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쪼르르륵.
소주잔에 쪼르륵 소리를 내며 소주가 가득 채워졌다.
꿀꺽.
그리고 목구멍에 소주를 한 방에 털어 넣었다.
화끈한 느낌과 함께 알코올의 쓴맛이 코끝으로 치고 올라왔다.
“하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임우택은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과서 속의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일개 시민 그리고 가요계에 몸을 담고 싶어 하는 일개 무명 지망생에 불과한 그가 국회의원실과 척을 진다면 버틸 재간이 없었다.
박용두 의원이 방귀만 뀌더라도 임우택 그는 일엽편주처럼 위태위태한 상황이 될 것이 분명했다.
“미치겠네.”
그냥 뻐겨 볼까 생각도 해 봤다. 아마 혼자만 엮인 일이라면 그냥 뻐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에 엮인 사람이 너무 많았다.
설아연 역시 그랬으며 지금 그가 몸을 담고 있는 N-NET과 김서준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박용두 의원실에게 튕기긴 했으나 그건 얌전히 지나가길 바라는 바람에 불과했다.
그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임우택 그가 잘 알고 있었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이런 게 인생 아니겠냐.”
술을 다시 한번 목에 털어 넣자 지난 무대가 떠올랐다.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눈을 감고 손을 뻗으면 기타가 닿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닿을 수 없다. 음악도 좋지만 자신에게 그 무대를 선사해 준 김서준과 이은지 그리고 설아연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하아.”
핸드폰을 집어 전화를 할까말까 수없이 고민했다.
지금 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박용두 의원 비서관에게 전화를 한다면 일을 수습할 수 있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는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고 여길 수 있었다.
가수의 꿈을 다시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었다.
“그래, 나 하나면 충분하지.”
운이 없었던 탓이다.
똥을 밟은 탓이다.
길가다가 개똥을 밟았을 때 욕지거리를 하긴 해도 남 탓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 개똥을 밟은 거다.”
마음을 굳게 먹은 임우택이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네, 저 임우택입니다.”
체념에 이른 임우택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갔다.
* * *
“알아보셨어요?”
“네, 대표님.”
녹화가 없는 날이었기에 김서준은 아침 일찍 SJ 본사로 출근했다.
김서준이 출근하기가 무섭게 소영신이 보고할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
“무슨 일이랍니까?”
“박용두 의원과 혹시 관계가 있으십니까?”
소영신의 질문에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누구지 알고는 있으나 관계는 없습니다.”
소영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용두 의원실에서 임우택 씨를 홍보 가수로 고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요?”
“강압이 있었나 봅니다. 임우택 씨는 그 제안을 거절했는데 지금 박용두 의원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 국회의원실의 강압이라면 임우택 씨가 버티기에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굳이 임우택뿐만 아니라도 어지간한 사람은 국회의원실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흐음, 그래서 임우택 씨의 선택은 어떻답니까?”
“일단 거절은 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용두 의원실의 비서관들은 예전부터 뒤끝이 심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입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도 꽤 많고요.”
“우택 씨의 성격이라면 아마 다시 전화해서 하겠다고 할 겁니다. 비서관들이 주변을 가지고 협박을 했다면 말이지요.”
쓰윽 쓰윽.
김서준이 서류에 사인을 해서 소영신에게 내밀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만약 우택 씨가 선거 사무에 참여한다면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시즌 2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선거 유세에 참여하고 방송까지 나오게 된다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흐음.”
김서준이 고민하자 소영신이 말을 덧붙였다.
“박용두 의원은 3선 의원입니다. 이번에 경선을 통과할 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3선 의원과 척을 지는 것은 기업 운영에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김서준도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임우택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서 이대로 하차한다 하더라도 임우택의 가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포텐셜을 본다면 더 가다듬어서 언젠가는 가수가 될 수 있을 확률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일이다.
“괘씸하네요.”
“네?”
주어가 없었기에 소영신은 순간 누굴 괘씸하다고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김서준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박용두 의원과 임우택 둘 모두에게 한 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멘토이자 크루장인 나에게 먼저 말했어야지 혼자 끙끙 앓고 안고 가려는 모습이 괘씸하네요.”
김서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소영신이 김서준을 더 믿고 따르는 이유였다.
김서준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소영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박용두 의원도 괘씸하네요. 조금만 더 알아보면 임우택 씨가 누구와 관련 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요.”
“언질을 줄까요?”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면 자존심 싸움이 됩니다. 거기에서 박용두 의원이 양보한다면 괜히 박 의원실에 아쉬운 게 생기는 일이 생기는 꼴이 됩니다.”
김서준이 잠시 고민했다.
남에게 빚을 지는 것은 질색이었다. 그리고 김서준은 박용두 의원실과 거래할 생각이 없었다.
“언제든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임우택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박용두 의원 선거 사무실로 향했다.
“그래. 이게 맞는 거지.”
쓴웃음을 지은 임우택이 박용두 의원 선거 사무실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아니 이게 누구야?”
북적이는 사무실 속에서도 임우택의 귀에 비서관의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어제는 그렇게 매정하게 가 놓고 오늘은 또 하겠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어.”
“제가 잠시 실언했습니다.”
비서관이 다가와 임우택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여기에 붙는 게 맞다니까? 하루 이틀 가수하고 말 거야? 박 의원님이 밀어주면 그깟 방송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임우택은 가슴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깟 방송이 아닌데.’
하지만 이왕 마음을 먹고 온 것. 임우택은 화를 가라앉히며 웃음을 지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아 지금은 계약서부터 쓰고. 점심 시간에 바로 차량 타고 나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임우택이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마음을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슈퍼보이스 코리아와는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왔으면 웃고 있지 표정이 왜 그래요?”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임우택은 귀에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서준이 임우택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김서준이 나타나자 박용두 의원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알바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김서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웅성거렸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김서준 씨 아닙니까?”
소식을 들었는지 비서관들도 서둘러 안쪽에서 달려 나왔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김서준은 비서관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비서관들의 미간이 잠시 좁아졌지만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김서준의 앞에 음료를 내려놨다.
“귀하신 분이 이곳에 이렇게 와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 의원님께서도 오고 계시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러세요?”
김서준의 대답에 비서관들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김서준 씨가 와 주셨으니 의원님께서도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비서관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김서준은 가장 핫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단순히 가수로서 인기가 많았기에 핫한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몰랐지만, 정계와 재계에는 이미 김서준의 정체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고유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불안을 잠재워 준 사람이 김서준이다.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 박용두 의원 사무실에 왔으니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이 선을 대기만 한다면 이번 경선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김서준이란 존재는 게임 체인처가 될 정도의 임팩트가 있었다.
김서준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무실의 문을 열고 박용두 의원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반쯤 벗겨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것을 보니 꽤 서둘러서 온 것이 분명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김서준 씨 아닙니까? 저 박용두 의원입니다.”
박용두가 김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이 기쁨으로 번들거리는 것이 벌써 김서준을 라인에 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약간의 거만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될 것 같으니 내게 줄을 대러 왔구나. 푸하하.’
오판이었지만 박용두 의원의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올랐다.
“박 의원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서준의 박용두 의원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안으로 드시지요.”
비서관들이 무슨 말을 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용두 의원은 김서준을 사무실 안쪽으로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 용무는 끝났습니다.”
“네? 용무가 끝나다니요?”
박용두 의원이 의뭉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리러 올 사람이 있어서 온 거거든요. 임우택 씨, 가죠. 왜 여기 있습니까?”
“아, 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임우택이 김서준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서준 씨,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 없는 행동입니까?”
김서준의 행동에 비서관 중 하나가 임우택과 김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임우택 씨는 우리와 함께 일하기로 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김서준 씨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사람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면 안 됩니다. 언론에 이 사실이 나면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비서관이 은근한 말투로 김서준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김서준이 그냥 간다면 박용두 의원에게 조인트를 까이겠지만 임우택마저 놓치면 조인트가 아니라 뺨을 맞을 수도 있었다.
“언론에 제보하려면 하세요. 그럼 이만.”
김서준이 비서관을 비켜 지나갔다.
임우택의 발은 바닥에 붙어 있었다. 그가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자신 떄문에 김서준이 곤경에 처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해요? 당장 다음 주가 공연인데 이럴 시간이 있어요?”
“아!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눈을 질끈 감은 임우택이 황급히 김서준의 뒤를 따라 나섰다.
“김서준 씨, 후회할 겁니다. 이렇게 경우 없는 일은 없습니다.”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말을 끝까지 무시한 김서준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밖으로 나왔을 때. 임우택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김서준에게 사과했다.
“우택 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래도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실 것 같아서요. 방금도 박용우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던데요.”
박용우 의원이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를 밖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택 씨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악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입니다. 알겠어요?”
김서준의 단호한 음성이 임우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