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
음악천재 재벌3세 10화
음악천재 재벌3세 10화
“루빈! 도대체 이런 지방에 볼 것이 뭐가 있어서 온 거야?”
“오! 드레이크. 그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도시를 가라고 했어.”
루빈의 말에 드레이크가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
“그래서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코리아에서 가장 트레디셔널한 도시가 여기야?”
드레이크의 말에 루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주는 조선 제국의 발상지라고.”
하지만 조선의 발상지라는 말이 드레이크에는 와닿지 않았다.
전통이 있어보이는 건물들은 밤이라 모두 닫은 상태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배는 고파오는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루빈. 나 배고파.”
“택시 타자 드레이크.”
“좋아!”
택시라는 말에 드레이크가 반색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서양인인 그들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쌩쌩 지나쳤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좌절에 빠진 표정으로 드레이크가 중얼거렸다.
“배고파 쓰러지고 말거야.”
“오! 걱정마. 드레이크. 한국은 따뜻해서 얼어 죽을 걱정은 없다고.”
“하나도 위로되지 않아.”
택시 잡는 것을 포기한 루빈과 드레이크는 터벅터벅 천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번화가가 나타났고 드레이크는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여긴 대학가네?”
“오! 드레이크 저기 봐! 버스킹을 하고 있어.”
“한국에도 버스킹 문화가 있다니.”
드레이크의 말에 루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루빈. 한국도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야. 당연히 문화 산업도 발전했을 거라고. 게다가 우리는 지금 한국에 투자유치 의향을 물어보기 위해 왔는데 그런 발언은 매우 우려되는군. 자칫 동양 비하로 느껴질 수 있단 말이야.”
루빈의 말에 드레이크가 화들짝 놀랐다.
“루빈!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어.”
“조심하도록 해. 한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고.”
“그래야겠어.”
그렇게 음식점을 찾아 헤매던 드레이크와 루빈은 점점 좌절해갔다.
“영어를 쓰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니.”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지.”
“오! 루빈. 제발 아무거나 먹자. 배고파.”
루빈이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드레이크. 우리는 내일 서울로 올라가야 한단 말이야. 전주의 전통음식을 먹을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야.”
“오···. 루빈.”
드레이크는 루빈의 고집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다시 길거리를 헤매던 루빈과 드레이크의 귀에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away.
Now it looks like they’re here to stay-
익숙한 가사와 익숙한 멜로디.
“오! 루빈. 비틀즈의 에스터데이야.”
배가 고픈 상태에서도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오자 흥이 오른 드레이크의 발걸음이 버스킹 하는 곳으로 향했다.
“발음이 아주 좋은데?”
“혹시 영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물어보자.”
제대로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루빈과 드레이크는 버스킹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노래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
앰프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Now I long for yesterday.”
마지막 소절과 함께 기타를 치는 손이 멈추었고 그제야 멈추었던 김서준의 시간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노래가 끝나자 사방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내렸다.
“와! 진짜 잘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기에 이혜림이 주변의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사방으로 갈 길을 가면서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음악의 여운이 짙게 남아 있었다.
“와. 서준아. 어떻게 떨지도 않고 그렇게 잘 할 수 있어? 유연이는 벌벌 떨어서 제 실력의 반도 못 낸 것 같았는데.”
“서준이가 이상한 거야.”
긴장 한 탓에 실수를 연발했던 송유연이 얼굴을 붉혔다.
기타를 케이스에 집어넣으려고 할 때. 그들의 곁으로 두 사람이 다가왔다.
“익스큐즈 미.”
순간 들려오는 영어에 당황한 이혜림과 송유연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는 했으나 원어민과 대화해 본 적 없었기에 이혜림과 송유연은 어찌할지를 몰라 했다.
“하···. 하이!”
“나이스트 밋 츄.”
“파든?”
대한민국 국민의 십팔번 회화를 말해봤지만, 그것마저 눈앞의 외국인이 잘 알아듣지 못하자 송유연과 이혜림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향했다.
“무슨 일입니까?”
“오! 역시 영어를 잘 할 줄었었어요. 노래를 부르는데 발음이 범상치 않더라고요.”
김서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오자 두 외국인이 반색하며 손을 붙잡아 왔다.
“내 이름은 루빈이고 이 친구의 이름은 드레이크에요.”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막힘없이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자 송유연과 이혜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서준이가 유학파였던가?”
“몰라. 되게 잘한다.”
그녀들이 뒤에서 무어라 속삭이고 있든 루빈과 드레이크 그리고 김서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래도 서울에는 영어가 좀 통했는데, 전주에 와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어요.”
“그럴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어려서부터 배우지만 회화면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하니까요.”
“그에 비해 서준은 영어를 정말 잘하는군요. 혹시 어려서 유학을 했습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삼신 그룹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기에 전생에서 김서준은 영어권 국가에 가야 할 일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운 영어. 특히 비지니스 영어는 전문가들에 비해서도 전혀 떨어짐이 없었다.
“아! 서준. 지금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데 전주의 전통적인 음식을 먹을 곳이 있을까요?”
루빈과 드레이크의 얼굴에 간절함이 떠올랐다.
루빈은 꼭 전주의 전통음식을 먹겠다는 간절함이었고 드레이크는 당장 배에 아무거라도 처넣어야 하겠다는 간절함이었다.
“물론이지요. 한국은 식당을 늦게까지도 한답니다.”
외국인에게 식당을 소개해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에 김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서···. 서준아. 우리는 먼저 갈게. 영어라면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래.”
송유연과 이혜림이 어색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세요.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숙녀들 고마웠어요. 잘가요!”
루빈과 드레이크가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송유연과 이혜림은 급히 ‘바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입니다. 제가 좋은 곳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
김서준은 태평로에 위치한 삼신 그룹의 사옥으로 향했다.
“놀토라 사람이 없구나.”
놀토. 몇 년이 더 지나면 완벽히 주 5일제로 굳어지게 되지만 아직 이때는 격주로 토요일을 쉬고 있었다.
게다가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이었기에 삼신에서도 토요일에는 필수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괜히 정권 눈 밖에 날 필요는 없으니까.”
미래에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 세계그룹이 정권의 눈에 나서 분해되는 사건이 있었던 이후로 기업들은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협조를 잘 따르고 있었다.
사옥 현관의 회전문을 통과하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김서준을 반겼다.
“무슨 일로 왔니?”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났기에 키가 180cm를 넘었지만 아직 얼굴에 앳된 티가 남아있어 삼신의 직원으로 보이지는 않았는지 데스크 직원이 물었다.
“약속이 있어서요.”
“약속? 견학이니?”
“아니요. 견학은 아닌데. 뭐 비슷해요.”
“그래? 어디에 연락을 넣어줄까?”
가끔 견학을 오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데스크 직원은 인터폰을 들고 물었다.
“전략기획실이요.”
“전략기획실?”
전략기획실이라는 말에 데스크 직원이 불신의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부서라면 모를까 전략기획실에서는 견학을 받지 않는 부서였다. 종이 한 장 한 장이 기업 기밀이라는 전략기획실에 견학은 어불성설이었다.
“정말 전략기획실 맞니?”
“예. 맞아요. 박근수 차장님에게 연락해보시면 확인해 주실 거에요.”
일단 직원 이름까지 알고 있었기에 긴가민가하면서도 데스크 직원은 인터폰을 연결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당황한 표정으로 인터폰을 끊은 데스크 직원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어머. 미안해. 지금까지 전략기획실에 방문한 손님이 없어서 내가 실수했어.”
“괜찮아요.”
전생에 삼신그룹의 사옥이 태평로에서 서초동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전략기획실에 단 한 명의 외부 방문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데스크 직원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데스크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로 향한 김서준에게 데스크 직원이 멈칫하며 손을 들었다.
“아···. 알고있나보네. 처음이 아닌가?”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려고 했지만 김서준은 뚜벅뚜벅 알아서 잘 걸어갔다.
‘변한게 없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걸었다.
기억과 지금 이 풍경이 같았다.
‘하지만 내가 다르지.’
변한 것이 있다면 지금의 김서준은 그때의 김서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옥 최상층은 김건환 회장의 집무실이었기 전략기획실은 바로 그 아래의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김건환이 전략기획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즈위이잉
자동문이 열리고 사무실로 들어온 김서준이 크게 숨을 들이쉬자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종이와 잉크 냄새.
놀토라 그런지 전략기획실은 조용했다.
“어? 넌 누구니? 여긴 어떻게 왔어?”
사무실을 둘러보던 김서준에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소연 팀장.’
전생에도 많이 봐왔던 사람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전략기획실 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독종.
후에 심신 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녀였다.
‘지금은 대리겠지.’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그런데 넌 누구야?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 들어왔어?”
“선약이 있어서요.”
“선약?”
선약이라는 말에 이소연 대리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아직 학생인 것 같은데 어떻게 전략기획실에 선약이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 서준군.”
이소연 대리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박근수 차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차장님 오셨어요.”
“어. 이대리 빨리 왔네? 소대리는?”
“잠깐 화장실 간다고 나갔어요.”
박근수 차장이 활짝 웃었다.
“그래? 그럼 소대리 오면 서준군하고 회의실로 들어와.”
“서준군이라면···.”
“아! 아직 인사 안 했어? 이소연 대리 인사해. 여긴 김서준군이야.”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어···. 안녕. 나는 이소연 대리야.”
이소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을 때 화장실에 다녀온 소영신 대리도 일행을 발견했다.
“어! 소대리도 인사해. 여긴 김서준군.”
의아한 것은 소영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단 박근수 차장이 인사하라고 하니 일단 넙죽 인사를 했다.
“반가워. 소영신 대리야.”
“김서준입니다.”
인사가 끝났을 때.
박근수 차장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서준군이 누군지 궁금하지?”
당연한 소리였기에 소영신과 이소연의 시선이 박근수에게 향했다.
“바로 그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야.”
“예?”
예상하지도 못했던 소리에 깜짝 놀란 둘이 고개를 획 돌려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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