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
음악천재 재벌3세 15화
음악천재 재벌3세 15화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았던 축제는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연의 파급력은 컸다.
“이게 다 뭐야?”
다음 날 등교한 이혜림과 송유연은 책상에 쌓여있는 선물과 꽃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애들이 놓고 가던데? 좋겠다! 나는 언제 이런 거 받아보냐?”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혜림이 유연이를 봤는데 그렇게 재주가 많은지 몰랐어. 선생님이 미안하다.”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들도 이혜림과 송유연을 칭찬하기 바빴다.
“낯서네.”
“그러게···.”
이런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어디 가서 공연을 하더라도 이런 반응은 없었다.
그냥 기타나 드럼 좀 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공연이 끝나면 모두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꺅! 언니와 같이 사진 찍어도 돼요?”
복도에만 나가면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 입은 왜 가리고 찍는거야?”
“이래야 예쁘잖아요.”
찰칵
“고마워요! 언니.”
사진 촬영 행렬은 삼학년 학생주임이 통제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놈들아. 고3 교실에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안 돌아가?”
학생주임이 뜨고 나서야 사진 촬영에서 벗어난 이혜림과 송유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이 한테 가볼까?”
공연이 끝나고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 쉬는 시간에 송유연과 이혜림은 김서준이 있는 일학년 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글와글
“더 심하네?”
“그러면 그렇지···.”
김서준의 교실 앞은 그녀들보다 더 한 모습이었다. 창틈 사이로 여학생들이 서로 고개를 들이밀며 김서준을 보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서준이 보기는 힘들겠네.”
“그러네.”
만약 지금 김서준의 교실로 들어간다면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어깨를 으쓱한 송유연과 이혜림은 교실로 돌아갔다.
점심시간도 별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이 꾸준히 몰렸고 학생들의 행렬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좀 잠잠해졌다.
학생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이혜림과 송유연은 밴드부실로 향했다.
“어! 오셨다.”
“선배님!”
밴드부실 앞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수많은 학생이 눈을 빛내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유익태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익태야. 이게 다 뭐야?”
“선배. 밴드부에 가입하고 싶다는 애들이에요.”
“뭐?”
밴드부 가입이라는 말에 이혜림과 송유연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가입?”
“예. 어제 공연을 보고 가입하고 싶다는 애들이 이렇게 몰려왔네요.”
“부원 모집은 끝났는데···.”
이미 공식적인 밴드부 모집은 끝난 상황이었다.
“제발 받아주세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하지만 가입하고 싶다고 몰려온 학생들을 매몰차게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혜림아. 네가 결정해.”
고민에 빠졌다.
송유연과 이혜림은 삼학년이다. 그리고 그녀들을 제외하면 밴드부는 김서준과 유익태 고작 두 명.
이혜림이 갈등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이 떠나고 나서도 밴드부가 유지되려면 신입생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좋아! 모두 들어가자!”
“와아아아!”
이혜림이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말하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김서준군?”
“예. 제가 김서준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 집에 돌아간 밤. 이수철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김서준을 기다렸다.
“이전에 한 번 만났는데 기억하는지 모르겠네요. SC엔터의 이수철 대표입니다. 오늘 공연은 잘 봤습니다. 정말 인상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명함을 건네며 이수철이 악수를 청했다.
이수철의 손을 맞잡은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기억합니다. 그리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한다는 김서준의 말에 이수철은 살짝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젠장. 캐스팅하러 와서 이렇게 긴장되기는 또 처음이군.’
단 한 번도 을의 입장이었던 적이 없었던 이수철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 제발 캐스팅시켜달라고 빈 적은 있어도 이렇게 그가 찾아가서 사정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재벌 3세다.
어지간한 조건으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다녀갔습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은 돈을 제시했겠지.’
뻔하다. 그들은 아직 김서준이 재벌 3세임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제시할 것은 뻔했다. 거드름이나 피우면서 몇 대 몇으로 배분할 것이니 앞으로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하는 쉰 소리만 했을 것이다.
“거절하셨겠군요.”
“맞습니다. 거절했습니다.”
거절했다는 말에 이수철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수철 자신만 잘 하면 된다.
“먼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물어보세요.”
승부다.
승부라는 생각에 이수철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서준군은 음악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까?”
이수철의 질문에 김서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악.
처음 기타를 잡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리고 또 우연히 밴드부에 가입했다.
그런데 즐거웠다.
기타를 치는 것도 즐거웠고 노래를 하는 것 역시 즐거웠다.
이번 생에는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김서준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믈론 삼신과의 인연을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신의 투견으로 살았던 전생과는 다를 것이다.
오롯이 김서준의 의지대로 살아갈 것이다.
“음악. 할 겁니다.”
그 대답에 이수철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만약 여기서 김서준이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대로 돌아설 생각이었다.
‘무슨 조건을 내걸어야 하지.’
SC가 엔터 계열에서는 가장 큰 회사라고는 하지만 삼신 앞에서는 구멍가게보다 작은 존재다.
“이렇게 하지요.”
“예?”
이수철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김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200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크게 세 가지 갈래를 보였다.
하나는 삼신과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의 약진이었다. 주식은 언젠가는 우상향하니 삼신 그룹의 주식을 사고 버텨라는 격언이 있었으며 이는 주식으로 돈을 버는 가장 기본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테마주.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테마주가 없었던 적은 없었으나 이천년대 중반처럼 테마주가 강세를 보인 적도 드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엔터주.
드라마가 선도한 한류의 흐름이 점점 음악으로 넘어오면서 2005년 이후로는 엔터주가 급격히 상승했다.
아직 엔터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드물었고 SC와 같은 엔터사들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엔터주들은 기본적으로 지분을 파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곳이 많았기에 돈을 조달하기가 더욱 힘든 입장이었다.
“SC와 계약하겠습니다. 단, 조건은 이렇게 하겠습니다.”
김서준의 입에서 계약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수철은 순간 날아갈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고 당장이라도 조건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지분. 지분으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지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수철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지분을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
“음원 수익에 관한 것은 SC에서 주로 하는 표준 계약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SC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요.”
이수철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단순히 계약하는 것과 지분을 넘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현금이 필요하긴 한데···.’
곧 출격할 보이 그룹과 걸 그룹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현금이 부족하긴 했다.
게다가 일반 투자자도 아닌 삼신이다. 재벌 3세가 고작 SC엔터의 경영권을 탐내지는 않을 것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일석이조다.
김서준도 잡으면서 회사 운영자금도 마련할 기회였다.
“단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수철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
매앰- 매앰- 매앰-
어느덧 봄이 지나고 여름이 찾아왔다.
“일 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발표한다.”
성적표를 손에 든 임찬우가 반으로 들어오자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내신이 중요한 수시보다는 정시가 대세인 시대였지만 그래도 기말고사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이벤트였다.
“먼저 우리 반에서 이번에도 전교 일등이 나왔다.”
오오오오
전교 일등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이미 중간고사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일등을 했기 때문에 따로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서준아. 축하한다. 이번에도 일등이다.”
“감사합니다.”
김서준이 성적표를 받아들자 반 학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성적표를 모두 나누어준 임찬우가 근엄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 보았다.
“오늘 성적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시험을 못 봤다고 다음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모두 여름 방학에 노력 정진해서 다음 시험은 잘 보기를 바란다. 이상.”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누구는 놀 생각에.
누구는 공부할 생각에.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달랐지만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은 같았다.
“대표님.”
교문을 나서자 소영신과 이소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어요.”
“예. 오늘이 이사분기 수익이 나오는 날이라 보고드릴 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영신이 웃는 얼굴로 차 뒷문을 열었다.
“가시지요. 모시겠습니다.”
소영신의 차가 우렁찬 엔진음을 울리며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이나 투자사들은 모두 서울에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거래하는 거대 기업들이 서울에 있으며 그들과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서준이 전주에 있었던 까닭에 소영신은 사무실을 전주에 얻어야 했다.
그 덕분에 소영신과 이소연이 밥먹듯 서울로 출장을 다녀야 했지만 말이다.
“먼저 중국 주식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발표하는 소영신의 표정은 밝았다.
처음에는 김서준의 판단을 의심했다. 2004년부터 중국 상해와 심천 주식은 바닥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 만큼 하락했다.
그리고 회복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소리까지 돌았다.
그러나 김서준은 너무나 거침없이 중국 주식에 투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닌 거.’
눈을 질끈 감고 중국 주식을 사들인 소영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영신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중국 주식은 내리는 이유도 없지만 오르는 이유도 없다.
위와 같은 격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식을 사자마자 중국 증시는 연일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이 분기 이후 수익률은 40%가 발생했습니다.”
생각한 수익이었기에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중국 증시는 계속 오를 겁니다. 계속 넣어두세요.”
앞으로 중국 주식은 2000선을 넘어서 6000선까지 치솟는다. 지금 뺄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소영신의 발표가 끝나고 이소연이 준비한 자료를 김서준에게 내밀었다.
“말씀하셨던 국내 바이오 관련 주식 현황입니다.”
소영신이 중국 주식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면 이소연 역시 국내 바이오주에 의심을 했었다.
그리고 주식을 매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바이오주는 사려는 사람이 없는 동전주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뉴스에서 ‘줄기세포’에 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이제 주식 앞에 바이오라는 말만 붙으면 그것이 무엇이든가 상한가를 치는 바이오 신드롬이 생겨난 것이다.
당연히 김서준이 매입했던 주식은 연일 상한가를 쳤다.
“수익률이 300%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주는 오래가지 않는다. 사분기 이후로 불공정거래에 관한 조사와 함께 줄기세포에 관한 부정적 기사가 쏟아지면서 바이오주는 다시 바닥으로 향할 것이었다.
“바이오주는 모두 매도하세요.”
“예? 모두 팔라고요?”
이소연은 깜짝 놀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오주는 사려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시점이었다.
“예. 모두 파세요.”
“알겠습니다.”
이미 김서준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소연이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서울에 갈 겁니다.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방학이니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처리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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