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빌어먹을 자식.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당사를 나선 박용두는 그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박용두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기에 그의 주변으로는 비서관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다.
“나 박용두야. 내가 지금껏 영민당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데 나를 이딴 취급해? 내가 경선만 통과해 봐. 다 죽었어.”
대선 후보만 된다면 지금 받는 무시와 멸시는 깡그리 되돌려줄 수 있었다.
거물이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강민수가 빌고 또 빌어도 용서해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진 박용두가 인턴폰을 들었다.
“윤 비서관. 안으로 들어와.”
탁.
인터폰을 내려놓은 지 몇 초 되지 않아서 윤 비서관이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왔다.
괜히 느긋하게 움직이다가 박용두 의원에게 불벼락을 맞을 염려가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윤 비서관이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네. 뭐든지 분부만 해 주십시오.”
윤 비서관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박용두 의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아껴 둔 애들 있지? 아직도 연락 되나?”
“아껴 둔 애들이라면…….”
윤 비서관이 눈알을 돌리며 되물었다. 박용두 의원이 말하는 애들이라는 것이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있잖아. 나중에 한 명 골로 보낼 때 쓰려고 놔둔 애들.”
그제야 기억이 난 윤 비서관이 놀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죄송합니다. 이제 기억났습니다.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마 별일 없으면 그대로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래 돈 벌 일 있다고, 하고 싶으면 만나자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무실을 나온 윤 비서관이 급히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후, 다행이네.”
다행히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았다. 쓸모없을 거라 생각하고 전화번호를 지웠다면 또 욕을 한 사발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 윤 비서관이었다.
“어, 나야. 잘 지내지?”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른 윤 비서관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이어 나갔다.
* * *
“우리가 나눴던 말들. 애써 감추고 돌아서네요.”
“그만!”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부르고 있던 임우택의 귀에 김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헤드셋에 목소리가 들어오는 경우는 단 하나였다.
이제 노래를 그만 부르라는 신호.
긴장된 표정으로 헤드셋을 벗은 임우택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우택 씨의 장점은 빵빵 터져 나가는 힘 있는 보컬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계속 터트리려고 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임우택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서준의 조언을 머리에 새기고 노래를 하다가도 클라이맥스만 되면 흥에 취해 힘을 주었다.
“뻥뻥 터뜨리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택 씨가 잘하는 스타일이 있고 작곡가의 작곡 의도가 있는 상태에서 그걸 무시하면서까지 뻥뻥 터뜨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평소에 김서준은 자상했으나 음악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임우택이 실수라도 할라치면 곧바로 곡을 정지시킨 다음에 피드백을 이어 갔다.
하던 노래가 도중에 끊기는 것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김서준의 말도 이해는 되었다.
“당장 공연이 다음 주인데 매번 노래를 끝까지 불러서 연습하면 목이 남아나겠습니까? 가수의 목은 강철이 아닙니다. 강철도 계속 쓰면 상하는 판에 사람 목이라고 다르겠습니까? 틀린 부분을 곧바로 잡아 가는 것이 목을 최대한 아끼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적응되어 노래가 도중에 멈추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은 더 괜찮았다.
“제가 우택 씨만 봐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모아 놓고 멘토링을 할 수 도 없어요. 크루 무대라고 하더라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두 경쟁자입니다. 제 손으로 우택 씨를 떨어뜨리게 하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연습이 끝나고 녹음실 밖으로 나왔을 때 김서준이 임우택에게 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그저 립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임우택은 김서준의 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해.’
정확한 나이는 모르고 있었지만, 임우택은 김서준이 그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보다 훨씬 형, 아니 삼촌같이 느껴지곤 했다.
지금 하는 말도 젊은 사람이 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집에 가서 목 관리 잘하고 주무세요. 괜히 연습한다고 목 쓰다가 다치지 말고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허리를 깊게 숙인 임우택이 스튜디오를 나섰다.
임우택이 나간 이후 김서준이 소파에 털썩 몸을 눕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은 인원들을 트레이닝시키느라 진이 빠졌다.
김서준이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을 때. 이은지가 음료를 들고 와 김서준 앞에 놓았다.
“고마워.”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었기에 단번에 음료를 들이켰다.
“일도 밀려 있을 텐데 피곤하겠다.”
“뭐, 어쩔 수 없지.”
빈말이 아니었다.
진짜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이번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 참가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이인영이 부탁한 것은 이유 축에도 끼지 못했다. 이인영이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가 기획됐다면 김서준이 먼저 참가 신청을 했을 것이다.
결국에는 이미지였다.
올해 말. 그리고 내년부터 시작될 세계 경제 위기에서 김서준은 온갖 욕을 다 먹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확실했다.
이미 전생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그 시절에 풋옵션이나 기타 상품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세상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평소에 돈을 위하여 비윤리적인 일들을 자행했었기에 더욱 큰 지탄을 받았었다.
김서준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물론 큰돈을 벌 수 있는 장에서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
다만 SJ와 김서준에게 쏟아질 비난을 최대한 감소시킬 생각이었다.
그 계획의 일환이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의 참가였다.
“보고 있다 보면 정말 일하는 것처럼 하는 것 같아. 예전에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사셨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버시려고 쉬지 않고 일하셨어.”
이은지의 말에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음악이 좋고 슈퍼보이스 코리아도 좋았지만, 지금 김서준에게 이건 일이었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는 일.
지이이이잉.
음료를 다 마셔 갈 때쯤. 김서준의 스마트폰이 요란한 진동과 함께 울렸다.
“네, 전화받았습니다.”
“바쁘네, 바빠.”
전화를 받는 김서준을 보며 이은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쉬지 않는 김서준의 모습이 대단해보이면서도 안쓰럽게 보이는 이은지였다.
* * *
김서준이 대충 외투를 들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섰다.
벌여 놓은 일이 많았다.
기존에 보던 업무는 물론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대비하는 일 그리고 새롭게 추진하는 일들까지.
그것만 해도 김서준은 하루에 24시간이 모자랐지만, 거기에다가 박용두 의원의 일까지 겹친 터라 잠시라도 쉴 시간이 없었다.
툭.
김서준이 핸드폰을 바라보며 걷고 있을 때.
한 여자가 김서준과 부딪쳤다. 스마트폰으로 온 서류를 보느라 전방을 잘 보지 못했다.
“아! 이걸 어째.”
“정말 미안합니다.”
여자는 들고 가던 핸드폰을 놓쳤는지 바닥에 액정이 깨진 핸드폰이 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출시한 삼신의 최신형 핸드폰이 분명해 보였다.
“이거 어제 산 건데…….”
울상을 지은 여자가 발을 동동 굴렀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보상을 하고 싶습니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제 잘못이니까요.”
여자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래도…… 저도 잘못이 있는데…….”
“아닙니다. 부서진 것은 부서진 것이니 여기로 꼭 계좌번호나 주소 남겨 주시면 제가 변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서준이 명함을 꺼내어 여성에게 건넸다.
바쁘지 않다면 지금 같이 매장에 가서 같은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해 주겠지만, 지금은 서둘러 소영신을 만나러 가야 했다.
소영신이 차를 보내 준다고 했지만, 퇴근 시간이라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빨랐기에 김서준은 걷는 것을 택했다.
“아, 알겠어요. 여기로 연락드릴게요.”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들고 울상을 짓던 여자가 명함을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꼭 연락 주세요.”
“네, 알겠어요.”
여자의 확답을 받고 나서야 김서준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방금 전 그분은 누구신지…….”
여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마중을 나와 있던 소영신을 만났다.
꽤 먼 거리였지만, 김서준과 여성을 보았는지 소영신이 물었다.
“아. 저랑 부딪쳐서요. 별일 아닙니다.”
“아, 네.”
있을 만한 일이었는데 소영신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취급한 소영신이 고개를 한번 젓고는 김서준을 따라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저예요.”
김서준의 모습이 사라지자 부서진 스마트폰을 든 여성이 주머니에서 다른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보고 있었으면서 뭘 되물어요? 입금이나 제대로 해 주세요. 다섯 시간 동안 건물 입구만 바라보고 있느라 눈알이 빠질 것 같으니까요.”
약간 들뜬 표정으로 전화를 이어 가던 여성.
“나머지도 잘할 테니까. 나중에 딴말하지 마요. 아! 걱정하지 마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여성이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김서준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 * *
지이이잉-.
지이이잉-.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늦게서야 잠에 든 김서준이 책상 위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시간이 안 됐는데?”
흐릿한 눈으로 시계를 바라보니 시곗바늘은 아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람을 아침 9시 30분으로 맞추어 놓았으니 아직 울릴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화가 오고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소영신이나 SJ의 사람들은 김서준 그가 9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지금 전화를 건 사람은 SJ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
피곤한 몸을 일으킨 김서준이 천천히 핸드폰을 지었다.
“누구지?”
비몽사몽간에 보이는 것은 저장이 안 되어 있는 번호.
보통 만난 사람들의 번호는 모두 저장을 해 놓는 김서준이었기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이 잠깐 고민을 하는 사이 전화가 끊어졌고 이내 바로 다시 울렸다.
지잉- 지잉-.
“네. 전화받았습니다.”
-아, 저, 어제…….
“아!”
그제야 김서준은 왜 저장이 안 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어제 급한 김에 개인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넘긴 탓이다.
쓴웃음을 지은 김서준이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어제 핸드폰 부서진 분 맞으시죠?”
-네, 맞아요. 제가 핸드폰이 꼭 필요해서요. 최대한 빨리…….
물론 최대한 빨리 해결해 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해 줘야 할 거 빨리 해 주고 치우는 편이 김서준도 마음이 편했다.
“물론입니다. 계좌번호로 드려도 되고 주소로 제가 새 폰을 하나 보내 드려도 되는데요.”
-그것보다 직접 오셔서 사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사람을 잘 못 믿어서…….
김서준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오전에 스케줄이 있긴 하지만 예상보다 좀 빨리 일어난 덕에 시간이 조금 남기는 했다.
게다가 워낙 흉흉한 세상.
사람을 못 믿을 수도 있으니 가서 사 주고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괜히 나중에 김서준이 스마트폰을 부쉈는데 돈만 던져 주고 끝났네 하는 구설수도 피할 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