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8
음악천재 재벌3세 108화
“소 실장님?”
“어. 이 실장. 아직 퇴근 안 했었네? 역시 와 보길 다행이다.”
소영신은 그간의 모습과는 달랐다. 퀭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이소연에게는 더욱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소 실장님. 그 꽃은 뭐에요?”
딱 봐도 자신에게 주는 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영신이 여자를 만나고 있지도 않았다.
이소연이 소영신의 사생활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으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어찌 되었든 사람을 만날 시간이 있어야 연애를 하지 않겠는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있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겠는가.
“아? 이 꽃? 줄 사람이 있어서. 아마 기뻐하실 거야.”
소영신의 얼굴은 순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느낌이 든단 말인가?
“아! 맞다.”
소영신이 이소연을 아래위로 쓸어 보았다.
평소였으면 왜 훑어보냐고 핀잔이라도 주었겠지만, 이소연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소영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네. 이 실장도 나랑 같이 갈래?”
“어딜요?”
이소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좋지 않은 생각만 들었다.
왠지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아야 할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았다.
“어디긴 어디야? 대표님이 계시는 곳이지.”
소영신이 희미하게 웃으며 꽃을 들었다.
희미한 웃음과 새하얀 꽃.
그 모습을 본 이소연 실장이 휘청거렸다.
“어? 이 실장 왜 그래?”
소영신이 휘청거리는 이소연의 팔을 붙잡았다.
“아···. 아니에요. 같이 가요.”
마음을 굳게 먹은 이소연이 서둘러 짐을 챙겼다.
핸드백을 제외하고는 별로 챙길 것도 없었지만, 왠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자리에 앉아 화장도 조금 고쳤다.
“가자. 이 실장.”
소영신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SJ 본사를 나섰다.
이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뒤를 따랐다.
먼 거리가 아니었는지 소영신은 차를 타지 않았다.
그저 콧노래마저 흥얼거린 채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얼마간 걸어서 그와 이소연 실장이 도착한 곳은 5층 정도 규모의 건물이었다.
그 건물을 본 이소연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 와 봤지?’
기억은 잘 나지 않았으나 SJ 소속의 건물임이 확실했다.
삐삑-
소영신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렸다.
“들어가자.”
로비는 작은 간접 등만 켜져 있었던 탓에 음산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꿀꺽
그 분위기에 이소연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누가 더 있는지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왔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이은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은 이소연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김서준이 크게 될 가수라며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가수.
이은지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꽤 오래 울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부어버린 이지은의 눈을 봤을 때.
이소연은 확신할 수 있었다.
‘대표님이 돌아가셨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 한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확인 도장이라도 받은 기분이다.
“오···. 올라가요.”
“그래.”
이소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영신의 얼굴은 밝았다.
‘미쳤구나. 실성해버렸어.’
이소연은 그런 소영신이 안타깝게만 보였다.
평소 이소연보다 더욱 김서준을 곁에서 수행했던 소영신이다.
게다가 이번 일이 자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소영신.
그랬기에 김서준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실성해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는가?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면 현실을 부정하고는 한다.
이소연의 눈에 소영신은 그 단계에 접어든 사람으로 보였다.
“소 실장님. 아니 선배.”
“어? 왜?”
엘리베이터가 5층으로 향하고 있을 때.
이소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까지만이에요.”
“뭐가?”
소영신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이소연을 바라봤다.
“오늘까지만 울고 내일부터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요.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무슨 소리야? 오늘 이상하네! 이 실장.”
소영신이 이소연을 타박했다. 평소였으면 타박에 덤벼들었을 이소연이지만, 오늘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
“어? 진짜 왜?”
“제발요.”
말을 마친 이소연이 소영신의 손을 붙잡았다.
-5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이소연이 소영신의 손을 잡았을 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어···. 미안해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이애신이 서 있었다.
소영신과 이소연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 이애신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아. 아닙니다. 이 실장. 이게 뭐 하는 거야? 빨리 따라오기나 해.”
이소연의 손을 놓은 소영신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소영신을 뒤따르는 이소연.
그 모습을 이애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봤다.
소영신이 향한 곳은 화장실을 제외한 복도의 유일한 방이었다.
5층 역시 간접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전등이 꺼져 있었기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문 앞에 선 소영신이 꽃을 들고는 이소연에게 손짓했다.
“들어가자. 이 실장.”
“자···. 잠시만요.”
이 문을 열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건만 이소연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잠시는 무슨 잠시야. 참 이상하다 이 실장.”
덜컥
소영신이 문을 벌컥 열었다.
“자···. 잠시만요. 선배!”
이소연이 급히 소영신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소영신은 방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이를 꾹 깨문 이소연이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소영신을 따라 문 안으로 향했다.
*
“나카무라상.”
“아. 히데.”
김서준이 사고를 당한 이후 일본은 그것을 기회로 삼았다.
SJ에 특허권 허락을 맡지 않고 그들의 특허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서준이 살아난다면 그때 특허료를 사후 지급하면 된다는 판단이 선 것.
그리고 김서준의 부재로 SJ와 안드로이드사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겉보기에는 일사불란하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나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나카무라와 일본의 기업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서준이 그대로 죽어주는 것.
그렇게 되면 일본 기업이 얻는 것이 참으로 많았다.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인 삼신과 SJ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게다가 대주주를 잃은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서 일본의 지분을 넓히는 것도 가능할 것이 분명했다.
혁명적인 리더를 잃은 집단은 안전을 추구하게 된다.
SJ가 안전을 추구하는 방법은 아마도 주식을 처분하는 것.
그때가 기회다.
일본의 전자 산업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그들이 쌓아놓은 재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잘 잡으면 일본은 단숨에 90년대에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번 한국 경영인의 밤이 언제라고?”
“내달 3일입니다.”
나카무라가 넥타이를 풀어 해쳤다.
“그쪽에 연락 넣어봐. 한일 양국 경제인의 화합을 위해 우리 일본의 기업인들이 그곳에 참여하는 방안은 어떻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나카무라의 말에 히데가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
“이게 도대체···.”
이소연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지금 그녀의 두 눈에 비치고 있는 것들은 현실감이 없었다.
“이 실장. 뭐해. 인사 안 하고?”
“선배. 왜 날 속였어요?”
“속이긴 뭘 속여?”
이소연의 눈앞에 김서준이 있었다.
그것까지는 그녀의 생각과 같았다. 다만 그 상태가 문제였다.
이소연 생각 속의 김서준은 집중치료 침실에 누워있다거나 그것이 아니면 영정사진 속 김서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김서준의 모습은 어떠한가.
너무나 환하게 웃으면서 이소연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직 거동이 불편한지 목발은 놓여 있었으나 안색이나 표정은 일반인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실장님도 오셨네요? 소 실장님 혼자 오실 줄 알았는데요.”
“아. 그래도 대표님을 다시 뵙는데 이 실장도 당연히 와야지요. 그렇지 이 실장?”
“아! 물론이지요. 호호호.”
이소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영신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소영신이 화들짝 놀랐으나 김서준 앞에서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기에 몸을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잠시간의 해프닝이 있은 뒤 이소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가득이었다.
“대표님. 몸은 좀 어떠세요? 지금 주변에서 걱정이 보통이 아니에요.”
“보다시피 꽤 많이 좋아졌습니다.”
김서준이 웃는 얼굴로 손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런데 왜 아무에게도 소식을 알리지 않은 거예요?”
이소연의 말에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거든요. 그래도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밖에서 활동해 줄 사람들이 필요했거든요.”
“흠흠.”
소영신이 헛기침을 하자 이소연이 소영신의 허벅지를 다시 꼬집었다.
“그럼 소 선배 아니 소 실장님은 알고 계셨는데 저에게 귀띔도 안 해주신 거네요?”
소영신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자 김서준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지금 제가 멀쩡하다는 것을 알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그런가요? 대표님이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런 거겠지요.”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김서준이 결코 아무 이유 없이 이러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은지양은 왜 울면서 나간 거에요? 그래서 오해했잖아요.”
오해할 만한 요소가 가득했다.
매일 일과 결혼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우울해 보였던 소영신.
잘 차려입은 정장과 하얀 꽃.
게다가 눈이 퉁퉁 부은 채 눈물을 보이며 뛰쳐나간 이은지까지.
어느 하나 오해하지 않을 구석이 없었다.
“아. 그거요”
이소연의 궁금증은 김서준의 설명을 듣고 씻은 듯 풀렸다.
소영신이 그렇게 보였던 이유는 간단했다.
바빠도 너무 바빴다.
대외로 김서준이 드러나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맡길 수 없었다.
그랬기에 김서준은 오직 소영신을 통해서만 일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스마트폰의 준비.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
그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었다.
미국 당국의 비호 아래 개발되고 있는 셰일 오일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SJ에 가져다주고 있었고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오롯이 소용신의 몫이었다.
미국에 있는 직원들이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소영신에게 많은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은지양은 왜?”
이은지 이야기가 나오자 김서준이 웃음을 지었다.
“제가 좀 시간이 남아서요. 대부분의 업무를 소 실장님이 봐주시니까 시간이 남더라고요.”
“흠흠.”
소영신이 약간의 원망 섞인 눈빛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래서 앨범을 하나 준비하고 있었어요.”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지만, 김서준의 말을 듣고 나니 이소연은 방 안에 꽤 많은 악기를 발견했다.
“아. 그럼 대표님이 준비하는 노래를 듣고 울면서 나갔다고요?”
이소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그런 것 같은데요? 그것 말고는 별 이유가 없는데?”
“그···. 그럼 그분은요? 그 문화재 환수···.”
분명 이애신의 얼굴에도 슬픔이 가득했다.
“같이 들었어요. 정말 슬픈 노래던데요?”
이소연의 질문에 이애신이 방 안으로 들어오며 대신 답했다.
“모두 날 속였네요.”
그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소연이 울상을 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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