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2
음악천재 재벌3세 102화
케이든의 놀람은 당연했다. 투자업을 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기술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수평 채굴 공법도 그러했고 수압 파쇄와 그 중 핵심에 속하는 모래를 투입하는 공법은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해낸 방법이었다.
아직 EOG의 노동자 중에서도 핵심들만 알고 있는 공법.
지구 반대편의 김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놀랄 일이었다.
“아. 일전에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은 것 같아서요. 산업 스파이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서준이 미소를 짓자 케이든이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김서준에게 말을 했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납득이 갔다.
“크흠.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좋습니다.”
일행은 다시 EOG의 캠프로 향했고 캠프에는 이미 새로운 투자 계약을 위한 준비가 끝나 있었다.
“카일러에게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EOG에게 투자를 해주시기로 하였다 들었습니다. EOG 전 사원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감사를 해야 할 사람은 김서준이다.
케이든이 조금 더 이익을 좇는 사람이었다면 카일러를 한국으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미국에서 투자 의향을 보인 투자 은행의 투자를 받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거의 투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자금이 셰일 업계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투자를 받으면 케이든이 만지는 돈 자체는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 꿈을 이해하지 못한다.’
좋은 말로 포장을 하고 꿀이라도 바른 듯한 혀로 케이든을 설득했으나 케이든은 넘어가지 않았다.
EOG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케이든의 꿈을 이해해주고 EOG를 다시 일으켜 준 것은 김서준이었지 셰일 오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투자 은행이 아니었다.
게다가 단순히 그런 감정만으로 결정한 일도 아니었다.
김서준이 투자한 금액은 물론 앞으로 투자할 금액 역시 여러 투자 은행의 제안에 비하면 약간 손색만 있을 뿐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나머지 금액은 채굴에 성공한 셰일 오일로 충당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투자 은행에 꼬투리를 줄 필요는 전혀 없지.’
지금까지 김서준은 돈을 투자해 놓고도 운영에 아무런 터치가 없었다.
과연 김서준이 투자를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그래.
나쁘다고 하면 무관심한 거고 좋게 말하자면 케이든의 경영권을 극히 존중해 준 것이다.
“얼마정도 있으면 EOG가 셰일 오일로 업계 1위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김서준의 말에 케이든이 미소를 지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저런 배포다.
업계 2등이나 3등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배포.
물론 자신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금력 또 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투자 금액은 많을수록 좋지만, 최대한 많이 달라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이지요. 3억 달러만 투자해 주시면 단기간에 미주 셰일 오일 기업중 1등으로 상업성 있는 원유를 시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 매출은 투자금액의 수배에 해당할 겁니다.”
1억 달러라는 말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케이든은 나름대로 배포 있게 부른다고 생각했겠지만 김서준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 퍼미안 분지만으로도 미국이 전 세계에서 손꼽는 산유국이 될 것이고 연 매출 역시 케이든의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올 것이었다.
“총 6억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6···. 6억 달러 말입니까?”
3억 달러를 더 부르는 김서준을 보고 케이든과 카일러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반응은 소영신도 마찬가지였다.
‘1억 달러가 1억 원인 줄 아시는 건가?’
“네. 6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투자하겠습니다. 케이든이라면 분명 미국을 넘어 세계 제일의 셰일 기업으로 EOG를 성장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정도 돈이 되면 경영권도 불거지기 시작할 것이다.
6억 달러라는 돈을 쏟아부었으니 김서준도 어떻게든 경영에 참여하자고 말 할 수 있었다.
케이든이 고민하는 사이. 김서준이 선수를 쳤다.
“경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전처럼 저는 케이든의 경영에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
김서준이 없더라도 케이든은 알아서 잘해낼 사람이었다. 괜히 셰일에 대해 잘 모르는 김서준이 개입했다가 더 망치는 수가 있었다.
“다만 카일러를 통해 제가 말씀드렸던 사항과 새롭게 제안하는 사항 하나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케이든이 눈을 빛냈다.
카일러를 통해 이미 들었다. 김서준이 요청 시 셰일 오일을 선구매 할 수 있는 조건.
사실 이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판매처를 김서준으로 돌리는 것이 그렇게 큰 손해도 아닐뿐더러 생산량을 조금만 증산하더라도 충분히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한국은 비산유국이라고 했지.’
그것을 생각해보면 김서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한국에서 기름을 정상적인 루트로 구하기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면 김서준은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해결사가 되겠지.’
미래를 준비하는 김서준의 모습에서 케이든은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저런 김서준과 같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새로운 제안은 또 무엇입니까?”
카일러에게 들은 바는 없었다. 아마 김서준이 이곳에 오면서 새롭게 생각해낸 것이 아닐까 했다.
“퍼미안 분지는 단일 매장량으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전입니다. 맞습니까?”
케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 역사는 벌써 100년이 넘었고 그 생산량 역시 대단했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이 쓴 원유 대다수가 퍼미안에서 생산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직 채굴로 캘 수 있는 원유가 고갈되어 메이저 원유 사들은 퍼미안 분지를 헐값에 팔고 떠났다.
그 헐값에 퍼미안 분지를 구매한 것이 EOG를 비롯한 셰일 기업들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추를 통해 퍼미안 분지에 셰일 오일 매장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이 퍼미안 분지의 셰일 매장량도 끝없이 파내다 보면 마른다.
김서준은 그 전에 새로운 유전 역시 선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이 어디있지는 김서준은 알고 있었다.
희미하게 떠돌기만 하던 전생의 기억이 이곳에 와서 확실하게 떠오른 것이다.
이곳 퍼미안 대분지의 남쪽에 있는 델라웨어 소분지에 대규모 유전이 존재한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2018년에 발견되는 이 유전은 기름 463억 배럴, 천연가스 281조 입방 피트, 액체 천연가스 200억 배럴 등이 매장되어 있다.
지금 퍼미언 분지에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 셰일 오일을 채굴하겠지만, 더 나은 채산성과 원유의 확보를 위해서는 서둘러 다른 지역 역시 매입할 필요성이 있었다.
“일단 착수금으로 3억 달러를 더 투자하는 겁니다. 퍼미안 분지의 남쪽에 있는 델라웨어 소분지를 최대한 많이 매입해 주십시오. 돈은 얼마든지 지원하겠습니다.”
“델라웨어 소분지라···.”
케이든의 얼굴에는 약간의 불신이 자리했다.
지질조사국은 물론 각종 기업이 나서서 탐사해도 찾아내기 힘든 것이 유전이었다.
그런데 김서준은 이곳에 처음 와보면서 정확하게 위치를 지정했다.
불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델라웨어 소분지 매입은 오롯이 제 책임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투자금에 손실이 생기더라도 EOG에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저 매입만 해주시면 됩니다.”
김서준이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말에 케이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케이든의 손해가 아니었고 이득을 보면 EOG가 이득을 보는 것이니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물론 김서준의 말따라 거기에 새로운 유전이 있으면 대박 중의 대박이다.
EOG도 대박이고 EOG에 케이든을 제외하고는 EOG의 최대 주주인 김서준 역시 대박이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합시다.”
마음을 굳힌 케이든이 김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시점의 케이든은 몰랐겠지만, 훗날 월스트리트는 이 악수를 이천년대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악수라 표현했다.
*
EOG의 캠프에는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노동자들도 오늘만큼은 일을 멈추고 캠프 중앙에 있는 공터에 모였다.
공터의 중앙에는 이미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BBQ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해가 붉은 노을과 함께 긴 꼬리를 남기며 서편으로 넘어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한국에서 보던 노을도 멋있었고 LA의 그리피스 천문대의 노을 역시 감동적이었지만, 퍼미안 분지에서 보는 노을은 색다른 감상을 주었다.
“자. 모두 모입시다.”
BBQ 준비가 끝나자 케이든이 노동자들을 불러 모았다.
과연 목축이 유명한 남부 답게 엄청난 고기와 맥주가 준비되었다.
“서준이 건배사를 하겠습니까?”
케이든이 김서준에게 맥주병을 건네며 물었다.
“아닙니다. 여긴 EOG이니 케이든이 하시지요.”
케이든과 주변의 노동자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이 남부 출신인 그들은 자존심이 쌨다.
그랬기에 만약 이 자리에서 김서준이 최대 주주라는 이유로 건배사를 했다면 마음속에 반감이 생겼을 것이다.
건배사를 양보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자들은 김서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매우 기쁜 날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저를 믿고 따라준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창사 이래로 EOG는 가장 큰 투자를 받았고 지금 우리의 발밑에는 시커먼 원유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만큼 즐거운
날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만큼은 먹고 죽는 것을 용납하겠습니다.”
건배사를 마친 케이든이 맥주 한 병을 그대로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겼다.
휘이이이익-!
휘파람 소리와 함께 노동자들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축제는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글자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준. 서준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사업을 접고 소를 키우고 있었을 겁니다.”
두꺼운 등심을 불 위에 올리며 케이든이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알거든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김서준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퍼미안 분지에서 진행되는 파티는 일전에 미국 동부에서 있었던 자선 파티와는 너무 달랐다.
그때의 파티가 교양과 클래식이 어울리는 파티였다면 지금의 파티는 마치 서부 영화의 그것과도 비슷한 파티였다.
아직 한국 법상으로는 미성년자였지만, 김서준은 미국에서 맥주를 마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소영신이 깜짝 놀라며 말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영신도 김서준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곤 했다.
“뭐 한국에서만 안 마시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표님이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남부의 사나이들과 마시는 술에 벌써 취했는지 소영신의 얼굴이 취기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술과 고기 그리고 기름.
이 세 가지는 가슴을 뛰게 하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모두가 취해 있을 때.
김서준의 눈에 기타를 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을 기념하며 제가 노래 한 곡 뽑아보겠습니다.”
“오! 서준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니···.”
김서준의 말에 카일러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김서준이 펍에서 보여주었던 연주를 잊지 못한 카일러다.
“이든. 서준에게 기타를 잠시 빌려줘.”
노래하고 있던 노동자 이든이 카일러의 말에 비척거리며 일어나 기타를 넘겼다.
그의 눈에도 김서준이 과연 어떤 연주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기타를 받아들고 모닥불 옆에 있는 의자에 앉은 김서준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자리에는 자리에 맞는 음악이 있는 법이었다.
이런 축제와도 같은 자리에서 축 늘어지는 노래를 연주할 생각이 없었다.
마음을 먹자 김서준의 손가락이 현을 거칠게 뜯으며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오오오오오!”
리드미컬한 시작에 노동자들이 맥주병을 들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축제의 밤은 깊어만 갔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