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
그의 음악에 전 세계가 열광한다.
[천재] [재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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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 재벌3세 1화
1화
매앰. 매앰. 매앰.
날이 저물었음에도 한여름의 매미들은 짝을 찾기 위해 생명을 불태우며 구애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빠아아아앙-
자동차들이 서로에게 신경질을 내며 크락션을 울리는 마포대교의 밤.
“크아아. 취한다.”
마포대교 난간에 기댄 채 김서준은 멍하니 흘러가는 한강 물을 바라보았다.
실패한 삶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는 재벌가의 서자 집안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기에는 집이 너무나 가난했다.
재벌가의 운명을 거부한 아버지는 동네 구멍가게의 가난한 삶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았다. 입에 들어가는 것 몸에 걸치는 것은 부족하고 허름했지만 그래도 화목한 가정이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의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다시금 재벌가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재벌가의 적장자들. 그들은 만면에 비웃음을 띤 채 나를 받아들였다.
김서준의 할아버지는 그래도 그의 핏줄이라며 아비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재벌가의 온전한 일원이 된 것은 아니었다.
쓰러져 가던 낡은 집에 살다 화려하고 넓은 방에 살게 되었을 때는 미디어에서나 보던 재벌의 삶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살았다. 죽을 둥 살 둥 공부해 매진하여 최고 명문인 한국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어차피 네가 경영을 배울 필요는 없겠지.”
물론 경영학을 전공하지는 못했다. 서자의 핏줄인 김서준에게 경영학을 전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것까지는 그러려니 했고 가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김서준은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야 했다.
가문의 다른 삼세들이 싸지른 똥을 치우고 또 치웠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돌아오는 공은 없었다. 가끔 가문에서 던져주는 뼈다귀를 던져주었고 김서준은 그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렇게 가문의 개로 살기를 십여 년이 지나고 김서준이 투견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
이제 인생이 꽃피는가 싶었을 때.
마지막은 뜻하지 않게 다가왔다.
간암 말기.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게 접대한답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들이켜던 술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 무슨 간암이냐고 항변해봤지만 오는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데 순서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 뿐이었다.
“꿀꺽꿀꺽. 후우···.”
김서준이 다시 한번 깡소주를 들이켰다. 간암으로 썩어가는 간은 소주 한 병으로도 그의 몸을 만취 상태로 만들었다.
“야옹.”
비척거리는 몸을 난간에 기댄 채 비릿한 한강 물의 내음을 맡던 김서준의 귀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옹아. 위험하다.”
고양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먹고 싶냐?”
사람이 죽을 지경이 되도 배는 고프다고 김서준의 손에는 안주로 산 소시지가 들려 있었다.
마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고양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물은 영물이구나.”
소세지를 반으로 잘라 내밀자 고양이가 날름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빛내며 김서준을 바라보는 고양이.
“그래. 이제 다 끝났는데 이깟 소시지가 뭐 대수라고···.”
피식 웃은 김서준이 소시지를 통째로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고양이가 날름거리며 소시지를 먹고 있을 때 문득 김서준은 마지막 한탄을 하고 싶어졌다.
“야옹아. 내 삶은 왜 이럴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내 삶이 좀 달라졌을까?”
“야옹.”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 때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아버지가 그를 삼신그룹에 처음 데려갔을 때.
만약 김서준이 거기서 거부를 했다면 재벌가의 투견이 아닌 비록 가난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늘 가보지 못한 길을 부러워하며 후회한다고 한다.
김서준이 그랬다. 그때 투견의 삶을 선택한 것이 사무치게 후회되었다.
꿀꺽꿀꺽
남아있던 소주를 모두 마신 김서준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후. 이제 이 술도 안녕이구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술을 마시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만 집에 가라. 야옹아. 나도 이제 가련다.”
한강 물을 바라보던 김서준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취기가 돌았던 탓에 몸이 비틀거리며 난간에 부딪혔다.
“야옹아. 난 간다.”
고양이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몸을 돌리려던 그 순간.
고양이가 난간을 넘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야옹아. 위험해. 돌아와.”
왜 그랬을까?
평소였으면 고양이가 대교 난간을 넘어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몸이 병들자 마음도 약해진 것일까? 김서준은 고양이를 꺼내기 위해 난간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었지만, 고양이는 불어오는 바람에 놀란 탓인지 몸을 바르르 떨 뿐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로 있어. 내가 꺼내줄게.”
난간 밖으로 몸을 반쯤 기울여 고양이를 잡으려는 순간.
“어?”
몸이 미끄러졌다.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희미해 보였던 한강 물은 금세 코앞으로 다가왔다.
풍덩
한여름이었지만 한강 물은 마치 한겨울인 것마냥 차가웠다.
‘이렇게 죽는다고?’
허망했다.
말기 암이긴 했으나 이렇게 죽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의 몸이 강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의식도 심연 속으로 점점 침잠해 들어갔다.
*
살면서 딱히 종교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후세계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잠을 자는 것 같군.’
생전에 착한 일보다는 나쁜 일을 더 많이 했기에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지옥에 갈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편안함. 마치 노곤한 몸을 침대 위에 뉜 것만 같았다.
‘이대로 쭉 자고 싶다.’
마흔도 되지 않은 짧은 인생이었지만, 너무 쉼 없이 달렸다. 이런 편안함이 사후세계라면 얼마든지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준아.”
‘어?’
편안함을 즐기고 있을 때. 그의 귀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낯익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서준아. 해가 중천에 떴는데 언제까지 잠만 잘꺼야?”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가 학생일 때 늘 어머니는 이런 목소리로 그를 잠에서 깨우곤 했다.
삼신그룹의 투견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후로는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목소리.
‘서비스 좋네.’
그리고 꼭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이기도 했다.
마지막 가는 길 서비스라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머? 서준이 지금 자면서 울고 있니?”
‘뭐? 잔다고?’
아득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선명해졌다.
꿈결 같던 것이 이제는 현실과 제법 가까워졌다.
‘뭐지? 설마 구조된 건가?’
아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이미 그의 어머니는 오 년 전 돌아가신 상태였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는커녕 삼촌이라는 작자의 똥을 치우다가 발인도 가지 못한 자신이 아니던가.
구조가 되었다 한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서준아. 그만 울고 일어나야지. 응?”
그 말과 함께 볼에서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며 김서준이 눈을 떴다.
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들.
물이 샌 탓에 얼룩이 진 천장과 벽지.
발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좁은 방.
그가 어렸을 적 머물렀던 집의 모습이었다.
‘꿈인가? 아니면 주마등?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뭐지?’
분명 마포대교에서 고양이를 구하려다가 실족해서 강물로 떨어졌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곳에 있단 말인가?
*
과거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김서준은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과거였지만 아이러니하게 김서준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는 모른다.
사실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를 불쌍하게 여긴 신이 그에게 잠시나마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 찬 실패한 삶이었다.
이제 다시는 후회하기 싫었다. 이게 꿈이어도 상관없었다. 꿈에서나마 그리고 조금이나마 선택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 정말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면 다시는 후회로 점철 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고 김서준은 다짐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오거라.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이제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김서준의 어머니 강길옥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 며칠간 아들의 행동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쑥스러움이 많아 부모에게 애정표현도 잘 하지 못하던 아들이었다.
그러던 아들이 어느 날 엉엉 울며 자신의 품에 안기더니 크게 달라졌다.
하루는 밥도 먹지 않고 방안에만 박혀 있어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기우라고 말하듯 다음 날부터 그녀의 아들은 매일 같이 가게의 일을 도왔다.
구멍가게가 부끄럽고 싫다며 발길조차 하지 않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잘하지도 않던 애정표현도 곧잘 하였으니 어찌 이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혹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강길옥의 말에 김서준의 아버지 김태군이 조간신문을 펼치며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는 듯 대답했다.
“사춘기라도 왔겠지요. 원래 서준이 또래의 사내놈들은 갑자기 바뀌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요? 제가 사내아이들은 잘 몰라서요.”
무심하게 말한 김태군이었지만 그 역시 변한 아들이 신경이 쓰이는 듯 아들이 나간 대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이전보다 씩씩하고 대견하니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당신 말이 맞아요.”
걱정을 떨치려는 듯 강길옥이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작게나마 웃고 있었는데 그녀 역시 아들의 변화가 싫지는 않았던 탓이였다.
*
“모두 반갑다. 나는 일 년간 너희들의 담임을 맡은 임찬우다.”
마치 삼국지의 장비처럼 수염이 난 임찬우가 짐짓 엄한 목소리로 칠판 앞에 서 있었다.
그를 본 김서준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생긴 것은 장비처럼 생겼지만, 임찬우의 전공은 음악이었고 그의 성격 역시 여리고 섬세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첫날이니만큼 너희들의 실력을 파악하는 게 좋겠지?”
“아! 선생님!”
그리고 임찬우는 교탁 밑에서 시험지를 꺼냈다.
반의 수준을 알아야겠다고 고등학교 첫날부터 시험을 본 것이 기억났다.
아이들이 볼멘소리를 내며 아쉬워했지만, 임찬우의 표정은 단호했다.
“조용히 하고 시험지 뒤로 돌려. 컨닝해봐야 너희들만 손해니까 컨닝할 생각은 하지 말고.”
앞자리에서부터 시험지가 넘어왔고 이내 끝자리에 앉은 김서준 역시 시험지를 받았다.
‘간단하네.’
쉬웠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불리는 한국대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본 김서준이었다.
비록 전생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그룹에서도 뒤 쳐지지 않게 공부의 끈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고교 일학년의 시험문제는 그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예전에는 이 시험에서 거의 꼴등을 했지.’
그때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기에 거의 찍다시피 시험을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앞으로 무슨 선택을 하든 대한민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꼭 필요했기에 그는 일단 고등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생각이었다.
망설임 없는 손길로 김서준이 답을 체크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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