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그럼 그렇게 해 보는 건 어때요? 괜찮을 거 같은데요.”
이은지와 설아연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스튜디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 연습을 했던 터라 그녀들의 두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둘은 잘하고 있을까요?”
문득 임우택이 생각난 설아연이 이은지에게 물었다.
스튜디오가 워낙 넓기도 했고 각 듀오가 다른 방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듀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른 방으로 간다면 볼 수 있겠지만, 그녀의 연습도 빡빡하기도 했고 다른 듀오의 연습을 보는 것은 약간 스파이 같기도 해서 애써 무시했다.
“저도 궁금한데 한번 봐 볼까요?”
이은지의 말에 설아연의 얼굴에 망설이는 표정이 떠올랐다.
괜히 김서준에게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이은지가 설아연의 팔을 끌어당기며 김서준과 임우택이 연습하고 있는 연습실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는 이은지.
꿀꺽.
그 모습에 설아연이 마른침을 삼켰다.
끼익.
이은지가 천천히 작업실의 문을 밀었다.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후욱.
그리고 불어오는 땀 냄새.
땀 냄새에 이은지와 설아연이 동시에 손을 들어 코를 막았다.
“이게 무슨 냄새야.”
며칠 사이에 연습실에는 홀애비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뭐람?”
이은지와 설아연의 눈에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김서준과 임우택이 소파와 무중력 의자에 이상한 자세로 널브러져 잠들어 있는 모습.
떡 진 머리와 헝클어진 옷을 보니 며칠간 씻지도 않은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책상과 바닥에는 악보들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우와…….”
대충 보더라도 지독하게 연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모습은 나올 수 없었다.
“와, 우리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독종들은 여기에 있었네요.”
“그러게요.”
설아연과 이은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은지는 김서준이 연습벌레인 줄 진즉 알고 있었으나 설마 임우택도 거기에 의기투합할 줄은 몰랐다.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빨리 하죠. 깨우지 말고요. 괜히 깨웠다가 또 연습할라.”
이은지의 말에 설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자세요.’
둘이 연습을 더 하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피로한 임우택의 얼굴을 보니 좀 더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듀오들에게는 짧게만 느껴졌다.
“아…….”
오늘도 소파에서 잠에서 깬 임우택이 멍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때 이은지를 따라 스튜디오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집에 가지 않은 것이다.
‘이게 내가 맞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거짓말이었다.
평소 음악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최선을 다했어!’
늘 연습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김서준과 함께한 일주일 정도는 되어야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한순간도 기타에서 손을 떼지 않은 탓에 손끝은 벗겨지고 핏물이 배어 나왔다.
이미 굳은살이 꽤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아직 여린 손에 불과했나 보다.
“우택 씨.”
“아! 일어나셨습니까.”
김서준 역시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임우택의 눈에 김서준은 괴물 그 자체였다.
임우택이야 스튜디오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김서준이 알려 준 대로 편곡을 하면 됐다.
하지만 김서준은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소화함과 동시에 회사 일도 동시에 처리했다.
도대체 이게 사람의 체력인지 궁금했다.
하루에 두 시간은 자는지 궁금했다.
“하신 일은 잘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씻으러 갈까요?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어요.”
“아…….”
김서준의 말에 임우택이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샤워실이 있었으면 진즉 알려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씻을 곳이 없는 줄 알고 맨날 화장실에서 대충 눈곱이나 뗐었다.
어쩐지 일을 보는 김서준이 깔끔한 모습으로 나간다 했다.
“아, 내가 말 안 해 줬구나. 미안해요.”
“아닙니다. 뭐 평소에도 잘 안 씻는데요.”
임우택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코로 킁킁거렸다.
‘음, 냄새.’
자신이 맡아도 꽤 지독한 냄새가 몸에서 풍겼다.
“먼저 씻고 오세요. 저도 준비할게요.”
“아, 네.”
임우택이 쭈뼛거리며 샤워실 쪽으로 향했다.
“후, 다행히 수건이랑 다 있네.”
스튜디오에 있는 샤워실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시설이 좋았다.
수건은 물론이고 스킨과 로션 등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이곳이 스튜디오라는 것을 몰랐다면 5성급 호텔 화장실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역시 돈이 좋아.”
임우택이 피식 웃었다.
* * *
의 녹화가 진행될수록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인원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이제 남은 것은 진짜배기들.
특히 이번에는 심사위원들의 명예도 걸린 일이다 보니 심사위원들도 필사적으로 매 녹화에 임했다.
예전처럼 귀찮다고 대충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는 연습실에 애들 아예 감금해 놓고 연습시켰어요.”
박지연을 만난 이효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VJ의 카메라가 붉은빛을 점멸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잘됐어요?”
박지연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 질문을 들은 이효린은 뭐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칼군무에 베이실 것 같은데.”
꽤나 도발적인 말에 VJ가 이효린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어머. 무서워서 이걸 어쩐담.”
박지연 역시 짐짓 놀란 척을 했다.
“그럼 무대에서 봐요.”
여자 심사위원 두 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성환 또한 김서준을 찾았다.
“서준아.”
“아, 선배님 오셨어요?”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김서준은 이성환의 방문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야, 언제 봐도 잘생겼어.”
“선배님이 더 잘생기셨죠.”
“빈말이라도 고맙네.”
빈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성환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재벌 3세에 이미 연예계에서도 큰 명성을 가지고 있는 김서준이 이렇게 깍듯이 대해 준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김서준은 재벌도 보통 재벌이 아닌 삼신의 3세.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성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김서준이 더욱 예쁘게만 보였다.
“준비는 어때? 요즘 꽤 바쁘던데.”
“아, 다행히 잘 준비된 것 같습니다. 문제는 크루원이 아니라 제가 문제죠. 이거 제가 폐 끼치는 건 아닌가 걱정이네요.”
김서준의 말에 이성환이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준이가 그런 말을 할 정도면 정말 기대되네.”
“선배님은 준비 좀 하셨습니까?”
이성환은 대답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그건 무대에서 확인하도록.”
자리에서 일어난 이성환이 김서준의 어깨를 두들겼다.
* * *
“우택 씨, 왜 한숨을 쉬어요?”
“아연 씨.”
N-NET 스튜디오 앞에서 임우택이 큰 한숨을 쉬었다.
메이크업을 끝내고 잠시 밖으로 나온 설아연이 그 모습을 보고는 냉큼 다가왔다.
“그냥 오늘 잘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요.”
“연습 열심히 하시던데.”
설아연의 말에 임우택이 눈을 크게 떴다.
“제가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어떻게 아세요?”
그때 문을 열고 봤다는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설아연이 잠시 고민했다.
“봤어요. 아주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서 잘 자던데요?”
“아…… 부끄럽네요.”
쑥스럽다는 미소와 함께 얼굴을 살짝 붉힌 임우택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서늘한 바람이 소매로 파고들었기에 임우택과 설아연은 스튜디오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인들이 둘에게 다가왔다.
“네. 누구시죠?”
방송국이었기에 임우택은 중년인들이 그저 N-NET의 직원들이라 생각했다.
“박용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국회의원요?”
임우택이 미간을 좁혔다. 국회의원이 자신을 찾을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습니다. 모두 3선 의원이신 박용두 의원은 들어 보셨겠지요?”
“아, 네.”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티비에서 자주 나오던 사람이었기에 들어 본 적은 있었다.
“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까 잠시 저 뒤로 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어…….”
임우택이 스마트폰을 꺼내 시계를 봤다.
아직 녹화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긴 했지만, 한 번이라도 더 연습을 해 보고 싶었기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 마음은 설아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가 임우택의 팔을 붙잡았다.
그냥 돌아가자고 하는 의미.
둘의 반응이 시원찮자 비서관들의 미간이 좁아졌다.
“일단 이야기나 좀 들어 보시지요. 이야기 정도 듣는 데 손해 볼 건 없지 않습니까?”
임우택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어지간해서는 거절하겠는데 상대는 국회의원의 비서관들.
괜히 사이가 틀어져 봐야 좋을 일 없는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이야기나 듣고 뭐 제안을 하면 거절을 하고 오는게 났다는 판단이 섰다.
“그럼 저만 다녀오겠습니다. 아연 씨는 들어가 계세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임우택이 혼자 가려고 하자 설아연이 임우택의 팔을 붙잡았다.
“누가 보면 잡아 먹는 줄 알겠습니다.”
박용두 의원실 비서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 * *
“촬영 한 시간 남았습니다. 모두 준비 마무리해 주세요.”
스태프들이 스튜디오 곳곳을 뛰어다니며 녹화 임박을 알렸다.
“모두 어디 갔어요?”
“그러게요. 잠시 밖에 나간다고 했는데.”
이은지의 물음에 신소예가 고개를 저었다.
꽤 오래 전부터 임우택과 설아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장실이라도 간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 간 시간 치고는 너무 길었다.
게다가 이제 스튜디오의 지리도 익숙한 상황이라 길을 잃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뭐 금방 오겠죠.”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 녹화 20분 전 콜이 울리고 출연진이 무대 위로 향할 때까지 임우택과 설아연은 오지 않았다.
“두 분 어디가셨나요?”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조연출이 이은지에게 물었다.
“글쎄요. 제작진에서 부른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인터뷰는 진작 끝났습니다. 이거…… 오신 거는 맞죠?”
“네, 왔어요. 잠시 화장실이라도 갔나 봐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은지가 조연출을 돌려보내고 있을 때.
신소예는 계속 임우택과 설아연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팟-.
그렇게 전화를 계속 걸고 있을 때.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지미집이 허공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녹화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서준 씨에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하는데…… 무대로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김서준은 심사위원석에 있었고 나머지 출연진은 무대 뒤에 있었다.
김서준에게 말을 전하려면 무대를 가로질러야 하는 상황.
이미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무대를 가로지를 수는 없었다.
그저 둘이 서둘러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