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
음악천재 재벌3세 12화
음악천재 재벌3세 12화
“송회장. 그간 잘 지냈나?”
“팔자 좋네. 차라리 집에 보이차 밭을 일구지그래? 아주 집에 냄새가 진동하네.”
성북동 김건환 회장의 저택에 한성 그룹의 총수 송혜령 회장이 방문했다.
말은 퉁명스럽게 하면서도 송혜령 회장은 준비한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이번에 손자놈이 차마고도에 다녀왔거든? 거기에서 귀한 차를 좀 구해왔길래 김회장 생각이 나서 가져왔지.”
차마고도의 귀한 차라는 말에 김건환 회장이 반색했다.
“어째 나보다 차를 더 반기는 것 같아.”
“에이. 설마 내가 그러겠는가?”
김건환이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양비서.”
“예. 회장님.”
“주방에 일러서 두 잔 내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차마시는 것을 타박하기는 했으나 송혜령 회장도 김건환 회장에게 영향을 받아 차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송회장이 귀한 차라고 했으면 분명 명차일 것이 분명했기에 김건환 회장은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요즘 어때?”
“뭐가?”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김건환 회장은 그 질문이 그의 손자인 김서준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늙은이가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기야? 서준이 말이야.”
“서준이? 아! 서준이는 잘 지내고 있지. 아주 영특한 것이 귀여워 죽겠어.”
“이런 날 서준이나 좀 부르지 그랬어?”
송회장의 말에 김건환이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어허! 서준이는 아직 학생이지 않은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간에 자네 때문에 부르라니!”
김건환의 말에 송회장이 눈을 흘겼다.
“전교 일등이라면서? 그럼 한국대학교는 따놓은 당상이면서.”
말을 마친 송회장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결혼식에서 서준이가 한 말이 있잖아.”
“멀티플렉스 이야기?”
송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서준이가 말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더라고.”
그 말을 들은 김건환이 얼굴에 한껏 미소를 올렸다.
“한성의 난다긴다하는 놈들을 합쳐봐야 서준이 하나만 못하구먼.”
평소에 이렇게 말했다면 버럭 했을 송회장이지만 이번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성의 유능한 인재들이 올린 미래 보고서의 내용이 김서준이 한 말과 일치했다.
한성의 인재들이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가 김서준의 말과 유사하다는 것.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김서준의 구상에 비해 한성의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의 내용이 더 부실했다.
‘서준이를 잡아야 해.’
송회장은 김서준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건환아.”
“어허. 왜 이렇게 징그럽게 말할까?”
“서준이를 삼신 내부에 두지는 않을 것이고. 어떻게 할 거야?”
“눈치는 빨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김건환은 절대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분투자 형식으로 투자사 하나 줬어.”
“투자사를?”
벌써 투자사를 하나 해줬다는 말에 송회장이 깜짝 놀랐다.
“삼신 내부에 두기는 너무 아깝잖아. 신경영을 아무리 외쳐봐야 거대화된 조직은 기민하게 돌아가기 힘들어.”
“그렇지.”
송회장도 김건환의 말에 동의했다.
김서준이 아무리 날고 기는 말을 하더라도 수직적인 회사 내에서는 그 의견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건환 회장의 후광을 등에 업더라도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
삼신 내부에서 일을 진행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나도 할래.”
“어?”
송회장의 말에 김건환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 투자사에 투자 좀 해야겠어.”
김건환 표정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어디서 침을 발라?”
“어차피 사업 분야 겹치는 것도 없잖아. 친구끼리 좀 나눠 먹자는데 그게 그리도 배알 꼴려?”
“크흠.”
김건환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밑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이미 서준이에게 넘어간 공이니 서준이가 결정할 문제야.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없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셈이야.”
송회장의 말에 김건환 회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거 갑자기 왜 선물을 가져오나 했더니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었구먼.”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이 늙은아.”
*
“루빈. 회사 지분매각을 위해 삼신을 방문한 것 맞죠?”
“오! 맞아요. 서준. 어떻게 알았어요?”
삼신 그룹 구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루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맞다.’
만약 미래의 삼신 관계자들이 들으면 속이 터질 이야기였다.
미팅 날짜를 착각해서 안드로이드 지분을 인수하지 못한 것을 알면 얼마나 복장이 터질까?
그것도 삼신 그룹의 실수가 아닌 앤디 루빈의 실수로 말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아직 삼신 전자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들 역시 안드로이드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의 루빈과 드레이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운영체제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기회였다.
“루빈. 내가 누군지 알아요?”
“오! 서준. 서준은 내 유일한 코리안 프렌드에요.”
쪼르르륵
남은 아메리카노를 다 빨아 먹은 루빈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다시 소개할게요. 내 이름은 김서준이고 삼신 그룹 회장의 손자예요. 그리고 SJ인베스트먼트의 대표도 맡고 있지요.”
주르륵
깜짝 놀란 루빈의 입에서 아메리카노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놀란 것은 소영신과 이소연도 마찬가지였다.
‘소···. 손자?’
‘회장님에게 손자가 또 있었어?’
아직 이 시대에는 토익이 영어 회화보다 입사에 우선시 되는 시기이기는 했으나 전략기획실의 인재답게 둘은 김서준과 루빈이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준. 그런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니.”
루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리 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삼신 그룹이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 다르게 한국의 기업이 족벌주의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오! 서준 그러면 서준이 삼신 전자에게 잘 좀 말해주세요. 내가 실수했다고 말이에요.”
그럴 생각 없었다.
지금 삼신 전자에게 루빈을 소개해줘 봐야 개 목에 진주 목걸이였다.
“루빈. 내가 귀사의 지분을 인수하지요. 어때요?”
“서준이요?”
루빈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건 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삼신 그룹 회장의 손자이기도 하지만 투자사의 CEO이기도 해요. 우리 투자사가 귀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루빈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또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서준. 제의는 감사해요. 하지만···.”
목이 탔는지 드레이크의 커피를 꿀꺽꿀꺽 마신 루빈이 잔을 탁 내려놓았다.
“투자를 받으려고 온 것은 맞지만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모르는 회사에게 투자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서준은 안드로이드가 뭔지 알아요?”
루빈과 김서준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알다마다.’
어찌 모를까.
특히 전생에서 안드로이드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던 삼신 전자였다.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결국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봉에 서야 했다.
그러니 어찌 모를까.
*
“푸하하. 여기구나. 바로 여기야!”
이수철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벤치에 앉았다.
“여기야? 멀기도 한다. 재벌 3세가 뭐 좋다고 이런 촌구석에 있어?”
민희영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투덜거렸다.
“원래 그들의 세상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희영아.”
벤치에 등을 기댄 채 한껏 웃은 이수철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학가 주변이라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앉은 채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던 이수철의 눈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희영아.”
“왜?”
“저 사람 JP쪽 사람 아니냐?”
민희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여자 두 명을 바라보았다.
“맞네. 한 명은 모르겠는데 저 키 큰 여자는 JP 총괄 트레이너야.”
민희영의 얼굴에 짜증이 나타났다.
“아. 제네는 또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민희영의 투덜거림이 들리는 거리가 되었을 때.
JP의 총괄 트레이너 임수연도 이수철과 민희영을 발견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눈이 마주친 짧은 시간에 마치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는 착각이 들었다.
“어머. 이게 누구세요. SC의 이수철 대표님 아니세요?”
“누구···. 였지?”
이수철은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을 했다.
그 모습에 임수연의 미간에 잠시 주름이 생겼으나 이내 그 자리를 웃음이 차지했다.
“기억 못하시나 봐요? 일전에 몇 번 뵈었는데.”
“아! 임총괄이었지. 이제 기억났네.”
반가운 척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수철이 손을 내밀었다.
“이런 지방에서 보니 순간 못 알아봤잖아. 요즘 뭐 관리받아? 더 어려진 거 같아.”
“그렇지요? 요즘 관리 좀 받고 있어요. 대표님이야말로 날이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아요. 현역으로 뛰어도 되겠어요.”
언뜻 듣기에는 덕담 같았지만, 그 속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여기 맞지?”
“예. 맞아요.”
이유리가 임수연의 등 뒤에 숨어서 조용히 말했다.
연습생에 불과한 이유리가 이수철을 보고 긴장한 것이다.
“야. 뭘 긴장해. 우리 소속사 사장님도 아닌데.”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됐어. 여기 맞으면 이제 한 번 둘러보자.”
임수연이 이유리를 잡아끌었다.
그 모습을 보고만 있던 이수철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저거 분명 그놈 찾으러 온 것 같지?”
“그런 것 같네요.”
“우리가 무조건 먼저 찾는다.”
“대표님. 도대체 왜 이렇게 그놈에게 올인하는거에요?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기타 잘 치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할 사람이에요?”
민희영의 말에 이수철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정글과도 같은 연예판에서 SC를 일군 원동력은 바로 감이야. 지금 내 감은 그를 잡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
이수철이 한 번 고집을 세우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민희영은 이수철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희영아.”
“왜요.”
“회사에 연락해서 내 스케쥴 열흘간 비우라고 해.”
그 말에 민희영이 혀를 내둘렀다.
“설마 열흘간 찾으시려고요?”
“어. 절대 JP한테는 안 뺏긴다.”
“아! 난 싫어요.”
“유비도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는데 겨우 열흘쯤이 뭐 어때서?”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요?”
“성과급 300%.”
성과급 300%라는 말에 민희영의 입이 다물어졌다.
“알았어요. 전화할게요.”
한숨을 크게 내쉰 민희영이 엄지손가락으로 폴더폰을 펼쳤다.
*
“애들아. 애들아.”
드르르륵
밴드부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이혜림이 들어왔다. 꽤 오래 뛰었는지 이혜림의 가슴이 연신 부풀어 오르며 숨을 토해냈다.
“선배. 숨넘어가겠어요.”
“내 숨이 넘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애들아. 이걸 봐!”
쾅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이혜림이 전단지 하나를 책상에 쾅 소리를 내며 올려놓았다.
“이게 뭐에요?”
궁금함일 이기지 못한 유익태가 책상으로 다가가 전단지를 들어 올렸다.
“축제?”
“그래! 축제야! 봄 축제!”
유익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혜림이 크게 소리쳤다.
“이제 우리도 나갈 수 있어!”
감개무량했다.
작년에는 밴드를 구성할 인원이 없어서 축제에 서질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달랐다.
새롭게 들어온 부원들도 있었으며 특히 김서준이 밴드부에 있었다.
“우리도 축제에 참여한다! 모두 각오해 두라고!”
우렁찬 목소리가 밴드부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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