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김 기자. 뭐 해? 일 안 해?”
동양일보 김인덕 기자가 카메라와 가방을 들고 일어서자 평소 그를 고깝게 보고 있던 신 팀장이 인상을 구겼다.
“취재가 있어서 나갑니다.”
“취재? 무슨 취재?”
김 기자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또 특종을 문 것 같습니다. 팀장님은 내일 일간지 일면 자리만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뭐?”
신 팀장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특종이라고는 하나도 물어오지 못했던 김 기자가 하는 말치고는 너무나 광오했기 때문이다.
“또 사우나 가는 거 아니지?”
“에이, 팀장님도. 그건 실수였다니까요.”
평소 업무 시간에 땡땡이를 치는 것으로 유명했던 김 기자였기 때문에 신 팀장의 의심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달랐다. 수첩과 녹음기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를 챙기는 것이 진짜 취재를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라가 늘었나?’
이제 구라가 자신마저 속이는 경지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 팀장은 이번 한 번만 더 믿어 보기로 했다.
“팀장님, 법카 좀 쓰겠습니다.”
“어…… 어, 그래.”
신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기자가 외투를 휘날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찾아오다니…….”
사무실을 나선 김 기자는 그의 낡은 구아방에 올라탔다.
부르르릉.
시동을 걸자 힘겨운 소리를 내며 겨우 시동이 걸리는 구아방을 보며 김 기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너도 안녕이구나. 이번 특종만 물면 나도…….”
기자들이 성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먼저 연예계로 진출해서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기사로 내는 기자들.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못 받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트래픽 유도를 워낙 잘하기에 금전적인 측면으로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로는 기업이나 정치인에게 빌붙는 기자가 있다.
한 기업이나 정치인을 공격하거나 비호하는 기사를 써 주며 돈을 받아먹는 기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도를 걷는 기자가 있었다.
발로 뛰어서 특종을 찾아다니고 특종을 보도하며 명성과 부를 얻는 기자.
김 기자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특종이 어디 쉽게 떨어지나.
그랬기에 김 기자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정치인이나 기업들이 원하는 기사를 써 주면서 특종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직까지 잡은 특종은 0개.
그랬기에 사무실에서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였던가?
평소 홍보 기사만 써 주던 박용두 의원 사무실에서 특종을 주겠다고 그를 불렀다.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였다.
부와와왕!
특종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 김 기자가 구아방의 액셀을 힘차게 밟았다.
구아방이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도로를 내달렸다.
갑작스레 끼어든 구아방에 다른 차량들이 연신 경적을 울려 댔지만, 특종 생각에 귀가 멀은 김 기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박용두 의원 사무실에 도착한 김 기자가 낡은 넥타이를 다시 맨 뒤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구아방 에어컨 성능이 시원찮았기에 겨드랑이에 땀이 좀 차올라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들 상관이 없었다.
“저 왔습니다.”
김 기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북적이고 있는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경선을 끝까지 완주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몇몇 사람들은 박용두 의원이 그냥 한 자리 더 차지하고 네임 밸류를 높이기 위해 경선에 나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적당히 한 다음 유력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던 상황.
하지만 지금 사무실을 보니 경선을 끝까지 완주할 생각인 것 같았다.
단일화를 하려면 굳이 이렇게 돈을 써 가면서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었다.
“어, 김 기자 왔어? 왔으면 이리 와.”
김 기자가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때. 윤 비서관이 김 기자를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고개를 꾸벅 숙인 김 기자가 윤 비서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다 뭐야?’
사무실에는 꽤 많은 프린트 용지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프린터로 뽑은 것이긴 하지만 사진도 상당수 있었다.
‘이게 바로 그 특종인가 보구나.’
기자의 직감으로 그 사진들이 곧 특종임을 알 수 있었다.
“김 기자, 앉아. 이야기 좀 하지.”
“네, 비서관님.”
김 기자가 자리에 앉자 윤 비서관이 커피를 김 기자 앞에 내려놓았다.
“김 기자. 요즘 사는 게 좀 어때? 살 만해?”
윤 비서관의 말에 김 기자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에이, 기자가 뭐 살 만하겠습니까? 그냥 저냥 신문 기사나 쓰면서 사는 거죠.”
딱히 약한 척은 아니었다. 특종을 못 잡고 윗선에 밉보인 기자가 잘 살 리는 없었으니까.
“김 기자, 오늘 땡잡은 거야. 다른 기자들이 이 특종 달라고 안달인데 내가 특별히 김 기자에게 주자고 남겨 놨어. 지금까지 김 기자가 우리 의원님 기사 잘 써 줘서 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해.”
윤 비서관의 말에 김 기자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좀 달랐다.
‘기사 쓴 돈도 제대로 안 줬으면서 무슨…….’
하지만 그것을 얼굴로 티 낼 김 기자가 아니었다.
이미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겉과 속을 다르게 보이는 법은 익힌 뒤였다.
“물론입니다. 박 의원님이 아니었으면 저 같은 기자 나부랭이가 어떻게 먹고살았겠습니까?”
이렇게 아부라도 떨어야 나중에 돈이라도 한 푼 더 떨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거 내일 바로 터뜨릴 수 있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윤 비서관이 사진을 한 장 내밀었다.
사진에는 클럽에서 여자와 함께 찐한 포즈로 놀고 있는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이게 누구입니까? 크, 재미있게도 논다. 젊음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놀라지 말고. 어디에다가도 말하지 마. 알았지? 만약 신문에 나기 전에 밖으로 퍼지면 김 기자 앞으로 기삿밥 먹고 살기는 힘들 거야.”
그 말에 김 기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 윤 비서관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심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선거에 관련되었을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영민당 경선 주자입니까?”
윤 비서관이 고개를 저었다.
“김서준이야.”
“김서준이라면…….”
잠시 영민당과 김서준이라는 이름을 엮어서 생각하던 김 기자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김서준이라면 SJ의 김서준 말씀하시는 겁니까?”
윤 비서관이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김서준.”
“허어. 김서준 이 사람 착하게만 봤는데 역시 남자는 남자라 이건가? 그런데 김서준은 미성년자 아닙니까? 미성년자가 이렇게 클럽에서 여자 끼고 술을 먹어도 되는 겁니까?”
김 기자가 한 말이 속을 긁어 주었는지 윤 비서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내가 김 기자를 부른 거야. 이걸 내일 아침 톱면에 올려. 이것만 해도 특종인데 과연 이것뿐일까?”
윤 비서관이 손으로 책상에 쌓인 사진들을 툭툭 건드렸다.
꿀꺽.
김 기자는 그제야 진짜 이번 일이 특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있어? 할 수 없으면 딴 곳에 돌리고.”
김 기자는 그 순간 큰 고민에 빠졌다.
거물이다.
그것도 아주 큰 거물.
단순히 경쟁 정치인이 아니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경제인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김서준이었다.
게다가 삼신과도 끈끈한 연결 고리가 있다.
만약 이 기사가 나간다면 삼신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았다.
물론 김 기자가 속해 있는 동양일보가 삼신의 광고로 먹고사는 신문사는 아니었지만, 삼신의 광고가 끊기면 꽤 힘들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 사정이다.
기자 개인은 달랐다. 물론 회사의 방침대로 움직이는 기자들도 많았지만, 김 기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개인의 성공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차라리 여기서 빵 터뜨리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신문사는 속칭 어그로를 먹고 사는 곳.
어그로를 잘 끌었으니까 오히려 칭찬을 받을 수도 있었다.
“좋습니다. 제가 터뜨리겠습니다.”
“가능하겠어? 불가능하면 지금 말해. 괜히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김 기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무조건 가능합니다. 불가능해도 가능하게 만들어야지요. 이건 무조건 특종입니다.”
김 기자는 가슴에서 무언가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특징이다.
김서준이 잘나갈 때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 내면 깊숙한 곳에는 김서준이 다시 추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믿고 있는 김 기자였다.
그랬기에 연예계 찌라시나 자극적인 이야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다.
봐라! 저 사람도 결국 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아이고 불쌍해라. 그런데 너도 이제 망했네?
‘이거다.’
김 기자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긁어 줄 생각이었다.
“김 기자만 믿고 있을게. 박 의원님이 엄청 기대하고 계시니까 절대 실망시키면 안 돼. 알았어?”
“물론입니다, 비서관님.”
김 기자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물었습니다.”
“어디입니까?”
“동양일보입니다.”
김 기자가 사무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정보가 김서준에게 들어갔다.
“동양일보라…… 딱 좋네요.”
딱 좋은 상대였다. SJ가 메인으로 광고를 주고 있는 신문사도 아니었기에 김서준에 관한 내용을 일면에 담을 것이 분명했다.
혹시 편집부에서 자를 수도 있었지만, 박용두 의원이 선택했다는 것은 충분히 일면에 낼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계속 주시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옆에서 소영신이 씁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결국 이렇게 미끼를 무네요.”
“소 실장님은 뼈다귀를 문 개를 아십니까?”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뼈다귀를 문 개가 주는 교훈은 지금 딱 필요했다.
박용두 의원이 탐욕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물을 향해 왈왈 짖고 있는 모양새였다.
탐욕이 가득하면 결국 손에 쥔 것도 놓치고 마는 것이 사람이다.
박용두 의원의 실수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자신의 손에서 통제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상은 그와 달랐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 번 싸워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박용두 의원은 적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김서준을 적으로 돌렸으면 적어도 김서준의 수준에서 행동을 해 줬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의 수준에 맞게 행동을 하니 모든 수를 읽히고 말았다.
치졸하고 비열한 수법.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나 많이 쓰여서 우리고 우리다 못해 사골처럼 우려진 방법을 선택했으니 어찌 읽히지 않을 수 있을까.
* * *
양지수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본래 그녀의 스마트폰도 신형이긴 했지만, 김서준이 사 준 핸드폰은 이제 갓 나온 신형 중 신형, 그중에서도 디스플레이가 커서 가격이 더 비싼 스마트폰이었다.
“좋긴 좋네.”
스마트폰을 만지던 양지수의 눈에 포탈 실시간 검색어가 들어왔다.
“어? 김서준?”
익숙한 이름이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라 있었다.
그것을 본 양지수가 급히 손가락으로 실시간 검색어 버튼을 누른 뒤 뉴스를 검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