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이 병신 같은 것들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어? 그깟 무명 신인 하나 데려오라는 것도 못 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가! 나 박용두가 김서준같이 새파란 젊은 놈에게 쪽을 당하게 둬?”
짝!
박용두 의원이 비서관의 뺨을 날렸다. 금새 뺨이 붉게 부풀어 올랐지만 비서관은 부동자세로 서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다시 설득을…….”
“설득? 이 자식아 김서준 얼굴 못 봤어? 그게 설득이 될 사람 얼굴이야?”
“죄, 죄송합니다.”
말을 꺼낸 비서관이 다시 부동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개놈의 자식. 감히 나를 물 먹여? 나 박용두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놈의 자식. 새파랗게 어린놈의 자식이.”
박용두가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점찍은 사람을 김서준이 데려간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김서준의 태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그런 김서준을 만나자고 그가 모닝 똥도 끊어 가며 사무실로 달려온 것이다.
“아주 날 무시했다 이거지. 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 주지. 나를 찾아와서 사죄하게 만들어 주마.”
박용두의 혼잣말에 비서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래도 김서준을 건드리시는 건…….”
빡!
다시 한번 힘차게 조인트를 까는 박용두.
“나 박용두야! 3선 의원 박용두라고! 방송통신 상임위원 박용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박용두! 알았어? 그런 내가 장사꾼 놈 하나 못 이길 것 같아?”
박용두의 호통에 비서관의 얼굴이 흙색으로 변했다.
* * *
“서준 씨, 정말 저 때문에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제가 거기서 일을 해도…….”
“인생에는 때가 있다는 말 아십니까?”
임우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를 놓치면 다시 올라오기까지 힘들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래야겠지요.”
임우택은 지금 김서준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지금이 우택 씨의 때입니다. 괜한 걱정에 지금을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누구입니까? 우택 씨의 멘토입니다.”
‘멘토라…….’
멘토라는 말을 임우택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멘토는 힘이 좀 있는 것 같네요. 적어도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아무도 우택 씨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힘이요.”
김서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냥 미소에 불과했지만, 임우택은 그 미소에서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 * *
사무실로 돌아온 김서준은 소영신을 불렀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바쁘신데 미안합니다. 몇 가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예.”
소영신은 김서준이 무슨 지시를 하려는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박용두 의원실과 중앙당으로 가는 후원을 모두 중단하세요. 그것을 빼고 다른 후원은 중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영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으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큰 충격은 없었다.
“그리고 박용두 의원실에서 연락이 오면 일단 제게 넘기지 마세요. 최대한 시간을 끕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아쉬운 것은 김서준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거대 정당과 척을 진다면 SJ도 좋을 게 없었다.
이제 김서준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얌전히 물러날 것이냐? 아니면 한번 해볼 것이냐?
박용두 의원 측에서 강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은 되지만 상관없었다.
강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김서준에게는 더 유리해질 것이었다.
지금은 선거철.
당은 물론이고 다른 의원들도 한 푼의 후원금이 급할 때였다.
* * *
“이게 도대체 뭐야?”
한창 경선으로 바쁜 영민당 중앙당사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거 서류 누락된 거 아니야? 왜 갑자기 후원금이 반 토막 났어?”
영민당 당수 강민수 의원의 얼굴은 이미 빨갛다 못해 시뻘개진 상황이었다.
강민수 의원의 분노가 엄청났기에 당직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볼 뿐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후우. 말해 보세요. 왜 이런 겁니까?”
시간이 좀 지나고 이성을 되찾은 강민수 의원이 언성을 낮추고 다시 되물었다.
“이번에 거액의 후원을 약속한 SJ에서 후원을 중단했습니다.”
“SJ에서 후원을 중단했다고요? 도대체 왜요? 우리랑 척이라도 질 생각이랍니까? 아니면 평민당으로 갈 생각이랍니까?”
당직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확인해 본 결과 평민당에 후원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규모라고 합니다. 우리 영민당에게만 후원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강민수 의원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분명 아무 일 없이 후원을 중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는 SJ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오랜 정치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중앙당에 대한 후원만 중단한 겁니까? 아니면?”
당직자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각 의원실로 향하는 후원은 그대로입니다만 박용두 의원과 중앙당에 대한 후원만 중단되었습니다.”
“박용두 의원?”
“네, 그렇습니다.”
“박용두 의원은 어디 있습니까?”
목소리는 안정되어 있었지만, 당직자들은 그 속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후원 중단으로 보건데 SJ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박용두 의원에게 문제가 있다. 그와 트러블이 있으니 나와 대화를 하고 싶으면 박용두 의원을 선물로 들고 나와라.
너무나 명확한 메시지였다. 강민수 의원은 선택해야 했다.
박용두 의원인가? 아니면 SJ의 후원금인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민수 의원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두통을 느껴야 했다.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이 아니다.
박용두 의원이 개차반이긴 하지만 3선이나 한 중견이다.
게다가 이번 경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상황.
여기서 박용두 의원을 선물로 던져 준다면 반발이 꽤 클 것이었다.
그렇다고 후원금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정치 역시 돈이 많이 필요했다.
정치는 명분과 돈.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진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정치였다.
“박용두 의원 바로 들어오라고 연락해요. 미루지 말라고. 미루면 후회할 거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당직자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 *
“어. 나 방송 상임위 박용두 의원이오. N-NET이 요즘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알고 있소? 이러다가 나중에 N-NET이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거요?”
박용두 의원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붙잡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고. 내가 다시 연락할 테니까.”
탁.
전화기를 내려놓은 박용두 의원이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아주 내가 다시는 방송판에 발을 못 붙이게 해 주지. 방송뿐만이야? 장사로 빌어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단단히 알려 주겠어.”
“의원님! 의원님!”
“뭐야? 왜?”
비서관의 다급한 부름에 박용두 의원이 짜증 섞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중앙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당장 당으로 들어오시랍니다.”
“바쁘다고 해.”
귀찮다는 듯 박용두 의원이 손을 휘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핸드폰이 계속 울리던 이유가 중앙당의 연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들어오시랍니다. 자고 있으면 침대를 들쳐 업고서라도 모셔 오랍니다.”
박용두 의원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해졌다.
“도대체 누가? 감히 누가 나를 오라 가라야?”
“당대표께서 직접 전화하셨습니다.”
당대표 강민수 의원의 이름이 나오자 박용두 의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자신이 3선 의원이긴 했지만, 강민수 의원은 5선 의원에 영민당의 대부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강민수 의원이 부른다면 어쩔 수 없었다.
“강 의원에게 다이렉트로 찔렀나 보군.”
박용두 의원이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공격당할 것을 알 것이고 공격당하기 전에 선공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었다.
“준비해. 바로 들어간다.”
“네, 알겠습니다.”
박용두 의원이 흐트러진 넥타이를 다시 정리하고는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
김서준의 스튜디오에서 설아연이 임우택에게 물었다.
설아연의 음성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네, 괜찮아요.”
설아연의 걱정을 알았기에 임우택은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말해 봐요. 그 무서운 사람들이 그냥 보내 주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강압스러운 비서관들의 태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설아연은 임우택의 괜찮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서준 씨가 도와주셨어요. 그러니 괜찮을 거예요.”
멘토.
멘토라는 말이 아직도 임우택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마음이 무겁다가도 김서준의 말을 되새기면 마음이 다시 가벼워지곤 했다.
“그래도 국회의원이 보복을 하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설아연이 걱정스러운 말을 내뱉었을 때 스튜디오로 이은지가 들어왔다.
“네? 걱정을 안 해도 된다니요?”
“서준이 말이에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상대가 누구든 말이에요.”
이해가 안 됐다.
김서준의 배경이 무시하지 못할 곳이라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국회의원을 상대로도 멀쩡할 수 있다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국회의원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임우택을 실드 쳐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도 멀쩡할 것이라니.
“아. 이걸 말해도 되나? 아니, 정말 모르고 있어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임우택과 설아연은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표정을 본 이은지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건 본인에게 들어야겠네요. 제가 괜히 나서서 말할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이은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삼신의 3세에 대한민국 유가를 안정시킨 SJ의 수장.
게다가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중요 인물.
김서준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끝도 없었으나 이 정도만 해도 3선 국회의원 하나를 상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됐다.
“뭐, 나중에 물어봐요. 난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만.”
그 말을 들은 임우택과 설아연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지은이 물어보라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물어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부르셨습니까?”
중앙당사로 들어온 박용두 의원이 불편한 표정으로 강민수 의원 앞에 앉았다.
“박 의원.”
“예.”
강민수 의원이 박용두 의원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처음에는 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 넘기던 박용두 의원도 시간이 지나자 부담스러움에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을 불렀으면 용무를 말해야지 이게 뭐 하는 겁니까?”
“후우.”
작게 한숨을 쉰 강민수 의원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도대체 SJ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크흠, 그 장사꾼이 뭐라고 하덥니까?”
“장사꾼?”
박용두 의원의 투정에 강민수 의원의 미간에는 깊게 골이 새겨졌다.
“설마 김서준 그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일이오?”
“헛험, 그렇습니다. 김서준 그자가 내 사무실로 와서 패악질을 부렸습니다.”
“패악질이라…….”
강민수 의원은 박용두 의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세상에 미쳤다고 김서준이 뜬금없이 국회의원 사무실에 가서 깽판을 치겠는가?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당의 노선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오. 솔직히 대답해야 하오. 지금 우리 당에 들어오는 후원금이 반타작 났소.”
후원금 이야기에 박용두 의원의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용두 의원이 더욱 언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