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다시 뵙네요.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제가 찾아뵙는 것이 맞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
“허허, 아닐세. 당연히 이 늙은이가 와야지. 자네야말로 잘 지냈는가?”
김서준과 고양완이 손을 맞잡았다.
주름이 가득한 고양완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또 뵙네요.”
“네, 또 뵙네요.”
김서준과 이애신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흠흠.”
그 모습을 본 김성태가 헛기침을 했다.
“오랜만입니다. 김성태 씨라고 했지요?”
김서준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자 김성태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네, 맞습니다. 기억하시네요.”
“당연히 기억해야지요.”
립 서비스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앉으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서준의 사무실은 꽤 넓었고 그에 맞게 소파도 컸기에 환수단원들이 모두 앉고도 자리가 꽤 남았다.
이렇게 큰 소파는 처음 보는 단원들 중 몇이 계속 힐끗힐끗 소파를 바라봤다.
“부른 이유를 말해 보게.”
직원이 환수단원들의 앞에 시원한 음료를 내놓자 고양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지 청와대 이후에 또 한 번 보고 싶어서 부른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사업을 하나 해 볼까 합니다.”
“사업이라……. 이미 크게 하고 있는 것 같네만.”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고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이 건물이 모두 김서준의 소유라는 것은 잘 알 것 같았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사업이 아닙니다. 재단을 하나 설립하고 싶습니다. 문화재 환수는 물론 사회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재단을요.”
“재단이라…….”
고양완이 김서준의 눈을 바라봤다. 김서준과 고양완의 시선이 얽혀 들어갔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에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단을 만들고 싶으면 직원들을 더 고용해서 만들면 되는 것을. 어차피 지원금을 기다리는 단체들은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고양완의 말에 김서준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재단은 단순히 돈만 가지고 있는 재단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곳곳에 지원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필드에서 뛰어 보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으음.”
침음이 흘러나왔다.
필드 경험이 필요해서 그들을 불렀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돌려 말하지 말게. 우리는 자네와 같은 사업가가 아닐세.”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문화재 환수단원들 중 희망하시는 분들 전원을 재단 직원으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헛.”
몇몇 젊은 단원들이 숨을 들이 쉬었다.
최근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들은 SJ가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 곳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SJ가 만든 재단에 모두 취업을 시켜 준다고 한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젊은 단원들이 놀라는 것과는 대조되게 고양완의 얼굴에는 고뇌가 떠올라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받는 게 맞다.’
그게 상식이었다.
힘들게 해 왔던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근데 왜?’
갑자기 김서준의 선한 본성이 튀어나와 사회 공헌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전의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도 궁극적으로는 김서준 사업의 일부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괜히 쓰이다가 토사구팽당할 위험도 있었다.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고양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김서준이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번 사업의 목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냥 생색내기용이었다면 이들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서준은 단순히 신문이나 티비에 몇 번 나오고 정치인들이 와서 사진이나 찍는 그런 사업을 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SJ의 이미지를 대폭 개선시키기 위함에 있습니다.”
“지금도 별로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고양완의 말에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이 정도가 아닙니다. 누구나 SJ라는 이름을 들으면 호감을 갖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겁니다. 진짜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정말 도움이, 관심이 필요한 곳. 실질적으로 그런 곳에 도움이 되어 바닥부터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김서준의 말을 듣고 나자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선거철 정치인과 같은 인기와 이미지를 바라지 않은 것이다.
당장 보여 주기식 사업을 진행한다면 이미지 개선을 이룰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길지 않다.
티비나 신문에서 떠들어 줄 때는 인기가 오르겠지만, 광고가 끝나고 나면 이전과 똑같다.
하지만 바닥부터 지속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SJ는 호감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알았기에 고양완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완이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바라봤다.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단원들도 있었지만, 젊은 단원들의 얼굴에서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보였다.
‘어쩔 수 없구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좋네, 수락하겠네.”
“우와!”
고양완이 수락 의사를 밝히자마자 젊은 단원들이 환호를 내뱉었다.
“이게 무슨 추태인가?”
김서준 앞에서 단원들이 추태를 보이자 고양완이 짐짓 엄한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얼굴에서 기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취업 걱정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힘든 결정이셨을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힘든 결정은 무슨. 늙은이가 걱정이 많은 것이지,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제안이었지.”
“이렇게 된 거 잘 부탁드립니다.”
“실망시키지 않겠네.”
고양완과 김서준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 * *
“설마 이런 제안을 하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왜요?”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어왔다.
김서준과 이애신은 SJ 본사의 옥상에서 나란히 섰다.
초고층 건물은 아니었기 때문에 뷰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은 꽤 상쾌했다.
“서준 씨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보통 사업가들은 선거철이나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지 평소에는 찾지 않아요.”
말을 하는 이애신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가득했다.
이미 환수단도 정치인들에게 수두룩하게 이용당한 후였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요. 서준 씨가 말한 그 이미지. 왜 그게 필요한지요.”
이애신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지금 김서준이 택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이미지를 쇄신하는 방법과는 달랐다.
돈도 더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서준은 이 방법을 선택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
“아까도 말했다시피 SJ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기업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뭔가요?”
이애신의 질문은 일견 합리적이었다.
보통 이미지 쇄신을 하려는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
SJ는 그렇지 않았다.
사회적 물의는커녕 각종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대중에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왔다.
이애신이 약간은 좁혀진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알 수 없구나.’
알 수 없는 사람.
이애신이 본 김서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사람.
‘아니. 내가 그의 인생 앞에 놓여 있던 건가?’
김서준이라는 큰 존재가 지나가는 길에 자신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김서준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쩔 때는 중년인처럼 행동하기도 했고 또 어쩔 때는 나이에 맞게 행동하기도 했다.
말과 행동이 계산된 것 같지는 않은데 또 자세히 보면 계산된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애신이 미간을 좁힌 채 보고 있자 김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그냥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을요?”
“서준 씨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때가 되면 제가 서준 씨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김서준이 씩 웃으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자 이번에는 이애신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대답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애신이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무엇을요?”
“그때가 되면 애신 씨가 절 미워하지는 않을지. 그리고 제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휘이이이잉.
다시 바람이 둘 사이에 불어왔다.
* * *
“유튜브를 보니까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셨더라구요. 인터넷에서는 벌써 꽤 화제가 되고 있는데, 크루원들끼리 즉흥적으로 하신 건가요? 아니면 김서준 심사위원의 지시로 한 것인가요?”
김서준의 스튜디오에서는 인터뷰가 한창이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신소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서준 심사위원님이 지시하셨어요.”
작가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김서준 크루가 홍대에서 버스킹을 한 것은 슈퍼보이스 코리아 제작 측과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미리 협의가 되었다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방송용 카메라로 찍었을 테고, 그랬으면 방송에서 꽤 좋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았다.
“혹시 왜 그런지 알고 계신가요?”
신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국을 무시하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모두 무대에서 떨거나 긴장이 심한 사람들이였어요. 무대 울렁증,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해 봐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신소예가 목이 타는지 작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뒤 생수병을 들어 목을 축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부르지 않은 이유는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긴장이 너무 심해져서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요.”
“아, 그러시구나.”
작가가 입맛을 다셨다.
이런 이유가 있다면 김서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괜히 카메라가 따라가서 이들의 연습을 방해했다가 나중에 시청자들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었다.
‘차라리 잘됐네.’
인터넷 게시판에 수백 수천 개씩 악플이 달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카메라로 잡지 못한 게 나았다.
“그러면 효과는 좀 있으셨나요?”
신소예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꽤 자신 있는 대답이시네요. 이제 곧 탈락자 선별을 위한 무대가 있는데 미션이 꼭 효과가 있기를 바랄게요.”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신소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카메라 앞이라고 긴장이 되었다.
“인터뷰 잘했어요?”
“아! 예.”
신소예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뒤에서 김서준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많이 늘었던데요. 축하해요.”
“아…….”
김서준의 칭찬에 신소예가 얼굴을 붉혔다.
“일단 떨지만 않아도 소예 씨는 반은 먹고 들어갈 거예요.”
정말이었다.
설아연이 보내 준 동영상을 신소예는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첫 곡에서 그녀의 음성은 꽤 떨렸지만 영상의 후반부로 갈수록 음정은 안정되어 갔고, 그녀의 장점인 파워풀한 가창력은 더욱 돋보였다.
긴장을 하던 옛날과 비교했을 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오늘 공연 힘내요.”
“네!”
신소예가 힘차게 대답했다.
김서준이 꼭 살아 남으세요라고 말해 주길 바랐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에게는 신소예뿐만 아니라 다른 크루원들도 모두 같은 크루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