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1
음악천재 재벌3세 111화
“뭐야? 누가 마이크 켰어?”
갑작스레 들려온 엠프 소리에 총수들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이내 그 마이크 소리가 누군가 새롭게 홀에 들어온다는 전하기 위함을 알자 순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일본 기업인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총수들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적대적 시선으로 일본 기업인들을 보던 총수들은 얼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성의 송혜령 회장님과 그 내외분들 드셨습니다.”
삼신 김건환 회장과 친한 송혜령 회장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모두 그러려니 했다.
삼신이 없어도 잘 나가는 한성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절친이 슬퍼하고 있는데 여기에 나와서 웃고 떠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성 송혜령 회장이 등장하자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
송혜령 회장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높은 확률로 삼신 김건환 회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과 동일했다.
툭- 툭-
송혜령 회장이 홀에 들어오고 곧바로 다시 한번 마이크가 울려 퍼졌다.
“삼신 그룹 김건환 회장님과 그 가족분들이 오셨습니다.”
웅성웅성웅성
모두가 예상외라는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봤다.
‘역시 김건환 회장인가?’
아직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기업 총수들은 김건환 회장이 도리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김건환 회장과 일행이 모습을 보이자 그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김서준이다!’
김건환 회장과 그의 왼편에 서 있는 김태주.
그리고 한 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
김서준이었다.
김서준을 발견한 나카무라을 비롯한 일본 측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살아 있었어?’
그래.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렇게 멀쩡하게 두 발로 걸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보면 총을 맞고도 벌떡 일어나서 멀쩡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디어적 픽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총상을 입었으면서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사람들 앞에 두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뭐지? 애초에 가벼운 부상이었나?’
그랬으면 뉴스가 이렇게 떠들썩하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SJ사와 안드로이드사의 특허를 침해하게 놔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째서 손해를 감수하고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지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걸 노린 건가?’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나카무라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때.
나카무라와 김서준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김서준이 나카무라에게 살짝 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 미소를 본 나카무라는 순간 자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웃음을 지었다.
미소를 지은 나카무라가 김건환 회장과 김서준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나카무라가 움직이자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모두가 몸을 옆으로 비켜 세웠다.
“일본 하죠 상사의 나카무라입니다. 일전에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일생의 영광입니다.”
나카무라가 김건환 회장에게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김건환 회장의 눈이 살짝 좁아졌다.
‘역시 일본인인가? 아니면 기업인인가?’
삼신이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는 대기업인 것은 맞지만 나카무라가 대표로 있는 하죠 상사도 이미 전 세계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기업이었다.
그런 대기업의 총수가 다른 기업의 총수에게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는 것은 보기 쉬운 장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적어도 겉보기에는 나카무라는 진심으로 보였다.
‘물론 진심은 아니겠지만.’
김건환은 물론이고 김서준도 그 모습이 나카무라의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면 남에게 쉽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일본 기업인들의 습성이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앞과 뒤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했다.
나카무라가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는 것.
그것은 삼신의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나카무라에게 김건환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왔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가는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어 김태주 그리고 김서준과도 악수를 한차례 나눈 나카무라가 일본 기업인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서준입니다. 나카무라 상.”
“알고 있어.”
일본 IT기업인들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어찌할 줄 몰라하며 나카무라를 바라봤다.
김서준이 죽지는 않더라도 현업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일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괜찮다. 최악의 경우도 상정한 일이다. 그러니까 미리 저들과 접촉한 게 아니더냐?”
나카무라가 이를 꽉 깨물었다.
손해를 보면서도 경영인의 밤에 참여한 이유.
한국에서 영향력을 높여 김서준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일본의 기업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특히 통신 쪽 기업들을 매수해 놓으면 더욱 좋다.
스마트폰과 통신은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업이었다.
통신사에서 압박을 넣는다면 국내 판매에서 삼신은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통신 삼사가 통신망 구축에 시간을 끈다면 더더욱 곤란을 겪을 것은 당연했다.
나카무라는 그것을 노렸다.
한국의 기존 재벌들을 이용해서 삼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방향.
일단 투자만 진행되면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더라도 삼신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연회장에 자리를 잡은 삼신 김건환 회장의 주변에 다른 기업인들이 벌떼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홀은 두 가지 파벌로 나뉘었다.
나카무라에게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기업들과 김건환 회장의 귀환을 반기는 이들.
그들은 서로 욕은 하지 않았지만 경계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아주 저들이 신났습니다. 일본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모양새입니다.”
“투자를 받는데 한국이면 어떻게 미국이면 어떻고 또 일본이면 어떠하겠는가.”
김건환 회장의 말에 다른 기업인들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건환 회장의 말처럼 21세기에 기업이 투자를 받는데 국적을 따지지는 않았다.
파벌은 두 개로 나뉘었지만, 경영인의 밤은 지금까지 그 어떤 경우보다 더욱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음식 역시 훌륭했고 음악 역시 더 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면 김서준에게 있었다.
작년 경영인의 밤에서는 김서준의 주변에 같은 재벌 3세들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소식이 빠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기업의 사람들은 김서준이 SJ의 주인이며 스마트폰 사업을 크게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업을 김건환 회장이 마련해 주었든 김서준이 자신의 능력으로 마련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사업에 어떻게 발이라도 걸치려면 이제 김서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도 스마트폰 사업에 나서보려고 하는데.”
특히 후발주자로 스마트폰 사업에 발을 걸치려는 GL 그룹의 경우에는 총수는 김건환에게 그리고 그 아들과 손자는 김건환에게 딱 달라붙었다.
특허야 돈을 주고 이용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특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다가는 언제 완성품이 나올지 가늠도 되지 않았으며 그때가 되면 삼신이나 다른 회사들은 더욱 발전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협업을 하면 어떨까? 어차피 우리는 반도체 파운드리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가능한 모든 부품을 삼신에 주문하는 대가로 스마트폰 컨설팅을 해주는 거지.”
특히 GL 그룹의 3세 구언화는 적극적으로 김서준에게 들이댔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큰 열정을 보이고 있는 구언화는 GL의 차차기 수장이 될 것을 김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보다 다섯 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김서준에게 아무런 거리감 없이 굴었다.
마치 옛날의 이인영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인영도 이미 구언화와 친분이 있는지 셋은 딱 붙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부품을 삼신에 주문해주면 저희야 좋지요.”
나쁘지 않은 방안이었다.
전생에서 삼신은 파운드리의 중요성을 늦게 깨닫게 되고 2017년이 돼서야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었다. 대만의 기업들이 대부분의 파운드리 사업을 장악한 이후였고 김서준이 죽을 때까지 삼신이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시작해야 하는 사업.
그랬기에 김서준은 삼신을 움직여 파운드리 사업을 미리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미 김건환 회장의 컨펌도 떨어졌고 김태주 역시 파운드리 사업에 열정을 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전생과는 다르게 삼신의 스마트폰 사업이 일찍 탄력을 받은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입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 역시 좋은 일이고 GL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국내 IT 산업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서준의 입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구언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데 형. 저기 통신 삼사의 총수들이 나카무라에게 붙어 있는게 심상치 않은데?”
이인영은 나카무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게요. 통신사에서는 스마트폰의 출시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모양이에요. 하나면 모를까 삼사가 모두 저기에 붙는다면 분명 무언가를 들고나올 텐데···.”
구언화도 그것이 언짢은 듯 미간을 좁혔다.
GL에서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통신사들과 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저렇게 나오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면이 있었다.
“아마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일본의 투자를 받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를 줄여도 되니 3G 투자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겠네요.”
김서준은 일본이 통신 삼사의 수장들과 접촉하는 것을 보고 일본의 속셈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일본의 노림수는 통신 삼사의 목표와 부합했다.
통신 설비 투자를 최대한 줄이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삼신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통신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더라도 저렇게 삼사가 힘을 합친다면 요청을 묵살할 수 있었다.
통신사 하나라도 마음을 다르게 먹는다면 이용자들이 그쪽으로 몰리겠지만, 저렇게 삼사가 똘똘 뭉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독점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독점이 강화되면 국가에서 기간산업으로 밀고자 해도 상당히 그것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곤란하겠는데요. 국내시장부터 장악해야 해외 시장으로 나갈 원동력이 생기는데···.”
하지만 김서준은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통신 삼사가 뭉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김서준의 말에 이인영은 물론이고 구언화도 의아한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국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예전부터 제4 통신사 설립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통신 삼사의 로비로 인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 사이에서 통신사는 늘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김서준은 그것을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계속 통신사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통신사의 기본 설치 앱들과 폰에 통신사 락을 거는 문제로 한차례 다툼이 있었다.
물론 여론을 등에 업은 삼신과 SJ의 승리로 끝났지만 언제든 다시 싸움이 붙을 여지는 남아 있었다.
특히 일본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더더욱.
하지만 김서준의 얼굴에서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