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6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66화
보통 필라테스 하면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한다.
이건 헬창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몸을 꼬고 관절을 굽히는 그런 자세를 취할 시간에 스쿼트 한 번 더 하겠다, 그런 게 헬창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
필라테스는 애초에 태생부터가 헬창이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감옥 안에서 만들어 낸 하드보일드한 운동인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알기에 핑크핑크한 레깅스를 입고 필라테스 수업을 들은 것이다! 사나이의 색은 핑크다! 지금은 녹색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어지간한 필라테스 강사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너는 일단 몸을 더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유연한……몸?”
“아무리 멋진 몸을 갈고 닦아 봐야 뻣뻣하게 굳어 있으면 시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며 난 바짝 얼어 굳어 있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면 자세가 나빠진다. 거북목, 굽은 등. 이것은 근력만으로는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 하나가 더 필요하지. 그것이 바로 유연성이다.”
흡! 헛, 핫!
그러며 나는 나의 유연함을 살린 포징을 선보였다.
기존의 정규 포징이 아닌 좀 더 유연함을 강조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허리를 꺾고, 발을 벌려 앉는 등.
다양한 포즈를 시도했던 카이 그린과도 같은 포즈.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여성스러운 포즈도 취해 보였다.
“으, 음……아,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해. 좀 많이 부담스럽다…….”
나의 포즈를 바라보던 세일럼은 질린다는 듯 손을 저었다.
“…….”
그리고 어느덧 확연히 줄어들어 허리의 굴곡이 보이기 시작한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좋아. 네가 알고 있는 그 필라테스란 걸 내게 가르쳐 줘.”
“잘 보고 배워라. 어차피 난 곧 있으면 내 훈련에 바빠서 다른 사람을 봐줄 여유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바닥에 다소 부드러운 짚으로 만든 장판을 요가매트 대신으로 깔고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이 필라테스는 내가 아니라 네가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이다.”
세일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 앞에 앉았다.
*
“꾸오오옥-!”
“자, 새로 들어오신 회원님, 제대로 두 발을 잡으셔야 해요. 더, 더!”
“도, 도대체 이런 자세에 무슨 의미가…… 끄어억!”
아이른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세일럼이 가르쳐준 두 발을 뒤로 돌린 팔로 잡는 화살 자세를 취하며 절규했다.
“좋군. 이 절규 소리. 필라테스가 본디 감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시 켜준다.”
나는 그 광경과 처절한 비명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자, 다음은 다리 스트레치 자세입니다! 누우세요!”
“끄으윽……접쇠강을 만들 때보다 더 힘들다……끄윽, 허리가아……우드득 소리가아…….”
늘 강철과 불과 싸워온 강인한 남성 아이른이지만 이곳에선 그저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르는 한 마리 갓 태어난 노루와도 같았다.
“자, 아이른 회원님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여기서 좀 더 무게를 더해보죠.”
“뭐, 뭣? 잠깐!”
꾸구구국!
세일럼은 순간 중력 마법을 약하게 발휘하여 아이른에게 무게를 더했다.
“끄어억! 이 마녀가아아! 사람 죽인다아아!”
“사람은 이 정도로 잘 안 죽어요. 해 봐서 알아요.”
“끄어어억!”
이것이 가해자가 된 피해자인가. 그렇게나 징징거리고 투덜거리며 운동을 하던 세일럼도.
점점 자신의 몸이 눈에 띄게 변해가는 것과, 그리고 자신의 컨디션이 좋아져 가는 것.
무엇보다 트레이너가 되어 사람들을 가르치고 통솔하는 입장이 되자, 특유의 음습한 성격도 뭔가 변해갔다.
“그래, 좀 더 고통스러워 하세요! 그것이 당신의 몸을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어쩌면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가게 된게 아닐까.’
그런 걱정은 들긴 하지만, 뭐 트레이너로서 자기 할 일은 잘하니까 문제없겠지.
“…….”
한창 새디스틱하게 필라테스를 시키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 그럼 잠시 몸을 띄울 테니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부웅-.
“꺗!”
“여러 번 해 봤지만 정말 할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기구가 필요한 필라테스 동작을 세일럼의 중력 마법을 역방향으로 걸어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몸이 달라지면서, 중력조작 마법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어.’
몸뿐만 아니라 능력 자체가 달라진 것에 세일럼은 스스로도 감탄했다.
“우오오옥 내 허리! 허리가 너무 뒤로!”
“그 정도로는 허리 안 부러져요. 괜찮으니까 동작 유지하세요!”
“큭……죽여라!”
“저도 그 소리 해 봤거든요. 그래도 안끝나더라구요.”
그렇게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 세일럼과, 고통스러운 고문의 시간이 흐른 뒤.
“자, 그래서 좀 어떤가?”
“어떻긴……뭔가 대체, 이 짓거리는! 사람을 괴롭게 만들 뿐이잖나!”
“한번 몸을 일으켜보면 달라질 거다.”
“음?”
투덜거리던 아이른은 순간 허리를 펴며 일어나더니 뭔가를 느낀 듯 응? 하는 표정이 되었다.
“어, 뭐지? 허리가……게다가, 어깨가?”
아이른은 허리를 펴고 고질적으로 아프던 왼쪽 어깨를 돌려보던 아이른은 상당히 놀라워했다.
“뭐지, 그렇게 아프던 허리와 어깨가 왜……아니, 아직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거의 안 아픈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상당히 고통이 경감된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었다. 아이른은 그동안 뻑뻑해서 움직이기 힘들었던 고관절, 오른쪽 어깨, 목이 원활히 움직이는 것을 자각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가!”
“마법이 아니다.”
“난 마법 썼는데?”
“조용히, 세일럼.”
“읍읍…….”
그 마법으로 연결된 권속이라 내가 하는 명령에는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말 잘 듣는 트레이너가 생기다니 이건 또 하나의 꿈이 생겨났군.
“네가 잘 아는 철로 비유를 하자면, 철에도 연한 철과 단단한 철이 있는 거로 안다. 그렇지 않나?”
“그, 그렇지. 연철과 강철이…….”
“하지만 강철이 지나치게 단단하면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진다.”
“마, 맞네. 담금질을 잘못했다간 큰일 나지.”
“그런 것이다. 너의 몸은 너무 담금질을 세게 한 철과 같은 상태다. 너무 단단해져서 오히려 움직이려 하면 우득거리며 깨지고 있는 상황이지. 하지만,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굳어진 근육을 풀면!”
그러며 나는 국민체조 자세를 취해보며 유연한 내 몸을 보여주었다.
선 채로 손이 발까지 닿고, 허리도 옆으로 몸이 직각이 될 정도로 꺾이는, 거대한 근매스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한 몸을!
“삐걱거리면서 아프지 않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우웃……!”
“물론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아이른, 너는 너무 한 자세로 힘을 써왔기 때문에 신체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나는 망치를 모루에 내려치는 자세를 흉내내보며 말했다.
“불균형하게 발달한 근육 때문에 같은 동작을 해도 약해진 근육에 무리가 간다. 그러니 통증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으음…….”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불균형한 근육을 균형 있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해 줄 수 있지.”
“정말인가?!”
“나를 믿고 따라온다면 너의 몸을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 대신 너도 카카를 확실하게 교육시켜라.”
그러며 나는 아이른을 데리고 야외에 갖다 놓은 머신들을 보여주었다.
“자, 회원님 한 세트만 더!”
“끄으으윽!”
“자, 더 미십시오! 무릎 굽히지 말고! 자, 롸잇웨잇!”
“끄아아압!”
마침 랫풀 다운 머신과 레그프레스 머신에서 아서와 에르만이 열심히 웨이트를 하고 있다.
“호오, 저런 식으로 하는 기계인가?”
“나중에 저 랫풀 머신에 제분기도 결합할 거다. 동시에 무게도 늘리고.”
“무게를 늘린다라. 저기서 더?”
“저 인간들이 쓰는 덴 문제가 없지만, 우리가 쓰기엔 무게가 부족하다.”
“크하아!”
“좋아, 1분간 휴식이다!”
마침 에르만이 잠시 랫풀 머신에서 나온 사이 아이른은 그걸 잡아당겨 봤다.
“무겁……! 이런 무게조차 너희들은 부족하단 거냐?”
난 어깨를 으쓱여 보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무게를 더하면 기계가 버티지 못한다. 카카도 이 이상의 강도를 내는 법은 모른다. 그래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네게 부탁한 것이다.”
“으음, 그렇군. 좋은 판단이네.”
순간 아이른의 눈이 흥미로 번뜩이는 것을 보았다.
처음 해 보는 이 도전에 흥미를 느끼는, ‘만드는 자’의 눈이었다.
“내 장담하고, 만족스러운 머신으로 만들어 주겠네.”
[아이른이 회원님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스킬 : PT의 효과의 대상이 됩니다.]그래, 회원이 순조롭게 늘고 있군.
“좋군. 하지만 그 전에.”
철컹! 쿠웅!
나는 푸크와 우르가 가져온 수많은 덤벨과 원판, 탄력봉 등을 가리켰다.
“이제부터 너의 육체를 개조시켜 줄 것이다!”
“우웃……!”
“진정한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다! 견뎌내라 아이른, 망치질을 견디는 철과 같이!”
꾸오오오오!
그리고 아이른의 비명이 다시 한 번 로헨들의 아지트에서 울려 퍼졌다.
*
“후우! 후우!”
“흐음! 좋군, 오랜만에 견습기사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은 유산소를 겸한 로아노르 주변 숲의 순찰에 나섰다.
오늘은 기사단장 베오르와 경비대장 제이슨이 동행했다.
“그동안 대장이라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는데.”
“다시 몸을 제대로 단련하게 되니, 정말로 예전 혈기 넘치던 때로 돌아온 기분이로군.”
두 대장들은 하급자가 할 법한 잡일에 불만을 품을 만도 했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다.
그들도 로헨 무리가 알려주는 단련법으로 단련하면서 당연히 몸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까.
그들에 맞춰서 페이스를 조정했다곤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우르를 잘 따라왔다.
아서와 에르만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과연 실전으로 다져진 베테랑다운 성장세다.
“좋아, 여기까지 둘러봤으면 이제 됐다. 이만 다시 돌아가 보지.”
‘흠…… 오늘도 녀석들의 척후는 없는가?’
나는 조금 의문을 품었다.
‘흑마련은 아마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전 위력정찰에 나설 겁니다.’
흑마련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일럼과 고블린 스카가 의견을 하나로 모아 말했다.
‘이제 겨울도 지났고, 흑마련의 주력 종족들의 활동력이 돌아오는 봄이 되었으니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거라 봐.’
“흐음…….”
그런 정보에 따라 슬슬 흑마련의 위력정찰대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잠잠하다.
‘뭐,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벌면 좋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떠나려던 찰나.
아우우우!
“응?”
레타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보았다.
“오, 레타!”
나는 숲 너머에서 나타난 붉은 털의 늑대를 보고 반겼다.
그리고.
“주군!”
그 레타 위에 타고 있는 고블린, 스카가 있다.
“오, 스카.”
뒤이어 온 다른 늑대들의 위에도 각자 ‘카토’, ‘토치’라고 이름 붙여준 고블린 둘도 있었다.
녀석들은 뼈와 가죽밖에 안 남고 배만 뽈록 나왔던 난민 같은 몸에서, 슬슬 탄탄한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니 판타지에서 잡몹 같던 인상에서, 키와 몸집은 작지만 단단한 강자의 인상이 붙기 시작했다.
‘이 녀석을 더 잘 키우면 작아도 강한 근육을 탑재한 리 프리스트 같은 녀석이 되겠군.’
성장해가는 회원님에 기대를 걸며 보는 중에 스카가 레타에서 내렸다.
“수고했다, 레타. 자, 여기.”
컹!
그러며 그는 본인 왈, 짐승들이 환장하게 만드는 특제 레시피로 만든 ‘간식’을 레타에게 주었다.
‘나 말곤 어떤 녀석에게도 꼬리 한번 흔들지 않는 녀석이 희한하네.’
스카 녀석은 무슨 테이밍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신기하니 한번 나중에 비결을 물어보자.
“그래, 장거리 정찰은 끝났어?”
“네. 그리고 긴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주군.”
“무슨 일인데?”
그 순간, 나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왔다.
“흑마련의 위력정찰대를 발견했습니다. 로아노르로 오고 있습니다.”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다.
“병력 수는?”
“대략 30마리 정도의 고블린, 20마리의 코볼트가 주력입니다. 그리고…….”
문득 스카가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말한다.
“세 마리의 ‘트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끈!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의 상완근과 대흉근, 대퇴근이 흥분으로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