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5
음악천재 재벌3세 105화
삐이- 삐이-
도로를 벗어난 채 황무지를 달리던 김서준과 케니언 박의 차에서 알람 소리와 함께 주유 아이콘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대로 도시까지 갈 연료가 충분하지 않았다.
게다가 추격에 혼선을 주기 위해 도로가 아닌 오프로드를 달린 탓에 연료 소비가 더욱더 빨랐다.
“뽑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차를 잘 보이지 않은 구덩이 쪽에 둔 케니언 박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짐을 많이 챙기지는 않았다. 개인 화기와 여유 탄환 그리고 물 한 통.
대대적인 전투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유 탄창도 하나밖에 없었다.
만약 교전이 길어진다면 곤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빨리 이동하지요. 아마 이 부근만 벗어나면 도시와 가까워서 군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GPS를 확인한 케니언 박이 앞장섰다.
황무지는 험했다.
“후욱. 후욱.”
밟을 때마다 부서지는 땅은 체력을 쭉쭉 깎아 먹었고 가끔 푹 빠지는 모래 언덕에서는 그야말로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무엇인지 느껴야 했다.
‘생각보다 잘 버티네.’
케니언 박은 힐끔 김서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직 어리고 기업인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는 김서준이 계속 찡찡거리리라 생각했다.
이런 행군은 일반인이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서준은 거친 숨을 몰아쉴지언정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참 힘드네요.”
김서준이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합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어도 그것을 이겨내는 정신력은 칭찬받아도 모자람이 없었다.
게다가 김서준은 전생이든 현생이든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전생에는 공부와 회삿일로 잘 시간도 부족했었고 그것은 현생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전생보다는 빡빡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따로 운동하지는 않았다.
‘운동도 해야겠네.’
생각해보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 전생에 건강 문제로 고생을 했으면서 이번 생에도 운동을 등한시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운동은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전생에 다녀온 군대 기억을 떠올려 이 사태를 벗어나는 수밖에는 없었다.
“군대에 다녀오셨습니까?”
김서준이 총을 메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생각보다 빠르게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케니언 박이 물었다.
그 역시 한국의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함을 알고 있었다.
어려 보이긴 했으나 김서준이 군대를 다녀왔을 수도 있었다.
“아직입니다.”
‘아직이라고?’
그런 것 치고는 자세가 좋았다. 특히 총을 뒤로 메고 있는 자세는 정석에 가까웠다.
빠르게 앞으로 돌려 견착을 할 수 있는 자세.
미필이라면 저런 자세를 보여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의문을 꺼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잠시만 쉬겠습니다.”
잘 버티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강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체력을 안배해가면서 혹시 모를 적들과의 조우를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쉬는 도중 케니언 박은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분지인 데다가 중계기도 없었기에 스마트폰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 이 흙산만 넘으면 그래도 전파가 닿을 겁니다.”
“위성 전화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군사작전도 아니고 누가 경호를 나가는데 위성 전화를 휴대하고 나오겠는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도시에 도착했을 겁니다. 제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으니 경찰과 동행해서 올 것입니다.”
케니언 박은 김서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연신 말을 이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저런 자들이 많나 봅니다?”
한국에도 검은돈을 다루는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 범위는 극히 한정적이었다. 건설업에 개입하거나 상권 혹은 대부업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예. 이곳은 미국입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남미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재가 모이기도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질이 나쁜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지요. 저들의 생김새를 보니까 아마 남미계 조직인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방심했네요. 돈이 있으면 파리가 꼬인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요.”
“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앞으로는 더 긴장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희와 같은 사람들도 먹고살 것 아닙니까?”
짐짓 과장스러운 케니언 박의 말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쉬며 숨을 돌린 케니언 박과 김서준이 다시 길을 나섰다.
*
소영신이 탄 차량의 뒤로는 그 어떤 차들도 쫓아오지 않았다.
액셀이 터져라 밟은 덕인지 소영신이 탄 차량은 꽤 빠르게 도시 주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기름이 모두 떨어져서 도시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영신에게는 충분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다행히 3G 전파가 잡혔다.
‘아 영어 좀 더 열심히 공부해 둘걸.’
막상 긴급전화를 걸려고 하니 영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위험에 빠졌습니다. 도와주세요.”
[누가 위험에 빠졌나요? 본인인가요? 무슨 종류의 위협인가요?]소영신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대체 무슨 영어를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이다.
“전화 좀 빌립시다.”
그 모습에 경호팀 중 한 명이 소영신의 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참 전화를 하던 경호 팀원이 욕설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베터리가 다 됐습니다.”
“그쪽 핸드폰은 배터리가 남았나요?”
경호 팀원이 고개를 저었다.
소영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경호 팀원 역시 이곳으로 오면서 계속해서 전화를 시도한 탓에 베터리가 모두 방전되었다.
“후우.”
한숨을 몰아쉰 소영신이 남방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소영신.
그 뒤를 경호 팀원이 뒤따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군사 훈련을 받을 때 경험을 하곤 한다.
하지만 소영신은 지금 숨이 턱을 넘어서 입 밖으로 튀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은 지금보다 더 빨리 뛸 수 없음을 어필하려는 듯 움찔움찔 아파왔고 코와 입에서는 피라도 흐르고 있는지 혈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힌 채 구토를 하고 싶었지만 소영신은 참고 또 참았다.
지금 그가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지금도 김서준은 알 수 없는 세력들의 위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 안 되었다.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었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릴 뿐이었다.
그런 소영신의 바람이 닿았음일까? 소영신은 쓰러지기 전에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911.911.”
그리고 하늘이 도왔음인지 소영신의 눈에 경찰서가 보였다.
“위험합니다.”
무작정 경찰서로 달려가는 소영신을 보며 경호 팀원이 깜짝 놀랐다.
저렇게 험악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경찰서로 뛰어들면 경찰에게 제압당할 염려가 있었다.
운이 좋아 제압이지 운이 나쁘면 총까지 맞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경호 팀원이 어깨를 잡아채자 그제야 소영신이 정신을 차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꺼억. 꺼억. 빨리 가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경호팀원과 소영신이 숨을 고르고 경찰서의 입구로 향했다.
*
앙테와 조직원들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저 새끼들 잡히면 곱게 안 둔다.”
EOG의 지분을 빼앗으려던 계획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던 김서준은 꽤 무장을 충실히 한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매복을 통해 간단히 잡으려고 했는데, 그것 또한 척후에게 들켜서 수포가 되었다.
이제 시작된 것은 추격전.
갈림길에서 행렬을 나눈 탓에 앙테의 수하들도 나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김서준이 없으면 싸우지 말고 돌아오라고 하였으니 금방 합류할 것은 분명했다.
“후우. 산돼지들처럼 잘 도망가는구나.”
앙테도 숨이 차올랐다.
지금 김서준과 케니언 박이 도망가고 있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흙산과 황무지였다.
어쩔 수 없이 앙테와 수하들도 차에서 내려쫓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 넘어갑니다.”
“잡아.”
앙테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저들이 마을이나 도시에 가까워지면 911에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러서야 한다.
‘좋을 리 없지.’
그의 보스가 이번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앙테를 그냥 둘 리 없었다.
“그렇게는 안 된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물러서기는 싫었다.
적어도 김서준을 보스의 앞에 가져다 놔야 한다.
“총이라도 쏴. 못 도망가게 쏘란 말이야!”
앙테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부하가 들고 있던 볼트액션 소총을 빼앗았다.
타앙-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우렁찬 화약 소리와 함께 김서준의 일미터 옆에서 피탄된 돌덩이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몸을 숨겨야 합니다.”
이 거리에서 맞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총에 맞으면 끝난다.
케니언 박과 김서준이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타앙- 타앙-
총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서준과 케니언 박의 발을 묶어둘 생각인지 앙테는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앙테가 견제를 하고 있는 사이 다른 조직원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대응 사격을 해야겠습니다.”
이미 상대방이 먼저 총격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도주를 위해서라면 이런 교착상태가 바람직하지 않았으나, 이대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타앙- 타앙-
케니언 박이 상체를 노출 시키며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이다!”
이렇게 되고 나니 앙테와 그의 수하들도 바위를 찾아 몸을 숨겨야 했다.
서로 원하지 않는 교착상태가 일어났다.
“하나둘 셋 하면 뛰십시오. 제가 엄호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바위 앞에서 저를 엄호해 주십시오.”
“하나. 둘. 셋!”
케니언 박이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 나섰다. 시간을 끌면 아무래도 인원이 많은 저쪽이 유리해질 것이기에 이 상태를 풀고 시야에서 벗어나야 했다.
타앙- 타앙-
김서준이 몸을 드러내자 앙테와 그의 수하들도 총을 들었으나 이내 쏟아지는 총탄에 다시 몸을 숨겨야 했다.
“지금입니다. 엄호!”
이번에는 김서준이 엄호 사격을 했고 케니언 박 역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이 병신들!”
앙테가 욕설을 내뱉으며 서둘러 김서준의 뒤를 따랐다.
*
철컥철컥.
일반적으로 현대 전장에서 총탄 2만 발 당 한 명의 전사자가 난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어느덧 가져온 탄환은 모두 소진이 되었다.
케니언 박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위에 몸을 기대었다.
적들도 총탄이 별로 없었지만,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새롭게 합류한 인원들이 가지고 있던 총탄으로 사격은 계속되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다 보니 김서준과 케니언 박은 바위 뒤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둘의 귀에 다가오는 앙테의 발소리가 들렸다.
“하. 꼭 이렇게 고생을 시킨다니까?”
앙테의 음성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이미 앙테는 김서준과 케니언 박에게 실탄이 없음을 깨달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얌전히 끝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 그러니까 애초에 좋게 말할 때 도장 찍었으면 얼마나 좋아?”
승리의 미소가 가득한 앙테가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고개 내밀지 마십시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승산은 없어 보였으나 케니언 박은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후. 이것 좀 보세요.”
긴장된 순간에 김서준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베터리가 깜빡거리기는 했으나 분명 핸드폰의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
김서준이 천천히 손가락으로 911을 눌렀다.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끌어보지요.”
[띠리리링-] [네. 911입니다.]전화를 바위 아래에 둔 채 김서준이 손을 들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뭡니까?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총을 들고 저를 위협하는 겁니까?”
또렷한 김서준의 말이 울려 퍼졌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