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0
음악천재 재벌3세 120화
“꼴불견이야.”
어찌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백 사람 중 구십구 사람의 마음이 같더라도 다른 한 사람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유철환이 그랬다.
데뷔 5년 차 가수인 그는 지금 김서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데뷔 5년 차인 그가 그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오프닝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왔는데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단다.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형님이 참으십시오. 어차피 한철 반짝하다가 제 살길 찾아갈 놈입니다. 애초에 연예계 판에 별 관심도 없는 놈입니다.”
유철환의 옆에 붙어있던 몇 무명 가수들이 유철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문을 들어보면 무슨 돈 많은 집안 아들이라고 하는데 곧 가겠지요.”
그들의 판단은 이랬다.
어차피 김서준에게 잘 보여봐야 김서준은 가요계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럴 바에는 자신들과 오래 갈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옳다는 판단.
그랬기에 그들은 김서준을 경계반, 부러움 반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그들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지친 유철환과 몇몇 가수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담배나 피고 올게.”
유철환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요즘 금연이다 뭐다 해서 골치야. 골치.”
최근 웰빙 열풍이 불면서 금연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강해지고 있었다.
정부의 시책을 잘 따르는 N-NET에서도 웰빙을 사책 중 하나로 걸고 모든 실내에서 금연을 추진했다.
“후. 귀찮다.”
꽤 오랜 시간을 걸어서 흡연장에 도착한 유철환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입구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흡연장에서는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꺄악! 오빠!”
“크흠.”
꽤 많은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튜디오 앞에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가수들과 그들을 보기 위해 모여있는 팬들로 북적였다.
“쳇.”
하지만 그 팬 중 자신을 위한 팬은 없는 것을 안 유철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돌만 좋아하는 세상.”
담배를 다 펴갈 때쯤.
유철환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보였다.
보통 스튜디오에 찾아오는 팬들은 여학생들이었다.
“그래. 사생팬도 팬이라지만, 어휴. 나는 그 꼴 못 봐줄 것 같다.”
극성팬인 그들은 가수들을 쉴 새 없이 쫓아다니곤 했다.
그런 극성팬들 사이에 교복을 입은 아직은 앳된 남학생들 몇이 보였다.
남학생들은 스튜디오가 처음인지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못 들어갈 텐데?”
견학 같은 것을 받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 학생들이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스튜디오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당연히도 스튜디오 앞의 가드들에게 저지당하는 학생들.
만약 가드들이 저지하지 않는다면 저 많은 사생팬도 스튜디오로 들어왔을 것이다.
학생들의 곤란해 보이는 표정이 유철환의 눈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유철환이 학생들을 무시한 채 스튜디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학생들을 지나쳤을 때.
그의 귀로 가드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아 X발. 못 들어간다고. 뭐 들어가기로 되어 있다고? 그런 거 전달 못 받았다니까!”
거친 욕설과 함께 학생들을 밀쳐내는 가드.
가드의 덩치가 좋았기에 학생들은 단숨에 뒤로 나자빠졌다.
“아악.”
학생들이 바닥에 나뒹구르자 유철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저기요.”
“네?”
“왜 학생들을 밀칩니까? 네? 이거 폭행이에요.”
유철환의 분노 섞인 말에 가드들이 눈을 말똥말똥 떴다.
“이놈들이 들어가도 된다고 거짓말을 하길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학생들이 호기심에 안을 보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딱 봐도 이 학생들은 사생팬같이 보이지 않았고 얼굴에는 순수함마저 어려있지 않은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유철환이 학생들의 손을 붙잡아 일으켰다.
“네? 책임지시겠다고요? 그래도 안 되는데···.”
가드의 미간이 좁혀졌다. 유철환이 누구인지는 알았으나 그가 그 정도 권한이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러웠다.
무명이지 않은가?
“제가 책임지겠다니까요? 저도 슈퍼보이스 코리아 출연자입니다.”
유철환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가드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유철환의 권한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가드들 또한 그다지 권한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책임소재가 그들에게 없으니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가지. 내가 구경시켜줄게.”
유철환이 학생들을 일으킨 채 앞장섰다.
그 뒤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학생들이 뒤따랐다.
“누구지?”
“인영이만 오면 되는데 왜?”
그 학생들은 이인영의 친구였다. 그들이 먼저 도착하고 이인영은 이일손 상무의 허락을 맡는다고 잠시 사무실에 간 상태였다.
뒤에서 기다려도 됐지만, 미리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앞으로 나섰다가 봉변을 당한 것.
유철환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래도 일단 인사는 해야지.”
학생 중 하나가 유철환의 옆으로 다가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흠흠.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니까.”
유철환이 머리를 쓱쓱 긁으며 말했다.
일단 도와주기는 했으나 이런 감사의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대답이 어색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 멋있었다.’라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유철환이었다.
“이왕 도와줬으니 스튜디오 구경이나 좀 하지.”
유철환이 학생들을 뒤에 달고 스튜디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아직 이인영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유철환의 뒤를 따라다니기로 한 것이다.
“여기는 이제 카메라 감독님들이 촬영하는 곳이고. 저쪽은 이제 출연자 대기 장소야.”
“우와!”
학생들은 처음 보는 스튜디오의 모습에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유철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저쪽은 못가니까. 가지 말자.”
출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는 가지 못한다.
그곳에는 유철환보다 짬이 찬 사람들이 많은 곳.
괜히 학생들을 데리고 갔다가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을 수 있었다.
“김서준도 볼 수 있어요?”
학생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그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유철환은 가슴이 뜨끔거렸다.
“못 봐요?”
“아···. 아냐! 볼 수 있어.”
입을 열어놓고 유철환은 후회하는 마음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도대체 왜 볼 수 있다고 한 것인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
학생들이 눈을 빛내며 유철환이 걸음을 옮기기를 기다렸다.
‘모르겠다.’
유철환이 눈을 질끈 감았다. 김서준이라면 그냥 넘겨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뭐야?’
처음 보는 학생들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싫었지만 이미 저질러버린 것.
그래도 한번 해봐야 했다.
“가···. 갈까?”
유철환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바라고 또 바랬다.
‘제발 촬영이 끝났어라.’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를 떠났다면 김서준과 만나지 않을 테고 그러면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유철환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촬영장으로 가는 복도의 끝 편에서 김서준이 여러 사람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함께 오는 사람들은 유철환보다 한참 끗발이 높은 선배들.
유철환의 인상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하지?’
혼나는 것은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무명 생활을 하며 구박을 받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데려왔고 그를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구박을 받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유철환이.”
그의 선배가 그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유철환이 학생들을 데려온 것을 보고 딱 보고 알아챈 것이다.
잠시 김서준의 눈치를 본 선배가 유철환에게 호통을 치려는 순간.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김서준이 먼저 유철환에게 다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오히려 얼떨떨한 것은 유철환이었다.
“어···. 어 그래.”
일단은 김서준이 내민 손을 잡은 유철환은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김서준이 먼저 나서자 유철환을 면박을 주려 했던 선배들도 헛기침하며 뒤로 물러난 상태.
게다가 어디 그뿐이랴?
선배들에게 혼나지 않은 것도 좋았지만, 학생들의 앞에서 쪽팔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더 다행이었다.
“너희들 인영이 친구지? 어떻게 들어왔어? 인영이가 핸드폰이 꺼져서 걱정하던데.”
“네! 맞아요. 아. 핸드폰이 꺼져 있었구나. 어쩐지 연락이 없더라.”
김서준이 학생들을 아는 것 같이 보이자 유철환이 미간을 좁혔다.
‘사실인가?’
학생들의 말이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선배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어? 그럴까?”
이번에는 유철환이 멍한 표정으로 김서준의 뒤를 따랐다.
*
“대기실에는 김서준을 비롯해서 이인영 그리고 N-NET 방송국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 따라간 유철환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게 도대체 뭐야?’
학생들이야 신기한 눈으로 여러 가지를 보기 바빴지만, 자신은 달랐다.
저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따라 이번 방송에서 모가지가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왜 날···.’
유철환이 속으로 제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을 때.
김서준의 입이 열렸다.
“컨셉은 잘 알겠습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심사위원들이 크루를 뽑는다 이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심사위원이 크루들을 지도하고 공연을 통해 각 크루에서 탈락자도 나오고 크루들끼리 경쟁도 하고 그러겠네요.”
“맞습니다. 딱 그런 방식으로 진행될 겁니다. 크루들이 심사위원들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모습들을 그려낼 예정입니다.”
김서준은 감독이 말하는 바를 이해했다.
기존의 오디션에 드라마적 요소를 섞을 생각이다.
좋아 보였다.
시즌 1이 경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시즌 2는 경쟁과 성장으로 나누어지는 것.
흥미로웠다.
“심사위원 혼자 크루들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크루를 몇 명이나 뽑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위원 하나가 그들을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다.
김서준의 질문에 감독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보조위원을 2명 둘 수 있게 할 겁니다. 그건 누굴 선택하든 심사위원 재량입니다.”
그렇다면 괜찮다.
보조를 누구로 두냐에 따라 크루의 색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첫 방송이 언제지요?”
“이주 후입니다. 이주 후부터 전국에서 오디션에 돌입할 겁니다. 오디션을 거친 본선 진출자 중에서 크루를 구성하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지요.”
감독의 말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메인 티저가 나오면서 전국에서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단순히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자랑할 기회라 그런 것이 아니다.
심사위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간다는 것.
게다가 그 심사위원들이 모두 쟁쟁하다 못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라는 것.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다녀온다.”
“화이팅!”
그랬기에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 오디션장들은 시즌 1에 비해 더더욱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N-NET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미소를 지었다.
“대박이다.”
이제 시작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대박이었다.
그것도 TV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유례가 없는 대박.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