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몇몇 분들은 오늘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었을 겁니다. 본인들도 느꼈을 것이고 카메라 역시 그것을 담아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 역시 그것을 잘 알겠지요.”
김서준의 말에 신소예가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 무대에서 가장 떤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신소예 자신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싫다.’
지금까지 늘 떨기만 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발표할 때도.
친구들과 사람이 많은 곳만 가도.
심지어 낯선 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떨렸다.
그래서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 나왔다.
이런 자신이 싫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하지만 도전 정신과 마음만으로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김서준에게 지적까지 당하니 신소예의 얼굴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가 미션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미션은 단순히 여러분을 괴롭히거나 방송용으로 쓰기 위한 미션이 아닙니다.”
미션이라는 말에 크루원들이 고개를 들어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본 공연이었다. 본 공연에서는 매주 각 크루마다 한 명씩 탈락하게 된다.
탈락 기준은 간단했다. 크루원의 노래를 듣고 방청객과 크루장이 판단해 가장 부족했던 한 명을 탈락시키는 것.
그렇다면 이번 미션의 결과도 탈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션은 두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겠습니다. 팀을 구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팀을 구성하라는 말에 크루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팀을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래 걸릴 줄 알았건만, 팀 구성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임우택과 설아연은 안면이 어느 정도 있었고 대화도 꽤 했기 때문에 바로 붙었고 신소예가 그들의 옆에 선 것이다.
그렇게 남은 네 명이 자연스레 한 팀이 되었다.
“미션을 드리겠습니다. 임우택, 설아연, 신소예 씨 팀은 버스킹을 하시면 됩니다. 주말 저녁 홍대에 가셔서 버스킹을 하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오시면 됩니다.”
‘버스킹이라…….’
신소예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도 버스킹이 하고 싶었다. 정말 하고 싶었다.
그녀의 노래를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그녀가 하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앰프를 들고 홍대나 대학로를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앰프를 들고 다니다 집으로 돌아가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소예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 * *
“소예 씨 괜찮아?”
“네, 괜찮아요.”
첫 곡이 끝나고 신소예의 얼굴이 상당히 창백해져 있었다.
설아연은 혹시 신소예가 아픈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손수건을 건넸다.
“저 정말 괜찮아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말 그대로였다.
신소예의 가슴은 지금 터질듯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너무 좋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너무 좋았다.
평생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버스킹을 비록 혼자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해낸 것이 믿기지 않았다.
신소예가 고개를 돌려 설아연과 임우택을 바라봤다.
둘 역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미소가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다음 곡 바로 가요.”
이번에는 신소예가 먼저 입을 열자 임우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크로 리드미컬하게 현을 긁었다.
이전 곡이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이었다면, 이번에는 빠르고 리드미컬하고 신나는 음악.
이미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은 셋의 공연에 어디로 가고있었는지를 잊고는 음악에 집중했다.
“어? 저 사람들 그 사람들 아니야?”
“누구? 아는 사람이야? 가수인가?”
그들의 공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나온 사람들 같은데?”
“어? 맞다. 정말이네?”
이야기는 빠르게 퍼졌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한 주변이었지만, 그들이 친구들에게 톡으로 연락을 하면서 사람들은 정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이 근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 것은 아닌가하는 착각이었다.
‘떨려. 그런데 좋아.’
사람들이 모일수록 신소예는 가슴이 더욱 두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뜨거운 무엇인가가 가슴 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가자!”
그렇게 그들의 버스킹은 화려하게 피어 갔다.
* * *
“오랜만에 오는구나.”
“자주 들렀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성북동 김건환 회장의 자택 정원에 김서준과 김건환 회장이 나란히 앉았다.
여느 때처럼 박 비서가 비어 있는 잔에 차를 채웠다.
쪼르르르륵.
차가 차오르자 김건환 회장이 조용히 잔을 들어 음미를 했다.
“아니다. 바쁜데 굳이 시간을 내어 들를 필요는 없다.”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 서운함은 없었다.
김서준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김건환 그가 해도 가능할까 생각되는 사업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있었다.
“몸은 좀 어떠냐?”
아무리 사업이 번창한다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친구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은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평생을 노력해서 기업을 일구고 돈을 번 뒤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죽는 사업가들도 꽤 많았다.
“주치의에게 주기적으로 검사받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그래.”
김건환 회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지만, 이 정도로 끝난 것 역시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은 김건환이지만서도 김서준이 다쳤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신을 찾았다.
김서준이 건강을 찾은 이후에는 절과 교회에 헌금까지 했을 정도니 그가 김서준의 건강을 얼마나 염려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방송은 잘돼 가고? 사업 소식은 알 수 있는데 방송 소식은 아는 사람이 없구나.”
평소 뉴스를 제외하고는 TV를 시청하지 않는 김건환이지만, 김서준이 나오는 방송은 꼬박꼬박 시청하고 있었다.
김건환이 슈퍼보이스 코리아를 본다는 사실이 주변에 퍼진다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미간을 좁히며 그 말을 가져온 사람에게 면박을 주었을 것이다.
“잘되고 있습니다.”
“인영이 그 아이가 부탁해서 하는 것이더냐?”
“인영이의 부탁도 있긴 하지만, 제 판단이 주된 이유입니다.”
김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릇 결정을 함에 있어서 남의 부탁이 주된 이유가 되면 안 된다.
특히 사업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했다.
“이유를 말해 주겠느냐?”
김서준이 하고 있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지만,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었다.
“조만간 제 이미지가 크게 소모될 일이 생길 겁니다.”
“이미지라…….”
이미지라는 말이 김건환의 입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그 전까지 최대한 좋은 이미지를 쌓아 둘 생각입니다. 한국, 미국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미국까지 가서라도 공연은 물론이고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생각입니다.”
김서준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바쁘겠구나.”
“네. 정말 바빠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할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길 바라지 않지만 말입니다.”
“내 도움이라.”
김건환 회장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서준이 도움이라는 말을 꺼낸 적이 딱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SJ를 설립하면서 투자해 달라는 부탁.
그 이후로는 김건환 회장에게 부탁이라고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 김서준의 입에서 도움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분명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 될 것이었다.
“나도 준비를 해야겠구나. 서준이 네 부탁이라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물론 서준이 네 부탁을 들어주겠지만 명심하거라. 다가올 위기는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을 대비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다.”
김서준은 쓴웃음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지만 일단 최악의 경우는 상정해야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그때 서준이 네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이 내가 삼신을 키워 오며 한 잘한 선택 중 손가락 안에 드는 선택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약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이제 곧 대선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정치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얽히면 빛날 것 같지만 그 끝이 좋은 경우는 드물다.”
정치.
기업인들에게 정치는 양날의 검이었다. 라인을 잘 타고 정치를 잘 이용하면 기업은 순식간에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국책 사업도 따낼 수 있었고 정부의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사세를 키워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언제나 요동치는 법.
정치 기업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지 않더라도 당내 힘의 균형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팽 당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말을 마친 김건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김서준을 끼고 살 수는 없는 일.
김서준이 어련히 잘할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 * *
성북동 자택을 나선 김서준은 곧바로 SJ 본사로 향했다.
김건환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바가 더 있었다.
‘너무 안일했네.’
다가올 위협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슈퍼보이스 코리아와 다른 몇몇으로 이미지를 쇄신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서준 개인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돈을 더 쓰더라도 좀 더 확실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김서준이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이미지 쇄신이라…….”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올해 겨울이 지나고 내년이 되면 SJ와 김서준은 전 세계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무난히 넘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을 하더라도 세계 금융위기는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수많은 연쇄 도산을 불러올 테니까.
대한민국에서도 삼신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살아남지만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잇던 중소기업들은 무너질 것이었다.
이미 튼튼한 재무구조와 막대한 캐시 카우를 가지고 있는 SJ인지라 다른 기업들처럼 도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기회는 김서준에게 찾아올 가장 큰 기회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
남들이 소나기를 피한다고 멈추어 있을 때.
김서준은 그 틈을 타서 앞으로 더 나아갈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김서준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쭉 내렸다.
“김서준입니다.”
* * *
“우와.”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서울에 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천루를 감상하는 일이다.
“흠흠. 쪽팔리게 뭐 하는 거예요?”
이애신이 고개를 들어 마천루를 바라보고 있는 김성태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악! 아파 아파.”
과장된 표정으로 옆구리를 감싸쥐는 김성태.
“서울에서 그러면 촌놈 소리 들어요.”
“그럼 촌놈이 촌놈이지 서울 놈이냐?”
김성태의 당당한 말에 이애신의 얼굴에 장난기가 서렸다.
“잠시 눈감아 보세요.”
“눈? 눈은 왜?”
왜라고 물으면서도 김성태가 눈을 감았고 이애신은 그의 코를 꼬집었다.
“아악! 도대체 왜! 이번에는 왜!”
“서울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니까 조심하세요.”
“이…… 이런…….”
코가 시뻘개진 채 김성태가 콧김을 씩씩 내뱉었다.
“그만하고 가자꾸나. 기다리겠다.”
“네, 단장님.”
“네!”
문화재 환수단 단장 고양완의 말에 이애신과 김성태가 투닥거림을 멈추고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