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3
음악천재 재벌3세 103화
“EOG가 투자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가 뭐야?”
시가 연기가 가득한 방 안에서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중년인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중년인의 앞에는 누가 봐도 나 갱이라고 말하는 사내들이 서 있었다.
“아마 기존의 투자자와 계속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투자자? 누가 EOG에 먼저 투자를 했다 이건가?”
중년인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 미국에서는 셰일 오일 광풍이 불 조짐이 있었다.
그랬기에 많은 투자 은행과 투자 은행을 빙자한 돈들이 셰일 업계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골드만삭스? 아니면? 다른 놈들이야?”
중년인의 말에 사내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소문으로는 아시아에서 온 개인 투자자라고 합니다.”
“개인 투자자?”
중년인의 미간에 새겨진 골이 더욱 깊어졌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해봐야 얼마나 투자했겠어? 돈으로 찍어 누르면 되잖아!”
중년인이 호통을 버럭치자 사내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단순히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아마 중국이나 일본의 부호가 온 것은 아닐까요?”
“아시아···. 아시아라···.”
웃음이 났다.
감히 아시아의 나부랭이들이 미국인의 재산을 빼앗으로 오다니.
“그럼 그 아시아인을 만나보면 되겠군. 잡아 와.”
미국의 거대 투자 은행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진짜배기 아시아의 부호라면 이미 미국에 연줄이 있는 투자 은행을 통해서 투자를 진행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면 분명 미국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돈만 있는 아시아 촌뜨기임이 분명했다.
잡아다가 지분을 뱉어내게 하면 된다.
법적인 문제 없게 지분만 받아내면 될 일이다.
“알겠습니다.”
사내들이 급히 시가 연기로 가득한 방을 빠져나갔다.
“캬악. 퉤.”
부하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중년인이 가래침을 재떨이에 뱉은 뒤 버번 위스키를 꿀꺽 꿀꺽 넘겼다.
“감히 미국의 땅에서 선수를 쳐?”
중년인의 얼굴에 진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
“으으···.”
김서준과 소영신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파티는 해가 뜰 때까지 이어졌다. 미국 남부의 사나이는 술에 지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케이든과 카일러는 물론이고 노동자들 역시 준비한 술을 다 마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꿀꺽꿀꺽
침대 맡에 있던 물을 연신 들이킨 김서준이 캠핑카의 문을 열고 나왔다.
북적북적
시계를 보니 아직 점심도 되지 않았건만 EOG의 노동자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제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어나셨습니까?”
김서준이 캠핑카 문에 서서 캠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케니언 박이 김서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김서준은 진심으로 미안했다. 지난밤 캐니언 박과 그의 팀원들은 경비를 서느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제 임무는 미국에 머무시는 동안 클라이언트를 지키는 겁니다. 술을 마시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 입에 대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케니언 박은 뭐 그런 것을 가지고 사과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오늘은 퍼미안 분지 남쪽으로 갈 예정입니다.”
김서준은 직접 퍼미안 분지의 남쪽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케이든에게 남쪽 분지를 매입하라고 하긴 했으나 직접 둘러보고 이상이 있나 확인을 해야 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이후 김서준과소영신, 카일러 그리고 케니언 박의 경호 팀은 차량에 탑승해서 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거 내가 따라가야 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돼서 짬이 나지 않는군요. 대신 카일러가 옆에서 도울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순히 먼저 돌아보는 겁니다.”
김서준은 물론이고 일행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업무상 짓는 표정인지 케니언 박과 그의 팀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들의 표정에도 진지함은 그다지 있지 않았다.
*
퍼미안 분지는 단순히 분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넓었다.
고대 북미 대륙의 호수가 있던 자리로써 퍼미안 분지의 전체 면적은 거의 한반도만 한 면적을 자랑했다.
김서준과 일행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김서준이 지목한 델라웨어 소분지로 가려면 앞으로도 두시간은 차를 더 몰아야 했다.
퍼미안 분지는 과거 호수였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듯 넓은 평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닥에는 회전초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는 무성한 풀이 자라는 모습이 보였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검은색 차량 여러 대가 대열을 이루어 달리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흐음.”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무렵.
김서준이 탄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있던 케니언 박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왜 그러십니까?”
케니언 박이 사이드미러를 계속 확인하는 모습을 본 김서준이 물었다.
“아까부터 저 멀리서 차량 몇 대가 뒤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혹시 EOG에서 다른 차량이 오기로 되어 있습니까?”
케니언 박의 말에 카일러가 대답했다.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 그냥 같은 길을 가는 차량이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분지 남부로 향하는 도로는 이곳밖에 없으니까요.”
“그러길 바라야지요.”
케니언 박은 사이드미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 차량 속도를 높인다.”
얼마간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케니언 박은 결정을 내렸다.
만약 상대가 그들을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면, 속도를 높이면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따라오는 것이라면?
그들 역시 속도를 높여 대열을 쫓을 것이다.
과아아아앙
차량들이 굉음을 내뿜으며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소영신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 일도 아닐 겁니다.”
케니언 박과 경호팀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다행히 기우였는지 속도를 높여 치고 나가자 사이드미러에서 쫓아오던 차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변수를 줄인 것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습니까?”
김서준의 대답에 케니언 박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참 좋은 말이군요. 회사 사무실 벽에 붙여 놓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명한 말이지요.”
대한민국이라는 말에 케니언 박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 고향이라고만 들었지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럼 하차하겠습니다.”
델라웨어 소분지는 소분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분지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이곳에 눈독을 들이는 회사는 없나 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 퍼미안 분지에는 셰일 오일을 채굴하기 위한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었지만 이곳 델라웨어 소분지에는 아직 아무런 건축물도, 캠프도 보이지 않았다.
“카일러.”
“예. 서준.”
“이런 땅이면 얼마에 살 수 있습니까?”
카일러가 머리를 굴렸다. 자세한 소유주와 시세는 알아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아무런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그다지 비싸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제가 알기로는 아직 이곳에서는 유전도 발견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땅값이 비싸지는 다른 요인이 있지도 않습니다. 주변의 도시와도 거리가 상당히 멀고 수도, 발전 등 인프라도 없기 때문이지요.”
잠시 생각에 잠긴 카일러가 말을 이었다.
“얼마나 넓게 구매하냐가 중요하겠고 또 행정당국에서 그것을 허락해 주냐가 문제겠지만, 아마 생각보다 큰돈이 들 것 같지 않습니다. 어제 서준이 투자하기로 한 추가 금액이면 꽤 넓은 부지를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남는 장사였다.
그것도 아주 남는 장사였다.
훗날 고유가가 진행될 때 세계 유수의 에너지 기업들은 셰일 유전의 지분 구매를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지출해야 했다.
지금 헐값으로 구매해 둔다면 돈을 그야말로 갈퀴로 긁어모을 수 있다.
“그렇게 진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왜 제가 그런 제안을 하였는지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김서준의 말에 카일러가 문득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김서준 덕분에 방황에서 빠져나온 카일러는 EOG의 일을 하면서도 김서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단편적인 정보밖에는 없었으나, 김서준이 일반인들은 이루기 힘든 일을 단시간에 이루어 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도 그중 하나를 이룰까 말까다.
그런데 김서준은 그 모든 것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같은 사람인가 의심될 정도였다.
“경호팀! 경호팀! 준비!”
카일러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케니언 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카일러가 고개를 돌려 도로 쪽을 바라보니 아까 사이드미러로 봤던 차량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미 일행의 차량은 도로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오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이쪽에 목적이 있음이 분명했다.
케니언 박의 무전을 들은 경호팀이 급히 나머지 인원들을 차에 몰아넣고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철컥철컥
쓰는 일이 없기만을 바랐던 무기들을 꺼낸 뒤 차량의 문 뒤에 위치한 경호팀들이 다가오는 차들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봤다.
적들의 차량 수는 언뜻 보더라도 5대가 넘었다.
경호팀의 수가 10명이었으니 적들은 그들보다 최대 2배가 많은 수로 예측되는 상황.
전투가 벌어진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승리를 떠나서 클라이언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협을 가할 단체는 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혹시 예상되는 적성 세력이 있으신지?”
“없습니다. 저희도 모르는 일입니다.”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김서준에게 간접적으로 원한을 품은 사람은 있을지 언정 이렇게 사람을 동원해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차에서 고개를 내미시면 안 됩니다.”
김서준을 차 안으로 밀어 넣은 케니언 박이 긴장된 시선으로 전면을 응시했다.
끼이이익
일행에게 다가오던 차량은 도로를 벗어나서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일행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춘 차량들.
차량에서 누가 보더라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남성들이 우르르 내렸다.
“여기 대표가 누구요?”
얼굴에 긴 흉터가 있는 사내 하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일행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일단정지.”
케니언 박이 총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허. 다짜고짜 총질하려고? 이거 법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뭐 하는 거야?”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었지만, 사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보통이 아니다.’
총구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면 일반적으로는 움츠러들거나 손을 드는 것이 올바른 반응이었다.
지금 사내가 보이는 반응은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대표가 누구입니까? 이야기 좀 하지요.”
사내의 외침에 김서준이 차에서 내렸다.
깜짝 놀란 케니언 박이 김서준을 말리려고 했지만 김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저를 찾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 뿐입니다.”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케니언 박이 김서준의 옆에 딱 붙었다.
“든든하네요.”
케니언 박에게 미소를 지어준 김서준이 사내의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