰 숄더 태클!
“크윽? 이 자식이!”
퍼억! 퍽! 퍽!
녀석도 그래도 꽤 힘은 좋은지 쉽게 넘어지진 않고 오히려 팔꿈치로 내 등을 내려친다.
‘젠장! 뭐야 이 더럽게 단단한 근육은!’
판급갑옷까지 더해진 팔꿈치 내려찍기가 통하지 않는 로헨은.
기사의 눈엔 단단한 갑각이 있는 어스웜처럼 느껴졌다.
“우오오! 베이베에!”
“커헉!”
난 양팔로 놈을 끌어안아 들어 올린다. 갑옷 무게까지 합해서 120kg쯤 되나?
“등 근육 조지기에 괜찮은 무게로군!”
“워어억!”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백 수플렉스!
빠카아앙!
나의 무게까지 더해져 뒤로 넘어가 내동댕이쳐진 기사는 비명조차 못 지르고 눈이 뒤집혀 꺽꺽거렸다.
“흐음, 조금 무게가 가볍나?”
수플렉스를 날리고 일어난 나의 감상은 매우 심플했다.
“저, 저 오크들이 흑철 기사단의 기사 넷을!”
“어, 어떡하죠?”
당연히 순식간에 녀석들을 쓰러트린 오크들에 경비들이 겁을 먹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 멍청한 것들! 뭐 하고 있어! 그러면서 로아노르를 지키는 경비냐! 당장 창 뽑아 들어!”
다행히 유능한 지휘관이 그들을 정신 차리게 만들었고, 흠칫 놀란 그들은 일제히 창을 겨누었다.
“자, 잠깐만요! 이러지 마십시오! 마르두크 신의 집에서!”
“그러니 저 오크들만 저희에게 넘겨주면 그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일로 하는 녀석들이 제일 골치 아프지.’
기사들이야 제멋에 기사도니 뭐니 하는 통에 조금만 도발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지만.
경비병들처럼 시키는 대로 하는 놈들이야말로 대화가 안 통하니까.
‘자, 어떡하나. 저 녀석들도 제압해야 하나?’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난 나머지 녀석들을 곁눈질하며 말하려 했다.
그 찰나,
“윽?”
쿠웅!
경비병 전원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짓눌리듯 무릎을 꿇었다.
다른 경비병보다 강한 근력을 가진 경비대장만이 이를 악물며 간신히 버텼을 뿐이다.
“뭐, 뭐냐 이건!”
“무언가…… 무거운 게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대, 대장님…… 이건 대체……!”
“흐음…….”
나는 구경거리에 몰려든 인파를 슬쩍 보았다.
“오호.”
그리고 인파 사이에 멋쩍은 표정을 지은 세일럼이 있는 걸 확인 했다.
‘혹시나 해서 보험 삼아 대기시켜 놓은 게 정답이었군.’
잘해줬다. 상으로 오늘은 상체 루틴을 돌려주지!
“카이란.”
“앗, 네엣!”
“지금이 기회다. 잘 구슬려 봐.”
“……! 알겠습니다.”
내 말에 카이란도 정신 차리고 나갔다.
“마, 마르두크 신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자들입니다!”
대놓고 연기 투로 말하는 카이란의 연기력에 이마를 탁치고 싶었지만 참는다.
슈욱-.
“우왓!”
“다시 몸이 가벼워졌어!”
그에 맞추듯 세일럼도 중력 마법을 거두고, 경비병들은 놀라워했다.
당연하지만 경비 지휘관은 그것이 마법인 것을 알지만.
“아아! 마르두크 신께서 용서하셨습니다!”
“위대한 마르두크 신께서 사제님께 답해주셨어!”
“사제님을 천국으로 데려다주실 거야!”
“아니, 현세에 기적을 내려주시겠지!”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말로 마르두크 신의 기적인 줄로만 알고 난리를 치고 있다.
“으음…….”
그런 분위기가 대세가 된 마당에 ‘이건 마법이다!’라고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히는 걸 경비대장도 이해하고 있다.
“경비대장님.”
카이란은 고민에 빠진 경비대장에게 다가갔다.
‘우선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하십시오. 이 이상 가다간 정말 피를 볼지도 모릅니다. 교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어느 쪽에도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장님의 명을…….’
‘시장님껜 제가 잘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일도. 그러니, 부디…….’
경비대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며 경비대장은 손을 들어보였다.
“부상당한 기사님들을 옮겨라! 우리는 철수한다!”
경비병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명령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럴 수가…… 그렇다면…….”
신실한 노인은 그 광경을, 그리고 로헨 일행을 보며 놀라워했다.
“마르두크 신께서…… 저들을 받아들이셨다, 그 말인가…….”
그의 중얼거림은 생각보다 크게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저 강인한 자들을 마르두크 신께서 받아들이셨다니……!”
“그렇다면 저들이, 정말로!”
“흑마련에게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와 준 자들이란 말인가?”
그 조용한 동요는 점점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저희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란의 피곤함이 섞인 말에 나는 훗 웃으며 그의 등을 툭 쳐 줬다.
“하지만 이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아아…… 신이 계신 집에서 거짓을 얘기하다니, 전 천국 가기엔 그른 것 같습니다…….”
“아니, 거짓은 아니지. 그저 다르게 표현한 것뿐. 게다가.”
난 카이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사제, 너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걸 막았다. 내가 너희들의 신이라면, 잘했다 칭찬을 하면 했지 벌을 주진 않을 거다.”
“……고맙습니다.”
카이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 시장을 만나야겠다. 자리를 만들어 줘.”
“……알겠습니다.”
내가 뿌려둔 씨앗들이 자라기 시작해 한데로 묶이기 시작했다.
*
“자네들은 도대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한다, 시장.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
나는 카이란 사제를 대동한 시장과의 면담에서 그렇게 말했다.
나의 침착한 말에 게인츠 시장이 화를 내려다 멋쩍게 입을 다물었다.
“뭔가 생각이 있어서 한 거라고?”
“그렇다. 지난번에 말했듯, 나는 흑마련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며, 너희들 인간들도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들이 잘 먹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했다.”
그러며 나는 아직 따뜻한 그릇에 담긴 스튜를 내밀었다.
“먹어봐라.”
“이건……!”
다른 사람들보다는 제법 좋은 식사를 해왔던 시장으로서도 이렇게 고기와 향신료가 풍성한 스튜는 처음이었다.
저도 모르게 허기가 치밀어 오르고 혀에 침이 차올라 그는 그 스튜를 한입 먹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수도에서도 이런 정도의 스튜는…… 먹기 힘들 걸세.”
“너희 인간들은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네. 물자가 풍부한 제국 수도에서도 고기가 그렇게 잘 쓰이지 않네. 고작해야 국물을 조금 내고 귀족들의 식탁에만 가끔 약에 가까운 느낌으로 올라오는 정도지.”
그는 제국 중앙 출신이 아닌 다소 한미한 지역의 출신이라 그나마 고기가 다소 익숙할 정도였다.
“하지만, 알고 있나? 인간도, 오크도 이 강인한 몸은 고기를 먹어야 만들어진다.”
“그, 그래…… 자네의 그 엄청난 몸은 잘 알겠네.”
내가 이두근을 부풀려 보이려 하다 시장이 제지했다. 머쓱하다.
“오늘 내가 상대한 기사들도, 인간 중에선 내가 본 자들 중 가장 단련되어 있지만, 아직 모자라다.”
“그, 그런가.”
“맨손으로는 내 동료들조차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으음…….”
시장은 로헨에게 맨손으로 제압당하고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 기사들에 대한 보고를 떠올리며 신음했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흑마련에 대항하지 못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너희들에게 고기를, 영양이 들어간 음식들을 먹이고 운동을 시키고 싶다.”
“그것만으로 강해진단 말인가?”
“강해진다. 우리가 그 증거다.”
그 인간 흉기라 불리는 기사들까지 맨주먹으로 박살 낸 로헨의 말이다. 게인츠는 납득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흑마련이 온다는 것을 주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가?”
“알지 못하면 대비할 수도 없다. 그들은 충분히 강해져서, 그에 대항할 힘이 있다. 자네의 동족들을 더 믿을 필요가 있다.”
“허…….”
나 같은 오크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게 다소 충격이었던 듯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래서, 앞으로 뭘 더 할 텐가? 자네라면 분명 뭔가 더 꾸미고 있겠지.”
물론이지. 이미 나는 모든 걸 다 계획하고 있다고.
근육만 키우는 헬창들이 대가리가 비었다?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솔직히 운동 이외의 상식이나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무언가가 다소 결여되어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솔직히 나도 헬창들의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좀 많이 봤어야지.’
하지만, 헬창들은 ‘운동’, 그리고 ‘근육’이라는 목적과 수단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계획을 짜는 머리는 석학과도 비견될 만하다.
나는 이 세계에서, 나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우선 생존해야 한다.
이 몸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도대체 부모란 자들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한다. 당연히, 모든 계획이 있다.”
“그, 그래…… 그래서, 다음엔 뭘 원하는가?”
“우선 일반 인간들에 대한 식사를 나눠주는 것과 가벼운 운동을 시키는 것은 사제와 계속할 것이다.”
“저희로서도 빈민 구제와 사회 봉사라는 목적에 부합하니까요.”
카이란 사제가 동의한 바라 시장도 거기에 대해선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 계획이 있다. 오늘 우리와 싸웠던 그, 갑옷 입은 자들과 무기를 든 자들.”
“흑철 기사단과 경비대들 말인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을 불러다오. 그들과 함께…….”
그래, 로아노르 안에서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사냥에 나설 것이다.”
숲이야말로, 우리들의 짐(GY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