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9
음악천재 재벌3세 109화
처음에는 자신만 몰랐다는 소식에 울상을 지었던 이소연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김서준이 멀쩡하다는 안정감은 그녀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물론 소영신이 얄미운 것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이소연은 틈이 날 때마다 소영신의 허벅지를 꼬집긴 했지만 말이다.
“대표님.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지금 SJ의 상황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장 안드로이드사는 물론이고 SJ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김서준의 소식을 묻는 연락이 들어왔다.
그들로써는 불안했을 것이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적어도 김서준이 투자를 한 회사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이 어떤 식견이 있는지.
김서준이 어떤 실력이 있는지.
김서준이 없다면 그들의 회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랬기에 끊임없이 김서준의 생사를 확인하는 연락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그들 회사의 방침을 정할 수 있을 테니까.
김서준이 없는 SJ는 사업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
그것이 그들의 비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아직은 앞에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예?”
김서준의 말에 이소연이 화들짝 놀랐다. 아직은 차질이 없지만, 김서준이 늦게 나설수록 일에 차질이 생길 염려가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번 돈만 하더라도 김서준은 대한민국에서도 꽤 높은 재계서열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김서준의 꿈이 그것이 아님을 이소연은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일본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면서요?”
“알고 계셨어요?”
김서준이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것 같자 이소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소 선배가 보고했겠구나. 소 선배도 알고 있었어.’
놀라운 일이었다.
이소연은 소영신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간 있었던 회의에 소영신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 회의가 아니더라도 소영신은 충분히 바쁘고 힘들어 보였다.
“일본이 최근 스마트폰을 개발했고 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삼신의 눈을 피하고자 했는지 대부분의 부품을 대만의 공장을 통해 수급하고 있습니다.”
“도박을 하네요.”
일본의 움직임은 도박이었다.
일본은 반도체에 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불화수소와 폴리아미드와 같은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원천기술은 일본이 세계 제일이었다.
이런 소재들이 반도체 공정에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스마트폰 기술에 대한 것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지금 일본의 IT 기업들은 김서준이 죽거나 경영 참여 불능이라는 것을 전제로 삼고 SJ의 특허를 본격적으로 침해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그들의 생각처럼 SJ는 김서준의 부재로 인해 그들의 특허 침해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것도 있었으나, 김서준의 컨펌 없이 대응에 나섰다가 일본의 계략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대책은 세워 두셨겠지요?”
“물론입니다.”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측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이미 증거 수집과 전 세계 특허법원에 제출한 소장이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언제든 제출할 수 있게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소연이 고개를 숙였다. 김서준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분명 좋은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표님이 돌아오셨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전할까요?”
“아닙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김서준의 복귀 소식을 듣는다면 SJ는 물론이고 SJ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마음을 놓을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은 단순히 그것만을 노리고 있지 않았다.
김서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고 그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을 단번에 쓸어낼 생각이다.
위기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절호의 찬스였다.
김서준의 뜻을 알아차린 이소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 몇 달간 지금처럼 기분이 좋은 날이 없었다.
오늘은 왠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이 실장님도 오신 김에 제 신곡 한번 들어보실래요?”
궁금해졌다.
얼마나 슬픈 노래길래 이은지와 이애신이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는지.
“이 실장님. 평소 영화나 음악은 자주 들으세요?”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어져 있는 기타의 넥을 잡았다.
“아니요. 잘 듣지는 않네요.”
이소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삼신의 전략기획실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일어나 별을 보고 출근을 한 뒤 밤에 뜬 별을 보고 퇴근하는 일상.
SJ에 온 뒤로는 실장이라는 자리에 올랐기에 삼신에 있을 때 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일했던 이소연.
그녀에게 영화나 음악은 일종의 사치처럼 느껴졌다.
슬퍼할 시간에 일 하나를 더 처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온 이소연이었다.
“이거 이 실장님 귀에 맞으련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제가 꽤 공을 들였으니까 듣기 거북하지는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김서준이 의자에 살짝 걸터앉았다.
이소연이 눈을 빛내며 김서준과 기타를 바라봤다.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기타의 바디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기타가 세워져 있던 구석에 끊어진 기타 현들도 꽤 많이 널브러져 있었다.
디링.
스트링을 손가락이 가볍게 쓸고 지나가자 맑은 음색이 울려 퍼졌다.
음향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은 시설이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김서준의 손가락은 연신 스트링을 거닐었다.
‘아···.’
정말 별거 없었다.
화음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기교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음악에 별 지식이 없는 이소연이 듣기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소연은 점점 눈가가 축축해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김서준의 손가락과 스트링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이소연의 가슴을 찌르르 울려왔다.
“맛보기는 여기까지.”
“아아!”
너무 집중하고 있었기에 연주가 끝난 지도 몰랐다.
김서준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이소연은 연주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어? 이 실장 우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흐르는지는 몰랐다. 다만 당연히 흘러야 할 것이 흐르는 것처럼 이소연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있었다.
“어? 내가 왜 울지?”
깜짝 놀란 이소연이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둑이라도 터진 것처럼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 죄송해요. 저 잠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소연이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소 실장님.”
“네?”
그 모습을 소영신은 그냥 보고만 있었다.
“잠시 따라가 보세요.”
“누굴요? 이 실장을요?”
“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소영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따라가라고 하시지?’
영문을 모르면서도 소영신은 김서준의 말을 따라 문을 열고 나갔다.
*
“이번 경영인의 밤 참석 명단이 나왔습니까?”
매해 경연인의 밤을 주최하는 한경단에는 요즘 특이한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지요?”
한경단의 직원은 약간은 어눌한 한국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 저는 일본 하죠상사의 히데라고 합니다.”
한경단 직원의 미간이 좁아졌다. 일본 하죠. 상사에서 왜 한경단에 전화를 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쩐 일로 하죠 상사에서 연락을 주셨습니까? 그리고 경영인의 밤 참석 명단은 왜 물어보셨는지?”
한경단 직원의 물음에 전화기 너머에서 하죠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일본의 사장단이 한국 경영인의 밤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한경단 직원의 미간에 새겨진 골이 더욱더 깊어졌다.
이건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디로 연락을 드리면 될까요?”
“명단이 나오면 하죠 상사로 연락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직원은 급히 직원이 급히 보고를 위해 움직였다.
*
일본의 기업들이 경영인의 밤에 참석한다는 소식은 금세 한국 재계에 퍼져나갔다.
“이거 한국의 위상이 이 정도로 올라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요. 평생 한국을 무시해 온 일본의 전자 기업들이 경영인의 밤에 참석하고 싶다니요.”
삼신에서는 아무런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었으나 다른 기업들은 연신 눈을 빛내며 떠들어대기 바빴다.
“이거 기회 아닙니까?”
“무슨 기회요?”
몇몇 기업의 사람들은 이번 것을 기회로 여겼다.
“일본의 투자를 받을 기회 아닙니까? 지금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일본에 투자를 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기업인들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삼신이나 한성 그리고 HC 자동차 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초거대 기업은 아닐지 몰라도 다른 기업인들은 투자가 절실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일본이 한국 재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에게 호재였다.
일본의 투자를 받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단숨에 세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도 자금만 충분하다면···. 삼신처럼 못 할 것도 없지.’
그들이 소식을 들으며 행복회로를 풀가동하고 있을 때.
일본 기업인들의 방한 소식을 들은 삼신 김건환 회장과 한성 송혜령 회장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놈들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네.”
송혜령 회장이 찻잔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지금 서준이가 보이지 않고 삼신도 조용하니 이제 제 놈들이 나설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핵심을 꿰뚫고 있는 김건환 회장의 말에 송혜령 회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다른 놈들은 일본 돈 먹을 생각에 벌써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는데.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걸?”
“허허. 내가 뭘 하겠어? 나는 이제 힘없는 뒷방 늙은이인데.”
김건환 회장이 보이차를 천천히 음미하다가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뒷방 늙은이는 무슨.”
“아니야. 이제는 정말 뒷방 늙은이가 되는게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송혜령 회장이 김건환 회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은퇴하겠다는 것이 아닌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서 약간의 지침이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반도체를 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 있었어. 세상이 변하기 전에 내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달라졌다.
최근에 국제 사회를 움직이는 신사업들을 볼 때마다 김건환 회장은 놀라야 했다.
그가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고전적인 제조업을 떠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업들은 그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필수가 되어버린 SNS가 그러했고 통신사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톡 서비스가 그러했다.
“장강후랑추전랑이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앞 물결이야.”
“그럼 뒷물결은 서준이고?”
김건환 회장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서준이가 뒷물결이 될 수 있을지는 조만간 알 수 있겠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김건환 회장이 찻잔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