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5
2007년도 슬슬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자면 큰 갭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저 한 달이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사이에 대한민국에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가장 큰 일로는 제4 이통사가 본격적으로 SJT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섰다.
너무나 노골적인 이름의 SJT는 창사와 동시에 신입, 경력직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태풍이었다.
SJT에서 채용 공고를 내자마자 각 대학가는 물론이고 기성 통신업계 즉 통신 3사의 직원들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통신 3사의 직원들 중 4G 업무를 맡거나 후에 구조 조정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목이 달아날 것 같은 직원들은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SJT에 입사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목이 날아갈 직원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SJT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 소식을 접한 통신 3사에서는 대대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섰으나, 직원들의 동요와 이탈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4G 사태 이후 사원, 대리급 직원들의 업무량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늘기도 하였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윗급 직원들은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다.
구조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내부 공문이나 게시판 글을 통해 직원들을 다잡고자 했으나 어디 직원들이 바보던가?
4G에 대한 정보를 접한 이상 통신 3사는 SJT에게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간 3사는 독점을 통해 몸집을 불려 오고 지금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들과 카르텔을 형성하지 않을 제4 이통사 SJT가 등장했으니 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통신업계가 제4 이통사 SJT 때문에 시끌벅적했다면 정계는 이제 몇 달 뒤로 다가온 대선 때문에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당내 경선이 시작되었다.
각 당들이 내세운 전략들은 대동소이했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공약들을 연달아 쏟아 냈다.
하지만 대부분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경선을 달리고 있는 주자들은 실현 가능성이야 어떻든 일단 공약을 남발하고 있었다.
국내가 그렇게 시끄러웠기에 국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소 실장님.”
“네, 대표님.”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 녹화가 바빴음에도 김서준은 빠지지 않고 SJ 본사에 출근하여 직접 업무를 보았다.
“대표님. 요즘 방송 때문에 바쁘실 텐데 이렇게 매번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결재 서류를 내밀며 장난스레 말했다.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어떻게 쉬겠습니까?”
빈말이 아니었다.
제4 이통사는 이미 김서준이 큰일을 제외하고는 직접 손대지 않았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김서준의 시간을 대부분 빼앗아 갔다.
그리고 정재계에서 김서준을 보고자 하는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지금 김서준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쪽이 경제 측면에서 크게 유리해질 수 있었다.
삼신이나 김서준을 아군으로 만든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30% 이상을 아군으로 만든 것과 다름없었다.
“면담 요청은 모두 캔슬하세요. 하나도 잡지 않으셔야 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줄을 잘 탄다면 분명 큰 이득을 볼 수 도 있었다.
정권의 비호를 받으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탄탄대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리스크도 컸다.
정권과 유착하게 되면 당장 이득은 크게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았다.
정권이라는 것은 한 당이 영원히 해 먹을 것 같아도 그러지 못한 곳이다.
만약 한쪽과 붙어먹다가 정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아니 정권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그 당의 주류가 바뀐다면 그간 보았던 이득을 모두 뱉어 내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차라리 지금처럼 거리를 둔 채 여야 모두를 조력자로 두는 편이 나았다.
“정치인들은 고작해야 4년 5년 해 먹는 거 아니더냐? 장사 5년하고 말 게야? 입법, 사법, 행정 대한민국 삼부 요직에 삼신의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괜히 욕심 부리지 말아라.”
김건환 회장은 뒤에 남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옳은 선택에 가까웠다.
물론 삼신 비자금 사태처럼 정치권에게 물리는 일도 많았지만 삼신은 대한민국 제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김서준은 그런 김건환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갈 생각이었다.
정치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으니까.
“아, 그리고 그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거라면······ 미국 말씀이십니까?”
“네.”
소영신이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준비는 끝났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소영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김서준이 소영신에게 지시한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련된 것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김서준과 소영신의 눈이 마주쳤다.
소영신이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 상품들은 대표님의 예상처럼 부실화가 진행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 가격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연준에서 서브프라임 모기가 붕괴되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소영신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금까지 미국은 광기의 시대였다. 서브프라임 대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 은행들은 고객에게 대출 자산을 환수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고객의 재산 목록을 조사하지 않은 채 대출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자금이 몰려들자 더욱 기준을 완화시켜서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죽은 사람 명의로도 대출이 나오기도 하였으니 미국이 얼마나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심지어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는 마이너스 대출 상품도 나와서, 월 불입금이 이자보다 작아서 잔금이 늘어나는 미친 대출까지 나왔다.
수어사이드 대출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친 대출이었지만, 은행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였기에 이런 물건들을 팔아 치웠다.
물론 소영신의 말처럼 연준에서도 반응을 하기는 했다.
연준의 의장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직은 버블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007년 부동산 버블은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만약 일이 없다면, 집을 팔아서 돈을 갚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미국의 담보 시스템은 집만 처분한다면 대출 잔액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마저 갚을 필요가 없었다.
아직도 많은 은행들이 CDO와 파생 상품을 미친 듯이 팔아 대고 있었고 그것은 잘 팔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지만, 미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계층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거나 아예 안 갚게 될 것이며 버블이 꺼지면서 담보대출은 심각하게 부실화될 것이다.
“그 시스템은 붕괴됩니다.”
“그렇기에는 책임 기관이 너무나 많습니다.”
소영신의 말은 지극히 합리적이었고 미국 월가에서도 소영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채권을 근거로 발행된 MBS 증권과 그것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인 CDO.
또 이것을 근거로 파생 상품이 발행되고 이 중에서도 위험만 떼어서 파는 CDS라는 상품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은행과 증권가 등 수많은 책임 기관을 묶었기 때문에 극단적인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무너진다.’
김서준은 알고 있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크게 휘청거린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던 나라들은 모두가 휘청인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렇게 전 세계적 금융 재난에서 돈을 버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에 대한 비난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벌 돈.
김서준은 그 돈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사실 윤리적인 문제라고 할 것도 마땅히 없었다.
금융시장이란 전장과도 같은 곳. 따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돈을 얻지 않는다고 윤리적인 것이 아니며 돈을 딴다고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었다.
“소 실장님.”
“네, 대표님.”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탕비실로 걸음을 옮기자 소영신도 그 뒤를 따랐다.
쪼르르륵
내려져 있던 커피를 잔에 따른 뒤 소영신에게 건넸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소영신에게 커피를 건넨 후 김서준도 커피를 잔에 채웠다.
“처음 기억나세요?”
“처음이요?”
소영신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이라면 당연히 기억이 난다.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네, 기억납니다. 처음뿐만 아니라 제가 대표님을 만난 이후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현대 금융 시스템의 본질에 닿아 있습니다.”
소영신이 머리를 굴렸다. 김서준은 처음에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주식을 이용했다.
마치 내부 거래나 비공개 정보를 이용이라도 하는 것처럼 김서준은 말도 안 되는 수익을 일구어 냈다.
그때 소영신은 김서준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 리스크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리스크 주식에 투자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때의 수익으로 지금의 SJ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주식에서 돈을 빼고 셰일 사업과 통신사업 그리고 IT 사업을 하면서 조금은 멀쩡해 보이게 지내나 했더니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때보다 리스크가 적긴 했다.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에서 발생하는 앱 수익, 셰일 오일이라는 캐시 카우가 SJ의 곳간을 천문학적으로 두둑하게 만들어 주고는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투자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이전에 비해 적은 편이기는 했다.
‘그래도 그 돈이······.’
물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도 손실 예상 금액은 천문학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누군가 잃으면 누군가는 버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저는 서브프라임에 관련된 것들이 멸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붕괴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서준이 이번에 준비시킨 투자는 역베팅이었다.
“아······.”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확신에 찬 김서준의 얼굴.
그 얼굴을 본 소영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배운다.’
예전에는 두려운 마음이 태반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걱정되기는 했으나 김서준의 안목을 배우겠다는 마음이 소영신의 가슴에 가득했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 시대 사람들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폭풍은 세계 경제를 구렁텅어로 밀어넣을 만큼 강했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들이 망하고 몇몇 국가들은 불황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대한민국도 그것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김서준은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수가 도박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둔 수였다면.
지금 김서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는 진짜 도박에 가까운 수였다.
‘할 수 있다.’
김서준이 커피 잔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