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지금 대표께서는 누구 편이십니까? 같은 당의 3선 의원인 나 박용두의 편입니까? 아니면 돈 좀 그냥 쥐어 주는 그 장사꾼 편입니까?”
박용두 의원의 말에 강민수 의원이 인상을 썼다.
그의 눈에 박용두 의원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지금 내 편 니 편 편 가르기 해 달라고 떼쓰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박 의원.”
박용두를 부른 강민수 의원이 엄지를 들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겨우 치료받은 편두통이 박용두 의원 때문에 다시 도진 것 같았다.
“왜 부르십니까? 제가 뭐 못 할 말이라도 했습니까? 돈 좀 있으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이렇게 핍박해도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박용두 의원이 잘 알지 않습니까?”
“알긴 뭘 압니까? 제가 그 장사꾼 아니 딴따라한테 핍박당할 때 당에서는 뭘 하고 있었습니까? 당에서 경선 지원을 제대로 해 줬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적반하장이군.’
박용두 의원의 모습에 강민수 의원은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당내에서 치러지는 경선인데 누굴 더 지원해 주고 지원해 주지 않는단 말인가?
당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국민경선이었는데 괜히 누굴 지원해 줬다고 뒷말이 나올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지금 당에 들어오는 후원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알고 있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빌어먹을 놈들 이런 정보는 좀 빨리 들고 오지.’
박용두 의원의 표정을 본 강민수 의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에 들어오는 정치 후원금은 물론이고 뒤로 들어오는 돈의 상당수가 기업에서 들어옵니다. 특히 그 돈이 없었으면 이번 국민 경선은 엄두도 못 냈겠지요.”
“크흠, 돈이 정치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박용두가 몸을 살짝 돌렸다.
“그리고 박 의원에게 들어가는 후원도 상당수 날아갔을 겁니다.”
박용두 의원이 인상을 썼다. 그 후원금이 없으면 제대로 된 활동이 불가능했다.
국회의원이 일을 하다 보면 술도 좀 좋은 곳에서 마실 때도 있고 일하기 편하게 좋은 차도 타고 다녀야 하고 품위도 유지해야 하는데, 그 돈은 대부분이 기업에서 나온다.
선관위에서 주는 지원금으로는 사무실을 운영하기에도 빡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용두였다.
“어차피 그놈에게 안 받아도 다른 기업들에게 후원을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이 어떻게 3선 의원이 되었는지 강민수 의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요즘 모래에서 기름 파서 장사한다는 놈. 아니면 요즘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노다지라는데 그쪽에 좀 압박을 주면 알아서 바치지 않겠습니까? 세금이 오르는 것보다는 그것이 싸게 먹힐 테니까요.”
협박해서 뒷돈을 받자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지 몰랐다.
“박 의원! 말 좀 조심하십시오. 지금까지 박 의원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구설수에 올랐는지 아십니까?”
“크흠,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을 돌리기는 했으나 앞에 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강민수 의원은 잘 알고 있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사업이나 기업만 있으면 어떻게든 압박하여 뒷돈을 받아 내는 게 박용두 의원의 특기였다.
“그리고 말입니다. 그 기름 팔아먹고 스마트폰 팔아먹는 놈이 누군지 아십니까?”
강민수 의원은 정말 박용두 의원에게 질려 버렸다.
김서준을 건드려서 후원이 끊겼는데 김서준을 압박해서 뒷돈을 받잖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싸움을 건 것이 아니던가?
“누구긴 누굽니까? 그 삼신 그룹에서 튀어나온 김서준이라는 놈 아닙니까?”
“지금 박 의원과 시비가 붙은 딴따라 놈이 바로 그놈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장사치 딴따라가 바로 김서준이라고요.”
“크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입니까? 삼신이라는 이름이 무서워서 국회의원이 딴따라 장사치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강민수 의원이 드디어 폭발했다.
“아니? 그걸 알면서 그랬단 말이야? 난 정말 모르고 건드렸나 했네. 박 의원이 미치지 않고서야 김서준이 김서준인 것을 알고서도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야? 어? 돌았어? 지금 당을 망치려고 작정한 거야?”
강민수의 입에서 반말이 튀어나오자 박용두가 발끈했다.
“나처럼 당에 헌신한 사람이 어디 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취급을 한단 말입니까? 내 원 참. 이거 나 오라는 곳이 한두 군데인지 아십니까?”
기분이 상한 박용두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민수 의원은 뒷골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급히 책상 위에 있는 고혈압약을 찾아 입에 쑤셔 넣은 뒤 박용두 의원이 나간 자리를 노려보는 강민수 의원이었다.
* * *
“박용두 의원이 영민당 중앙당사로 불려 갔다고 합니다.”
영민당에 관한 소식은 실시간으로 SJ로 들어왔다.
이미 영민당 당사는 물론이고 각 정당에는 SJ에게 정보를 건네고 소정의 대가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흘러 넘쳤다.
게다가 좀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마저 혹시 모를 구명줄로 SJ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전생의 기억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전생에서 삼신의 더러운 일을 모두 도맡아 처리했던 김서준에게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박 의원은 중앙당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을 겁니다. 고집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전생에도 그랬다.
박용두 의원과 시비가 붙은 적은 없었지만, 그가 벌이는 기행들은 기업인들 사이에서 충분이 이슈가 되고도 남았다.
한 번 찍은 기업은 절대 놓치지 않아서 기업 사냥꾼이라고도 불린 박용두 의원이다.
아마 이번에도 김서준이 항복할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경선이니까 대놓고 압박은 하지 못하겠지만, 경선이 끝나고 나면 국회에서 SJ를 압박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었다.
“쉬운 일을 어렵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소영신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대화로 풀고자 했으면 풀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닙니다. 박용두 의원은 자만심과 고집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숙이고 들어갔다면 박용두 의원에게 무엇이라도 해 줘야 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만약 경선 때 박용두 의원과 거래를 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다른 의원들이나 언론에서 이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 슬슬 압박 단계를 높이도록 하죠. 다음 달부터 다른 의원들의 후원도 종료한다고 서면으로 통보하죠.”
“알겠습니다.”
이왕 시작한 것 이겨야 한다.
김서준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소영신 역시 그것을 잘 배운 상태였다.
어중간하게 마무리하려고 하면 오히려 물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의원들의 후원을 끊으면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 겁니다. 특히 박용두 의원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의원들이 앞장서서 공격할 겁니다. 그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반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반격이 없을 리 없다.
박용두 의원이라면 분명 반격을 할 것이다. 그것도 더러운 방법으로.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것은 김서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반격을 하면 그때가 박용두 의원의 정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영신이 고개를 숙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 * *
“오랜만이야, 송 회장. 요즘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딴 할아범 생긴 거야?”
“늙은이가 못 하는 말이 없네.”
송혜령은 오랜만에 성북동 자택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탓인지 송혜령의 뒤에 서 있는 수행원의 손에는 또 무엇인가 바리바리 들려 있었다.
“이번에도 중국 좀 다녀왔어. 영감탱이가 좋아하는 차도 좀 가져오고.”
“이거 매번 고마워.”
김건환 회장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잘 보이지 않는 김건환 회장이 웃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지금과 같이 좋은 차를 선물 받을 때였다.
“아 맞다. 요즘 정치권이 꽤 시끄럽다며? 중국에서도 관심을 가지던데?”
“대선 때문에?”
송헤령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늘어나다 보니 중국에서도 한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선도 대선이고 요즘 영민당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던 것 같던데? 영민당이 정권을 잡으면 중국에게 좋지 않으니 무슨 일인지 궁금한 모양이야.”
송혜령의 말에 김건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삼신의 전략기획실에서 최근 보고서가 올라온 것이 있었다.
영민당 내부에서 후원금 문제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정보.
그렇지 않아도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다.
삼신이 킹 메이커 노릇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정책에 주안점을 두냐에 따라 삼신의 전략도 변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흠, 느낌이 안 좋아.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탈출구로 활용하는 게 기업 때리기인데…….”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국민감정이었다.
아무리 옳은 일을 했더라도 국민감정이 좋지 않으면 그것이 투표수로 바로 직결된다.
그럴 때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간단했다.
국민의 분노 표출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 많이 사용되었다.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던 열애설 같은 것을 풀거나 연예인의 비행을 푼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것과 비견될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 기업 때리기였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싫든 좋든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현행법이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일이 있기 마련이었다.
정치인이 나서서 그것을 때리면 국민들의 관심이 그곳으로 향했다.
게다가 그것이 거짓도 아니고 사실인 경우가 많았고 약간의 선동과 과장만 한다면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주었다.
그것이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실제로 잘못이 없더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예를 들어 옛날 라면 우지 파동이 그랬고 MSG가 들어간 제품들도 그랬다.
“느낌이 좋지 않아. 나도 조심은 할 건데 늙은이도 조심해야 해. 알지?”
송혜령의 말에 김건환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기업이 타깃이 된다면 그 타깃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스마트폰과 반도체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삼신이 타깃이 될 수도 있었고 요즘 문화계의 블루칩을 넘어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한성 그룹이 타깃이 될 수도 있었다.
“서준이도 조심해야 할 텐데.”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
둘이 보았을 때 가장 위험한 사람은 김서준이었다.
최근에 이슈 몰이를 엄청나게 하고 있는 김서준이었기에 꼬투리를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를 통해 방송에도 나오고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셰일 오일과 안드로이드로 돈을 긁어모으는 김서준.
문화재 환수는 물론이고 방송 때문에 이미지가 엄청 좋긴 했으나, 정치인들이 때리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됐다.
“서준이에게도 단단하게 일러둬, 늙은이.”
“어련히 잘할까.”
김건환 회장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김서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김건환 회장이 짓는 미소였다.
송혜령은 그 웃음이 김건환 회장이 진심으로 기쁠 때 짓는 웃음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서준이가 걱정 된다고 먼저 나서지는 마. 괜히 타초경사가 될 수 있어.”
“늙은이나 그러지 마. 알았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작게 근심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