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저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경쟁이기는 해도 제가 직접 막 그분들을 때려잡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본격적인 크루 대결에 앞서 스튜디오에서는 인터뷰 촬영이 한창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크루원들 역시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작가들은 각자 카메라 한 대씩을 들고 참가자들을 인터뷰했고 메인 카메라들은 심사위원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면 박지연 씨는 다른 심사위원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 이건가요?”
작가의 질문에 박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다시피 내가 신경 써서 뭐 해요? 내가 봐달라고 하면 좀 봐주시나? 봐주실 거예요? 효린 씨?”
박지연이 옆에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던 이효린에게 물었다.
이효린은 뭐 그런 것을 묻냐는 표정으로 한껏 웃음을 띠었다.
“그럴까요? 지연 언니가 부탁하는 거라면 한 번쯤은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머. 효린 씨 못 하는 말이 없어.”
그 말에 박지연이 오히려 손사래를 치며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최선을 다해야죠. 뭐 이성환 씨는 시즌 1에서 김서준 씨를 직접 케어한 사람 중 하나니까, 뭐 어떻게 보면 제자? 비슷한 느낌이잖아요. 제자한테 질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주변에서 박지연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환과 김서준의 관계는 약간 특이했다.
시즌 1에서 김서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미국에서 날아온 얀센이었지만, 이성환 역시 김서준에게 애착을 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무슨 관계였는지 김서준과 이성환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을 시작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 같았다.
이미 김서준과 이성환이 학교 축제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미리 만났다는 것을 사람들은 몰랐기 때문에 의아해했었다.
“김서준 씨 인터뷰할게요.”
박지연의 인터뷰가 끝나자 김서준의 차례가 돌아왔다.
김서준이 대기실에서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집중되었다.
“어떻게, 잘 지내셨어요?”
김서준이 의자에 앉자 작가가 웃으면서 카드를 하나 건넸다.
대충 질문 내용이 적혀 있는 카드였는데 김서준은 그 카드의 내용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방송에서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네. 바쁘긴 했는데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바쁘셨다고 들었긴 했어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이미 김서준 씨가 보통 출신이 아니라는 것쯤은 사람들도 눈치를 채고 있으시더라구요.”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로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닐 정도로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는 빠르고 방대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디테일한 정보는 아직 부족했는데, 대표적으로 김서준에 대한 정보가 그러했다.
오피셜 정보가 뜨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김서준이 어디 재벌가의 3세라더라.
아니다 정치인의 아들이라더라.
김서준이 어지간한 배경이었으면 이미 이야기가 새어 나가고 모든 사람들이 알았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서준은 삼신의 3세.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김서준의 정체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괜히 김건환 회장이나 김서준에게 밉보였다가는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딱히 김서준이 비밀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기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었다.
“제 음악과 제 출신은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음악인은 음악으로 보여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그것도 그러네요.”
작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감독이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본 것이었고 질문 카드에도 쓰인 질문이었지만, 김서준의 대답은 정석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너무 정석에 가까웠기에 더 물어보기에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뮤지션이 음악으로 대중에게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
김서준의 출신 성분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 뽑으신 크루원들 중에서 주목해 볼 만한 참가자가 있다면 누굴까요?”
이 정도는 쉽게 말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냥 말해 주기에는 방송에서 느낌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검은소와 누렁소의 이야기를 아세요?”
“아…….”
작가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장난입니다. 방송으로 확인하시면 당연히 아시겠지만, 일단 제 크루에서 주목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없습니다.”
장난이라는 말에 작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감독이나 메인 작가에게 소리를 들어도 크게 들을 뻔했다.
“그중에서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있지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아마 다음 무대부터 임우택, 설아연 참가자의 무대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임우택, 설아연 참가자라……. 정말 기대되네요.”
작가는 무언가 건졌다는 생각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통 질문.
“이번 무대는 잘 준비하셨나요? 이번 심사위원 무대의 결과로 크루의 공연 순서가 결정되는데요. 아무래도 나중에 하는 편이 연습 시간도 좀 더 있고 좋을 것 같은데요.”
“최선을 다 해야지요라는 대답은 너무 식상한가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모두 이겨 보겠습니다. 크루원들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저도 그 노력에 보답을 해야겠지요.”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럼 훌륭한 무대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김서준의 인터뷰가 끝나자 이성환이 김서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선배님 오셨어요?”
이성환을 발견한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서준아, 인터뷰 잘 들었다. 이거이거, 시작부터 질 수는 없지.”
이성환은 김서준에게 편하게 말을 놓은 상태였다.
김서준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김서준을 존대했지만 이성환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김서준이 음악 판에 들어온 이상 음악 판에서는 그가 선배였다.
굳이 존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성환의 마음을 알고 있는 김서준이었고 굳이 이곳에서 재벌 3세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랬기에 이성환의 이런 태도가 김서준에게는 반가웠다.
“저도 질 생각은 없습니다, 선배님. 제가 지면 크루원들이 힘들어지니까요.”
“어쭈, 선배가 한 번 져 달라면 져 주기도 해야지.”
“그래서 져 달라고 하실 겁니까?”
이성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그럼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김서준과 이성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얼굴은 웃고 있었으나 그들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그런 김서준의 눈빛에 만족한 이성환이 빙긋 미소를 짓고 몸을 돌렸다.
* * *
“어? 이거 뭐야?”
미국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월 스트리트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그리고 거대 금융사 등의 대형 금융기관 들이 몰려 있다.
거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전 세계의 자금이 월가로 유입되며 돌고 돌아 다시 전 세계로 흐를 만큼 월가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었다.
그런 월가 투자회사의 매니저는 이상한 자금의 흐름을 읽고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야, 제인?”
“이거 봐 봐.”
제인이 모니터를 돌려 클락에게 보여 줬다.
모니터를 본 클락도 미간을 좁혀야 했다.
평소와는 다른 자금의 흐름이 눈에 보인 탓이다.
“이거 매수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잠시 기다려 봐.”
클락이 서둘러 자신의 단말기로 달려갔다.
금융의 흐름은 거대해서 마치 우기의 강물이 흐르는 것과도 같았다.
동시에 수많은 주문이 채결되고 막대한 금액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
그런 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고 분석할 줄 알아야 했다.
클락과 제인은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거래 신호를 파악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잊은 채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가 둘은 정말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직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흐름을 발견한 사람은 클락과 제인 단둘인 것 같았다.
“이게 뭘까?”
“누가 모기지 붕괴 방향에 베팅을 하고 있네. 금액도 상당하고.”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일단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도 더 많은 모기지를 달라고 안달인 상황.
수많은 모기지 파생 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들의 손에 팔려 나갔다.
그런 그들이 지금 와서 역베팅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지? 누가 이런 무모한…….”
무모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미국의 집값은 최고조인 상태. 앞으로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연준은 물론이고 다른 투자은행들도 평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너무나 많은 기관들이 얽혀 있었기 때문에 모기지의 붕괴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시장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 상품을 내놓는다면 그 즉시 프로그램이 매수를 한다.
“이거 돈 벌 기회인데? 가격도 꽤 좋고.”
다른 트레이더들이 눈치채기 전에 다 팔아 치워야 했다.
이런 역베팅은 흔하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단순히 리스크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배팅이 아니다.
이 정도 매수 요청이라면 한 기관에서 명운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잘 가라고.”
제인과 클락의 눈에는 희열이 가득 찼다.
이 거래로 그들이 큰돈을 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흐름을 눈치챈 것은 비단 클락과 제인뿐이 아니었다.
최대 금융사로 평가받는 골드만삭스와 리먼에서도 몇몇 직원들이 이상 패턴을 눈치채고는 자사에서 가지고 있는 인버스 상품을 모두 팔아 넘겼다.
그리고 그날 월가에서 꽤 많은 직원들이 축하 파티를 즐겼다.
한 호구 기관을 잡아 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음을 기뻐하는 파티였다.
“설혹 모기지가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일어날 일은 아니다. 오늘 인버스를 구매한 기관은 6개월 내에 미국 월가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이득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환호했다.
* * *
지구 반대편 월가에서 트레이더들이 그를 두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김서준은 무대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 무대를 위해 꽤 오래 준비를 했다.
자신은 있었다.
‘미공개 곡.’
김서준은 지난번 크루원들을 스튜디오에 모아 놓고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오신 이유는 모두 다를 겁니다. 누구는 가수로서의 성공을 원할 것이고 누구는 돈을 원할 것이며 누구는 순수하게 음악을 원할 겁니다.”
김서준의 말에 크루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저는 여러분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건 제게 중요한 것도 아니지요.”
어떻게 들으면 냉정한 말이지만, 크루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이자 경쟁의 무대였다.
“저는 심사위원이자 크루장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중 한 명을 우승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물론 저만 최선을 다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잠시 말을 멈춘 김서준이 크루원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당근을 하나 주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가 끝나면 저는 2집 앨범을 발표할 겁니다. 그 앨범에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의 트랙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김서준의 발표에 모든 크루원들이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