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애신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미 결정하신 사항 아닌지요?”
임시로 쓰던 대전 환수단 사무실을 정리하며 고양완이 물었다.
“그래도 네가 김서준 그와 오랜 시간 교류를 나누지 않았더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 사람을 믿지 않는다. 특히 돈을 다루는 사람을 믿지 않지. 하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고 요즘 사람들은 또 옛날 사람과 다르다. 그러니 네게 묻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이애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사적이지만 김서준과 이제는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
미 해군사관학교에서부터 김서준이 총을 맞아 실려 왔을 그때를 지나 지금까지 회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네. 그는 믿어도 좋아요.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가 이번에 단장님에게 말한 것은 거짓이 아닐 거예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안심이구나.”
고양완이 그제야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사는 빠르게 진행됐고 환수단 사람들은 SJ의 추진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 SJ가 보낸 직원들이 와서 이사를 진행했을 때 처음에는 놀랐다.
“아니, 지금 짐을 빼면 우리는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기우였다.
“이게 다 뭐야?”
수원에 도착한 환수단원들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에 이렇게 거대 규모의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뉴스에서도 본 적이 없었고 인터넷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수십 개의 크레인이 공장은 물론이고 각종 건물들을 쌓아 올리고 있었고 꽤 많은 수의 건물이 벌써 내장까지 마친 상태였다.
“재단은 저 건물을 사용할 겁니다.”
SJ의 직원이 가리킨 건물은 10층 정도 되는 통유리 건물이었다.
“아…… 저기에서 몇 층을 사용하면 되나요?”
환수단원의 질문은 당연했는데 그것을 듣는 SJ 직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 건물입니다. 몇 층이 아니라 저 건물 전체가 재단의 건물입니다.”
“헉!”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층수만 높은 게 아니라 옆으로도 긴 건물이다.
딱 봐도 무지하게 비싸게 생긴 건물.
그 건물을 통째로 쓰다니.
월세 70만 원의 작은 사무실에서 이런 건물로 옮기게 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 그리고 조만간 본사에서 직원들이 파견될 겁니다. 이전에 많이 해 보셔서 알겠지만, 이만한 규모를 움직이는데 환수단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필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SJ에서 보낼 것입니다. 물론 재단에서 추가로 인원을 뽑아도 상관없습니다. 모든 비용은 SJ에서 지출됩니다.”
“아…… 네.”
단원들은 SJ 직원의 막힘없는 말에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기업인가?’
그들 역시 단원 활동을 하면서도 구직 활동을 이어 가던 취준생들.
그랬기에 SJ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 * *
“후우.”
이제는 확연히 선선해진 바람이 불어오는 한강 둔치를 걷던 임우택이 벤치에 앉았다.
“하아.”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 살아남긴 했네.”
지난 공연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살얼음판이었다.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공연을 뛰고 탈락자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첫날에 김서준의 크루에서만 두 명이 탈락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크루 역시 많은 탈락자를 배출했지만 그것보다 그의 크루가 탈락자를 배출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다행히 오늘 녹화는 경연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오늘 녹화마저 경연이었으면 임우택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우택 씨.”
임우택이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누군가 임우택을 부르며 다가왔다.
임우택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은지이 기타를 멘 채 걸어오고 있었다.
“아, 은지 씨.”
임우택이 벤치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이는 자기가 더 많았으나, 보조 위원을 맡고 있는 이은지 앞에서 그냥 앉아 있을 담은 없었다.
“에이, 그냥 앉아요. 촬영도 아닌데 뭐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이은지이 임우택의 옆에 앉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요? 촬영 끝나고 바로 집에 간 줄 알았는데?”
임우택이 손을 들어 뒷머리를 쓱쓱 문댔다.
마음이 심란해서 N-NET 스튜디오에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었다는 걸 말하기가 민망했다.
“심란하시구나.”
“아, 네. 조금.”
“원래 다 그렇죠.”
잠시 침묵이 감돌았고 침묵을 이기지 못한 임우택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은지 씨는 이 시간에 기타 메고 뭐 하세요?”
이은지이 자신의 기타를 툭툭 건드렸다.
“아! 연습하러 가고 있어요. 원래 좀 더 일찍 가는데 오늘은 촬영이 있어서 좀 늦게 가네요.”
“아, 그러시구나.”
촬영이 피곤했을 텐데도 연습을 간다는 말에 임우택은 내심 놀랐다.
이은지 정도 되는 실력자가 연습을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요. 어제까지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이 떨어지는데 걱정이 안 되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래요.”
이은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은지 씨는 김서준 씨를 어디서 만나셨어요? 학교?”
평소에도 궁금했던 것을 침묵을 핑계 삼아 물었다.
아직 둘 다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었고 알고 지낸 지 꽤 되어 보였기에 일견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그 질문에 이은지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이은지 자신도 가끔 생각하다 보면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도 그냥 우택 씨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 하던 학생이었어요.”
이은지가 천천히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집이 어려워져 가족이 모두 떨어져 산 이야기.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받은 모진 구박들.
그 구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타난 김서준.
모든 게 소설 속 한 장면 같았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임우택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요? 저 놀리는 거 아니죠?”
“진짜예요.”
“우와…….”
믿기 힘든 스토리였다. 그리고 김서준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이은지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무 조건 없이 그녀를 케어할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도박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이은지가 낸 1집은 이미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트리밍 차트 최상위권도 차지했고 비공식적이지만 팬클럽까지 있었다.
“마음이 심란할 땐 음악을 하면 좀 편해져요. 어때요? 같이 작업실로 갈래요?”
이은지의 제안에 임우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일 김서준의 연습실에 가기로 했었지만, 오늘도 이대로 집에 가면 잠에 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둔치에서 연습실까지 멀지는 않았기에 이은지와 임우택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삑.
이은지가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자 임우택이 부러운 눈으로 이은지를 바라봤다.
“왜요?”
“아니요. 저희는 김서준 씨가 불러야만 올 수 있는데 은지 씨는 자유롭게 오는 것 같아서 부러워서요.”
솔직한 마음이었다.
김서준의 스튜디오는 시설이 굉장히 좋았다.
임우택이 모든 스튜디오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못해도 세 손가락에는 꼽힐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시설이다.
이런 곳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서준아!”
“어? 왔어?”
‘헉.’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악보를 보고 있는 김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임우택이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
김서준의 스튜디오였지만, 설마 이 시간에 김서준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 우택 씨도 오셨네요.”
“아! 네. 혹시 제가 실례를 하는 건 아닌지…….”
“실례라니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후, 다행이다.’
임우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김서준이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꺼내 왔다.
“마셔요.”
“감사합니다.”
치이익!
캔을 까자 탄산이 상쾌한 소리를 내며 빠져나왔다.
꿀꺽꿀꺽.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는지 임우택은 음료수를 단번에 비워 냈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오게 되었어요?”
아무리 봐도 둘이 동선이 겹칠 일은 없었기에 김서준이 물었다.
“오다 만났어.”
“오다 만났어?”
“네. 정말 오다 만났습니다.”
오다 만났다는 말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공연은 어땠어요?”
김서준의 질문에 임우택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붙은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잘했다고 생각한 크루원은 떨어지고 제가 붙으니 마음이 심란하네요.”
그 말에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같은 크루라고는 하지만 누구는 떨어져야 하는 경쟁 무대.
그것이 슈퍼보이스 코리아였다.
“서준 씨는 시즌 1을 우승했었잖아요. 서준 씨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나요?”
임우택이 김서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궁금했다. 비록 시즌 1이 시즌 2와 같은 포맷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팀 미션도 있었고 김서준을 제외한 나머지 팀 역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물론입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같이 팀을 이루어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 탈락하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 편할 수 없지요.”
“아…….”
그 말에 임우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김서준이 다르지 않음에 약간 안도가 되었다.
“저랑 같이 팀을 꾸렸던 사람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우신이 형은 지금 JP 소속으로 들어가서 데뷔가 임박했고 미애, 경림이 누나는 올해에 모두 앨범을 내고 데뷔를 했습니다. 비록 경연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모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떨어졌다고 한들 그들이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임우택은 속에서 무언가가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작업실에 왔으니 연습이나 같이할까요?”
“좋습니다.”
임우택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의 말에 마음이 좀 풀어지기는 했으나 이 복잡한 생각을 잊는 데는 음악만 한 것이 없었다.
* * *
드르르렁!
“와, 이게 다 뭐야?”
잠에 든 임우택의 귓가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집에 누가 왔나? 에이, 설마 잘못 들었겠지.’
“으음.”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몸을 뒤척인 임우택은 문득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이불 같은 소리 하고 계시네요.”
‘어?’
그제야 말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그리고 잠에 취해 있던 머릿속에 전날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헉!”
그제야 자신이 어디서 잠들었는지를 깨달은 임우택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나서야 주변의 상황이 눈에 보였다.
그가 잠들어 있는 사이 이미 스튜디오에는 설아연과 신소예는 물론이고 N-NET의 VJ들도 와 있는 상황이었다.
VJ들은 무엇이 그리도 신나는지 웃으면서 임우택이 잠든 모습을 찍고 있었다.
“우택 씨,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설아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만나는 날은 오늘인데 왜 임우택이 여기서 자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아…… 그게…….”
혹시 침이 묻어 있을까 하여 소매를 들어 입가를 닦은 임우택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서준과 이은지를 찾아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지만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명해 줄 사람이 없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 반가워요.”
임우택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며 김서준이 들어왔다.
어제와 다르게 깔끔한 모습. 아침에 일어나 씻고 온 것이 분명했다.
‘같이 좀 가지.’
그 모습에 임우택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