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
음악천재 재벌3세 14화
음악천재 재벌 3세 14화
“이야. 요즘 학교 축제 좋다.”
“좋긴 뭐가 좋아요. 그냥 딱 고등학생 수준이고만.”
이수철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자 민희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저. 학생 말 좀 묻지.”
“예?”
“혹시 이렇게 생긴 사람 알아?”
이수철의 질문에 학생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네요. 사진이 워낙 흐려서···.”
이수철이 지나가자 질문을 받은 학생이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헉. 이수철 아니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에게 질문했던 사람이 SC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이수철임을 깨달았다.
“대박! 대박!”
연신 대박을 외치며 친구들에게 열심히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부터 시작이었다.
이수철과 민희영이 지나가는 곳마다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YM의 양인우나 JP의 임수연과 이유리가 지나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대박! 기획사 사장들이 왜 우리 학교에 왔데? 누구 캐스팅하러 왔나?”
당연히 학생들의 관심은 그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너 보러 온거 아니야? 수진아?”
그중 오디션을 준비하거나 오디션을 봤던 몇몇 학생들은 갑자기 등장한 기획사 때문에 때아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말 난 가?’
김칫국을 진하게 마신 몇몇은 실제로 이수철이나 양인우에게 다가가 자기 보러 왔냐고 했지만 이내 쪽팔림만 당한 채 물러났다.
그러다 보니 점점 학생들의 궁금증은 깊어만 갔다.
“도대체 누굴 보러 온 거야?”
계속되는 소란에 학교 측에서도 선생님을 보냈다.
“아! 보러 온 학생이 있어서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조용히 있다가 떠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도 별수는 없었다. 지역주민들도 보러 오는 축제였기에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SC와 JP 그리고 YM의 대표들이 학교를 방문했다는 소문은 금세 전주로 퍼져나갔다.
“동방천기 오빠들 언제 복귀해요?”
“우리 오빠들 빨리 음반 내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는 더더욱 불어났고 이런 인파에 익숙한 이수철과 민희영도 표정을 구길 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더 흘러 해가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안 보이네.”
이수철의 얼굴이 작게 일그러졌다. 결국, 이 학교에서도 찾지 못하면 곤란했다.
이제 더는 회사를 비울 수도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하나?’
아쉽지만 열흘 동안 꽤 노력했다. 여기서도 못 만났다면 인연이 아닌 것이다.
-지이잉
돌아갈까 생각하던 이수철의 귀에 엠프의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들려왔기에 소리가 작았으나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한 이수철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들었지?”
“어.”
그리고 그것은 민희영도 마찬가지였다.
“저기만 가보자.”
“그래.”
민희영도 더는 투덜거리지 않았다. 어차피 저곳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도 했거니와 이왕 온 김에 학생들의 공연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운동장의 중앙에는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저런 것도 하고 세상 좋아졌어.”
인파를 뚫고 가장 앞으로 간 이수철과 민희영이 의자에 앉았다.
*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돼요.”
“이럴 땐 네가 선배 같다.”
이혜림과 송유연은 심장을 죄어오는 긴장감에 연신 심호흡을 했다.
“너는 긴장도 안 돼?’
“저도 긴장 돼요.”
“거짓말.”
긴장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기에 이혜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작년보다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네.”
무대 앞을 슬쩍 바라본 이혜림이 말했다. 낮에는 마지막 리허설을 했기에 그들은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SC와 YM, JP등과 같은 거대 기획사 사람들이 나와 있는 것 역시 알지 못했다.
두둠칫- 두둠칫-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히 펼쳐졌다.
특히 전원이 여학생으로 구성된 댄스부의 공연 때는 운동장이 떠내려갈 것 같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그 함성이 들려오자 송유연과 이혜림의 안색이 더욱 하얗게 변했다.
“으으. 실수하면 어쩌지?”
“댄스부와 비교되면 안 되는데···.”
과도한 긴장은 오히려 제 실력을 낼 수 없게 만든다.
“선배들. 열심히 연습했잖아요. 연습처럼만 하면 돼요. 충분히 훌륭해요.”
“말이라도 고맙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할 때.
무대 앞편에서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마지막 무대는 한얼 고등학교 밴드부의 공연입니다. 모두 큰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와아아아아!
장내가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들리자 진행요원이 급히 손짓했다.
“가죠.”
“그래.”
김서준이 앞장섰고 그 뒤를 이혜림과 송유연이 따랐다.
무대 위에 오르자 밝은 조명이 눈을 찔러왔기에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빛에 적응되자 그들의 눈에 모여 있는 인파가 보였다.
‘헉.’
그 인파와 눈을 마주친 순간.
이혜림과 송유연은 숨이 막혔다. 무대 뒤에 있을 때보다 더욱 큰 긴장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먼저 간략하게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사회자가 다가왔다.
“밴드부 부장이 누구시죠?”
부장이라는 말에 이혜림의 고개가 돌아갔으나 이미 긴장감에 짓눌린 이혜림은 사회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가 대신 할게요.”
긴장한 이혜림을 대신해서 김서준이 마이크를 잡았다.
“용감한 학생이군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얼 고등학교 일학년에 재학 중인 김서준이라고 합니다. 밴드부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 이쪽은 밴드부 부장이신 삼학년 이혜림 선배. 송유연 선배입니다.”
오오오오!
김서준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가자 인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목소리가 굉장히 좋네요.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하셨네요. 굉장히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준비하신 곡은 뭔가요?”
“제목은 아직 없습니다.”
김서준의 말에 사회자가 흠칫 놀랐다.
“자작곡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예. 이번 축제는 자작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자작곡이라니 정말 기대됩니다.
보통이라면 이런 무대에 유명한 밴드의 곡을 선곡하지 자작곡을 들고나오지는 않는다.
그랬기에 사회자의 음성은 절로 들떴다.
“여러분도 빨리 듣고 싶으신가요?”
“예!”
“그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한얼고등학교 밴드부의 공연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함성이 터져 나오고 무대 위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선배. 열심히 준비했잖아요. 후회는 남기지 말아요.”
불이 꺼지고도 긴장에 떨고 있는 이혜림과 송유연에게 김서준이 다가갔다.
“서준아.”
“선배들은 충분히 훌륭해요.”
김서준의 말을 들은 이혜림과 송유연이 각자 드럼 스틱과 기타를 잡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아니 마법처럼 모든 긴장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제가 리드할게요.”
“그래.”
탁 탁 탁 탁.
잠을 줄여가며 연습했던 것처럼.
김서준이 손가락으로 바디를 두들기자 이혜림과 송유연의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차···. 찾았다!”
지루함을 참지 못한 채 하품을 하던 이수철의 입이 급히 다물어졌다.
드디어 찾았다.
열흘 간 개고생을 한 피로가 단박에 씻겨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희영아. 캠 설치해. 찾았다.”
민희영도 눈을 빛내며 서둘러 삼각대를 폈다. 이수철이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극찬한 실력이 궁금해졌다.
삼각대를 폈을 때 이수철의 귀에 자작곡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자작곡이라니 자신 있나 본데?”
민희영은 당연했다.
SC엔터에서 오디션을 볼 때 자작곡을 들고 오는 참가자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자작곡은 수준 이하의 곡이 대다수였다.
괜히 전문 작곡가와 작사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수철의 표정은 그녀와 달랐다. 이미 기대감으로 가득한 표정이다.
탁 탁 탁 탁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리드음이 들리고 이내 연주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기타의 합주였다.
빠르게 경쾌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는 축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제법인데?”
전주를 들은 민희영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전주 부분은 다른 기성 곡들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게 느껴졌다.
전주가 끝나 갈 때 드럼이 치고 들어왔다. 여리면서도 필요할 때 임팩트 있는 드럼이 심장을 때려왔다.
-언젠가 이 길 끝에 서서.
-목이 터지라 울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드럼의 비트에 맞추어 송유연과 김서준의 목소리가 어울려갔다.
*
유아영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고등학생이 하는 공연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 탓에 축제에 오기 싫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가 제발 한 번만 같이 가달라고 졸랐던 탓에 그저 자리만 채우자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공연들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예회 수준을 넘지 않는 무대들을 보며 유아영은 역시나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다.
“밴드부? 뭐 비슷하겠지.”
밴드부 공연 역시 기대하지 않았다. 빨리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때 심드렁하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유아영의 귀가 쫑긋 섰다.
‘괜찮은데?’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유아영이 고개를 들어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대···. 대박.”
이건 고교생의 레벨이 아니었다.
*
숨이 멈추었다.
처음에는 흥분해 있던 군중들도 연주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인 채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연주의 클라이막스가 지나고 초크가 마지막으로 현을 쓸어내리며 연주가 끝났다.
연주가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숨을 쉬지 못했다. 무대와 그 주변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왜 조용하지?”
연주가 끝나고 이혜림이 불안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조명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혹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와아아아아아아!
그제야 폭풍과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함성이 들리고 나서야 이혜림과 송유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서준을 바라보는 그녀들.
“바로 가요.”
챙- 챙- 챙- 챙-
이번 곡은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드럼이 리드를 맡았다.
군중들의 환호성을 배경음 삼아.
기타와 드럼 그리고 김서준과 송유연의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희영아. 잘 찍고 있어?”
“소리 들어가니까 말 시키지 마요.”
김서준을 찾는 일에 투정 일색으로 일관하던 민희영이었다.
하지만 지금 오히려 그녀의 눈이 이수철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기성 가수 그 이상이야.’
연습생은 물론이고 노래 좀 한다는 기성가수들 보다 훨씬 나았다.
게다가 지금 이들이 노래하고 있는 곡은 자작곡이었다.
외국곡을 편곡해서 자작곡이라고 속이는 일도 있었으나 그런 잔꾀는 이미 음악판에서 구르고 구른 이수철과 민희영을 속일 수는 없었다.
김서준의 말처럼 자작곡임이 확실했다.
기타나 보컬 실력도 대단한데 거기에다 작곡 실력도 있다.
어디 그뿐일까?
김서준의 목소리나 외모 키까지.
가수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이수철의 눈에 욕심이 깃든 것처럼 민희영의 눈에도 욕망이 감돌았다.
키우고 싶다.
데뷔시키고 싶다.
무대에 세우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옆에서 김서준의 무대를 보고 있던 JP와 YM의 대표들도 느끼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만 가득한 상태였다.
*
심벌을 내려칠 때마다 이혜림의 머리카락에서 땀방울이 흩날렸다.
힘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처럼 곡은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다.
채앵!
있는 힘을 다해 심벌을 내려치자 마침내 곡이 끝났다.
“후욱. 후욱.”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이혜림이 앞을 바라보았다.
김서준과 송유연의 등이 보였다.
그녀가 그러했듯 두 사람도 음악에 몰입했는지 교복이 땀에 젖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음악이 끝나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함성은 마치 이곳이 학교 축제가 아니라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잘했어요.”
함성 속에서도.
김서준의 말이 똑똑히 들려왔다.
그리고 그제야 이혜림은 짙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축제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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