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75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74화
“흐음.”
쑤욱!
스카는 자신이 죽인 코볼트의 시체에서 단검을 쑥 뽑아냈다.
“대장, 여기도 처리되었습니다.”
“여기도요.”
그의 부하 둘 또한 코볼트들의 시체를 넘고 스카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들은 어느 부족이지?”
“이빨에 철조각이 붙어 있는걸 보니 강철이빨 부족 놈들입니다.”
“강철이빨 부족. 자기네가 정예인 줄 착각하고 있는 녀석들이 직접 나섰다고?”
“이젠 별것 아니네요 이 녀석들도.”
“맨날 우리 고블린들을 약해 빠졌다고 놀려대더니, 이젠 힘으로도 우리한테 상대가 안 되네.”
“저희가 강해지긴 했나 봅니다! 대장!”
부하들의 말에 스카는 피식 웃었다.
“몸을 단련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못한 결과지. 언제나 우리들의 주군에게 감사해야 한다.”
뿌득!
그러며 스카는 과시하듯 이두근을 펌핑해 보였다.
로헨의 회원이 되어서 그의 PT를 성실하게 받고, 지금까지 입에도 대 보지 못한 고기를 먹는 단백질 위주 식단을 거친 결과.
어딘가의 난민 아이 같은 뼈만 남고 배만 튀어나와 있는 전형적인 판타지 잡몹 고블린에서, ‘이 정도면 오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근육을 가지게 되었다.
“정예라고 하는 강철이빨 부족의 코볼트 놈들도 결국 근육의 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로군.”
그리고 신체의 변화가 성격까지 변화시킨 듯, 소심하던 그들의 성격도 바뀌어서 스카는 죽은 코볼트들을 내려다보며 비웃듯 이죽였다.
“하지만 강철이빨 놈들이 나타났다는 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 거기다 로아노르 주변의 산을 따라서 원형으로 포진하고 있다.
스카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흑마련이 본격적으로 로아노르를 포위하려 하고 있는 거다.”
*
“흐음! 흡! 흡!”
쿠르르륵!
“어…….”
“그, 뭐냐…… 이게 정말 가능한 거였습니까?”
마차에 올라탄 모든 사람들이 마차를 끌고 가는, 말도 소도 당나귀도 아닌 녹색의 인간 형상을 보고 중얼거렸다.
“후우! 후우!”
“롸잇! 웨잇! 롸잇! 웨잇!”
코볼트의 습격에 죽은 말 대신 철괴와 철광석을 가득 실은 두 개의 마차를 끌고 가는 것은, 로헨과 에이크였다.
“과연, 이건 꽤 하체 단련에 좋은데?”
“유산소이면서도 동시에 하체 무산소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전생에서도 커다란 타이어를 수레에 실어서 끌거나 미는 훈련을 하곤 했지.
단순히 하체뿐만 아니라 코어근, 동시에 상체까지 모두 함께 쓰는 근육간의 협업도 단련할 수 있다.
‘과연, 단순히 근력만 체감할 수 있는게 아니군.’
“허억! 허억!”
에이크는 처음엔 나와 나란히 수레를 끌고 갔다.
철광석 위주로 담긴 수레 마차라 내가 이끄는 철괴 위주로 담긴 수레 마차보다는 다소 가벼운 것이었기에.
하지만 계속 수레를 끌고 가면서 점점 나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단순한 근력 차이 때문만큼은 아니다. 이유는 바로, 근육 협응력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아무리 내가 너보다 약해도 좀 더 가벼운 수레를 끌고 가는데…….”
“너는 지금 수레의 무게를 견디며 나아가는 하체의 힘과, 수레를 붙잡는 상체가 함께 힘을 내지 못하는 불균형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수레를 이끌지 못하는 것이다.”
“화, 확실히…….”
에이크는 상체가 수레를 제대로 잡지 못해 뒤로 밀린 것을 자각하고, 상체의 힘을 더욱 주었다.
콰아악!
“오오.”
상체 힘까지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 처음엔 힘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함께 힘을 발휘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힘을 아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군. 이걸 의식하는 게 다소 힘들긴 하지만!”
에이크는 그제야 여유가 생긴 듯 훗 웃어 보이며 힘차게 수레를 이끌었다.
[회원 에이크의 근육 협응력이 성장합니다.]‘가르침을 주는 것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군. 이것이 내 회원님의 특전인가.’
만약 이 능력이 전생에 있었다면, 미스터 올림피아를 사단 단위로 배출해 냈을지도 모르겠는데?
“허허어…….”
“우린 대체 언제쯤 저런 정도의 힘을 쓸 수 있게 될까…….”
아서와 에르만은 옆에서 조금 익숙해진 늑대를 탄 채 그들을 경이 반, 부러움 반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희도 꾸준히 PT를 받고, 스스로를 단련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이어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아서와 에르만을 보며 말했다.
내 말은 빈말은 아니다. 바로 이 ‘회원 등록’ 스킬로 온갖 성장 특전을 딴 영향도 없잖아 있겠지만.
이 세계의 인간들의 근 성장 경향도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전생의 세계였다면 온갖 약물 칵테일로 도핑을 한 정도의 근 성장세는 일반인이면 당연히 있는 수준이고.
아서와 에르만은 나나 오크 사총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생 세계의 인간은 무슨 짓을 해도 따라올 수 없는 근육 성장세를 보였다.
‘역시,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전부 엄청난 근육 성장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그런 세상인 만큼 더욱더 불타오른다.
회원님들을 키우는 트레이너로서도, 그리고.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근육을 가지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나보다 더 엄청난 근육을 가진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자들에게 질 수 없다!
상대가 인간이건, 트롤이건, 같은 오크건, 심지어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상태 이상 : 흥분, 호승심이 일어납니다.] [아드레날린 부스트가 일어납니다.]“우오! 라잇 웨이잇!”
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로헨은 갑자기 수레를 끌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로헨! 같이 가자! 크워어!”
“우와아악!”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말이라도 새로 구했나? 어억!”
“끄악! 철괴가 발 찧었어!”
덕분에 로헨과 에이크가 끄는 수레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가속에 마차 안에서 뒹구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로헨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긴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단련해도 저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낀 두 인간 남성이 늑대 위에서 중얼거렸다.
*
“바남에서 철괴와 철광석이 들어왔다!”
“어서 들어와!”
당연히 로아노르는 바남에서 온 철괴와 철광석에 모두가 기뻐했다.
“드디어 우리도 쇳조각 달린 창을 휘두를 수 있겠군!”
“무겁다고 징징대지나 말어!”
“무슨 소리! 이 몸의 팔을 보라고! 이렇게나 굵어졌단 말이다!”
“너만 굵어졌냐! 나도 이 정도로!”
곧 엄청난 적의 군세가 찾아올 거라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전혀 비관적인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때는 정말로 내 전생 세상의 역사 속 중세처럼 피폐하고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은 생기가 돌고, 특히 원기로 가득차게 되었다.
어느 정도 단백질이 들어간 고기, 이제는 내게서 배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전해주는 운동방법.
그리고 시장부터가 솔선수범해서 운동을 개시하자 시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따라 하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좋은 변화로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번 철괴 확보로 무기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겠지만.
아직 로아노르 시민 모두가 먹을 충분한 단백질 식단도 그렇고, 시민들의 영양 상태 개선과 운동 개선, 그리고 방어전을 위한 각종 장치 등, 손대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되겠지. 부위별 분할 운동을 하듯이 말이야.’
“어서 오게 로헨!”
생각하며 걷다 보니 곧 아이른의 대장간 앞까지 도착했다.
“주문한 철괴와 철광석, 확실하게 도착했다.”
“오오! 이 정도 양이라면 충분히 로아노르의 모두를 무장시키고도 남겠군!”
아이른은 반색하며 들뜬 듯 말했다.
“이게 들어오지 못했다면 정말로 힘들었을 거다.”
“마을의 모든 쇠붙이란 쇠붙이를 전부 모아야 했을 겁니다.”
“마르두크 교회의 앙크 십자가까지 죄다 녹여 버려야 했을지도 몰라요.”
“뭐, 아직 완전히 충분하다고 확정된 건 아니니 최후의 수단으로 아직 염두에 두는 게 좋네.”
“흐흐, 이거로 나도 날붙이를 만들 수 있겠구나!”
보아 하니 내가 보내준 네 명의 대장간 보조 인력들까지 나와서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에 대장간에 올 땐 체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근육량이 적었던 녀석들이 이젠 어지간한 보디빌딩 대회에 가서도 통할 정도의 상체가 되어 있었다.
“좋아! 어서 나르자!”
“흐흐, 기다려 줘 금속들아! 곧 내가 뜨겁게 달궈줄게…….”
“으흐흐…… 달궈진 쇳덩어리를 쾅쾅 내려치고싶다아…….”
“…….”
뭔가, 좀 이상해진 것 같긴 하지만 음…… 기분 탓이겠지?
캉! 캉! 캉!
오싹함을 느끼며 대장간에 들어서더니 역시나 힘찬 단조질의 소리가 들려온다.
“카카!”
“로헨, 고생했다!”
카카는 한창 모루 위에서 내려치던 것을 두고 날 반갑게 맞이했다.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더욱 강해진 그의 상완근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충분한 철들이 들어왔다. 이젠 대장간이 모두를 무장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무기를 뽑아줘야 할 차례야.”
“걱정 마라. 저걸 봐라.”
하며 카카는 문득 어딘가를 가리켰다.
“이 녀석들! 그걸 옮기기 전에 다 달궈진 이것들부터 다 완성 시키자!”
“예-엡!”
아이른의 명이 떨어지자 네 인간들은 일제히 답하더니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 달궈진 쇳조각들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각자 마련된 모루에 서서, 단조를 시작했다.
캉! 캉! 캉! 캉! 캉!
캉! 캉! 캉! 캉! 캉!
다섯 명이 일제히 달궈진 창날을 단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정도면 빠르게 필요한 수의 무기들을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래.”
“서둘러야 합니다.”
“음?”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스카가 대장간의 어둠 속에서 슥 나타났다.
“으에익 깜짝아! 왠 고블린인가 했네!”
“그러게, 언제 들어온 거냐?”
“저희 부족의 기술인 그림자 은신술입니다.”
“무슨 닌자냐……그래서 어쩐 일이야?”
“주군께서 시키신 대로 로아노르 동부의 산맥지대까지 정찰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이놈들을 봤습니다.”
그러며 스카는 쇳조각이 박힌 엄니 몇 개를 내밀었다.
“이건, 그 코볼트들인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마주친 녀석들은 해치웠지만, 더 많은 숫자가 로아노르 주변 전체로 원형을 그리며 조여오고 있습니다.”
“그, 그 말은!”
“흑마련 군세가 본격적으로 포위를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에 총 공격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군.”
아이른은 경악했지만 나는 어차피 올게 왔다는 생각이다.
“아이른, 일이 그렇게 되었다. 서둘러 줘.”
“아, 알았네. 팔이 부서져라 무기를 만들지. 아, 참고로 부탁한 운동기구는 이미 만들었네. 이제 철괴들도 왔으니…….”
그러며 아이른은 카카에게 눈짓했고, 카카는 씩 웃으며 어딘가 가더니.
쿵!
커다랗고 묵직한 거푸집 하나를 가져왔다.
그 거푸집의 단면은, 내가 익숙한 둥그런 형상을 띄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가진 가장 큰 20kg 원판보다 더 큰 형태의.
“로헨, 네가 부탁한 것을 곧 만들어 줄수 있다!”
“……좋군!”
그 원판에 있는 ‘30’이란 숫자에 나는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뭔가 도와줄 건 없나?”
“지금도 충분히 해 줬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땔감과 숯이 더 많이 필요할 거다. 나무가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좋아.”
“그리고 우르나 푸크가 힘내주고 있지만, 역시 우리들과 일부 인간들만으론 충분한 고기를 사냥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다. 대책은 이미 세워뒀지. 에이크, 스카, 돌아가자.”
“오우.”
“옛 주군.”
나는 에이크와 스카를 데리고 대장간을 떠나갔다.
“하던 일을 열심히 해라, 카카. 그 문제들은 곧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카카는 인사 대신 가져가라는 듯 미리 포장해 놓은 운동기구들을 가리켰다.
*
“알겠습니다. 더 많은 주민들이 몸을 단련할 수 있도록 교회 마당에 설치해 놓겠습니다.”
마르두크 교회에 돌아가서 카이란을 만나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
“저도 어제는 상체를 했으니 어서 이거로 하체를 하고 싶군요.”
어느새 헬창이 다 된 카이란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가 전부다.”
쿠웅!
사냥에서 돌아온 우르는 푸크와 함께 멧돼지와 사슴 한 마리씩을 교회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곳의 수녀들도 이젠 고기가 익숙하다는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도축용 칼을 들었다.
“이제 사람들도 몸이 단련되어 더 많은 고기가 필요한데, 점점 부족해지는군요.”
“걱정 마라 카이란. 그 문제와 나무 연료 문제도 내가 해결할 거다. 카카가 곧 여기에 와서 숯을 만들 가마를 새로 지으러 올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문제를…….”
난 말없이 우르를 바라보았고, 에이크는 응? 했다.
“우르.”
“뭐냐?”
“오랜만에 부족으로 돌아가야겠다.”
“……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