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대충 씻고 옷을 입은 김서준이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집을 나섰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아침이 서늘해졌다.
“소 실장님, 접니다.”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오늘 오전 회의가 없으니 좀 더 오래 주무시지 않고요. 젊다고 몸을 막 굴리면 나중에 나이 먹어서 고생합니다.
수화부를 통해 소영신의 잔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이 좀 있어서요. 네. 한 시간 뒤에 제 위치로 차를 좀 보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 시간이면 넉넉하게 핸드폰을 사서 보낼 시간이었다.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 탄 김서준이 여성이 말한 장소로 향했다.
15분 정도를 달리자 창밖 멀리 여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김서준의 눈에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내려 주세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김서준이 신호등 두 개 앞에서 택시에서 내렸다.
오늘 전화가 온 번호는 분명 핸드폰이었다. 그리고 어제 봤을 때 부서진 핸드폰은 붉은색.
하지만 지금 여성이 들고 있는 핸드폰은 흰색이었다.
서브 폰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 먼 거리였지만, 김서준이 삼신에서 출시한 핸드폰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저 핸드폰은 어제 부서진 핸드폰과 똑같은 모델이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김서준의 감각을 긁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족 폰을 빌려서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폰이 부서진 것이 아니라면 액정이 깨졌더라도 자신의 폰을 들고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철환 선배님.”
김서준은 폰을 꺼내서 유철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서…… 서준아!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전화기 너머로 비몽사몽한 유철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 혹시 최신형 스마트폰 하나 가지고 싶지 않으세요?”
-어? 당연히 가지고 싶지. 왜 하나 사 주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상당히 들떴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준다는 말에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특히 유철환처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비인기 가수는 더더욱.
게다가 김서준이 준다는 건데 쪼잔하게 무슨 약정이 걸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유철환은 잘 알고 있었다.
“선배님 댁이 이태원이시죠?”
-어, 맞아.
“실례가 아니라면 지금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곧바로 새 핸드폰으로 보내 드릴게요.”
-그…… 그래.
잠시 유철환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김서준의 말이었기에 유철환은 승낙을 했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아 유철환이 헉헉거리며 김서준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이태원에 계시는 분이 선배님밖에 없어서요.”
“아니야, 뭐 그럴 수도 있지.”
말을 마친 유철환이 김서준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삼신에서 처음 나온 스마트폰이었다. 연식이 되긴 했으나 관리를 잘했는지 스마트폰은 꽤 깔끔했다.
“데이터는 백업해 놓으셨지요?”
“그럼, 내 데이터는 소중하니까.”
유철환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폰을 빌려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김서준 정도 되는 사람이 그의 핸드폰으로 불법적이거나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뭐 하면 또 어떤가?
지금 김서준 때문에 그의 인생은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에 김서준 보조로 출연한 이후부터 사방에서 연락이 쇄도하고 있는 그였다.
제2의 가수 인생, 아니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가수 인생을 살고 있는 유철환에게 김서준은 은인 그 자체였다.
“별일 없을 겁니다. 무슨 일 있으면 제가 모두 변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러면 고맙지.”
다시 한번 웃음을 지은 유철환에게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먼저 가 보겠습니다, 선배님. 아마 오늘이 가기 전에 선배님 댁으로 스마트폰이 전달될 겁니다.”
“응, 고마워.”
딱 말이 끝났을 때 신호등에 불이 들어왔고 김서준은 횡단보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양지수가 핸드백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뒤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제 슬슬 김서준이 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잉-.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에는 연신 톡이 오고 있었다.
[윤 비 : 잘해라. 이번 일에 네 인생에 달려 있어. 한탕 크게 해 먹고 싶다고 했잖아?]그 톡에 양지수가 인상을 쓰며 답장을 보냈다.
[양지수 : 걱정하지 마요. 제가 그래도 연영과 지망생이었으니까. 연기는 자신 있어요.]그 톡에 양지수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연영과에 가서 연기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현실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웃겼던 탓이다.
“안녕하세요.”
양지수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녀의 귀에 김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나왔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김서준은 유명인이다.
일반적으로 유명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돈만 보내고 끝내거나 핸드폰만 보내 주고 끝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책임감 있게 나와 주다니.
양지수는 김서준이 살짝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그가 아는 유명인들은 티비와 현실이 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티비에서는 세상 사람 좋은 척 다하던 사람들도 밖에서 만나면 어떻게든 양지수를 이용해 먹으려고 안달이었다.
돈벌이로 생각하면 다행이었고 몇몇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양지수의 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예계로 가는 것을 포기했다.
‘뭐. 김서준도 똑같을 거야.’
양지수는 김서준의 잘생긴 얼굴, 웃고 있는 얼굴을 믿지 않았다.
“저기로 가시죠.”
김서준이 손가락으로 삼신 스마트 스토어를 가리켰다.
“네, 좋아요.”
고개를 끄덕인 양지수가 김서준의 뒤를 따랐다.
“어서 오세요!”
스마트 스토어에 들어가자 환한 조명과 함께 친절한 직원들이 둘을 맞이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김서준이 삼신의 최신형 스마트폰 블랙홀 2를 집었다.
“같은 모델로 하실래요 아니면 이걸로 하실래요? 개인적으로 엔젤 시리즈보다는 이 블랙홀 시리즈가 더 좋은 것 같은데.”
양지수가 순간 고민을 했다.
‘아차!’
그러다가 정신을 차린 양지수. 지금 그녀는 핸드폰을 고르려고 온 것이 아니라 작전을 하러 온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네! 좋아요.”
어떤 스마트폰이든 아무렴 어떤가.
“이걸로 주세요.”
김서준이 블랙홀 2를 지목하자 스마트 스토어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곧바로 핸드폰이 팔리는 것을 보니 오늘 운수가 좋을 것만 같았다.
“언락폰이니까 어느 통신사로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제품을 포장하면서도 직원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양지수의 손에 쇼핑백을 들려 준 뒤 직원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저렇게 까다롭지도 않고 곧바로 핸드폰을 사 가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맨날 저런 손님만 있으면 일하기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직원이었다.
“그런데 저 손님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김서준과 양지수가 밖으로 나갔을 때. 다른 직원들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마스크와 모자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는데 목소리나 눈매가 김서준하고 비슷하지 않아?”
“김서준? 김서준이 뭐 아쉬울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와서 핸드폰을 사겠어요. 그냥 서로 자사 제품을 바치려는 회사들이 줄을 섰을 텐데.”
“그런가?”
직원들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스캔들도 한 번 없던 김서준이잖아요. 이렇게 대놓고 아침부터 여자랑 다닐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요?”
“뭐 김서준은 남자 아니냐? 여자한테 관심 있을 수도 있지.”
처음 말을 꺼냈던 직원이 약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괜히 김서준 아니냐고 말을 꺼냈다고 생각한 직원이었다.
* * *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다시 핸드폰을 사 주셔서…….”
양지수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제가 실수를 했으니 당연히 챙겨 드려야지요.”
‘뭐야. 친절하잖아.’
양지수는 진심으로 놀랐다.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현실의 김서준이 좀 더 친절하고 스윗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르르륵.
양지수의 생각이 끝났을 때.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기에 양지수의 얼굴은 진심으로 빨갛게 변했다.
“아! 죄송합니다.”
양지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배가 고픈 것이 죄는 아니었으나 왠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사 안 하셨어요?”
“네.”
양지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늦게 일어나는 그녀였기에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 오늘은 아침을 먹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같이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을까요?”
그냥 보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양지수에게 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다만 핸드폰이 있으면서도 부서진 핸드폰을 들고 온 것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직감의 영역이었다.
시기가 공교로웠다. 충분히 의심해 볼 상황이었고 그것을 시험해 보기 위해 유철환의 핸드폰까지 빌려 온 것이 아니던가?
“정말요? 좋아요.”
김서준의 제안에 양지수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이 쉽게 풀리네. 나한테 반한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양지수는 미소를 지었다.
띠링-!
이태원에는 아침에도 연 브런치 카페들이 많았기에 가게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이거 하나 주세요.”
‘오, 제법인데?’
김서준의 주문을 보면서 양지수는 또 놀랐다.
김서준은 직원들한테도 친절했다. 사실 가게에 오면 직원들에게 약간 막 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김서준은 아니었다.
알바에게도 친절하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소 연기를 즐겨 하는 양지수였기에 그것이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미안하네.’
이렇게 착하고 친절한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양지수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뭐. 이래도 이 사람은 잘살 사람이니까. 나는 이번 일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고.’
그녀는 합리화를 했다.
김서준은 잠시 넘어져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고 그녀는 이번에 돈을 받아야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커피와 샌드위치가 나오고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던 도중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어?’
이렇게 타이밍이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김서준이 틈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든 엮어 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좀 쉽게 일이 풀린다.
김서준이 자리에 놓고 간 핸드폰을 가방에 슬쩍 넣은 양지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누굴까?”
자리에 돌아온 김서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양지수가 앉았던 자리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직감은 정확했다.
양지수는 김서준이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유철환의 핸드폰을 들고 사라졌다.
우발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우발적이었다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김서준에게 접근했을 리는 없었다.
분명 김서준을 노리는 누군가가 사주한 것이다.
“하, 유치하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은 한 명이었다.
지금 김서준을 노리고자 하는 사람은 한 명.
그것도 이렇게 추잡한 수법으로 노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