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왜 이렇게 안 와?”
김 기자를 잡아 가둔 윤 비서관이 담배를 피우며 사내들을 기다렸다.
돈은 많이 받아먹지만 그래도 이 근방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는 건달들이었기에 양지수 같은 여자 하나 놓치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늦은 밤. 이 시간에 서울은 공동화 현상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찰차가 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봤을 때 양지수가 사내들을 따돌리고 도망갔을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아, 뭐야. 이 새끼들 혹시…….”
윤 비서관이 순간 미간을 좁혔다.
설마 이 건달 새끼들이 양지수에게 허튼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그러면 곤란한데.”
아무리 양지수가 막장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대놓고 이러면 곤란해진다.
나중에 양지수가 앙심이라도 품으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
윤 비서관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횡단보도 건너 골목에서 건달 두 명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어디 갔어?”
지금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건달 두 명뿐이었다.
양지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사내 두 명이서 계집 하나 못 잡아?”
분노에 찬 윤 비서관이 건달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이내 들어온 그들의 상태.
코가 부러지고 입이 터졌으며 발도 절뚝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실컷 얻어 터진 흔적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절대 양지수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인도 아니다. 일반인이 양지수를 구하려고 나섰다는 가정도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밥 먹고 싸움만 하는 건달이다.
게다가 두 명.
일반인이 이 둘을 이렇게 두들겨 패고 양지수를 구했을리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설명해 봐.”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온 놈이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습만 아니었다면…… 저희가 혼쭐 내 줄 수 있었는데.”
변명이다.
“이 병신 같은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해? 그래서 그놈이 누군지는 봤어?”
건달 두 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어둠이라 보지 못했고 그다음에는 기절해서 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이 병신 놈들!”
윤 비서관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양지수가 어디 가서 입이라도 잘못 놀리면 박용두 의원에게 깨지는 것은 건달들이 아니라 윤 비서관 그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SJ의 반격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양지수까지 끼얹는다면 큰일이었다.
“찾아! 당장 찾아서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놈들.”
건달들이 사라지고 윤 비서관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김서준 이 개새끼. 어디까지가 진짜인 거야?”
이제 진실 게임이었다.
박용두 의원실에서 배포한 김서준에 관한 자료와 SJ에서 내놓은 반박 자료.
여기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 * *
“오히려 좋은 기회입니다.”
소영신은 지금 이 상황을 좋은 기회라고 하는 김서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에는 무슨 좋은 기회라는 말씀이십니까? 제 생각에는 지금 잘해야 본전치기 같습니다만.”
소영신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지금 일어난 일은 사실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박용두 의원이 김서준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지만, 그 음모를 파악한 시점에서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가면 되었다.
물론 이어지는 음모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경선이 급한 박용두 의원측에서 한번 접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 갈등은 남았겠지만…….’
미봉책이었다.
이미 박용두 의원은 물론이고 영민당과도 갈등을 겪은 상황.
결국 언젠가는 곪아 터질 일이었다. 차라리 지금 유리할 때 박용두 의원을 굴복시키는 것이 유리했다.
그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박용두 의원의 음모를 역으로 카운터 치는 것이 좋았다.
“그 양지수 씨는 어떻게 할까요? 지금 많이 당황하고 겁 먹은 것 같던데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김서준이 움직이자 캐니언 박이 그림자처럼 그 뒤를 따랐다.
양지수는 김서준 스튜디오에 있었다. SJ 본사는 사람들의 눈에 띌 수도 있었지만, 이곳 스튜디오는 날이 밝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고 늘 경비들이 지키고 있었기에 안전한 장소였다.
덜컥.
김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지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으로 물러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미……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양지수가 겁을 먹든 말든 신경쓰지 않은 채 김서준이 소파에 앉았다.
“다 미안해요. 그쪽을 속인 것도 미안하고 핸드폰을 훔친 것도 미안하고. 정말 다 미안해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몰랐다라.
김서준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백번 천번 양보하더라도 양지수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윤 비서관과 접촉해서 김서준의 핸드폰을 노렸다면 윤 비서관이 그 핸드폰으로 나쁜 짓을 할 것이라는 것쯤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안해요. 정말…….”
“괜찮아요. 오히려 지수 씨 때문에 좋은 기회를 잡았으니까요.”
“네?”
무슨 기회를 잡았는지 알지 못했던 양지수였기에 그저 눈을 껌뻑이며 김서준의 표정을 살피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럼 저 풀어 주시면 안 돼요? 너무 무서워서…….”
“아! 그건 죄송합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시면 박 의원 측 사람들이 지수 씨를 잡을 것 같아서요. 애써 구했는데 다시 잡히는 것을 볼 수는 없잖아요.”
“아!”
그제야 꼼짝없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양지수가 울상을 지었다.
“경찰을 불러도 소용없을 겁니다. 박용두 의원이라면 경찰에도 많은 연줄이 있을 것이고 출동을 늦추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니 괜히 딴마음 품지 말고 안전해질 때까지 여기 있으세요.”
“그게 언제인데요?”
양지수의 말에 김서준이 빙긋 웃었다.
“지수 씨가 일 하나만 해 주시면 그날이 빠르게 찾아올 것 같기도 한데요.”
“그게 뭔가요?”
양지수가 눈을 빛냈다.
* * *
“빌어먹을….”
날이 밝고 박용두 의원은 밀려드는 전화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본래라면 오늘도 유세를 나가야 했다. 최종 경선이 며칠 남지 않았기에 하루 하루가 아쉬운 상황.
그리고 어지간한 악재였으면 오히려 좋아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관심을 받아먹고 살기에 관심을 더 받을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오늘 하루 종일 뉴스에서 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박용두 의원이 내보낸 정보를 철저하게 반박하는 내용임과 동시에 박용두 의원의 비위와 비리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었다.
“저런 정보를 어디서 얻은거야!”
사람들은 왜 갑자기 박용두 의원의 비리가 뉴스를 통해 나오는지 궁금해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런 것은 아무렴 상관없었다.
김서준은 찌라시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가고 있었으며 박용두 의원은 더러운 비리 덩어리 국회의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 다 거짓말이라니까요. 조만간 법적 절차와 동시에 해명 자료를 내놓을 겁니다.”
박용두 의원이 분노하고 있을 때 비서관들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박 의원님, 이건 거짓말이지 않습니까? 박 의원님이 건설사의 돈을 먹고 형질 변경을 추진했다는 거 말입니다. 제 기억에 의원님이 이런 건설사와 얽힌 기억이 없는데요?”
비서관의 말에 박용두 의원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차올랐다.
“그딴 거 물어보지 말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알아오란 말이야!”
박용두 의원의 모습에서 비서관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단 하나.
정말 비서관들도 모르게 돈을 처먹은 것이다.
“이거 다 사실 같은데? 우리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는데 건설사 일을 보면 다른 것들도 진짜 같지 않아? 이건 또 뭐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비서관들이 새롭게 올라온 소식에 미간을 좁혔다.
“박용두 의원 아이돌 연습생의 스폰서였다?”
다른 비서관들의 시선이 윤 비서관에게 향했다.
평소 박용두 의원은 윤 비서관에게 은밀한 일을 시키곤 했다.
“하아. 맞아, 다 사실이야.”
윤 비서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비서관들이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또한 사실이면 이제 박용두 의원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이라도 경선을 포기하고 몸을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게. 이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뻔한 거고. 이제 이 정보를 가지고 다른 경선 후보들이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다면 박용두 의원이 경선을 통과할 확률은 없는 거지.”
만약 단순히 경선에서 탈락하는 거라면 상관 없었다.
차기라든지 아니면 차차기를 노려 볼 수도 있는 노릇.
그런데 이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나 공인들이 가장 피해야 할 이슈가 몇가지 있다.
먼저 첫째는 군 문제.
대한민국의 대다수 남성들은 군 복무에 대한 의무가 있다.
그랬기에 불법, 편법적인 방법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군 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직계 존비속에게도 해당되는 심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성 문제였다.
성추문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공인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단순히 이것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냐 안 받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추문이 있기만 해도 여성 표가 훅훅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반절은 여성. 여성의 표를 잃으면 당선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당선이 문제냐? 이제 우리 밥줄을 생각해야 할 판인데.”
비서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물론 이 비리들이나 추문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죽어나겠는데…….”
어두운 표정은 이내 침울하게 바뀌었다.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극히 높았지만 무죄판결을 받아도 문제였다.
이미 박용두 의원의 정치 생명은 끝난 상황일 터.
대권 잠룡 박용두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을 것이고 비례대표가 아니라면 국회의원 당선도 힘들어질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지금 퍼지고 있는 박용두 의원 관련 비리는 심각하고 방대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거 침몰하는 배인데…….”
비서관들의 얼굴에는 고뇌가 가득했다.
옛 말에 침몰하는 배에는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누가 보더라도 박용두 의원은 침몰하는 배였다.
김서준과의 전면전에서 완벽한 카운터 한 방을 맞고는 그대로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
지금 탈출하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박용두 의원과 도매로 묶여 나갈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잡소리들 하지 말고 지금은 모두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하는 생각만 하자고. 일단 박 의원님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윤 비서관이 다른 비서관들을 달랬다.
일단은 이 위기를 벗어나야 다른 생각을 해도 하는 것이었다.
“모두 일 보자고. 응?”
윤 비서관이 손을 휘휘 젓자 다른 비서관들이 각자 일을 찾아갔다.
물론 그들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가득했지만.
‘탈출한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것은 머저리나 하는 짓이지.’
‘뭐 이번에는 윤 비서관이 잘못한 거지.’
주변으로 흩어지는 비서관들의 머릿속에는 각자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