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찾아보던 양지수는 그 내용에 침음을 냈다.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윤 비서관이 좋은 목적으로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 게 아닌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친절히 대했던 김서준이 이렇게 뉴스에 난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따끔따끔 아파 왔다.
‘내가?’
이미 다 닳아 없어진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마음이 아픈 걸까?
순간 정신이 든 양지수가 화들짝 놀라 스마트폰의 홈 버튼을 눌렀다.
홈 버튼을 누르자 뉴스가 모두 종료가 되며 바탕화면이 보였다.
“뭐야. 내가 왜? 그날인가? 아니면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양지수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침대로 가서 풀썩 몸을 뉘었다.
“그런데 저 내용이 내 잘못은 아니잖아.”
잊으려고 했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김서준 미성년자의 나이로 클럽에서 여성과 함께 음주]어두운 클럽에서 찍힌 흐릿한 사진이었다.
김서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야한 복장으로 맥주병을 든 여성이 같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러게 미성년자가 술을 왜 마셔?”
양지수는 억지로 생각을 지워 갔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김서준이 애초에 잘못한 거잖아.’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써 생각을 바닥에 깔아 놓은 채 양지수가 잠을 청했다.
* * *
“이게 도대체 뭐야…….”
N-NET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2 감독 유훈과 다른 피디들은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김서준 하차 안 함?] [와, 미성년자가 클럽에서 술 마시고 여자랑 노네? 나보다 잘났다. 그런데 김서준 하차 안 함?] [마약 검사도 해 봐라. 혹시 아냐? 마약도 했을지.] [김서준도 티비에서는 그렇게 이미지 좋은 척하더니 결국 똑같네.]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서준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봇물 터지듯 터졌다.
“서준 씨한테 연락 돼?”
“계속 통화 중입니다.”
유훈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악재가 터져도 너무 큰 악재가 터졌다.
관심은 많이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계속 실검에 올라가 있기도 하거니와 트래픽이 몰려 홈페이지도 마비가 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관심이 안 좋은 관심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아…….”
유훈 감독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을 내며 울렸다.
유훈이 시선을 돌려 핸드폰 액정에 표시된 전화번호를 바라봤다.
당연한 전화번호였다.
N-NET의 상층부에서도 이번 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네, 감독 유훈입니다. 네, 상무님.”
유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가 앉아서 전화를 받기에는 너무 거물에게 전화가 왔다.
한성의 이일손 상무. N-NET을 총괄한다고 해도 무방한 실권자였다.
그가 한마디 하면 N-NET은 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
작가들이 아무리 회의를 해 봐야 그의 한마디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네, 회의 중에 있습니다.”
전화를 받는 유훈 감독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네. 그렇게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탁.
유훈 감독이 전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내려놓자 조감독들과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누구입니까?”
“이일손 상무.”
이일손 상무에게 전화가 왔다는 말을 듣자 스태프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라고 합니까? 김서준 씨가 하차해야 합니까?”
방송국에서는 이슈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
어디든 그러겠지만, 좋은 이슈라면 환영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물의는 물론이고 불법적인 일.
방송국에서 이런 이슈를 환영할 리 없었다.
“하차 없이 그대로 간다.”
“예?”
모두가 깜짝 놀랐다.
설마 김서준의 하차 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차 또는 통편집을 생각했던 터라 지금의 대답은 좀 의외였다.
“왜입니까?”
“몰라.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유훈 감독 역시 답답한 표정이었다.
“김서준이 한성과도 연관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었다. 김서준이 한성과 관련이 있다는 말은 예전부터 돌던 말이었다.
사실 김서준 역시 재벌에 속하는 사람인데 한성 그룹과 관련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아니야, 뭔가 있어. 이일손 상무는 단순히 인맥 때문에 뭔가를 할 사람이 아니야.”
찝찝한 가운데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평소에 아는 이일손 상무는 공과 사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사람이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 그랬기에 한성 그룹의 3세인 이인영이 N-NET의 사업에 많이 관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인영이 낸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사업성이 떨어진다 치면 가차 없이 폐기 처분하는 것이 이일손 상무였다.
그런 이일손 상무가 김서준이기 때문에 하차 없이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김서준을 위해 주려면 김서준을 통편집시키거나 하차를 시키는 것이 이슈에서 좀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높은 사람들 하는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
유훈 감독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그가 생각해 봐야 높으신 분들이 하는 선택을 바꿀 수도 없었다.
게다가 책임 또한 그가 지지 않으니 이러나저러나 똑같았다.
‘제기랄.’
다만 기분이 나쁜 것이 있다면 하필 그가 감독일 때 이런 일이 터진 것.
까딱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기분 나쁠 뿐이었다.
* * *
“성공입니다, 의원님.”
윤 비서관은 날아갈 것 같은 표정으로 박용두 의원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뉴스를 본 상태였기 때문에 박용두 의원의 표정도 상당히 밝았다.
“윤 비서관, 잘했어. 아주 성공적이야.”
“하하, 대운이 의원님을 향해 흐르는 모양입니다.”
“자네가 요즘 입에 꿀을 발랐나 봐. 하하하.”
박용두 의원이 파안대소를 했다. 평소였으면 이런 아부에는 반응도 없었을 박용두 의원이었지만, 지금 김서준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에 상당히 들뜬 상태라 웃음을 터뜨렸다.
“김서준 그놈은 연락이 있어?”
“아직은 없습니다. 아마 어떻게 대응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겠지. 푸하하하.”
김서준의 당당한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오른 박용두 의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당당했던 표정이 이제 용서를 갈구하는 표정이 될 것을 상상하니 기분이 안 좋을 수 없었다.
“오늘까지 연락 없으면 하나 더 뿌려. 가능하지?”
윤 비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동양일보에서 좀 꺼림칙해하긴 했으나, 지금은 다음 거 없냐고 연락이 계속 옵니다.”
“그러겠지. 안 그래도 요즘 트래픽이 너무 떨어진다고 난리였지 아마?”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동양일보가 모든 일간지 중에 트래픽 1위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박용두 의원이 거만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만족하면 돈 좀 두둑하게 넣으라고 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힘들잖아.”
“물론입니다. 조만간 감사의 인사를 해 오지 않겠습니까?”
SJ의 후원이 끊긴 이후 사람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동양일보나 다른 곳에서 다시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굳이 SJ에서 후원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만약 김서준이 항복을 해 온다면 SJ에게서도 다시 후원을 받을 수 있을 터.
그렇게만 된다면 박용두 그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아니, 오늘 저녁까지도 기다릴 필요가 뭐 있겠어? 점심 먹고 바로 달려. 아예 초장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지.”
“알겠습니다, 의원님.”
윤 비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패는 많았다.
좀 더 빨리 달린다 하더라도 패가 소진되는 일은 없다.
* * *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모두 뒤집어졌다는 표현이 옳았다.
김서준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오전부터 울리는 핸드폰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너무 연락이 많이 오던 터라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모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을 하시면 됩니다.”
이소연과 소영신이 직원들을 다잡고 있었지만, 직원들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번 일에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 선배, 이거 어떻게 돼 가는 일이에요? 소 선배는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소연이 결국 짜증 섞인 말투로 소영신에게 물었다.
“후우, 나야 알고 있는 게 있긴 하지.”
“좀 같이 좀 나눠요. 선배만 알고 있으면 어떡해요?”
“대표님이 단단히 비밀 엄수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난들 어째?”
소영신이 어깨를 으쓱하자 이소연이 소영신을 노려보았다.
이소연의 날카로운 시선에 소영신이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김서준을 생각하며 가슴을 당당히 폈다.
“그럼 이것만 말해 줘요. 이거 안심해도 되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의 소영신이 이소연의 귓가로 고개를 내밀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소영신 때문에 이소연이 잠시 흠칫했다.
“안심해도 돼.”
“아…… 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소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대표님 만나러 갈게. 이 실장 오늘도 화이팅!”
밝은 표정으로 소영신이 나가자 이소연이 미간을 좁혔다.
“뭐야?”
* * *
“대표님, 저 소영신입니다.”
“들어오세요.”
이소연을 뒤로한 채 소영신은 김서준의 사무실로 향했다.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김서준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소영신에게 직원들의 시선이 닿았다.
덜컥.
사무실의 문을 닫고 들어오자 소영신의 눈에 느긋한 얼굴의 김서준이 보였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뜨겁습니다. 아주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마른 장작을 던져도 이것보다는 털 타오를 겁니다.”
소영신의 보고에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대로였다.
대중들은 김서준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김서준이 바라는 바였다.
“아, 그리고 오늘 또 하나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웃음이 났다.
“박용두 의원이 많이 신났나 봅니다. 기본적인 팩트도 체크하지 않고 기사를 계속해서 내는 것을 보니까요.”
“빨리 항복하라 이거겠지요.”
소영신의 말에 김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칼은 날카로울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 날카로운 칼날이 자신의 몸을 벨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거든요. 근데 박용두 의원은 그 칼날이 적을 향해서만 휘둘러질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그것도 칼을 거꾸로 잡았는데 말이에요.”
김서준이 책상에 있는 자료들을 서류 봉투에 넣어서 소영신에게 내밀었다.
“하루만 더 기다리세요. 그리고 내일 박용두 의원이 다른 자료를 풀었을 때. 그것들에 대한 반박 자료를 모든 언론사에 동시에 배포합니다.”
김서준이 넘긴 것은 배포 자료였다.
일반적으로 의혹을 해명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차라리 의혹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쉽다.
하지만 이번에 김서준이 준비한 것은 카운터펀치였다.
의혹을 해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해명하는 방법은 쉬웠다.
그것도 그 해명이 완벽하다면.
애초에 유철환의 핸드폰에 심어진 사진과 데이터들은 모두 김서준과 관련이 없는 것.
그 자료의 해명과 함께 그간 수집해 놓은 박용두 의원의 진짜 비위를 뿌린다면 전세는 역전이다.
그리고 김서준은 그것에 만족하고 그만 멈출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