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1
음악천재 재벌3세 121화
시청자들의 기대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영상들은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매일 같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 조회수도 수백만 뷰를 우습게 찍는 것들도 있었다.
그 인기몰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예선장에는 참가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1차 예선으로 전화 예선을 거쳤지만, 전화 예선은 특별히 숫자를 정해놓고 치른 것은 아니라 그런지 오프라인 예선에도 수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이렇게 많은 수의 참가자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제작진들은 급히 본사에 연락을 돌려 인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해갔다.
밖이 소란스러운 것과 다르게 오디션이 열리고 있는 체육관 내부는 적막이 감돌았다.
체육관 내부에 입장한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오디션 참가자의 실력에 귀를 기울였다.
“가슴안의 네 모습 지우며 살아!”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를 선곡한 사람들도 많았던 반면, 댄스곡을 선곡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시즌 1보다 음악의 바리에이션 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다양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심사위원들마다 주력 특색이 있었고 그 심사위원의 눈에만 들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해 보세요.”
참가자들은 각자 심사를 볼 심사위원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압도적인 참가자들이 김서준 쪽으로 몰렸다.
물론 트래픽을 피해서 다른 심사위원들을 택한 사람들도 있지만, 김서준에 비하면 적은 편이었다.
“햐. 서준이 잘 나가네.”
시즌 1에 이어 이번에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이성환은 김서준의 줄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베테랑인 그보다 더욱 긴 줄은 지금 김서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기에서 밀렸다고 경연에서도 지는 것은 아니지. 아자아자.”
스스로를 채찍질한 이성환은 매의 눈으로 그에게 온 참가자들을 살폈다.
*
임우택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은 없었지만, 너무 긴장이 되서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것 같았다.
‘잘해야 한다.’
심장이 바르르 떨렸다.
임우택은 사실 음악을 취미로만 하고자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의 김서준을 보면서 마음을 바꾸었다.
‘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음악이 아무리 잘해봐야 음악이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의 방송을 보면서도 마음이 움직인 임우택은 문화재 환수 콘서트에서 김서준의 노래를 들으며 결심했다.
음악을 해보자고.
음악에 인생을 걸어보자고.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김서준의 뒤를 따르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게다가 이번에는 멘토와 함께 팀을 이루어 경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심사위원에는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김서준이 포함되어 있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참가번호 481번 임우택씨.”
“네. 제가 임우택입니다.”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임우택의 순서까지 왔다.
크게 심호흡을 한 임우택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임우택씨. 시작하세요.”
김서준의 말을 들은 임우택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목소리를 내었다.
‘응?’
임우택의 목소리를 들은 김서준이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음색이 좋았다.
흔히 가창력이라고 하면 몇 가지가 중요 요소로 꼽힌다.
음색, 음역, 음정, 딕션, 감정
다른 요소들 역시 모두 타고나야 하는 재능에 속했지만 그래도 연습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음색은 좀 달랐다.
음색은 애초에 타고나는 재능이 거의 전부였다.
연습으로 음색을 바꾸었다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것도 타고난 음색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고 사실은 연습해서 바꾼 음색도 결국 그 사람이 타고난 것에 가까웠다.
그런 면에서 임우택의 음색은 타고났다.
음색만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 음정과 딕션 역시 꽤 훌륭한 수준.
부드러운 음색은 잔잔한 강물과 비슷했으나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과 파워는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김서준의 예측처럼 클라이막스에서 파워풀한 고음을 내지르는 임우택.
“합격.”
끝까지 듣지도 않았지만 김서준은 합격 팻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예선을 본 그 누구보다 임우택의 실력이 뛰어났다.
아니, 실력 자체는 임우택보다 나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참여를 한 사람들.
김서준이 본 임우택은 원석에 가까웠다.
그런데 원석임에도 불구하고 낭중지추처럼 주머니를 뚫고 나왔다.
“가···. 감사합니다.”
임우택이 폴더 인사로 김서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뒤로 돌아 나가려는 순간.
“임우택씨.”
김서준이 임우택을 불러세웠다.
“네···. 넵!”
김서준이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란 임우택이 자리에서 섰다.
“바로 연락 주십시오.”
김서준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임우택에게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명함을 받아든 임우택의 얼굴은 환하게 핀 상태.
그가 뒤에서 쭉 지켜보고 있을 때도 김서준의 명함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도 임우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
몇몇 참가자들은 대놓고 시기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표정은 부럽다는 표정.
그 부러움을 뒤로 한 채 임우택은 체육관을 나섰다.
‘준비를 좀 빠르게 할 생각인가 보네.’
명함을 건네는 모습을 본 이성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김서준의 욕심이 느껴진 탓이다.
‘질 수 없지.’
김서준이 대단한 것은 알지만 벌써 져줄 생각은 없었다.
김서준은 그도 인정하는 천재였지만, 십수 년 넘게 음악의 길을 걸어왔기에 쉽게 져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질 생각이 없었다.
이성환도 그때부터 싹쑤가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의 명함을 건네기 시작했다.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
[오늘 국회와 정부에서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공고를 내었습니다.] [제4 이동통신사 공고에 따라 재계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의 시민이 제4 이동통신사의 설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그간 오랜 시간 유지되온 통신 삼사가 지배해온 통신 시장에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그간 통신 삼사는 경쟁하지 않고 사실상 독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제4 이동통신사를 기점으로 국내 통신 시장에도 경쟁의 바람이···.] [소비자에게는 이득이지요. 선택지가 늘어남과 동시에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뉴스에서는 연일 제4 이동통신사가 화두로 떠올라 있었다.
통신 삼사에서는 제4 이동통신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싶어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SJ의 눈치를 보는 정부와 여당에서도 지속적인 우호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삼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야당과 언론사에서도 제4 이동통신사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당연히 통신 삼사에서는 이를 갈았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균형의 추는 통신 삼사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ITU에서 보고가 왔다고?”
“네. ITU에서 새로운 표준안이 예고되어 있어서 직원들이 파견을 가 있던 상태입니다.”
ITU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의 약자로 통신 부문에서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였다.
이 기구의 표준 권고를 따르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ITU에서 표준이 나온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이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는 했다.
“그래서 뭐?”
“새로운 무선통신 표준이 나왔다고 합니다. 3G의 다음 세대인 4G가···.”
미간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3G망을 전국적으로 깔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 상태였다.
장비는 삼신을 포함한 다른 회사의 제품들을 싹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쓸어 담았기 때문에 시간만 있으면 되는 상황.
이러한 시점에 새로운 무선통신 표준이라니?
그것도 3G도 아니고 4G라니?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었으면 진즉에 보고해야 할 거 아니야!”
쾅
책상을 내려치고 서류를 던졌음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갑작스레 발표된 표준입니다. 아무도 이번에 새로운 통신규약이 발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후우···.”
깊은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보았다. 분명 이것은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한 상황.
그리고 그 손을 쓴 사람을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이번 일로 인해 누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가를 찾으면 된다.
‘먼저 장비 생산 업체가 있을 것이고 그다음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SJ가 무슨 장비를 구매하고 있는지 당장 알아봐!”
왜 3G 장비를 선구매하지 않았을지 미리 알았어야 했다.
단순히 인허가 문제로 구매하지 않은 줄 알았다.
혹시 제4 이동통신사가 좌초라도 되면 장비 구매 비용은 그대로 손해가 될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니다.
애초에 3G 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4G로 세대교체를 생각하고 4G 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한 다음.
인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전국에 4G망을 구축한다면?
당연히 더 빠른 속도의 차세대 통신망으로 고객들이 넘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SJ다.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고 요금제 또한 공격적으로 내놓을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다.’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제 통신 삼사는 SJ의 꽁무니만 바라봐야한다.
당장은 3G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탈은 시간문제.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제4 이동통신사에 SJ 그룹이 입찰하였습니다. 준비 자본금은 3조 원으로 신고한 SJ 그룹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SJ 그룹은 스마트폰에 관련한 특허와 함께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사의 최대 주주···.] [오늘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의 인허가를 통과하였습니다. 국내에 무선 통신이 시작되고 통신 삼사로 굳어진 이래 처음으로 통과된 인허가로 이로 인하여 국내 통신업계에 큰 변화가···.]안 좋은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통신 삼사의 수장들은 그 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속전속결이라도 하려는 듯 당·정·청은 제4 이동통신 사업의 인허가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SJ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망의 설치에 나섰다.
3G에 주안점을 두고 있던 통신 삼사에서도 급히 4G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갑작스럽게 국제표준이 나오기도 했거니와 4G의 표준을 주도한 기업이 삼신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 장비 생산 기업들은 아직 4G 중계기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상황.
오직 삼신에서만 장비를 구할 수 있었다.
“새롭게 장비를 구매하려면 일 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일 년 치 물량을 모두 SJ에서 선구매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는? 다른 회사에서 사면 될 거 아냐?”
“아직 4G 생산라인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쾅
“도대체 일을 제대로 하는 놈이 없어!”
한 회사에서만 나온 고함이 아니었다.
통신 삼사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성과 함께 질책성 인사가 이어졌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SJ를 넘어설 방법을 가져와! 아니 넘어서지는 않아도 돼.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가져와!”
그날부터.
통신 삼사의 직원들은 퇴근을 잊은 채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물론 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대도시를 시작으로 전국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와 농촌까지.
SJ의 4G 장비가 들어가고 있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