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3
음악천재 재벌3세 123화
“방송에서의 김서준씨와 스승으로서의 김서준씨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불이 꺼진 스튜디오에서 핀포인트 조명이 임우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 김서준씨요···.”
임우택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김서준에게 합격 목걸이를 받은 사람들 중 임우택이 가장 먼저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가장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네. 방송에서의 김서준씨는 다정하고 그런 이미지잖아요. 프로페셔널 하긴 하지만 다정하기도 하고 또 웃는 모습도 멋진 그런 남자. 근데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김서준씨는 특히 선생으로서는 김서준씨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아서요.”
작가의 말에 임우택이 묘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아···. 뭐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임우택이 할 말이 많아 보이면서도 하지 않자 작가가 더욱 채근했다.
“그래도 다른 점은 있은 거 아니에요? 하나만 말씀해주신다면?”
임우택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음악에 있어서는 엄하신 것은 당연하지요.”
“아! 연습할 때는 엄하시구나.”
임우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에 있어서 김서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웃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 연습 부족으로 실수를 하면 여지없이 태클이 들어왔다.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지 임우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그래도 겉과 속이 같은 분이신 것은 맞습니다. 티브이에서 보는 것과 현실이 비슷···.”
말을 하던 임우택이 말을 멈추었다.
‘아니. 현실이 좀 더 한대?’
김서준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방송용 컨셉이 아니었다.
방송은 오히려 덜했다.
현실에서 김서준은 더욱 프로페셔널하고 더욱 인간미가 넘쳤으며 더욱 멋있었다.
이게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부럽지도 않았지.’
부럽다는 감정은 어느 정도 비벼볼 엄두가 날 때 드는 감정이다.
임우택이 본 김서준은 도저히 그가 비벼볼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네? 비슷하다고요?”
임우택이 말을 멈추자 작가가 되물었다.
“아! 아닙니다. 김서준씨는 방송의 모습이 현실과 거의 같습니다. 아니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괜히 말을 더 해봐야 김서준 빨아주네! 뭐네 하는 소리밖에 듣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도 알았기에 임우택은 더 말하는 것을 관두었다.
“일부러 좋게 말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작가가 웃으며 되물었을 때.
임우택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핀포인트 조명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
“우택 씨는 바이브레이션에 원수라도 졌어요?”
“네?”
임우택이 한참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김서준이 손을 들어 멈추었다.
“바이브레이션 때문에 오히려 감정선이 무너지잖아요. 억지로 떤다고 바이브레이션이 아니에요.”
“아···. 네.”
김서준의 지적에 임우택이 눈을 깜빡였다.
“누누이 말했지만, 우택 씨의 극장 점은 음색입니다. 괜히 기교를 부리려고 하지 마세요. 기교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음악을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기교에 집중하는 것.
기교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교라는 것은 기초와 기본이 탄탄하게 선 이후에 부려도 늦지 않는 것이다.
기초는 부족한데 기교만 부리는 사람과 기교는 부족하지만, 기본이 튼튼한 사람.
두 사람이 똑같이 노래한다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둘을 빼놓고 나머지가 같은 조건이라면 관객들의 반응은 불 보듯 뻔했다.
“기본이 튼튼하지 못하면 뿌리 없는 나무와도 같습니다.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오면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김서준은 임우택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질 생각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려면 차라리 기교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기초보다는 기교가 더 배우기 쉬웠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관객들은 물론이고 임우택을 속이는 짓이다.
김서준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다시.”
“네.”
김서준의 생각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임우택은 김서준이 시키는 데로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 대망의 본선 일입니다]화려한 불빛이 촬영자들을 감싸고 있는 N-NET 스튜디오 중앙으로 사회를 맡은 김성후가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시즌 1에서 자신의 MC 능력을 증명한 김성후는 시즌 2에서도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켜냈다.
게다가 프리를 선언하고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노련해지는 그의 실력은 긴장으로 가득 찬 스튜디오에 더욱더 분위기를 더했다.
[김성후 놓치지 말고. 3번 카메라는 참가자들 얼굴 클로즈업.]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 감독 유훈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지켜봤다.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첫 촬영이었기에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하고 이성환 투 샷 자주 잡어.]크루 단위로 진행되기로 한 이상 크루장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대결 구도도 재미있을 요소였기에 감독 유훈은 김서준과 이성환을 엮을 생각이었다.
경력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대였지만, 김서준은 최근에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람이자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 우승자.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아. 이것 참.’
방송에 익숙한 이성환은 그들에게 집중되는 카메라를 보며 감독의 생각을 읽었다.
‘맞춰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그리고 감독의 의도에 맞춰 주는 것이 프로 방송인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김서준을 바라보는 순간 김서준의 시선도 이성환 그를 향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메라가 그 모습을 놓칠 리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둘의 시선을 파악한 카메라 세 대가 둘을 동시에 잡았다.
[좋아. 표정 잘 잡고.]유훈 감독의 말이 둘에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둘은 마치 감독의 말이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했다.
“선배님. 참가자는 잘 선택하셨습니까?”
포문은 김서준이 먼저 열었기에 이성환이 잠시 속으로 놀랐다.
‘눈치도 빠르네.’
김서준의 원래 성격이 이렇지 않다는 것은 이성환이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이 방송에 데뷔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고 그의 행적을 오래 지켜봐 왔으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하나.
이성환 그와 같을 것이었다.
‘벌써 방송을 아네.’
방송에서 내다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김서준과 이성환 둘은 아니었다.
“아. 잘 구했습니다. 아마 여기 모인 참가자 중에는 제게 오신 분들이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김서준씨는 어떻게 좀 잘 보셨습니까?”
둘의 대화에 참가자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했으나, 얼굴만 보고 실력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와중에 김서준의 뒤에 서 있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뒤에 서 있는 참가자의 수는 많게는 삼십 명에 달하는 상황.
하지만 김서준의 뒤에 서 있는 참가자는 겨우 열 명이었다.
일곱 명이 본선 진출자인 것을 고려해본다면 김서준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합격률은 상당히 높을 것이 분명했다.
부러움의 시선을 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보시다시피 제 크루원들이 베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김서준이 뒤를 돌아보며 이성환의 물음에 답하자 김서준의 뒤에 서 있던 참가자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함께 웃음이 떠올랐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 아니겠습니까?”
의도된 것이긴 했지만, 김서준과 이성환의 시선이 맞닿자 불꽃이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이잉-
그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카메라에서는 연신 붉은 빛이 점멸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심사위원들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시작부터 카메라가 몰리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이다.
OST의 여왕 박지연은 물론이고 과거 댄스 아이돌로 가요계를 풍미했던 이효린이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지금 나서기에는 타이밍이 좋지는 않았다.
“자! 벌써부터 신경전이 시작되었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아직 경연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씬이 길어지지 않게 김성후가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왔다.
그제야 긴장감이 풀렸는지 몇몇 참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김성후씨 잘했어요.]유훈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비싼 돈 주고 쓰는 이유가 있는 MC였다.
[이제 경연 들어갑니다. 김성후씨.]인이어로 유훈 감독의 신호를 받은 김성후가 다시 한번 멘트를 이어갔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진짜 크루가 될 사람은 누구일지. 시작하겠습니다.”
이성환 뒤에 서 있던 참가자들부터 시작이었다.
그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하나둘 무대로 나와 노래를 시작했다.
‘역시.’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김서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성환이 선택한 참가자들의 실력은 하나같이 출중했다.
게다가 그들의 성향은 모두 이성환과 찰떡궁합처럼 잘 맞았다.
이성환이 이를 갈고 뽑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합격자와 탈락자가 가려져 갔다.
탈락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무대 뒤편으로 퇴장했고 카메라 감독들은 그들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김서준 크루의 차례.
아침에 시작한 촬영이 어느새 저녁을 지난 탓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하지만 김서준 크루의 차례가 돌아오자 그들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궁금했다.
궁금해도 너무 궁금했다.
방송에서 대충 그들의 실력이 나오긴 했으나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김서준이 그들을 방송 전에 미리 불렀다고 하니 그들이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었다.
“임우택 씨.”
김서준이 임우택을 부르자 자리에 앉아 있던 임우택이 긴장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떨지만 말자.’
임우택의 머릿속에 김서준과 함께 한 며칠의 시간이 리플레이처럼 재생됐다.
연습은 힘들었다.
아니 힘들다는 표현이 우스울 정도.
그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은 노력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을 김서준은 보여주었다.
단순히 빡세게 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김서준 또한 임우택보다 더한 연습량을 같이 소화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것.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그런 사람도 아니라는 것.
그런 사람이라면 믿어 볼 수 있다는 것.
임우택은 김서준을 믿었다.
짧게 심호흡을 한 임우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선택한 곡은···.”
김서준이 추천해준 곡이다.
‘우택 씨는 음색이 강점입니다. 그래서 음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선곡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믿고 김서준을 만나지 않을 때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밥 먹을 시간도 쪼개가며 연습한 곡.
자신은 있었다.
임우택을 시작으로 김서준의 크루들이 앞으로 나올 때마다.
이성환은 물론이고 박지연과 이효린도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크루 선발전이라고?’
10명 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10명 중 누구를 떨어뜨려야 할지 다른 심사위원들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첫 타자로 등장한 임우택은 물론이고 그 뒤로 무대에 선 참가자들까지.
그 누구 하나 보통인 사람은 없었다.
‘하.’
그 모습을 보며 이성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