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7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77화
빠가가각!
온 힘을 내자마자 좀 전과 달리, 날 옭아매던 뼛조각들은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오?”
게다가 부서진 뼛조각들이 다시 달라붙는 일도 없었다.
키리릭 키릭!
스켈레톤들 또한 뭔가 갑자기 반응이 달라졌다. 조금 괴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부술 수 있습니다! 로헨!”
“오우! 롸잇 웨이잇!”
빠가악!
카이란의 말과 동시에 나는 달려들던 스켈레톤 하나의 머리통을 부섰다.
물론 녀석들은 머리통을 부쉈다고 바로 쓰러지진 않았지만.
“우오오오!”
빠가가각!
내 주먹 러시가 몸뚱이를 절반 이상 날려버리자 녀석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쓰러져 뼛조각으로 돌아갔다.
“좋군! 족장님!”
그리고 녀석이 쥐고 있던 이빨 빠진 검을 들어 버라던 족장님에게 던져주었다.
“인간의 검인가. 이걸 쥐는 건 몇십 년 만이로군.”
버라던은 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표정으로 낡은 검을 쥐더니.
“흐으음!”
부웅- 콰작! 콰직!
보는 나도 깜짝 놀라 멍해질 정도로 수려한 검술 동작으로 달려드는 스켈레톤을 베고 갈랐다.
콰르르륵!
버라던의 검술에 부서진 스켈레톤이 뼛조각이 되어 스러져내렸다.
“대, 대단합니다, 족장님.”
“나도 나이를 먹었군. 겨우 이정도 휘둘렀다고 숨이 차오르다니.”
버라던은 쓴웃음을 지으며 숨을 골랐다.
“그렇군. 저 인간 사제가 신성력을 쓸 수 있군. 우리에겐 다행이다.”
“네. 설마 하는 마음에 데려왔더니 말입니다.”
“로헨 덕분입니다. 로헨이 절 단련시켜주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신성력을 쓰지는 못했을 겁니다.”
카이란이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신성력을 쓴 덕에.
“저 뼛조각들에게 공격이 먹힌다!”
“밀어붙여!”
와아아아!
마을의 오크들이 기세를 잡아 스켈레톤들을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
“으워어어!”
체이카도 무리한 공격에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열심히 싸워대며 스켈레톤들을 부숴대고 있고.
“그런데 왜 갑자기 언데드들이?”
“이들은…… 과거 대전쟁 당시. 이 슬란 산맥에서 죽은 전사들이다.”
버라던은 손에 든 낡고 녹슨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흑마련의 세력을 결정적으로 밀어낸 격전이 있었다. 수많은 오크와 인간, 그리고 엘프와 드워프들과 같은 이종족들이 ‘연합’의 깃발 아래 함께 했었지.”
버라던은 과거를 그리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건 사악한 사령술입니다. 아마도, 흑마련이 섬기는 사악한 죽음의 신 에레쉬의 힘을 빌려 이 산맥의 죽은 자들을 깨우는 걸 겁니다.”
그러는 카이란의 얼굴엔 긴장이 가득했다.
“이 정도 사령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상당한 수준의 사령술사입니다.”
“그렇군.”
“이런 수준이라면, 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겁니다!
“……!”
“로헨!”
직후,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너희들!”
내 무리에 있던 아이들, 지금은 어엿한 성인 못잖은 오크로 성장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인간 사제의 말을 듣고 왔다!”
“오는 길에도 뼉다구들이 있었다! 사방 숲에서 몰려오고 있다!”
“로헨, 이거 받아라!”
그러며 한 녀석이 내가 놔두고 갔던 15kg 케틀벨 두 개를 가져왔다.
나한텐 너무 가벼워서 이 녀석들 쓰라고 남겨놓은 건데,
“지금 무기로 쓰긴 좋군. 고마워.”
조금은 아쉬운 무게의 케틀밸을 양손에 들었다.
“자, 이제 마을로 쳐들어오는 녀석들을 모두 해치운다!”
“오우!”
“카이란, 계속해서 신성력을 써 주어라!”
“알겠습니다! 잠시.”
그러더니 카이란은 갑자기 내가 든 케틀벨에 손을 올렸다.
“마르두크의 가호가 깃들기를!”
화아아악!
그 순간, 카이란의 손에서 나온 신성력의 빛이 케틀벨에 감돌았다.
“신성력을 인챈트 했습니다. 앞으로 30분가량은 언데드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고맙다 카이란!”
“아직 광역 신성력을 발휘하려면 5분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언데드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들었지? 로헨 무리, 가자!”
오오오!
나의 말에 오랜만에 로헨 무리는 하나로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으로 거리를 벌려!”
“사냥감 몰듯이!”
“조심해라! 녀석들은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놈들이야!”
로헨 무리가 언데드들을 목창이나 돌팔매로 진격을 저지시키며 몰아내고, 동시에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킨다.
“로헨!”
“쿠오오오!”
그리고 놈들이 한데 뭉치기 시작하면?
“롸잇웨이잇!”
쿠웅!
퍼버버벅!
콰직! 으지직!
내가 그 가운데 난입해서 신성력 인챈트 된 케틀벨을 휘둘러서 놈들을 마구 박살낸다.
신성력으로 인첸트가 됐기 때문일까. 녀석들은 이걸 한 대 맞으면 여지없이 박살나버렸다.
“좋다 로헨!”
“싹 쓸어버려!”
“대단하다!”
마을 주민들은 그런 로헨을 보고 놀라워하며, 환호했다.
그런 한편, 카이란도 신성력을 끌어모으는 와중에.
“후우, 역시 마르두크님의 십자가를 늘 곁에 두라는 가르침을 따른 보람이 있군요.”
스릉!
그러며 카이란은 짐주머니에서 상당한 크기의 금속과 목재로 만들어진 앙크 십자가를 들었다.
정말 절묘하게도, 타격하기 좋은 십자가 끝과 머리의 둥그런 부분이 통 금속이었다.
“예전의 비루한 몸이었다면 들고 다닐 수조차 없었겠지만…… 지금의 저는 다릅니다!”
콰악!
그러며 카이란은 그 십자가를 양손에 들었다.
카아아아!
“인간! 조심해라!”
“우오오오!”
빠가아악!
카이란을 덮친 스켈레톤의 머리가, 그의 굳건한 두 팔이 잡고 휘두른 십자가를 맞고 박살이 났다.
퍼서석! 퍼엉!
심지어 머리로 끝나지 않고 십자가에 깃들대로 깃든 신성력이 침투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이것이, 한 방에 마르두크님 곁으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어…….”
“자아! 억지로 되살려진 망자들이시여! 사제로서 그대들을 빠르게 주님 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음…….”
로헨 무리의 오크들은 잘 발달된 승모근과 삼각근, 이두근으로 십자가를 들고 선 카이란을 보며 벙쪄버렸다.
“……인간, 뭔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로헨에게 PT를 받으면 다 저렇게 되는 법이지.”
로헨 무리의 오크들은 빠르게 납득했다.
“크오오오!”
퍼버버벅!
“마르두크님! 또 한 명 올라갑니다!”
콰콰쾅!
이후 그들이 본 것은, 엄청난 기세로 스켈레톤들을 다시 영면으로 돌리는 로헨와 카이란이었다.
그 엄청난 모습을 다른 오크들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크윽!”
그리고 체이카는, 그렇게 활약하는 로헨을 질투와 시기 어린 눈으로 보며 이를 악물었다.
“뭘 저딴 반쪽 놈과 인간 놈을 쳐다보고 있어! 으아아아!”
콰아! 뻐어억!
콰직! 으직!
체이카는 신성력에 약해진 스켈레톤들을 마구잡이로 부서댔다. 마치 울분을 토하듯.
“전부 저 놈 때문이야! 저놈이! 내가 가져야 할 전사로서의 영광을 전부 빼앗아갔어! 크악!”
촤악!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체이카는 자신을 벤 스켈레톤을 울분에 차 마구 나무 방망이로 부서뜨렸다.
주변의 동료도, 지켜야 할 마을 주민들도 안중에도 없는, 그저 분풀이일 뿐인 폭주였다.
“체이카!!”
“또 뭐야! 어?”
으어어어-.
다급한 동료의 목소리에 체이카가 뒤를 돌아봤을 때,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어어어-.
으어어어-.
살점과 근육이 썩어 문드러진 채 느릿느릿 걸어오는 오크들의 시체였다.
그것도,
“노, 노마…? 카두?”
바로 그가 사냥 중에 버리고 가거나, 미끼로 던져 버리고 방치해놔서 죽은 그의 부하들.
그들이 좀비가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아니야, 나, 나는 너희들을 죽게 둔 게… 헉!”
정신을 놓고 마구 언데드들을 처리하다 보니 체이카는 어느새 주변 동료와 떨어져 버렸고,
크르르르-.
그어어어-.
아직 썩지 못한 시체들이 일어난 좀비들에 둘러싸였다.
그것도 그가 죽음으로 몰고 간 사냥꾼들을 포함한 마을 공동묘지에 묻힌 오크들의 좀비에게.
“아, 안 돼! 오지 마! 나한테로 오지 마!”
그어어어-.
애써 허세로 잠재웠던 그 죄의식 탓에 공포에 질린 체이카는 허우적대기만 했다.
“아, 안돼! 제발! 그만-끄아아아악!”
그어어어-
으워어어-
체이카의 비명은 수많은 좀비들의 신음소리에 가로막혀 들리지 않았다.
한 편 로헨과 카이란은 마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스켈레톤들을 부숴댔다.
퍼어억!
크어어어!
“젠장! 썩은 살점 더럽네!”
마침내 그들에게 다가온 좀비들은 신성력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아무리 머리나 팔다리를 날려도 다시 복구될 뿐이었다.
“카이란! 아직 멀었나!”
“지금입니다! 마르두크의 광희여!!”
콰아아아!
좀비들이 마을 안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바로 그 순간, 카이란은 십자가를 내려치며 광희를 뿜어냈다.
크어어어!
그어어어!
신성력의 빛에 휩싸인 좀비들은 순간 비틀거리며 상당수가 그대로 푹 쓰러져 다시 시체로 변했다.
“잘 했다 카이란! 우오오 라잇!!”
뻐서억!
“웨이이잇!”
뻐거어억!
그리고 남은 불쌍한 망자들은 내가 친히 머리를 부숴 안식을 찾게 해 주었다. 좀비물 국룰이지.
“녀석들에게 공격이 통한다! 자, 로헨 무리! 공격!”
“우오오오!”
“찢고 죽여라!!”
“내장! 겁나 큰 내장!!”
이 녀석들, 내가 없는 중에 뭔 일 있었냐. 왠지 엄청 폭력적으로 된 것 같은데…….
“허허,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 것 같군.”
그리고 그 풍경을 본 버라던은, 과거 흑마련의 언데드 군세와 맞서 싸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마르두크님! 또 한명 올라갑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근손실 나기 전에 잠재워주마! 롸이잇!”
빠아악!
죽은 자들을 죽음으로 돌려보내는, 대단히 성스러운 그 모습에 버라던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걸 지켜보는 오크들도 그런 둘의 모습에 구원을 느꼈다.
*
화르르르륵!
다행히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카이란과 로헨의 활약으로 핏빛함성 부족을 덮친 언데드 웨이브는 퇴치되었다.
그리고 남은 뼈나 시신들은 더 이상 언데드로서 쓰이지 못하도록 불태워버렸다.
“언데드를 해치우는 방법은 신성력이 아니면, 불로 태워버리는 것뿐입니다.”
“언데드를 상대하는 법은 내가 현역일 때도 함정을 주로 사용했지. 죽은 자들에겐 전사의 긍지고 뭐고 없었거든.”
족장님이 이번엔 ‘라떼는 말이여’를 좀 많이 시전하는 군. 그 말은 달리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과거 흑마련과의 대전쟁을 치렀던 때와 비슷하다는 거겠지.’
“족장님, 이것으로 증명됐습니다.”
나는 버라던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흑마련의 세력은 이미 좋건, 싫건 핏빛함성 부족의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았듯이, 인간의 힘이 있었기에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으음….”
“이젠 고민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적은 이미 우리들의 목전에 왔습니다. 족장님, 우리는 인간과 힘을 합쳐야 합니다. 흑마련이란 적들이 있는 한.”
좌중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버라던은 고민이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본인은 협력 의사가 있지만, 부족민들의 분위기를 보고 있는 거군.’
잠깐의 침묵은,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한다!”
우르의 목소리에 깨졌다.
“모두 보았을 거다! 뼈와 시체가 일어났다! 아무도 제대로 싸울 수 없었다! 그런데 누가 해치웠나!”
그러며 우르는 나와 카이란을 가리켰다.
“저 인간 사제와! 그의 힘을 이끌어낸 로헨 덕분이다!”
“으, 읏….”
“그래…저 인간과 로헨이 아니었다면….”
마을 주민들도 언데드들을 쓸어버린 로헨과 카이란의 활약을 똑똑히 지켜 봐왔기 때문에 그 의견에 수긍했다.
“생각해봐라! 저 인간 사제는 로헨이 직접 가르치기 전엔 그저 나약한 놈에 불과했다! 그런데 로헨 덕분에 강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다!”
이 녀석 뭔 얘길 하려는 건지…….
“저 인간은 로헨의 명령에 따르는 걸 보지 못했나! 로헨은 이미 저 인간을 지배한 것이다!”
“……네?”
카이란은 그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고, 나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뿜어져 나왔다.
“저, 저기, 로헨. 우르가 지금…….”
“이, 일단 잠시만 지켜보자 카이란.”
나는 카이란에게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이상한 헛소리만 하지 말아라 우르!’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린 단순히 인간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장점을 우리가 이용해먹고! 그들을 우리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저 녀석을 부족으로 데려온 것이 정말 잘한 것인지, 슬슬 좀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