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9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91화
쿠웅!
쿵!
카카가 새로이 만든 튼튼한 수레에 저마다의 짐을 실었다.
“흐음…… 결국 머신은 하나 정도밖에 챙기지 못하는 건가.”
탄력봉, 원판, 덤벨, 케틀벨 만으로도 수레에 절반 가까이 채워버린 터라…….
“적당히 좀 하지?……요? 내 짐 실을 데도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나 여자거든? 짐 챙길게 은근히 좀 있거든?……요?”
“저야 탁발 그릇과 수저 말고는 챙길게 없습니다만…… 아, 앙크 십자가는 제가 짊어지고 가도 됩니다. 마르두크님의 선지자 에페소님처럼 말이죠. 중량도 좀 칠 수 있고.”
“아니, 아직 카이란 네겐 좀 이르다.”
그건 지금의 연예인 근육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를 때야 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머신은 하나 밖에 못 싣겠군.”
“정말로 필요한 하나만 가져가라. 나머지는 재료만 주어지면 언제든 내가 새로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믿음직스러운 녀석. 카카는 확실히 내가 데리고 가길 잘한 것 같아.
“하나라…… 어렵군.”
마치 마트에 엄마랑 같이 갔는데 엄마가 ‘먹고 싶은 거 하나만 골라’라고 하거나, ‘가지고 싶은 장난감 하나만 골라’라고 말한 거나 같은 거다!
“으으음…….”
‘역시 당장 쓸 하나 만 가져가는 거니까, 일단 가볍고 쉽게 야전에서 조립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부위의 운동이 가능할 수 있는 머신……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군!’
“케이블 머신을 가져가자.”
“오?”
카카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나도 그걸 가져가길 추천하려고 했다. 그게 제일 구조도 단순하고 해서.”
“사실 그 이유 보다는, 이 케이블 머신이라면 모든 부위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는데.”
“전 부위?”
카카는 그 말에 뜨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이블 머신으로 하체도 가능했던가?”
“후후, 카카 너도 아직 운동에 관해선 나에게 배워야 할 게 많다.”
케이블로 하체가 가능하냐고? 당연한 말이다!
나라고 아직 녀석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까. 마침 잘됐군 이번 기회에 심화 학습을 하도록 해야지.
“케이블 머신이라면 충분히 싣고도 남는다. 필요한 케이블은 전부 짐을 묶는데 쓰면 더 공간 절약이 되겠지.”
카카는 결론이 나오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케이블 머신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쿠당! 쿵!
그렇게 케이블 머신까지 모두 분해해서 수레에 싣고, 천막을 덮고 케이블로 묶어서 마무리했다.
수레에 실린 짐 안에는 우리가 먹을 식량도 있다. 대표적으로 페미컨.
이래저래 직접 맛보며 연구를 해본 결과 보리, 콩가루와 견과류, 살코기만 말린 육포 가루에 지방과 베리 류의 말린 과일을 섞은 레시피를 개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비타민까지 포함된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그리고 맛까지 챙긴 페미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만으로 당장 필요한 식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나머지는 말린 견과류를 좀 추가하고 물 정화용 겸 전해질 보충용 붉나무 즙을 챙겨가면 되겠지.
틈틈이 사냥으로 먹을 걸 보충하고.
그럼, 이것으로 이제 떠날 준비는 모두 되었다.
“자아, 그럼 출발하자!”
오오옷!
“말 타고 편하게 가고 싶어…….”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세일럼을 무시한 나머지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앞으로 계속 마루두크의 전당을 부탁드립니다 수녀님.”
“그동안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스승! 건강해라!”
“지금까지처럼만 해라. 그러면 언젠가 너희들도 나와 같은 근육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오크 이외의 다른 종족에게 넘어가기만 해봐라. 뼛가루까지 안남기고 씹어 먹어주마.”
“다들 제가 가르쳐준 것을 열심히 하시면 돼요.”
각자가 각자의 인연과의 작별을 고했다.
“로아노르를 위한 사제님의 헌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너는 내가 제자로 삼은 녀석들 중 최고였다. 앞으로 네가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지 기대되는군.”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부끄럽지 않은 몸을 만들겠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 없이, 로아노르를 지키겠어!”
그리고 각자 상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답변을 받는 가운데,
“정말로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엣…….”
세일럼은 마을의 부녀자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멍해졌다.
“저희도 꼭 마법사님처럼 강한 여자가 될게요!”
“저희 딸아이가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마법사님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 하고 있어요!”
“꼭 떠나서도 무사하셔야 해요!”
“저기…… 나, 나는…….”
세일럼은 그들에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당연했다.
음침한 여자, 기분 나쁜 마녀, 흉악한 살인마.
그녀는 언제나 그런 악담만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은인이에요!”
“마법사님의 은혜를 평생토록 기억할게요!”
“아름다운 ‘흑단의 마법사’님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들은 그녀를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마녀가 아닌 ‘마법사’라고 불러줬다.
늘 냉대와 멸시를 받은 세일럼에겐 처음 있는 일.
잠시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윽…….”
그녀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어떤 감정이, 세일럼의 목까지 차올랐고.
“고…….”
그녀의 본능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그 말을 대신 꺼내었다.
“……고마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은, 어떻게든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목멘 목소리나마 그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세일럼, 이제 출발한다. 어서 와라.”
“…….”
세일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출발하려는 일행에게 돌아왔다.
“세일럼.”
“…….”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지켜 줄거다. 그들이 자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줄거다.”
“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눈물을 흘리지 마라. 눈물 흘리면…… 근손실 나니까.”
“앗…….”
세일럼은 당혹스러워하며 눈가를 훔쳤다, 이내 얼굴을 붉혔다.
“……꼭 이럴 때만 눈치는 빨라가지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멘 소리를 중얼거렸다.
“자, 그럼 출발하자! 목표는, 로아노르 너머 가장 큰 인간들의 도시인 ‘바남’이다! 흐음!”
꾸구구구국!
“라잇 웨잇!”
나는 우렁차게 기합을 넣고, 수레의 손잡이와 어깨걸이를 장착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쿠르르르!
묵직한 저항감이 대퇴근을 자극하고, 서서히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녕히 가십시오!”
“좋은 여행이 되시길!”
그렇게 나는 로아노르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나아갔다.
“좀 가다가 나랑 교대해라!”
“이 단련의 기회를 너에게 독점하게 둘 순 없지!”
“후, 너희도 운동 욕심이란 걸 알아버렸군!”
기분 좋은 저항감과 기분 좋은 기분과 함께, 우리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
그리고 여행을 떠난 지 며칠 뒤,
로헨 일행은 한 숲에 멈춰서서 노숙을 준비했다.
“제엔장! 내 이럴 줄 알았어!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이!! 끄으윽!”
나무에 양손으로 매달려 풀업을 하던 세일럼이 우는 소릴 했다.
“세일럼, 풀업이 꽤 느셨군요! 이젠 저와 같은 숫자입니다! 흐읍!”
그 옆에는 같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카이란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마찬가지로 풀업을 했다.
“전혀 기쁘지 않거든! 아악, 진짜! 어떻게 여행을 하는 와중에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있어!”
그나마 여행을 하는 중에는 좀 느긋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세일럼의 기대는 무참하게 박살났다.
『우리가 사냥을 다녀오는 동안 내가 짜준 맨몸 루틴을 하도록.』
이라는 로헨의 명령에 싫어도 세일럼은 계속 풀업, 푸시업, 맨손 스쿼트, 런지 등의 맨손 운동을 해야만 했다.
“끄아악! 더는 못해!”
털썩!
풀업 15회 5세트에 이르러서 세일럼은 비명을 지르며 털썩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대단하시군요! 저는 오늘 제 한계를 넘어섭니다! 후욱!”
카이란은 그런 세일럼에 경쟁하듯 자신의 최대 기록을 넘어서며 풀업을 이어갔다.
“아니 전혀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거로 경쟁하지 말라고…….”
어쩌다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땀 냄새나는 육체적 고통으로 점철된 인생이 되어버렸을까.
“진짜 싫어…… 마녀라도 불려도 좋으니까 제발 이런 거 그만하고 싶어…….”
“하지만…… 훅! 이렇게 몸을 단련한 것으로 우리의 삶이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카이란은 여전히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땅으로 내려와 땀을 닦았다.
솔직히 사제란걸 제외하고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꽤 괜찮은 남자라고 세일럼은 무심코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물론 정말 싫은 사제라서 그 이상으로 가진 않았지만.
“그건 뭐라 말하진 않겠는데…….”
“원래 고통 없이는 무엇도 얻을 수 없는 법.”
쿵!
“앗…….”
세일럼이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사냥감인 멧돼지 각각 한 마리씩 들고 온 에이크와 로헨이 보였다.
“그리고 고통을 통해서 득근을 하게 되고, 체력이 늘고, 근력이 늘어서 더 많은걸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고통 자체를 즐기게 될 것이다.”
“으에엑…… 아무리 그래도 그런 변태가 되고 싶진 않네……요.”
라고 기분 나쁘다는 듯 말하지만 세일럼, 나는 알고 있다.
‘넌 이미 운동의 고통을 즐기기 시작하고 있어.’
한 번 운동으로 새로워진 몸을 갖게 된 자는 절대로 그 뽕맛을 잊지 못하는 법.
“맨몸 운동 루틴을 모두 끝냈다면 이번엔 네 마법으로 이 녀석들 육질 좀 두들겨 놔라.”
“에에에…….”
그 말을 들은 세일럼은 질린단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 마법을 그딴 연육용 망치 역할로 쓰려고 하지 마……요.”
“분업이란 거다. 우리가 사냥하고 손질까지 할 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안되겠나.”
“윽…….”
“게다가, 그렇게 해서 네 마법의 정밀도를 더 올리는 훈련이 될 것이다.”
“…….”
세일럼은 내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 싶은 의문이 ‘그럴지도?’로 변해갔다.
“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가 손질해오면 살코기들부터 적당히 두들겨 놔. 고기가 부드러울수록 단백질 소화효율도 좋다.”
“예-에.”
“전해질 수분보충은 잊지 말고.”
내 말에 세일럼은 붉나무 열매즙을 탄 물이 든 가죽 물통을 새침하게 들어 보이는 것으로 답했다.
곧바로 멧돼지 두 마리를 손쉽게 손질한 뒤, 고기를 세일럼에게 넘겨주었다.
“흐음!”
통통통통!
세일럼은 크게 집중하면서 스태프 없이 두 손만으로 고기를 자신의 중력 마법으로 통통 두드려댔다.
사람 주먹정도의 작은 부위로, 망치가 내려지는 정도의 타격을 연속적으로.
“제가 마법사들과 만났을 때, 고위급 마법사들은 이런 정밀 마법 수련을 한단 말은 들었습니다. 이건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세일럼.”
“조용히 해 줄래……? 나 지금 엄청 집중해야 하니까!”
세일럼이 퉁명스럽게 투덜대도 카이란은 그저 허허 웃으며 산에서 캐낸 채소들을 다듬었다.
“로헨! 케이블 머신 다 조립 해놨다!”
“오우, 고마워.”
이 숲속에서 케이블 머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감격까지 느낀다.
고맙다 카카, 넌 내 근육의 은인이야.
“자아, 그럼 오랜만에 가슴을 조져볼까.”
그동안 대흉근을 비롯한 가슴 같은 부위에 신경을 못 써줬다.
케이블 머신이 셋팅 되었으니, 케이블 크로스오버를 해 보자!
콰악!
먼저 양 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아아, 손에서 느껴지는 이 묵직한 중량의 감촉!
원판과 덤벨, 그리고 케틀벨이 충분히 매달아두길 잘한 듯 했다.
“흐음! 롸잇 웨잇!”
콰아악!
양손의 케이블을 가슴 앞으로 모으며 잡아당긴다. 고중량의 저항이 덮치며 대흉근에 확실한 자극이 온다!
‘크으, 그렇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이 국소부위의 강렬한 자극! 그리웠다!’
“롸잇 웨잇! 베이베!!”
콰악! 콰악!
야외의 숲 한가운데서 머신을 한다는, 헬창으로서 최고의 호사를 로헨이 누리고 있는 찰나,
“더러운 오크 따위가 감히 이 숲에 들어오다니.”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그를 노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우리들의 숲에 그 더러운 발을 들여놓은 이상, 절대로 용서 못한다. 오크.”
그러며 ‘그녀’의 손이 활을 잡았다.
활 시위에 활을 재려 한다.
“정령이여, 나에게 적을 응징할 힘을…….”
끼기기기긱!
활시위를 당기기엔 너무도 앙상해 보이는 하얀 피부의 가느다란 팔이, 놀랍게도 시위를 잡아당겼다.
“간단하군……. 도대체 무슨 이상한 짓을 하는 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활시위는, 케이블 머신으로 한창 대흉근을 조지고 있던 로헨의 뒷목을 겨누고 있었다.
“죽어라, 오크!”
피유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쏜 활이 로헨의 뒷덜미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