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2
음악천재 재벌3세 122화
“예선은 어땠습니까?”
“아오. 심장 떨렸죠.”
스튜디오에서는 예선 합격자들을 상대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카메라도 몇 대 없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만 가득했다.
“경쟁률이 오천 대 일이었습니다.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나요?”
“예상하지 못했어요.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하는데 심장이 너무 떨려서 제 실력도 못 낼 줄 알았죠.”
웃음이 섞인 참가자의 말에 작가가 되물었다.
“심사위원이 누구셨지요?”
“김서준씨요.”
참가자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했고 그의 말을 들은 다른 참가자의 얼굴에도 부러움이 떠올랐다.
“아. 김서준씨였구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김서준씨는 다른 심사위원들보다 까다롭게 예산을 치른 것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이번 예선 방식은 기존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존에는 심사위원들이 단체로 평가하여 본선 진출자를 뽑았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을 골라 테스트를 받았다.
거기에서 떨어지면 다른 심사위원에게는 비벼볼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도박과도 같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잘 들어맞았다.
시작부터 자신이 합격시킨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크루 단위로 움직이는 이번 프로그램에 이것보다 잘 맞는 예선 방법은 없었다.
“아? 진짜요? 몇 명이나 합격했는데요?”
합격자의 두눈이 빛났다.
아직 최종 합격이 아니었다.
김서준과 같은 크루에 속하려면 본심을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본심 역시 그 심사위원에게 평가받는 것이다.
만약 김서준이 많은 인원을 통과시켰다면 그만큼 본선을 뚫기 힘들어진다는 소리와 같았다.
“아! 어차피 방송 보시면 나갈 거니까 미리 말씀드릴게요. 김서준씨는 총 10명을 합격시키셨어요. 그 중 일곱 명이 크루로 최종 선발되시고요.”
열일곱이라는 말에 참가자의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다른 심사위원의 경우 적어야 스무 명 많으면 서른 명이 넘는 사람을 합격시켰다.
그 경쟁을 뚫는 것보다는 겨우 3명이 떨어지는 경쟁이 더욱더 수월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물론 실력이 다 좋겠지만···.’
물론 그렇게 엄선된 참가자들의 실력이야 말해 입만 아팠다.
“아!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김서준씨가 합격자들에게 명함을 나누어 주었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참가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입니다.”
카메라에도 몇 번 잡히기는 했으나, 그 명함을 모든 합격자에게 나누어준 것인지는 몰랐기에 작가의 눈이 커졌다.
“연락은 해 보셨나요?”
“네. 해봤지요.”
참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하던가요? 만나보셨나요?”
“글쎄요. 이제 만나봐야죠.”
참가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서울 한복판에서 임우택은 고개를 들어 마천루를 바라봤다.
“여기 맞나?”
톡으로 온 주소로 찾아왔지만, 아무런 간판이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잘 찾아왔나 의심스러웠다.
“뭐 그래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줬으니까···. 편하네.”
요 일이 년사에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예전에는 길을 찾아가려면 미리 인터넷으로 주변의 큰 건물이나 이정표를 찾아놓고 갔어야 했다.
택시를 탄다면 택시 기사가 잘 데려다주긴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은 꽤 돈 낭비였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차량에나 달려있던 내비게이션이 손안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차량 이용자들이 쓰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도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사용하기 편한 내비게이션이다.
“이것도 SJ에서 만들었네.”
요즘 잘 나가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보면 대부분 SJ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한번 들어가 볼까?”
밖에서 기웃거리는 것보다야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이 더 나았기에 임우택은 천천히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보안요원이 임우택의 앞을 막았다.
간판도 없는 건물에 젊은 보안요원이 있자 임우택은 살짝 기가 죽는 것을 느꼈다.
‘잘못 들어온 것 아냐?’
보안요원의 덩치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임우택은 살짝 움츠러든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김서준씨가 불러서 왔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임우택입니다.”
“아. 임우택 씨시구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6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보안요원은 친절하게 엘리베이터까지 잡아줬다.
‘친절하네.’
외모와는 다르게 친절이 몸에 배어있는 모습에 임우택은 살짝 놀랐다.
[육층입니다.]엘리베이터가 6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 환한 불빛이 임우택의 눈을 찔러왔다.
조명의 밝기가 밝다기보다는 하얀색이 돋보이는 내부 인테리어에 빛이 반사된 것이었다.
‘우와···.’
속으로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6층은 마치 대형 기획사의 녹음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다.
국내 기획사에는 이런 녹음실은 없다.
마치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음악 스튜디오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임우택이 그런 스튜디오에 가본 적은 없었으나 왠지 가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임우택 씨?”
“아···. 안녕하십니까! 임우택입니다.”
임우택이 실내를 둘러보며 놀라고 있을 때 김서준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임우택이 김서준을 보고 허리를 구십 도로 숙여 인사했다.
“왜 그러세요. 우리가 뭐 주종관계도 아니고.”
활짝 웃은 김서준이 임우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생각 외네?’
김서준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임우택은 놀랐다.
그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알기로 김서준은 재벌에 가까운 사람이고 젊은 나이에도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한 사람.
젊은 나이에 그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은 특히 재벌가에 속한 사람들의 성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임우택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사실이 대부분 미디어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말이다.
“여기 환경은 어때요?”
아직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임우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김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너무 훌륭합니다. 마치 미국 LA의 음악 스튜디오에 있는 것 같네요.”
“아! 가보셨어요?”
김서준이 되묻자 임우택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임우택이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하자 김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LA 스튜디오를 옮기다시피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가봤나 했네요.”
김서준의 말따라 김서준의 스튜디오는 LA에 있는 얀센의 스튜디오를 거의 복사하다시피 해서 만든 곳이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스튜디오도 꽤 좋긴 했으나 이은지는 물론이고 김서준 자신도 앨범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스튜디오를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완성된 스튜디오는 시설과 장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싸겠네요.”
“뭐 그렇죠.”
임우택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LA 스튜디오를 그대로 벤치마킹했다니.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의 FLEX였다.
“그런데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임우택은 궁금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송국 사람은 없었다. 방송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소리.
그러면 더더욱 그를 부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방송도 아니고 도대체···.’
처음에는 방송일 것으로 생각했다. N-NET의 기획 의도는 이미 예고편을 통해 알고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이렇게 아무도 없는 환경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 저는 임우택 씨를 크루로 뽑을 생각이거든요.”
“저를요? 아직 본선이 남았는데···.”
믿기 힘들다는 표정.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김서준이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확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본선에서 가능성을 다시 한번 봐야겠지만요. 저는 미리 준비해두고 싶거든요.”
‘준비? 무슨 준비?’
임우택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으나 김서준은 마치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서 우승을 할 생각입니다.”
‘우승···.’
우승을 바라고 김서준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김서준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가 무얼 하면 될까요?”
우승이라는 말에 임우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단 임우택씨 아니 우택 씨의 노래를 다시 들어볼까요? 가장 자신 있는 노래로 부탁드릴게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설마 곧바로 노래를 부르라고 할 줄은 몰랐던 임우택이 당황하며 백팩을 벗었다.
그리고 서둘러 마이크로 발걸음을 옮긴 뒤 길게 심호흡을 했다.
사람이 북적이던 예선장보다 지금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욱 떨렸다.
아니, 살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이렇게 떨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스무 살 때 짝사랑하던 동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때보다 더욱 떨렸다.
“무반주로 할까요?”
그러고 보니 반주가 없었다.
“네. 무반주로 가지요. 우택 씨의 음색을 좀 더 듣고 싶네요.”
음색.
음색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정이나 음역대도 타고 나야 하지만, 음색이야말로 진정 타고나는 것.
음색만 좋더라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힌 임우택이 천천히 노래를 시작했다.
눈을 감고도.
가사 따위는 이미 외우다 못해 머리에 박혀버린 그의 십팔번 곡.
“내 소식. 그녀가 들을 때쯤에.”
긴장되는 마음은 첫 소절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스튜디오에는 임우택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 퍼져갔다.
‘틀리지 않았구나.’
임우택의 노래를 들으며 김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임우택은 원석이 맞았다.
음정도 살짝은 떨렸고 딕션도 부정확한 부분이었었지만 그런 것은 연습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소절, 소절마다 꿈틀거리는 저 감정과 음색은 연습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재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무언가를 쉽게 해내는 재능도 있었고 무언가를 쉽게 배우는 재능도 있었다.
하지만 임우택의 재능은 다른 종류였다.
환하게 빛나는 재능.
실제로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눈앞에서 환하게 무언가 빛나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크리스와 같은 천재는 아니었다. 얀센의 제자 크리스는 음악에 있어서는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스로는 부정할지 몰라도 얀센은 물론이고 김서준 역시 인정하는 천재였다.
임우택의 경우는 달랐다.
천재는 아니다.
하지만 특색이 있었다.
그리고 그 특색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꼭 한번 개화시켜보고 싶은 그런 특색이었다.
그것이 김서준이 임우택을 합격시킨 이유였다.
“그만.”
아직 2절의 클라이맥스가 나오지 않았건만 김서준은 임우택의 노래를 중단시켰다.
이미 들을 것은 다 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임우택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게 같이 노력하는 일이었다.
*
임우택을 시작으로 김서준의 스튜디오에는 합격자들이 차례대로 방문했다.
그 소식을 들은 N-NET의 제작진 역시 김서준의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우와···.”
제작진의 반응은 임우택이나 다른 합격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이 김서준의 스튜디오에 놀라고 있을 때.
스튜디오에 있던 합격자들은 방송국 사람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시작이구나.’
김서준이 지금 녹화는 본선과 상관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였지만.
그것을 믿는 합격자들은 없었다.
그들의 눈에 합격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