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2
음악천재 재벌3세 112화
“김서준의 얼굴에서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는것 같소만.”
통신 삼사의 수장들과 나카무라는 김서준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나카무라와 자신들이 있는 것을 본 이상 상황을 파악했을 텐데 어찌 저리 여유로운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일본의 투자는 확실합니다. 귀사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게 투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투자를 강조하는 나카무라의 말에 통신 삼사 수장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
경영인의 밤에서 나카무라와 김서준은 충돌 없이 헤어졌다.
어차피 그곳에서 충돌해봐야 김서준만 손해를 보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무사하실 줄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SJ 본사로 출근한 김서준에게 직원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들도 사실 불안하긴 했다.
김서준이 세운 회사에 김서준이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믿음으로 버티고 있었으나 직원들의 마음에는 조금씩 불안이라는 감정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불안이 고조되기 전.
김서준이 나타났다.
‘완벽한 타이밍이야.’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서준이 지금 등장함으로써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다.
흔히 말하기를 사람의 본심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어려울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서준이 칩거함으로써 SJ는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삼신과 SJ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 일본의 IT 기업은 물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에 제동을 걸려 하는 통신사까지.
“대표님. 회의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지요.”
SJ에서는 오랜만에 김서준 주재의 회의가 열렸다.
김서준이 칩거하고 있는 동안 자잘한 회의는 많이 열렸지만, 이렇게 대규모 회의는 오랜만이었다.
“먼저 국내외 상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프로젝터에는 현 SJ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제4 통신사 설립에 관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밑에서 해당 분야의 인력들과 대학들에 접촉하고 있어 허가만 떨어지면 곧바로 제4 통신사의 삽을 뜰 수 있습니다.”
소영신이 말에 다른 직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꽤 있었으나 성공한 기업은 없다.
돈이나 인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문제가 되는 것.
지금까지 통신 삼사의 공고한 카르텔을 깬 기업은 없었다.
“질문 있습니다. 기존 통신 삼사를 뚫고 제4 통신사의 인가를 받는 것 역시 어렵겠지만, 만에 하나 인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통신망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미간을 좁힌 이소연이 물었다.
이소연의 질문에 모두 동의를 하는지 SJ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의 사업과 다르게 제4 통신사는 소모되는 자원과 인력은 물론이었고 정부의 인허가도 큰 걸림돌이었다.
난이도가 다른 사업.
“지금 SJ의 자금력은 물론이고 삼신의 도움을 받는다면 제4 통신사는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2G망 설치 없이 3G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곧바로 설치 진행하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이소연의 질문에 답한 사람은 소영신이었다.
그간 김서준의 지시를 받아 제4 통신사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소영신이었기에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4세대 이동통신이 뭔가요?”
4세대 이동통신.
줄여서 LTE라고 부르는 4세대 이동통신은 3G의 뒤를 이어 더욱 고속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해준 기술이었다.
김서준의 전생에서는 2010년이 다 돼서야 이 기술을 탑재한 기기들이 선보이고 이에 맞추어 통신사들도 관련 망을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기술은 개발되고 있었고 김서준은 그 기술들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리고 국제 표준 협회인 ITU 마찬가지로 거액의 돈을 후원하면서 김서준이 투자한 기술이 표준으로 선정될 수 있게 물밑작업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사람들은 결국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찾아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기존의 통신 삼사들은 어떻게든 4G 장비와 설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때가 돼서 제4 통신사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적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르는 것이 병법의 기본 중 기본이었다.
김서준과 소영신의 설명을 들은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잘 몰랐으나, 기존 통신 카르텔의 허를 찌른다는 이야기는 적절해 보였다.
“그렇다면 가장 관건은 어떻게 인허가를 받냐겠네요..”
“그건 알아서 해결될 겁니다. 시대가 그렇게 흐르고 있거든요.”
김서준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회의가 끝나갔다.
*
“뭐야? 기름값이 이게 뭐야?”
주유를 위해 주유소에 들른 사람들은 간판에 적힌 유가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부터 기름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는 기름 넣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른 상태였다.
“아···. 여기 4만 원어치만 채워주세요.”
평소였다면 4만 원으로 어느 정도 기름이 찼겠지만, 유가가 너무 오른 상태라 기름 게이지의 인디케이터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중간에 걸쳤다.
이런 사태는 비단 운전자들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기름을 베이스로 하는 산업 전반에서 고유가로 인해 삐걱거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수입대금 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원자재 구매 대금이었다.
그리고 석유는 이 원자재 중의 단연 1등 품목이다.
그렇기에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가 급격히 오르게 되고 당연히 국민들의 생활은 그만큼 어렵게 된다.
경기가 활황을 지속했을 때 경기의 활황과 맞물린다면 고유가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경기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었으며 물류비 역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로 인해 제조단가 상승한 시점에서 고유가로 물류비까지 상승하니 어지간한 기업들은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고유가가 단순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고유가.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각국은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문제가 심각한 편이었다.
단순히 산업 비축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시비축유도 가져야 하는 상황.
이렇게 고유가가 계속되고 원유 확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까지 빨간불이 켜지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비축유가 급격히 소모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최대한 원유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 증가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각 운수업계에서 급여를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더는 운송을 할 수 없다며···.]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고유가로 인한 경제 마비를 떠들었다.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니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원유업계의 수출을 막아야 합니다.”
“민간 기업의 수출을 어찌 강제로 막는단 말입니까? 안 그래도 불황인 경제에 쐐기를 박는 일이 될 겁니다.”
청와대에서는 당·정·청이 모여 연일 회의를 이어나갔다.
“아니. 그러면 국내에 원유가 부족한데 기껏 수입한 원유를 가공하여 수출하는 것을 용인하자는 말입니까?”
그 말대로였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원유 가공품에 대한 수출이 호조를 보이었다.
가공하여 팔기만 하면 전 세계에서 사겠다고 난리였으니 말이다.
수출액을 늘려주는 일이었기에 그것 또한 반가운 일이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국내에 원유가 부족했을 때는 그것마저 아까운 상황.
당연히 당·정·청에서는 속이 쓰릴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수입해온 물자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법률은 없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러면 곤란합니다.”
당과 청의 사람들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터라 얼마 뒤 있을 대선이 걱정되는 판국이었다.
문화재 환수 사업에 숟가락을 얹어 인기를 좀 가져오긴 했지만, 이렇게 고유가가 지속되고 경제가 나빠진다면 대선은 물 건너갈 것이 분명했다.
당장 무슨 수를 내야 했다.
“유류세 인하는 더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유류세 인하 때문에 세수가 상당히 줄어들었어요.”
이미 유류세 인하 카드는 써버린 상태.
이제는 유류세가 없다고 하더라도 티도 안 날 정도였다.
“원유···. 결국 원유를 원활하게 수입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당·정·청의 인사들이 이마에 손을 댔다.
두통이 생기면서 열이 지끈지끈 났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것을 보니 편두통임이 확실했다.
도저히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저 정수라도 떠 놓고 중동의 불안이 해결되기만을 기도해야 하는가?
“그거 아십니까? 미국은 고유가임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급 상황이 상당히 괜찮다고 합니다.”
“왜요? 미국이 산유국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 별수 있답니까?”
몇몇 의원들의 물음에 말을 꺼낸 관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 셰일오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관련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뭡니까?”
말을 꺼낸 관료가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시작했다.
“진흙과 같은 셰일에 포함된 기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거기에서 충분한 양의 석유와 가스를 채취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진흙에서 캐고 있는 것이 양이 그렇게 많답니까?”
셰일오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퍼미안 분지에 매장된 양만 하더라도 당장 미국을 세계 1위의 산유국으로 만들만한 매장량이었다.
당연히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렇다고 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셰일 오일을 개발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술이 발전해서 채산성이 좋아졌는데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완전 노다지가 된 것이지요.”
셰일 오일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미국에 선을 대서 셰일 오일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원유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실무를 맡은 관료들이 표정을 굳히며 청와대를 떠났다.
*
“히데.”
“네. 나카무라상.”
경영인의 밤이 끝나고도 나카무라는 한국에 머물렀다.
투자를 실질적으로 진행시킬 필요도 있었으며 김서준의 동태를 파악하고 곧바로 대응하기에는 한국보다 좋은 장소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사의 스마트폰은?”
“탈 없이 각국의 인증을 통과했고 본격적으로 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리뷰를 위해 뿌린 제품의 반응도 아주 좋습니다. 대박이 날 것 같습니다.”
히데의보고에 나카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을 버렸으며 김서준이 죽길 바라며 만든 스마트폰이다.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은 탓에 가격경쟁력 역시 있는 상태.
대박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삼신과 김서준이 태클을 걸지 못하게 통신사들을 더더욱 매수해둬. 삼신과 김서준도 그들에게 돈을 풀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나카무라상.”
나카무라의 표정이 짙어졌다. 삼신이 스마트폰으로 다시 비상하고 있는 지금.
그들 역시 삼신의 날개를 잡아채고 비상할 생각이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