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59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58화
“젠장, 로아노르 경비에도 바빠 죽겠는데, 사냥이라고?”
10개의 경비소대 중 제 3소대의 경비소대장 아서가 투덜댔다.
로아노르 경비대의 대장급 중에서는 가장 젊은 청년이었고, 다른 경비대장들보다 신체적으로도 가장 뛰어나 기대치를 받는 사람이었다.
“불만은 알지만, 너무 시끄럽게 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우리까지 끌려 나왔으니까. 젠장, 기사단장 대리님은 왜 이런 명령을…….”
마찬가지로, 로아노르 주둔 흑철 기사단에서 젊고 신체적으로도 절정에 이른 녀석이라 평 받는 견습기사 에르만이 꼽 주듯 투덜거렸다.
“하아? 어이구 우리 잘나신 기사 나리께서 아주 속상하시겠어! 우리 같은 경비따리들과 함께 잡무 처리 신세니까!”
“안 그래도 빡치는데 징징대지 마라.”
“근데 그거 알아? 기사 주제에 이런 ‘사냥놀이’에 차출된 건, 댁의 기사 커리어가 작살났단 거라고?”
그러며 아서가 낄낄거리자 에르만은 울컥하여 그에게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이 경비 애새끼가!”
“어이구, 왜 계급장 떼고 한판 붙어볼래? 갑옷이 없으면 넌 뭔데!”
“흑철 기사단 견습기사! 제국 유년검사 대회 3등! 올해의 효자상 수상자!”
“아 잘나셨어! 그러니까 갑옷 벗어! 오늘 한판 뜨자!”
“좋지! 한판 떠!”
“하지 마라.”
“헉!”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튀긴 콩이라도 씹으며 지켜보고 싶은데, 오늘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둘 다 진정해라. 사냥에는 협동이 중요한데 내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로헨이 슥 하고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내자 서로 으르렁대던 둘이 윽 하고 물러났다.
‘뭐야, 정말로 이게 오크라고?’
‘내가 교본에서 배운 오크하곤 전혀 다르다. 뭘 어떻게 하면 이런 몸이 되는 거지?’
당연하지만 둘 다 날 보고 경이와 두려움, 경계가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은 이제 나의 근육의 멋짐을 찬양하는 표현이라 받아들였다.
“그래서, 너희 둘이 이번 기사단과 경비단의 대장들인가?”
“그, 그래. 경비소대장 아서 하커다.”
“견습기사 대표 에르만 헷세.”
“나는 핏빛함성 부족의 로헨 코르막이다.”
경비소대는 아서를 포함한 12명, 흑철 기사단의 견습 기사들은 에르만을 비롯한 셋.
솔직히 사냥을 나서기에는 과도한 병력이다.
그래, 노루나 사슴, 멧돼지 따위를 사냥을 하기에는.
“너희들, 사냥은 해 본 적 있나?”
“아니, 사냥 같은 하찮고 더러운 일을 우리 고결한 기사가 할 리 없지.”
기사다운 거만한 태도로 돌아온 에르만이 말했다.
“우리는 제국의 기사로서, 제국의 적을 해치우고 법도를 지킨다! 우리의 검은 짐승의 더러운 피와 살점을 묻히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짐승의 피나 우리들의 피나 어차피 살아 있는 생물의 피인 건 마찬가지다.”
“윽!”
“그 짐승의 피와 살점이 곧 우리들의 근육이 되고 피가 된다. 그것을 하찮은 일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강해지는 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으, 읏……!”
나의 으름장에 에르만은 순간 위축된 듯했다.
“그, 그런 궤변 따위 필요 없어! 강해지긴 뭐가! 짐승의 피와 고기 따위로 강해지다니, 흑마련이나 할 짓이다!”
‘아니, 그 기사단조차도 영양학적인 지식이 없단 말이야?’
그러며 나는 순간 궁금증이 들어서 에르만을 근심안으로 보았다.
‘체지방 함량은 15%, 싸우는 사람으로선 준수하군. 하지만 근육량이 싸우는 녀석 치곤 적어.’
근육량이 38%? 이 정도는 그냥 적당히 운동하는 인간 정도에 불과하다.
겨우 이런 정도의 근육량이라면 이건 좀 실망인데. 게다가 이건 기사들의 공통적인 특성인지 상체만 조져댔다.
원○스에 나오는 쿠○라는 캐릭터처럼 과도하게 역삼각형 체형들이다.
“뭐, 뭐야 그 눈은!”
이런, 나도 모르게 좀 측은한 듯한 표정을 지었나 보다.
“하핫! 이래서 기사랍시고 거들먹거리는 샌님들이란!”
여기서 갑자기 경비대장 아서가 끼어들었다.
단발로 자른 금발에 활달한 인상. 게다가 체격 자체도 상당히 괜찮다. 근심안, ON!
‘오호, 이 녀석은 근육량 42%. 확실히 근육량 자체가 꽤 좋은 편이다. 게다가 근육도 전신에 분포한 균형 잡힌 체형이다.’
솔직히 아서 이 녀석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소재로군. 하지만 절대적인 근육량 자체가 적다.
게다가, 근육량만으로 모든 신체 능력을 파악할 순 없지.
“뭐, 우리도 사냥은 딱히 하진 않지만! 마르두크 교단의 애완견이 된 기사단 따위하곤 전혀 다르지! 그럼, 생명의 피와 살은 우리의 힘이 되지!”
“닥쳐! 그렇게 생명을 죽여 대니 네놈들이 동부의 야만인들이라고 욕을 듣지!”
“이 망할 기사 놈이 지역 차별을 해!”
“그만 좀 해라, 너희 둘 다.”
역시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혈기 넘치는 젊은 녀석들 모아 놓으니 이 아사리 판이 나는군.
“아서라고 했나. 잘 말했다. 고기는 근육이 된다. 생명의 무게와 맞바꿔서 우리의 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흑마련에 대비해 강해져야 한다! 그러니 오늘, 사냥을 나가는 거다!”
“음! 말 잘했다 오크!”
“역시 야만족들끼리 잘 맞는군.”
“이 새X가 진짜 끝까지!”
또, 또 시비가 붙어서 싸우려 한다. 이런 걸 싫어하진 않지만, 슬슬 질려!
“그만! 이제부터 우리는 사냥에 나선다! 너희들이 사냥에 익숙하진 않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하는 걸 잘 보고 배워라.”
“흥, 그래 봐야 몰래 숨어서 활쏘기, 돌팔매질 정도겠지.”
‘인간들의 사냥은 그렇겠지.’
하지만 오늘은! 오크의 사냥법이다!
나는 경비대와, 멍청하게도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대동하고, 로아노르 외곽의 숲을 향해 나아갔다.
사냥감을 찾아서.
*
“허억! 허억! 헉!”
우리도 얼마 전까진 아서라는 경비대장이 말한 것처럼, 활과 돌팔매, 투창 같은 원거리 무기로 사냥했다.
하지만 몸의 단련 정도가 궤도에 오르고 나선, 그렇게 원거리 무기를 쓰는 것은 너무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사냥은 곧 야외에서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필드!’
달리기, 장애물 넘기, 방해되는 지형지물을 치우기 위한 저중량 고반복 근력운동!
오직 근력 훈련에 치중해서 자칫 균형을 잃을 신체 전반과, 미세 근육들과 유산소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끼이익!
“노루 무리가 튀어나왔다!”
“쫓아라-!”
우리는 정확하게 노루 무리를 자극시켜 도망치게 만들었다.
“푸크! 왼쪽을 틀어막아!”
“오우!”
푸크도 벌크업 된 몸이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 노루 무리가 좌측으로 빠지지 않도록 틀어막았다.
“에이크! 몇 마리 잡나 한번 승부해 볼까!”
“그거 좋지!”
그리고 나는 에이크와 함께 달려 나가며 노루 무리를 쫓아간다.
“훗!훗!훗!훗!”
“뭐, 뭐야 저게…….”
가벼운 숨을 빠르게 쉬는 호흡법으로 지치지도 않고 달려가는 로헨의 뒤를 쫓던 아서가 경악했다.
‘젠장, 나도 어디 가서 체력으로 딸린단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근데!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아!’
그 증거로, 그와 함께 달리던 경비병들은 이미 죄다 나가 떨어졌다.
사냥 경험이 있는 아서도, 이런 식으로 무식하게 사냥감을 쫓아가서 잡는단 사냥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
다리 근육은 타 들어가는 듯하고, 폐는 찢어질 것만 같다.
숨을 몰아쉬는 목에서 피맛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렸음에도, 아서는 노루를 쫓아 달려가는 녹색의 벽들에 닿지 않았다.
“크흑! 흐윽! 후욱!”
그래도 경비대의 젊은 기대주라는 자부심에 그는 이를 악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들을 끝까지 쫓아갔다.
“허억! 히엑! 헤엑!”
덜커덩! 덜컹!
“허…….”
그런 그의 뒤를 쫓아오는 번쩍이는 은빛 기사. 에르만이 있었다.
‘이 녀석…….’
에르만은 번쩍이는 철갑옷 차림이란 TPO를 완전히 무시한 차림에, 신체능력도 아서에 비할 바가 아니건만.
“커헉! 허억! 크악!”
오직 아서에게 질 수 없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갑옷 디버프와 부족한 체력을 이겨내고 따라붙고 있었다.
“이 미친 새X!”
“나는…… 크헥! 흑철 기사단…… 우엑…… 기사! 하악! 에르만이다아-!”
‘좋군.’
그런 와중에 나는 둘을 흘깃 보며 꽤 감탄하고 있었다.
‘솔직히 우리를 금방 못 따라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따라오고 있다.’
이것이 젊음의 파워인가. 아니면 서로 죽어도 지기 싫은 자들을 붙여 놓은 데서 오는 시너지 효과인가.
‘……아니, 생각해보니 나도 젊다 못해 어리잖아. 파릇파릇한 십 대라고!’
‘역시, ‘저 새X에겐 지기 싫다’라는 동기는 운동에게 있어서 도핑과도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니까.’
“로헨, 저 인간 녀석들 좀 한다.”
“그렇지?”
인간에게 감정이 별로 좋지 않은 에이크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럼 기초체력 검사는 이 정도로 해 두자고.”
여기서 더 체력을 소진하면 앞으로가 힘들어 질 테니까!
[스킬 : 근육 조작] [다리 전체 근육 전력 출력!]투화악!
스킬로 강하게 수축되어 힘을 발한 다리가 땅을 박차고, 내 몸이 공중을 날았다.
“우오오! 라잇 웨이잇!”
뻐억!
끼엑!
날아가는 기세를 그대로, 노루의 머리에 주먹 한 방!
“치잇!”
투다다다!
“허억!”
에이크는 지금까지 전력을 다 하지 않았던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스프린트 했다.
“하아앗!”
뻐거억!
뚜두둑!
늑대나 곰도 일격에는 잘 부러뜨리지 못하는 수노루의 굵은 목을 에이크의 킥이 일격에 부러뜨렸다.
“흐아압!”
파파팟!
뻐걱!
끼아악!
“이야아아앗!”
타닷 탁!
빠악!
끼에엑!
나머지 두 마리도 나와 에이크가 도약, 나무를 박차 주먹으로 두개골을 부수고 목을 꺾어서 잡았다.
“어어억…….”
“어버버…….”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로헨과 에이크의 일방적인 사냥에 둘은 사이좋게 경악했다.
“후, 이 정도인가.”
“일단 오늘 먹을 양의 노루고기는 확보했군.”
커다란 수노루와 암노루를 양손에 하나씩 질질 끌고 오는 두 오크들에 인간 둘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애초에 숨을 몰아쉬며 지쳐 있었던지라 무슨 말도 꺼낼 수 없었지만.
‘이런 젠장, 지금까지 우리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죽어라 달린 게 저 녀석들의 가벼운 뜀이었단 말이야?’
쿵!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들의 앞에 로헨과 에이크가 노루들을 쿵 내던졌다.
“수고했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우리를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곤 기대 안 했다.”
“뭐어……?”
“우릴…… 허억…… 시험한 거라고……?”
“시험이라니, 그저 사냥을 같이 한 것뿐이다. 오해하지 마라. 그리고.”
나는 그들의 너머, 숲 너머를 노려본다.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스슥! 스스슥!
파파팟! 파팟!
수풀 너머에서 스슥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져 온다.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윽……!”
“뭔가가 숲속에!”
에르만과 아서도 그것을 눈치채고 몸을 일으켰다.
“무기 가지고 있으면 빨리 꺼내는 게 좋을 거다.”
“말 안 해도 알아!”
스릉!
아서는 늘 차고 다니는 단검을 허리춤에서 뽑았다.
‘젠장, 뛰어오느라 롱소드를!’
기사의 생명과도 같은 롱소드조차 동료에게 떠넘기고 온 에르만이 혀를 차며 허리에 찬 단검을 뽑아들었다.
“크하하! 맨날 기사의 영혼이자 생명이라던 롱소드도 내던지고 단검 든 꼬라지가 잘 어울리는구나!”
“시끄러! 빌어먹을, 단검 든 꼬라지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서로 싸울 틈은 없을 거다.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보통 놈들이 아니니까.”
“윽!”
“젠장, 대체 뭐지? 곰이냐? 아냐, 곰같은 큰 놈이 내는 소리가 아냐!”
“흑마련인가! 아니면 네놈과 같은 오크인가!”
스슥! 스스슥!
가벼운 몸의 여러 명이 숲속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네놈들이 우릴 속인 건 아니겠지!”
“그럴 거면 굳이 이런 돌아가는 짓을 내가 하겠나. 그냥 지금 너흴 두들겨 패면 그만이지.”
내 무심한 말에 둘은 윽 하고 기죽은 듯 움찔거렸다.
‘나나 에이크는 맨몸. 저 둘은 단검뿐인가.’
우리가 상대해야 할 녀석들에겐 어쩌면 버거울지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에이크의 상대는 아니지만!’
“로헨, 온다!”
“음! 준비해라!”
“크윽!”
“어떤 놈인지 몰라도! 감히 흑철 기사단의 기사에게 싸움을 걸어온 어리석음을 저주하리라!”
기사의 기본 품격에는 허세가 반드시 들어가나 보다.
단검을 꼬나든 기사라, 폼이 전혀 안 나는데.
케케케엑-!
퍼석!
그리고 괴성과 함께 수풀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크윽! 덤벼라!”
“으아아아!”
단검을 꼬나 쥔 둘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외치고 나와 에이크가 침착히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우리의 적은!
“……엥?”
우리와 비슷한 녹색의 피부.
키는 인간의 명치 언저리에나 올까.
구부정한 몸짓, 낡은 옷가지에 조잡한 가죽 방어구를 낀 그들은-.
“뭐야, 고블린이잖아?”“
고블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