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7
음악천재 재벌3세 117화
“형. 형.”
“어. 인영아.”
김서준이 분사 문제로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그의 사무실에 이인영이 나타났다.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온 이인영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김서준을 만난 지 꽤 오랜만이었지만 이인영의 얼굴에는 그 어떤 어색함도 존재하지 않았고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김서준을 대했다.
“형. 진짜 너무하다.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나았으면 나았다고 동생한테 먼저 말해야지.”
이인영이 볼을 부풀리며 볼멘소리를 냈다.
“미안. 미안. 사정이 좀 있었어.”
김서준의 말에 이인영은 더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말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이미 이인영 역시 김서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한성의 정보력은 상당해서 다른 기업에서 모르는 정보 역시 꽤 알고 있었다.
김서준이 나카무라를 비롯한 일본의 IT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통신 삼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까지.
한성의 정보력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근데 어쩐 일이야?”
책가방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교가 끝나고 바로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보통 이인영이 이렇게 신을 내는 경우는 단 하나.
일을 벌였을 때다.
“그게 아니라 내가 이번에 상무 삼촌이랑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일손 상무가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벌써 눈앞에 선했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시점은 아니었다.
고유가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비 역시 상당히 상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장된 프로젝트겠군.’
N-NET에서 흥행이 보장된 프로젝트는 몇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인영이 관여할 만한 프로젝트는 오직 단 하나.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2?”
“어? 어떻게 알았어? 형도 이야기 들었어?”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지난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파급력을 본 기획사들은 어떻게든 N-NET에 줄을 대보려고 벌써 안달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별다른 경쟁 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본만 제대로 투입된다면 방송계에 폭풍이 될 것이 분명했다.
“투자해달라고 온 것은 아닐 테고?”
“그럼. 형이 부자이긴 하지만 우리 할머니도 돈이 많아.”
한성의 회장 송혜령에게 돈이 많은 할머니라고 말할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이인영 한 명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왜 찾아왔을까?”
재참가를 해달라는 소리는 아닐 것이었다.
투자도 아니고 재참가도 아니면 가능성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형이 심사위원을 좀 해주면 안 될까?”
“심사위원?”
김서준이 되묻자 이인영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심사위원. 전 시즌 우승자이기도 하고 형 음원 스트리밍, 다운로드, 판매를 보면 심사위원으로 제격이지.”
이인영의 얼굴은 진지했다.
단순히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사를 해왔다는 듯 음원 수익 등 수치를 말하는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지금 나이는 별 차이 안 나지만, 전생의 기억까지 합친다면 김서준과 이인영은 형, 동생이 아니라 삼촌과 조카 정도의 나이 차이였기에 이런 이인영의 행동은 귀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형. 할거지? 할거지?”
이인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서준에게 다시 물었다.
당장이라도 허락하라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슈퍼보이스 코리아라···.’
사실 좀 귀찮았다.
그렇지 않아도 일이 바쁜 상황에서 방송까지 진행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문화재 환수 기념 콘서트를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문화재 환수와 콘서트로 인해 삼신의 이미지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두고 삼신의 5년 마케팅 예산을 부은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2를 이용한다면 김서준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이제 SJ도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권과 세계 재계가 경계하기 시작한 이상 음지에 있는 것보다는 양지로 올라오는 것이 더욱 유리했다.
그리고 양지에 올라올 것이라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2를 이용한다면 성공적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럴까?”
“정말?”
김서준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인영의 얼굴이 크게 밝아졌다.
김서준은 흥행 보증수표였다.
방송 활동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김서준이 나오기만 했다하면 음악 차트는 물론이고 실시간 검색어까지 모두 휩쓸었다.
그것이 바로 상품성이었다.
김서준이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시작부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투자단계에서도 투자자들의 많은 성원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이민영이 활짝 웃었다.
“그런데 하는 일이 뭐냐? 시즌 1 하고는 분명 다를 테고.”
이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 1과 같은 포맷이되 디테일은 다르게 변경할 예정이었다.
“응. 지난번과는 다르게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좀 커질 것 같아.”
김서준을 찾아온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만약 시즌 1과 같았으면 심사위원의 역할은 별로 큰 편이 아니다.
물론 참가자들의 합격에 큰 영향을 주긴 했으나, 본선부터는 시청자들의 투표가 더 큰 역할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심사위원의 영향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애초에 본선 진출자를 심사위원이 선택하고 심사위원들이 선택한 후보들과 크루를 이루어서 진행할 거야. 그래서 어떤 심사위원의 크루가 더 많이 살아남고 우승을 하느냐가 중요해지겠지.”
꽤 좋은 방법이었다.
심사위원의 비중도 확 높아짐과 동시에 참여자들의 실력 역시 제대로 보여줄 수 있고 방송 기간 내에 실력 또한 상승하는 것을 보여줄 방법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출연료는 무료로 하자.”
김서준의 말에 이인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는 것을 이인영은 잘 알고 있었다.
“대신 나중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김서준의 말에 이인영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게 출연료보다 더 비쌀 거 같은데.”
김서준이 하는 부탁이면 보통 부탁이 아닐 것이 분명한 상황.
하지만 이인영은 고민하지 않았다.
김서준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그것보다 더 크게 이윤을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미 머릿속에서 손익 계산이 선 이인영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해. 형. 계약서라도 쓸까?”
계약서라는 말에 김서준이 이인영의 머리를 손으로 쓱쓱 흩었다.
“계약서는 무슨. 그렇게 알고 있을게.”
“오케이!”
이인영이 다시 환하게 웃었다.
김서준이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
“김서준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카무라의 얼굴은 초췌하게 변해있었다.
눈알은 퀭하니 들어가 있었고 안색은 시커멓게 죽은 모습.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한국···.”
인천공항을 나선 나카무라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를 끊은 지 근 십 년이 다 된 나카무라였지만 요즘은 담배 없이 하루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다.
담배라도 태우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일부러 나를 미치게 하려는 것이 분명해.”
경영인의 밤에서 봤던 그 선한 인상과는 달랐다.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뒤 곧바로 판결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1심은 물론이고 2심, 3심까지 각 나라마다는 좀 다르겠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특허 소송이었다.
만약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나카무라도 계속 소송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SJ 측에서도 적당한 금액으로 합의를 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 특허권은 달랐다.
김서준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진행된 계획적 침해.
한국 내부에서 얻은 정보가 있었다. 김서준이 총격으로 중상을 입고 수술에 들어갔다는 정보.
그 정보를 너무 믿었다.
“판매금지 가처분 정지 신청은?”
“이미 계속해서 모든 루트를 통해 넣고 있습니다만, 법원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합니다.”
소송이 이래서 문제다.
시간을 끌고자 하면 한없이 끌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법원 역시 일본의 나카무라보다는 김서준에게 더 호의적이었다.
판매 금지만 풀린다면 일단 판매 대금으로 뭐라도 해보겠지만, 판매가 막힌 지금은 제품을 창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유동성이 돌지 않으니 회사의 상황은 날이 갈 수록 안 좋아지는 상황.
하루빨리 특허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SJ 본사로 간다.”
나카무라는 결단을 내렸다.
항복이다.
김서준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이라도 해야 한다.
기업 간의 논리가 정에 대한 호소로 결정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없었다.
뭐라도 해봐야 했다.
나카무라를 태운 차량이 조용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진입했다.
서울에 진입하고 나서는 차가 기어가다시피 했지만, 나카무라는 오히려 그것이 반가웠다.
“하아···.”
김서준을 만나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의 IT 산업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전 세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삼신이 아래에서 미친듯한 속도로 쫓아오고는 있었을 때도 일본의 기업들은 그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의 전자 산업은 불패이고 삼신의 힘도 곧 빠지리라 생각한 것.
하지만 세상의 일은 그들의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았다.
어느덧 세상 사람들은 삼신을 일본의 기업들 보도 위에 놓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은 완전히 삼신의 아래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삼신뿐 아니라 SJ 밑에도 깔렸군.”
반도체 이야기로 넘어가고 반도체의 필수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를 꺼낸다면 아직도 일본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그것으로는 흥정이 안 된다.
소재를 만들어봐야 삼신이나 다른 기업에서 구매해주지 않으면 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 꼭 필요한 관계.
그랬기에 그것은 무기로 쓰기 쉽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달리는 그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카무라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SJ 본사 앞에서 멈추었다.
“별로 크지···. 않군.”
“그렇군요.”
생각 외였다.
SJ는 나카무라가 아는 것만 하더라도 한국의 어떤 기업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기업.
그런데 본사의 모습은 그저 그런 사이즈의 건물이었다.
“알 수 없구나···.”
도대체 이 작은 건물에 무엇이 있어 SJ를 끌어 올린 것인지 궁금했다.
심호흡한 나카무라가 천천히 본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협의가 되지 않았던 탓에 보안 요원들이 나카무라와 수행원들을 막아섰다.
“도와드릴까요?”
“김서준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일본의 나카무라가 왔다고 하면 아실 겁니다.”
“선약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보안 요원들이 선약을 확인하는 동안 나카무라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선약은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온 상태.
“선약이 없는데요?”
통역을 들은 나카무라가 간을 씹어먹는 듯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김서준씨에게 나카무라가 왔다고 전해주십시오.”
나카무라의 눈은 이미 전장에서 패한 장수의 그것같이 변해 있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