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김서준의 이야기는 발이 없었지만 성북동 자택의 담을 넘어 김건환 회장의 귀까지 들어갔다.
“서준이 이놈 어디에 있어?”
“지금 SJ 본사에 있다고 합니다.”
신문을 확인한 김건환 회장이 진노하는 것을 박인우 비서가 진정시켰다.
“회장님,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크흠.”
김건환 회장이 노기를 간신이 가라앉혔다.
“전략기획실에서 서준이에 대한 보고가 아직도 안 왔어?”
“곧 도착할 겁니다. 취합 중이라 오래 걸리는 듯싶습니다.”
김건환 회장은 뉴스를 보자마자 삼신의 전략기획실에 김서준에 관한 보고를 올리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김서준을 믿고 조사를 하지 않았으나 이런 뉴스가 뜬 이상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박 비서 생각은 어때?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것 같아? 단순히 기자 하나가 난리를 치는 것은 아닐 것 같고.”
“그렇지 않아도 그것 또한 조사하라고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잘했어.”
이 판이 그랬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일이 퍼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세상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김서준을 저격한 것이다.
김건환 회장의 감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신 전략기획실 직원이 성북동 자택으로 자료를 들고 왔다.
평소였으면 서재로 가져다 두라고 했을 김건환 회장이지만, 지금은 자료를 받는 즉시 서류 봉투를 뜯었다.
“흐음…….”
자료를 읽는 김건환 회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서준이와 박용두 의원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박용두라…….”
김건환 회장이 다음 항목을 읽어 갔다.
“충돌이 있은 이후 SJ에서 영민당에 들어가는 후원금을 중단하였고 영민당에서는 박용두 의원을 문책하였다. 그 이후에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사는 동양일보.”
뻔했다.
너무 뻔해 가지고 이게 과연 진짜 음모일까 싶은 내용이었다.
“박용두 의원이 미쳤군.”
박용두 의원 정도라면, 아니 국회의원이라면 SJ가 삼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를 냈다는 것은 앞으로 삼신과 계열사에게 광고를 받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김건환 회장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화를 가라앉히고 나니 생각이 또렷하게 되기 시작했다.
“서준이가 과연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김건환 회장이 아는 김서준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철두철미한 성격과 함께 도전정신과 과감성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박용두 의원에게 꼬투리를 잡혀 휘둘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물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김서준도 실수를 했을 수 있지만, 솔직히 믿음이 안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더 두고 보지. 지금 삼신에서 움직인다면 괜히 서준이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수습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 가장 좋았지만, 만약 지금 삼신이 나선다면 김서준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김서준의 의혹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흐를 수도 있었다.
“그건 안 되지.”
이런 일에 경험이 없을 김서준이긴 했지만, 일단 김서준의 대처를 본 뒤 도와주어도 늦지 않았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SJ는 크다.
이번 일로 잠시 김서준이 휘청여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공인이나 기업인들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추문이기 때문이다.
김서준에게는 그것이 좀 빨리 찾아왔다 여기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일단 지켜보지. 서준이가 어떻게 하는지 말이야.”
김건환 회장의 말에 박인우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김서준이 아직도 연락이 없다라. 오늘 터친 것까지도 그냥 견딜 만하다는 건가?”
박용두 의원이 분한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
지금쯤이면 김서준이 찾아와서 백기투항을 할 줄 알았건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정도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허장성세입니다. 지금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겁니다. 포털 사이트는 물론이고 이미 SJ 본사 앞에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아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김서준이 그냥 기업 활동만 하는 기업가였다면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는 이상 재간이 없을 겁니다.”
윤 비서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이슈가 된다면 기업인도 견디기 힘든 마당에 연예인 생활을 하고 있는 김서준이 견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게다가 김서준에게만 관심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김서준과 관계가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견디기 버거울 것이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김 기자 연결해!”
“네, 의원님.”
반응이 없다면 더 터쳐 주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미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또 어떤 것이 터져 나올까 매일매일 기대를 하는 사람이 늘어 가고 있었다.
박용두 의원은 승리를 자신했다.
* * *
“김 기자, 소스 더 없어?”
김 기자는 요즘 살맛이 났다. 특종을 물어 온다는 것이 이런 느낌인지 살면서 처음 느꼈다.
모두가 인정해 주었다.
특히 평소 그를 무시하고 밥벌레 취급하던 편집장이 친근하게 불러 주고 알랑방귀를 뀌는 모습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몇몇 기자들은 그런 그를 보면서 어그로 끌리는 자극적인 기사나 쓰는 기자라고 손가락질했으나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원래 성공한 사람이 질투를 받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편집장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십쇼. 또 물어 오겠습니다.”
“내가 김 기자만 믿고 있어. 알지? 내가 평소에도 믿고 있었다는 거.”
편집장의 미소 담긴 말에 김 기자가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밥벌레보다 못하게 봤으면서 무슨…….’
하지만 이미 사회생활로 단련된 김 기자의 얼굴은 달랐다.
“물론이죠. 편집장님은 저만 믿으세요. 제가 누구입니까? 저 김 기자입니다.”
“그래그래. 김 기자. 내가 김 기자에게 늘 말했지. 김 기자의 관상은 대기만성형이라고.”
칭찬을 들으며 김 기자가 자리로 돌아왔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벨소리가 컸기 때문에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평소였으면 매너 없이 진동으로도 안 해 놓는다고 욕을 먹었을 김 기자였지만, 지금은 편집장을 비롯한 모두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김 기자를 바라봤다.
“네, 김 기자입니다.”
-어, 김 기자. 이리 좀 와야겠어. 몇 개 더 넘겨줄 게 있어서 말이야.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 기자가 외투를 들고 다시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편집장 역시 일어서서 그에게 다가왔다.
“또 소스 가지러 가는 거야? 도대체 정보원이 누구길래?”
“다녀와서 말씀드릴게요.”
김 기자가 쿨한 모습으로 편집장을 지나쳐서 밖으로 나갔다.
평소와 다른 건방진 모습에 편집장의 미간이 꿈틀거렸으나 이내 그는 화를 참아 냈다.
‘그래. 안 그래도 실적도 좋지 않은데 김 기자가 특종을 물어 와서 다행이지.’
한숨을 크게 내쉰 편집장이 주변의 기자들을 둘러보고 소리쳤다.
“너희도 특종 물어 와! 니들이 밥벌레야? 월급루팡이야?”
기자들은 괜히 편집장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 * *
“룰루.”
박용두 의원을 만나고 온 김 기자는 기분이 좋았다.
아직 낮이기는 했지만, 얼큰한 술이 들어가니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술기운도 돌고 외투 안쪽에는 두툼한 봉투까지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날이 저물 때쯤 김 기자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직 불이 다 켜져 있는 것이 오늘도 야근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았다.
“쯔쯔, 저렇게 야근들을 하면 뭐 하나? 기자 월급으로 밥 빌어먹기도 힘든데.”
푸념 아닌 푸념을 하며 김 기자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
김 기자가 돌아오자 직원들의 시선이 김 기자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것에서 낮과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뭐지? 술 마셔서 그런가?’
그 미묘한 차이.
김 기자는 그 미묘한 차이를 단지 술 탓이라고 생각한 채 그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또 한 건 했네.”
그런 분위기를 깨고 싶었음일까? 김 기자는 편집장이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책상에 자료를 꺼냈다.
“김 기자, 잠깐 일로 와 봐.”
“왜요? 편집장님?”
김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털레털레 편집장에게 걸어갔다.
편집장의 미간은 극히 좁아진 상태였다.
“너 뭐야?”
“네?”
“너 그거 어디서 가져온 거야?”
편집장이 김 기자가 들고 온 자료를 가리켰다.
“그건 제가 나중에…….”
쾅!
김 기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편집장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나중은 무슨 빌어먹을 나중이야? 이게 무슨 냄새야? 너 근무시간에 술 처먹었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술을 처먹어?”
“네? 그게 무슨?”
김 기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편집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나절 만에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한나절 전에만 하더라도 그에게 쓸개든 간이든 다 빼 주려던 편집장이 지금은 이전과 같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가?
“너 이 새끼. 당장 말 안 해?”
잠시 김 기자가 망설였다. 여기서 정보원을 밝힌다면 그가 독점하고 있던 것들이 사라진다.
하지만 지금 편집장의 분노를 보건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이럴 땐 확실하고 신용도 있는 정보원을 공개함으로써 그의 진노를 돌려야 했다.
“말할 수는 없는데 믿을 만한 정보원입니다. 절대 거짓이 아닐 겁니다.”
“박용두 의원실?”
“박용두 의원실이라니요?”
편집장의 말에 김 기자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후우, 얼마 받았어.”
“네?”
“얼마 받았냐고.”
“크흠, 저는 기자입니다. 정보는 받아도 돈은 받지 않습니다.”
속에 두둑한 봉투가 있었지만, 김 기자는 굳이 그걸 말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SJ에서 보도 자료 쫙 뿌려졌다. 그리고 김 기자 네가 가져온 자료들이 모두 반박당했어. 이건 그냥 반박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함정이라도 판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완벽한 반박이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걸 어떻게 반박합니까?”
편집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서 문제야. 정보보다 반박이 맞는 것 같거든.”
“네?”
김 기자의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
기분 좋게 먹었던 술기운이 통째로 날아갔다.
편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모르겠다. 네가 한 거니까 책임도 네가 지는 거다.”
편집장의 모습에서 김 기자는 절망감을 맛봐야 했다.
저 말을 한다는 것은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다.
김 기자가 물어온 특종 꿀은 같이 빨았으면서 이제 꼬리를 자르겠다는 소리.
김 기자가 급하게 그의 자리로 돌아와서 인터넷을 켰다.
이미 포털사이트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도대체 뭘 배포했다는 거야?’
급히 포털의 뉴스란으로 간 김 기자가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클릭했다.
[SJ에서 이번 사태에 관한 반박 자료를 배포합니다.]해당 제목으로 배포된 자료는 김 기자가 가져온 자료들을 타임라인 순으로 일일이 반박하고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 김 기자가 자료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넣어 놓은 시간과 장소가 모두 반박되었다는 것이다.
김서준 측은 단순히 카드 사용 내역이나 이런 것이 아니라 CCTV 등 김서준이 그 시각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실제적 자료를 첨부했다.
단순히 흐릿한 사진과 CCTV 등 행적을 알 수 있는 자료.
어떤 자료가 신뢰도가 높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이건 악몽이야.’
이제 목이 잘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후폭풍을 동양일보와 김 기자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 기자의 눈에 익숙한 이름의 다른 뉴스가 눈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