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출연자 대기실은 각 크루마다 다른 대기실을 사용했다.
김서준 크루의 대기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몇 크루원들은 쇼파에 앉아 고개를 푹 파묻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도 했고 또 몇은 가사를 적은 종이를 보며 계속 중얼거리기도 했다.
모두가 긴장된 채 말을 잊고 있을 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김서준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김서준이 들어오자 크루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모두 긴장되시나요?”
“아, 아닙니다!”
김서준의 질문에 크루원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도 첫 무대를 준비할 때 이들처럼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크루원들은 유독 더 긴장하고 있었다.
“제가 경연에서 이기고도 첫 무대를 선택한 것이 마음에 걸리실 겁니다.”
크루원들은 대답이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맞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말이 차올랐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는 거짓말이지요. 이건 매가 아니고 공연이자 경연이며 후반에 하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이고 준비할 시간도 더 길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김서준이 순서를 이렇게 정한 것은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배들을 배려해서 첫 번째를 선택했다. 이런 것은 김서준에게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김서준이 선배들에게 예의 없이 구는 것은 아니었으나 김서준이 또 선배들의 눈치를 보는 것 역시 없었다.
그 이유는 음악적인 이유 말고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여러분의 실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실력을 믿는다는 말에 크루원들의 미간이 좁아졌다. 좋게 들으면 좋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립 서비스에 불과한 말처럼 들렸다.
“표정을 보니 믿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이건 제가 썼던 전략과 똑같은 겁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에서 김서준은 매 무대에서 1번으로 공연을 했다.
성적으로는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장식할 수도 있었지만, 김서준은 늘 첫 공연을 선호했다.
그것을 기억해 낸 크루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에 맛있고 강렬한 음식을 먹고 난 뒤 다른 음식을 먹으면 어떻습니까?”
김서준의 말을 들은 크루원들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다른 음식이 맛없게 느껴집니다.”
잠시 감돈 침묵을 깨고 임우택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음식에 자신이 있다면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순서에 목을 매는 것은 실력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쓰는 편법입니다. 오히려 처음에 청객에게 강렬함을 선사하면 다른 후발 주자는 우리를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확신에 찬 김서준의 말에 크루원들의 가슴에는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가?’
물론 연구에 따르면 경연에 있어서 순서가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있긴 하지만 김서준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통할 음악은 통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립 서비스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김서준의 말을 들은 크루원들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은 탈락자가 없는 자유 경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보여 주는 겁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음악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겁니다.”
그 말에 크루원들이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탈락자가 없는 공연이다.
마음 편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서준과 함께하는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대중들에게 각인시켜 줄 수 있는 날이다.
크루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의 눈에는 모두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구석에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VJ는 혀를 내둘렀다.
보는 관점에 따라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VJ는 지금 김서준의 모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립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이런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크루원들이 김서준을 마음속 깊이 믿고 있어야 하며 크루원들이 가장 원하는 곳을 김서준이 자극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
많은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유사한 말을 하는 것을 보아 왔으나 지금같이 사람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대단하네. 이래서 김서준 김서준 하는구나.’
VJ가 놀라고 있을 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스태프가 고개를 내밀었다.
“공연 준비하겠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모두 갑시다.”
“네!”
크루원들이 김서준을 따라 대기실을 나섰다.
* * *
이제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거리를 임우택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따라 등 뒤에 멘 기타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괜히 들고 왔나?’
바람이 선선하기는 했지만 기타를 등에 메고 걷자 기타가방과 닿은 등에서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지나갈게요.”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서는 큰 기타 가방이 거추장스러웠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 사람들 틈 사이를 빠져나온 임우택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 사고 싶네.”
이럴 때면 차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 임우택은 자신의 형편에 차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다음 달 월세도 걱정인데 무슨 차냐. 튼튼한 다리로 걷지 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부모 잘 만난 놈들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독일 무슨 차니 미국 무슨 차니 하면서 끌고 다니는데 자신은 어림도 없었다.
재산을 물려주지 못한 부모님이 미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럴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생각이 김서준에게 닿았다.
알려지기로 김서준 역시 꽤 금수저 집안의 자식이라고 들었다.
‘금수저가 아니었어도 성공할 사람.’
김서준에게는 부러운 마음도 들지 않았고 약간의 시기와 질투도 느껴지지 않았다.
김서준이 임우택 그에게 보여 준 것은 절대 부모가 물려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냥 난사람이구나.’
쓴웃음도 지어지지 않았다. 임우택의 눈에 보이는 김서준은 그냥 난사람이었다.
개천에서 태어났으면 용이 되었을 사람이고 하늘에서 태어났으면 하늘을 지배하는 용이 되었을 사람.
그것이 임우택의 눈에 보이는 김서준이었다.
생각을 이어가며 길을 걷다 보니 임우택은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택 씨!”
목적지에 도착한 임우택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설아연이 웃는 얼굴로 임우택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제가 늦었네요.”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꽤 먼 거리를 걸어온 임우택이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이미 공터에는 설아연을 비롯한 크루원들이 나와 있었다.
“걸어왔나 봐요?”
어깨 위까지 올라오는 단발을 한 신소예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임우택에게 물었다.
“예. 걸어왔습니다.”
늦더위도 슬슬 가시는 계절이었지만, 먼 거리를 걸었기 때문에 임우택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그럼 빨리 시작해요.”
“네. 그럴까요?”
퉁명스러운 신소예와 쓴 미소를 짓고 있는 임우택 사이에서 설아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준비해 온 삼각대와 카메라를 그들의 앞에 설치했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디카나 캠코더를 가져와야 했다.
하지만 디카의 경우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캠코더는 비싸기도 했고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찰칵!
삼각대를 설치한 설아연이 구도가 맞는지 촬영 버튼을 눌렀다.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임우택과 신소예. 그 모습에 설아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우택 씨는 그렇다 쳐도 소예 씨는 왜 우리랑 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퉁명스럽게 굴 거면서 왜 굳이 자신들과 하고 싶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됐습니다!”
자리로 후다닥 돌아온 설아연이 의자에 두었던 마이크를 들었다.
“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먼저 들어갈게요.”
탁 탁 탁 탁.
설아연이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는 사이 가방에서 기타를 꺼낸 임우택이 손가락으로 기타의 바디를 천천히 두들겨 박자를 맞추었다.
그리고.
투박하지만 정확하게 그의 손가락은 기타의 현을 튕겨 냈다.
이 세 명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귓가에 기타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버스킹이네?”
갈 길이 바쁜지 대부분 고개만 돌린 채 지나갔지만 몇몇 사람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Dawn after darkness.”
연습실에서 미리 몇 번 맞추어 보았기 때문에 박자를 놓치는 일은 없었다.
설아연의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작은 앰프에서 흘러나왔다.
“어?”
설아연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티비에서 봤나?”
“유튜브 아니야?”
“You’re my Moon light in the night fall I find.”
설아연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감미로웠다면 신소예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Our time is no more.”
읊조리듯 저음부가 이어지는 소절에서 신소예의 목소리는 빛을 발했다.
자기 노래도 아니었건만, 마치 자신의 노래처럼 소화해 내는 능력.
원곡 가수가 오더라도 신소예보다 더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신소예의 목소리에 끌린 사람들이 하나둘 일행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카메라 있어. 조심해.”
어느새 일행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영상을 찍으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따로 그들의 영상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설아연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마치 무대에 선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진정해요. 평소처럼. 소예 씨도 긴장 풀어요. 모두 즐기고 있어요.”
설아연은 흥분을 하고 있었던 반면에 신소예는 몸을 잘게 떨고 있었다.
겉보기와는 다른 모습.
그 떨림을 알아챈 임우택이 신소예에게 말을 건넸다.
“아…… 알겠어요.”
침을 꿀꺽 삼킨 신소예가 다시 마이크를 꽉 잡았다.
‘이래서 버스킹을 하라고 했구나.’
버스킹이 진행될수록 설아연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고 신소예 역시 적응을 했는지 잘게 떨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 일이 떠오른 임우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김서준 크루의 공연이 끝난 뒤 김서준은 크루원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모두 잘했어요.”
김서준의 칭찬에도 크루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김서준은 잘했다고 말했지만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부족했다.
연습실에서 하던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임우택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김서준이 연습실에 불러서까지 신경 써 준 것치고는 너무 만족스럽지 못했다.
“죄송해요?”
“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임우택의 말에 다른 크루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김서준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제가 미션 하나씩 드릴게요.”
미션이라는 말에 크루원들이 고개를 들어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