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4
음악천재 재벌3세 124화
방송으로 1시간 분량이면 촬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 까?
프로그램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방송 1시간 분량을 촬영하는 데 적게는 4시간부터 많게는 15시간 이상까지도 걸리곤 한다.
그리고 지금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와 같은 경우에는 방송 시간 대비 촬영 시간이 많은 편에 속했다.
방송 분량 문제가 아니었다.
촬영 시간이 길어진다고 참가자들의 경연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
모든 참가자의 노래를 2절까지 다 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 1절 그리고 애매한 경우에는 2절까지 모두 들어야 했다.
동시에 여러 명을 테스트한다고 하더라도 촬영 시간은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 이걸 언제 다 편집하고 있냐?”
그리고 이런 경우 단순히 촬영만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편집은 더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편애 소리 좀 듣겠는데요?”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며 편집팀 김성구가 중얼거렸다.
모든 심사위원, 참가자에게 공평하게 시간을 분배해 줄 수는 없었다.
방송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 안에 어떤 모습을 보내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감독과 편집팀이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있나. 김서준 쪽이 그림이 많은데.”
유훈 감독은 입맛을 다셨다.
물론 감독의 입장에서 김서준이 예쁜 놈이기는 했지만, 그가 딱히 김서준을 편애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김서준과 그의 크루원들 실력이 남달랐다.
분명 지역 예선과 체육관 예선에서는 저런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된 것이 김서준의 손을 잠시 거쳤는데 저런 실력을 가지게 된 것일까?
김서준의 손을 거친 참가자들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과정 또한 중요했다.
예전의 시청자들과는 달랐다.
결과도 결과지만 어떻게?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시청자들 역시 꽤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김서준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취지와 딱 맞았다.
“역시 김서준이라니까. 양수찬 감독이 배 좀 아프겠어.”
유훈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편집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가 끝난 다음에 그에게 찾아올 부와 명예는 그를 흥분케 했다.
보장된 수표라고 해도 무방했다.
시즌 1의 감독 양수찬은 프로그램을 끝낸 뒤 N-NET의 중심부로 들어갔다.
필드에서 아무리 굴러도 히트작 두세 개 연달아 내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한 경우였다.
하지만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프로그램.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방영되면 전국은 가히 슈퍼보이스 코리아 열풍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현상이 일어났다.
아직 정식으로 앨범이 발매되지도 않았는데도 버스킹 현장에서는 슈퍼보이스 코리아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든 감독. 당연히 사방에서 영입 요청이 들어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성공한다. 꼭 성공해 보이겠다.’
피로에 찌든 그의 눈이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으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통신 환경이었다.
3G 통신은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키고 사람들이 어디서든 세상과 연결되게 해 주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속도와 데이터양.
무제한 데이터가 존재하긴 했으나 속도의 벽에 가로막혔다.
저용량 저화질 컨텐츠는 충분히 소비할 수 있었지만 플래시가 많거나 좀 고용량 컨텐츠의 경우에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나온 말이 있었다.
디지털 유목민.
데이터 무제한을 쓰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함께 더욱 사랑받는 장소가 된 곳이 바로 카페였다.
카페들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이용자들을 위해서 와이파이존을 구축해 두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SNS에 자랑하기 좋은 예쁜 카페가 와이파이까지 펑펑 터진다면?
그것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올라왔다. 올라왔어.”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스마트폰 화면을 연신 손가락으로 위로 쓸어 올렸다.
“진짜? 나 방송 못 봤잖아. 정말 다행이다.”
쟁반에 커피를 담아 들고 오던 손님의 눈에 스마트폰 화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슈퍼보이스 코리아네.’
가게에 앉은 손님들이 보고 있는 것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였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는 다른 방송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다른 방송들은 본방송을 놓치면 다시 방송을 보기 힘들었다.
재방송을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인터넷에서 다시 보기를 보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는 달랐다.
바로 유튜브를 통해 이전 방송의 주요 장면들과 공연을 무료로 다시 볼 수 있게 했다.
그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파급력이 몇 배는 더 올라갔다.
사람들은 어디서든 슈퍼보이스 코리아 영상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누가 더 잘했느니.
어떤 심사위원이 더 낫느니.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정책을 반대했다.
돈 받고 팔아야 할 영상과 콘텐츠를 유튜브에 무료로 뿌리면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넘기냐?
그 말도 일리는 있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수익은 다시보기와 광고료였으니까.
유튜브에 영상을 뿌린다면 일단 다시보기 수익은 없다시피 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일손 상무가 유튜브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과는?
보는 것과 같았다. 예상대로 미리보기 수익은 줄어들었으나 유튜브를 통해 창출되는 광고와 PPL 수익은 미리보기 수익을 한참 초과하고도 남았으며 사람들이 슈퍼보이스에 보이는 관심은 시즌 1을 훨씬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니 당연히 본편의 시청률도 크게 오른 상황.
화제성이나 수익성이나 어느 면을 보더라도 유튜브를 통한 영상 배포가 빛을 본 것이다.
“근데 이거 김서준 밀어주기 아니야? 진짜 저렇게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김서준에게로만 갔다고?”
“인터뷰 못 봤냐? 임우택이나 김채리나 모두 김서준과 같이 음악을 하는 것이 소원이라잖아.”
“에이 그래도 설마······. 뭐 그런데 신수애나 양수민이 떨어진 걸 보면 또 조작은 아닌것 같기도 하고······.”
김서준의 크루에 실력자가 많았기에 사람들은 조작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크루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런 의심들은 점차 사라져 갔다.
실력 있는 참가자는 방송의 흥행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
다른 팀에 넣었으면 넣었지 그런 실력자들을 탈락시킬 이유가 없었다.
“이제 가자.”
“아······ 더 보고 싶은데.”
카페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묻었다.
“버스에서 보면 되지. 너 데이터 무제한이라며?”
“비싸서 바꿨어. 그리고 데이터가 있으면 뭐 해. 동영상은 3G로 느려서 못 봐. 보다가 툭툭 끊긴다.”
“하긴, 그렇지.”
빈 잔을 반납한 손님들이 가게 밖으로 나섰다.
* * *
“4G 장비는 구했어?”
“아직 못 구했습니다. 삼신에게서 내년 치 물량 조금을 예약하기는 했는데 그거로는 지방은커녕 서울 커버리지도 구축하기 힘듭니다.”
“후우.”
통신 3사의 직원들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제4 이동통신사가 정식으로 설립된 이후 그들은 제대로 된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에서는 장비 구하라고 독촉이지 아래에서는 장비 없다고 난리지. 이거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직원이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댔다.
“아, 퇴사하고 싶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늘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것이 직장인이라고는 하지만 요즘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시장에 장비가 없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제4 이통사가 확보한 장비를 총칼로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것을 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안 해 봤겠는가?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제4 이통사 측에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장비를 팔 생각이 없냐고 문의까지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무슨 헛소리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는 대답.
당연한 소리였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장비만으로는 전국에 커버리지를 모두 치기에도 빡빡한 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장비를 누구에게 팔겠는가?
“꼼짝없이 내년에 중국이나 대만 업체가 생산을 시작할 때까지 묶이겠군.”
내년에 바로 생산되는 물품을 납품받는다고 하더라도 전국에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또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걸린다.
여유 자금을 모두 투자한다고 해도 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때가 되면 4G 시장은, 아니 국내 통신 시장은 제4 이통사에서 꽉 잡은 후가 될 것이다.
딱 봐도 속도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누가 3G를 가입하겠는가?
가격이라도 3G와 차이가 심하다면 모르겠지만, 공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야 할 제4 이통사에서 가격을 비싸게 내놓을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물론 2세대 이동통신과 같이 필수적인 것들 때문에 아주 망하지는 않겠지만 사세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똥은 위에서 쌌는데 그걸 치우는 건 자신과 같은 직원들.
그리고 그 피해도 직원들이 모두 봐야 할 것이다.
인센티브 삭감은 물론이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 조정도 실시될 것이다.
벌써부터 등골이 싸늘해져 왔다.
“사직. 사직마렵네. 진짜.”
“사직하죠.”
“뭐?”
의자에 앉아 투정을 부리고 있을 때. 누군가 사직을 하자는 말을 꺼냈다.
“진짜요. 사직하면 되잖아요.”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다. 차 산 지도 얼마 안 됐고. 집도 아직 못 샀어. 지금 퇴직하면 우리 가정은 누가 먹여 살리는데.”
직장인들의 실질적인 고민이었다.
당장 퇴직하면 집은 언제 살 것이고 차는 또 언제 살 것인가?
샀어도 문제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할부로 구매했을 것이고 그 비용은 매달 지불되어야 한다.
당장 이직할 수 있는 회사가 있지 않은 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당장 이직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그들이 다니고 있는 통신 3사보다 낫다고는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닌데요. 저는 사직할 거예요. 분명 앞으로도 몇년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고 압박은 더욱 심해지겠죠. 그리고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구조 조정 대상이라도 된다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대안이 없잖아, 대안이.”
“있어요. 이거 봐 보세요.”
직원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쓱 내밀었다.
“경력직 모집? 이게 어디야?”
스크롤을 쭉 내리니 경력직 모집 공고를 내건 회사의 이름이 보였다.
“SJT?”
너무나 뻔한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뻔한 이름은 그곳이 제4 이동통신사임을 곧 바로 알 수 있게 해 줬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 인원을 많이 뽑을 겁니다. 지금 이직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들어가기 더 빡세질 겁니다.”
“그······ 그런가?”
기회라면 지금이 기회였다.
나중에 통신 3사의 구조 조정이 시작된 이후에는 가고 싶어도 경쟁률이 심해 가지 못할 수 있었다.
차라리 경력직을 뽑는 지금.
이직을 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몰랐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어차피 이직하는 거 미리 사표 내겠습니다.”
가정이 없는 사람들이 먼저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가정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은 일단 서류는 넣어 놓고 면접날 연차를 쓰든지 병가를 쓰든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숙련되고 유능한 인재들이 통신 3사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