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모두 공지 받으신 것처럼 다음 미션은 듀엣 미션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세 명이지요? 그리고 다른 크루들도 모두 세 명씩 살아남았습니다.”
듀엣을 하려면 두 명이 짝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남은 사람이 세 명이면 짝을 지을 수 없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남은 사람은 세 명인데 어떻게 듀엣을 할 수 있을까?”
임우택과 설아연 그리고 신소예가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다른 크루와 듀엣을 이루는 것은 아니겠지?’
그것만은 사양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랑 듀엣을 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비록 여러분이 홀수지만 듀엣을 할 방법이 있습니다.”
꿀꺽.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키는 임우택. 공지를 받긴 했으나 누구와 듀엣을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한 상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은 바로 심사위원과 두 명의 보조 심사위원 두 명과 듀엣을 하게 됩니다.”
“헉.”
깜짝 놀란 임우택이 숨을 들이쉬었다. 설마 듀엣을 심사위원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잉-.
임우택이 놀라는 장면을 또 잡아내는 VJ의 카메라.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눈치챈 임우택이 짐짓 헛기침을 하면서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럼 누구와 듀엣을 할지 제가 정해 드리겠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심사위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성향과 발전 방향을 따라 정해 드리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김서준이 이은지를 바라봤다. 김서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은지 역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먼저 은지와 함께 듀엣을 할 사람은 설아연 씨입니다.”
“아! 네!”
이은지와 함께한다는 말에 설아연이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설아연 씨의 음색과 은지의 음색은 듀엣을 할 때 더 빛이 날 겁니다.”
설아연도 부드러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이은지 역시 예쁘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부드럽고 은은했다.
둘이 듀엣을 한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유철환 선배님과 듀엣을 할 분은 신소예 씨입니다. 허스키하면서도 음역대가 넓은 신소예 씨와 파워풀한 유철환 선배님이라면 충분히 훌륭한 무대를 보여 줄 수 있을 겁니다.”
두근두근.
거기까지 들은 임우택의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설아연과 신소예의 파트너가 정해졌으니 자신은 자연스럽게 김서준과 파트너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내가 김서준과…….’
꿈만 같았다.
김서준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했지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저는 임우택 씨와 같이 무대에 서게 되겠군요.”
‘됐다.’
김서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임우택이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꿈에서나 그리던 그 모습이 이루진 것이다.
* * *
발표가 있은 뒤 연습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녹음실에서 김서준과 임우택이 마주 보고 앉았다.
“우택 씨는 어떤 음악이 하고 싶으십니까?”
김서준의 질문에 임우택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기는 했으나 또 대답하기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다.
비단 임우택뿐만 아니라 이미 데뷔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들도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그것을 찾기 위해 매 앨범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가수들도 많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찾은 가수들은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길을 걸어간다.
그때가 되서야 완숙하고 성숙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한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할지.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에 맞추어 노래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또한 흔한 고민이었다.
이 고민은 비단 음악에만 해당하는 고민이 아니었다.
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이 잘 쓰는 글이 있고 좋아하는 장르가 따로 있으며 또 독자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의 글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같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무척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 음악을 대중에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경연을 펼치는 거니까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대중이 좋아해 주지 않는다면 탈락을 하게 될 겁니다.”
시청자 투표가 탈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 말인즉슨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과 같았다.
싫어도 어쩔 수 없었다.
“어때요? 우택 씨는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출 준비가 되어 있나요”
“아…… 물론입니다.”
어렵게 끄덕여지는 고개.
싫어도 감내해야 한다. 이건 단순히 인디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는 경연이었으니까.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네요.”
“네?”
뜬금없는 김서준의 말에 임우택의 눈이 커졌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대중들이 좋아하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때요?”
두근두근.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임우택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대중들이 좋아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좋습니다.”
“대신 각오하셔야 합니다. 저는 대중에게 그저 그런 음악을 좋아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임우택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연습은 곧바로 시작됐다.
“촬영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카메라는 우택 씨의 음악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연습하고 있을 때 다가오는 카메라를 힐끗거리는 임우택에게 김서준이 한 소리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연습은 고됐다.
아니, 고되다는 표현으로는 표현이 힘들었다.
“미세하게 박자 늦잖아요. 다시!”
이럴 때마다 가슴 속에서 욱하는 것이 올라왔지만, 다시 죽일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이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늦은 게 맞았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 김서준은 마치 기계처럼 연습에 몰두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그게 더 놀라웠다.
‘이런 사람도 이렇게 노력을 하는구나.’
김서준 정도의 사람은 연습을 좀 게을리할 줄 알았다.
옛날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 줄 것이다.
김서준은 유명했다. 그러면 지금 김서준이 어떤 음악을 하든 대중들은 김서준을 호의적인 눈으로 볼 것이다.
굳이 이렇게 고된 연습이 필요할까라는 생각.
“무슨 생각해요? 음악 하기 싫어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임우택 자신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김서준도 저렇게 집중하고 있는데 임우택 그의 집중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시!”
김서준의 엄한 목소리가 임우택의 귓가에 울렸다.
* * *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대선 후보가 될 거 아냐! 대책을 가져오라고 대책을!”
쾅 쾅!
야당의 경선 후보 박용두 의원이 책상을 쾅쾅 내려쳤다.
그의 보좌관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안 보여? 이대로 가면 대선은커녕 경선도 통과 못 하게 생겼어. 너희들 월급 주는 이유가 뭐야? 대책을 가져오라고 주는 거 아니야?”
‘지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보좌관들의 마음속에 일제히 든 생각이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자, 빨리 말해 봐. 내가 인기를 올릴 방법이 뭐가 있을까?”
보좌관들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좋은 의견을 내놓지 못하면 조인트를 까일 것이 분명했다.
“저…….”
모두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보좌관 중 하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뭔데? 말해 봐.”
“인기 있는 연예인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말에 박용두 의원이 미간을 좁혔다.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디테일한 의견을 말해 보라고.”
“요즘 슈퍼보이스 코리아라고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유세 현장에 부르는 겁니다. 그러면 인지도 상승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게 되겠어?”
박용두 의원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고전적인 방법이었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불러다 세워 놓기만 하더라도 인지도를 올리는 데 크게 효과가 있었다.
“뭐든 준다고 해. 돈이면 돈, 자리면 자리. 어차피 연예인 그놈들 다 허영심에 차 있는 놈들 아니야? 어떻게든 데려와.”
“알겠습니다.”
보좌관들이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느리게 움직였다가는 진짜 박용두 의원에게 뺨이라도 한 대 맞는 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회의실을 빠져나온 보조관들은 일제히 건물 아래 흡연 공간으로 향했다.
“하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야?”
“아. 몰라 일단 아무 말이라도 해야 박 의원이 보내 줄 거 아냐?”
보좌관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일단 말이 나왔으니 누구라도 데려와야 할 텐데, 누굴 데려와야 하나…….”
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지간한 연예인들은 이미 각 후보들이 하나씩 꿰찬 상태.
그렇다고 이름도 없는 무명 연예인을 데려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아까 말한 것처럼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어때? 요즘 그거 유명하잖아? 젊은 사람들이 다 그거 보고 있던데?”
“하, 그건 그런데 또 다 무명들이잖아.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사람들이야.”
보좌관들이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들이라도 섭외해야지. 차라리 그게 잘됐다. 그 사람들 인기 높을 때 이용해 먹어야지.”
“그렇게 하자.”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 끈 보좌관들이 천천히 자리를 떴다.
* * *
“아……. 이게 사는 건가?”
스튜디오 소파에서 임우택이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힘들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힘듦은 상상을 초월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계속 기타와 마이크를 잡고 있어야 했다.
그건 즐거웠다.
몸은 힘들어도 그가 평생 하고 싶었던 것이고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행운에 가까웠으니까.
임우택을 괴롭히는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편곡.
임우택은 솔직히 편곡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작곡해서 하고 싶은데 작곡한 곡을 제대로 연습하려면 지금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죠. 어쩔 수 없이 기성곡을 편곡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네요.
편곡을 너무 쉽게 말하는 김서준을 보며 임우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했다.
임우택이 편곡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하루 이틀 만에 뚝딱 완성될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근데 해냈다.
너무 당연하게 편곡을 결정하고 또 그 결과물을 가져오는 김서준을 보고 임우택은 혀를 내둘러야 했다.
‘딱 거기까지만.’
하지만 그때부터 본격적 지옥이 시작이었다.
-우택 씨 파트도 대부분 해 놓긴 했는데, 사실 자기는 자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 여기 비어 있는 곳은 우택 씨가 직접 해 주세요. 그래야 우택 씨의 매력을 잘 보일 수 있습니다.
-무…… 물론이죠.
김서준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임우택이 무슨 수로 거절할까?
다만 편곡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직접 기타로 쳐 가면서 완성시킬 수밖에 없었다.
‘너무 구려.’
하나하나 쳐 놓고도 김서준의 것과 비교해서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를 반복했다.
‘해내고 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임우택의 눈은 더욱더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